태평성대(太平聖代)의 시대가 바로 위기의 시기이다. 말이 되지 않는 말이라 여겨질 수 있으나 유가(儒家)의 입장에서 이의 안타까움을 역설적 의미로 표현해본 것이다.
사람들은 요순(堯舜)의 시대를 태평성대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요순의 시대는 참으로 좋은 세상이었던 같다. 그러나 역사(歷史)는 어떠한 시대라도 영구히 존재할 수 없고, 정점(頂點) 또한 가장 높은 곳에 서는 것과 동시에 기울어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중국 고대역사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한정해서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춘추전국시대는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춘추시대는 천자(天子)의 시대이고, 전국시대는 제후(諸侯)의 시대이며 패자(霸者)의 시대이다. 거칠게 말하면 폭력의 시대이다. 다행히 춘추시대는 공자님의 사상이 지배계층의 정치이념으로 남아 있어 천자와 제후의 질서가 어느 정도 유지가 되었으니 이는 그래도 변화의 바탕이 될 수 있은 여건은 되는 것이다. 이때에 공자께서는 무너져가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늦은 나이에 천하(天下)를 주유(周遊)하는 한 줄기 빛으로 나타나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등용되지 못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장경부(張敬夫)의 말을 빌어보면 “선생(孔子)게서는 나라마다 이르시면 반드시 그 나라의 정치를 들으셨으나 나라의 정권(政權)을 맡겨준 자가 없었다, 이는 성인의 훌륭한 모습을 보고서 말씀해 주시는 것을 좋아한 것은 본연의 덕(德을) 좋아하는 양심(良心)이었으나 사욕이 이를 가로막았기 때문에 끝내 등용(登用)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 점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등용되지 못한 이유의 핵심(核心)은 제후들의 사욕(私慾) 때문이었다. 사욕은 공자님의 사상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말이다.
공자님의 사상의 근본은 인(仁)이며 극기복례(克己復禮)를 통해 인을 완성할 수 있는데 그 수행과정을 나타내는 말이 ‘극기’이다. ‘극기는’ 학문을 배워 익혀서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는 경지로 들어가는 의미이다. 단순히 말한다면 사욕을 극복한다는 말이다. 춘추시대의 어지러운 사회에서 한 줄기 빛이 되고자 하시는 공자님을 길을 막은 것이 제후들의 권력에 대한 ‘사욕’ 단 두 글자인 것이다. 그 사욕으로 인하여 춘추시대에 이어 전국시대는 더 어지러워 졌으니 ‘세상 형편에 따라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라는 성현의 말씀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위기의 시대는 가장 번성한 시대이다. 정점에서도 변화(變化)를 도모한다면 정점은 사라질 것이며 태평성대는 또 다른 태평성대를 드리울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