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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로 떠오르는 스토리도 업지만서도 또다시 단편 하나 끄적거려봅니다ㅜㅜ
겨울방학이 거의 다 끝나가는군요ㅜㅜ 아아 고등학생이 뭔지 엉엉엉
그냥 생각나는 대로 스토리 없이 장면 위주로 적은 글입니다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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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에- 거짓말! "
" 진심이야, 수범아. "
" 현경이 지금 못된 거짓말한다아! "
" 진짜야.. "
" 정말? "
" 응. "
" 그럼 이제 나 안 봐? "
" 응. "
" 진짜 바이바이 해? 그럼 많이 보고 싶을 텐데? "
" 많이 보고 싶어도, 진짜로. "
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그 아이의 가슴에 뻥- 하고 구멍을 내버린다.
정말 잔인하게도, 헤어지잔 말을 되풀이해 이야기 해준다.
... 나쁜건지 알면서도, 되풀이해 이야기 해준다.
" 미안, 수범아. "
" 에이- 뻥이면서! "
" ...... 천수범, 어리게 굴지마. "
" 현경이 내가 싫어? "
" 그런 거 아니야. "
" 그러엄? 내가 막 미워? 인제 질렸어? "
" 천수범, 그런 거 아니라고.. "
" ... 내가 바보 같은 말만 해서 싫어? 맨날 귀찮게 어리광 피워서 싫은거야?
그럼 나 이제 그러지 않을게. 인제 멋있는 말만 골라서 할게. 너 귀찮게 굴지도 않을게. "
" 그만하자, 수범아. "
" 에이- 뻥이잖아! "
" 천수범,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들어!! 진짜라고!! 우리 인제 여기서 바이바이라고!! "
" ... ... 안그럴게.. 정말 멋지게 굴게. 멋진 말만 골라서 하고, 애기 같은 표정도 안 짓고,
바보 같은 말도 안하고, 항상 멋있는 모습만 보여줄게. "
" 휴... 그만 갈게. "
" 현경이 지금 가면 안돼.. "
" 미안.. 수범아, 많이 미안. "
" 지금 가면 안돼, 나 정말 펑펑 울어. "
뒤돌아서니 정말 울고 있는 아이.
뭐야-.
씩씩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보같이 울어버리고...
왜 너답지 않게 울고 그래.
항상 생글생글 웃기만 했었잖아.
" 천수범.. 울지마. 인제 이렇게 눈물 닦아주는 것도 마지막이야.
오늘부턴, 없는 거에 더 익숙해져야돼. "
" ... 현경이 진짜 갈거구나. "
" ... "
" 정말 가버리려는 거구나... "
" 응.. "
" ... 재준이 때문이야... ? "
" ... ... ... 응. "
" 씨.. 다른 놈이면 죽도록 패줬을 텐데... 재준이면... 재준이면... 안돼잖아..
내 친구 재준이면... 그냥 내가 양보해야 하잖아. "
" 미안해, 수범아.. "
" ... 돌아올거지? "
" ... 응? "
" 너 돌아올거 잖아. 금방 갔다 와. 기다리고 있을게. "
" 고만해, 천수범.. "
" 나 안울고 씩씩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꼭 돌아와. "
간절한 수범이의 눈빛.
나보다 훨씬 큰 키의 수범이는 정말 슬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눈 위에서 흐트러진 갈색 머리가 바람에 흔들린다.
늘 귀엽고 애기 같은 애였는데, 막상 눈물을 보니 숨이 턱 막혀온다.
이렇게 착한 아이 버리는 거면, 나 정말 못된 거잖아..
그래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버렸다.
차마 그대로 돌아설 수 없어서 지키지 못할 잔인한 약속을 해버렸다.
" ... 응. 돌아올게. "
" 그래- 꼭 돌아와. "
" 응. "
" 꼭이란 말 붙여줘. "
" ... 응, 꼭. "
" 꼭꼭. "
" ... ... 응, 꼭꼭. "
" 진짜 꼭꼭. "
" ... ... ... 응, 진짜 꼭꼭. "
" 정말 꼭꼭. "
" ... ... ... ... 응, 정말 꼭꼭. "
" 히- 인제 됐다! 나 잊어버리지 않게 그 말 다시 한 번 해주라. "
" ... 무슨 말. "
" 꼭꼭 얘기- "
" 휴... 그래, 꼭, 꼭꼭, 진짜 꼭꼭, 정말 꼭꼭. "
" ... 뭐야, 뒤에 젤 중요한 말 빼먹었잖아-!! "
" ... ... ... 꼭, 꼭꼭, 진짜 꼭꼭, 정말 꼭꼭 ............................. 돌아올게. "
" 응! 현경이 나랑 약속했다아- "
바보야, 그럼 너만 아파지는데..
왜 ' 꼭꼭' 이란 말을 그렇게나 많이 갖다 붙여.
나 못 돌아올건데...
" 수범아.. 나 갈게. "
" ... ... 근데, 몇밤 자면 돌아와? "
" ... "
" 한 밤? "
수범인 씨익-하고 웃어 보인다.
" 에이 그건 너무 심했나 .. 그럼 열 밤? "
" ... "
" ... 마지막, 백 밤? "
" ... 그래, 백 밤. "
" 하루에 몇시간씩? "
" 응? "
" 무조건 백 밤 말고, 하루에 몇시간씩 백 밤 자면 너 돌아와? "
" 글쎄... "
" 한 시간 어때애-!! 나 원래 하루에 한 시간 밖에 안자!! 그러니까 한 시간씩 백 밤하면...
와아- 100 시간 밖에 안?쨈?!
그럼 난 몽땅 몰아서 자야지.
음... 하루가 24시간이니깐, 5일만 깨어나지 않고 쭉 자면 오겠네!! 그치!! "
" ... 억지부리지마.. "
" 에이.. 그럼 두시간씩 잘까? 두 시간이면, 200시간이니깐.. 에이, 계산 어렵다!! "
" ... 천수범, 장난하는 거 아니야. 그냥 백 밤 지나면.. "
" ... 너무 길잖아.. 백 밤이면 너무 길잖아.. "
미안.
난 백 밤도 안될 것 같은데.. 백 밤이 지나도 돌아올 자신 없는데..
" ... 나 영원히 자버릴까? 지금부터 영원히 자버릴까, 그냥? "
" 무슨 말이야.. "
" 하루에 몇시간씩 정해놓고 자는 건 너무 잔인하잖아.. 깨어있는 동안 너 보고 싶어서 어떻게 참아. "
" ... "
" ... 히- 현경이 표정 굳어진다아-!!
나 그냥 기다릴게. 하나도 울지 않고 백 밤 다 지날 때까지 기다릴게. "
" 그래.. "
" ... 그래도 인사는 해주는거다? 나랑 마주치면 인사 꼭 해주기다! "
" 응.. 꼭 그럴게. "
" ...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도, 인사 꼭 해주기다. "
" 응.. "
" 그래- 돌아온 다고 약속했으니까, 나 백 밤 동안 꼭 기다릴게! "
" 응.. "
" 꼭, 꼭꼭, 진짜 꼭꼭, 정말 꼭꼭 백 밤 지나면 돌아와!! "
그렇게 뒤돌아서버렸다.
지친 뒷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당당하게 뒤돌아 걸었다.
... 꼭, 꼭꼭, 진짜 꼭꼭, 정말 꼭꼭 .......................................... 울지마, 수범아..
난 백 밤이 지나도, 니 곁으로 돌아갈 자신이 별로 없다.
하루가 지나고.
난 수범이가 아닌, 다른 남자 곁에 서있다.
매번 왔던 시내인데도 느낌이 다르다.
모든게 어색하고 낯설다.
" 이현경, 나만 봐. "
" 어? "
" 천수범 생각하지 말라고. "
" 어.. 그래. "
근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잖아.
... 골목 골목 낙서 문구 하나마저도 내 기억을 혼란스럽게 울려대는데,
작은 흔적 하나조차도 그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데..
어떻게 생각을 안 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재준'이란 아이와 그렇게 걷고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다가 보지 말았어야 할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어두운 골목 안,
대여섯 명 가량의 교복 차림 남학생들과,
그 앞에 꿇어앉아 있는 한 명.
... 많이 낯익은 옆모습이다.
멀리서도 빛나는 교복 마이 위의 명찰 두 개.
파란 명찰과 분홍 명찰..
... 명찰을 두 개씩이나 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텐데...
너 왜 꿇어 앉아 있어... 너 왜 맞고 있어...
학교 선배인 듯한 대여섯 명의 남자들은 꿇어 앉아 있는 수범이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너 왜 그래... 천수범, 너 왜 그래..
왜 맞고 잊어.
왜 그렇게 약한 모습으로 맞고 있어..!!
골목 앞에 우뚝 멈춰 서버린 나.
도저히 발걸음을 더 떼낼 수가 없다.
" ... 이런거 보지마. 생각하지도 마. "
" ... 재준아.. 도와줘.. "
" 싫어. "
" 도와줘, 제발.. 수범이 한 번만 도와줘.. "
" 내가 왜. "
" .. 니 친구잖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기 전에, 니 친구잖아!! "
" 지금은 싫어. "
" 제발 도와주라... 수범이 싸움 같은 거 못한단 말이야!! 더 맞기 전에 제발 가서 도와주라... "
" 킥... 쟤 싸움 왕인데? "
" 누가 그래!! 수범이 싸움 같은 거 하나도 못하는 애야. "
" ... 쟤 우리 학교 싸움광인데? 화나면 선배도 뒤엎을 정도로 무서운 싸움광인데? "
" ... 뭐? "
" 쟤 싸움 존나 잘한다고. 가서 도와줄 필요도 없이 하나도 안 약하다고. "
" ... 아니야, 한번도 싸운 적 없었어. "
" 적어도 니 앞에서였겠지. 너 만나고 나선, 한번도 싸운 적 없었으니깐. "
" ... "
" 그러니까 도와줄 필요 없다고. 저새끼 존나 강하니까 안 도와줘도 된다고. "
" ... "
뭐야, 천수범..
너 왜 그렇게 사람 감동을 줘.
난 모질게 돌아서 버렸는데, 넌 왜 그렇게 감춰놓은 것들이 많은데...
" 이제 그만해.. "
" ... 응? "
" 내 옆에 있을 땐, 내 생각만 하라고. "
" ... 어... "
웃음이 나질 않는다.
수범이랑 있을 땐, 화가 잔뜩 나있다가도 3분도 안되서 낄낄거리고 웃었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시시한 얘기들에도 웃음이 막 나오던 나였는데.
이젠 나 같지가 않다.
머리 속이 텅- 비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는다.
" ... 니가 내옆에서도 웃었으면 좋겠다, 이현경. "
" 나 뭔가 잘 못 했나 봐. "
" 뭐... "
" 니 옆에서도 충분히 웃을 자신 있었는데, 막상 니 옆에 서니깐... 자신이 없어져... "
" ... 나 지금 화난다. "
" 재준아. 나 그냥 가버리면 안될까? "
" 뭐? "
" 나 다시 제자리로 돌려놔주면 안될까? "
" ... "
" 여긴 따뜻하고 편안하고 다 좋은데, 행복하지가 않어. 웃음이 나오질 않어.
그냥 내 원래 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
날 바라보는 재준이의 눈빛이 흔들린다.
단 하루만에 돌려보내달라고 떼쓰는거 무지 웃기지만...
그래도 너무 돌아가고 싶어.
인제 겨우 하루인데, 돌아가고 싶어.
" ... 못 보내... "
" ... "
" 나 지금 천수범새끼한테도, 너한테도 무척이나 나쁜 놈이라는 거 알겠는데... 나 니가 필요해. "
" ... 재준아.. "
무척이나 지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내가 필요하단 말.
진심인 거 다 알아..
... 그치만.. 돌아가고 싶은 걸 어떡해.
" ... 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
" 응? "
" 천수범한테 돌아가지 않겠다고... 지금 여기 이 자리에 계속 있어주겠다고 약속해. "
" ... "
백 밤 자면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수범이한테..
백 밤 자면 돌아가겠다고 벌써 약속 해버렸는데..
꼭, 꼭꼭, 진짜 꼭꼭, 정말 꼭꼭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 ... 재준아. "
" 약속해! "
" ... "
" 부탁이야.. 약속해 줘.. "
" ... 재준아.. "
" .................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제발 약속해 줘.. "
결국 두번째 약속을 또 해버린 나.
안?쨈募? 걸 알면서도.. 결국은 재준이의 지친 눈빛에 두번째 약속을 해버린 나.
... 수범아, 어떡하지?
나 어떡하면 좋지?
머리가 혼란스럽다.
이럴 땐 미친척 하하하- 하고 웃었었는데.
수범이와 같이 있을 땐, 미친척 하하하- 하고 세상이 떠나가라 웃었었는데.
... 지금은 눈물로 삭힌다.
그냥 내 마음 속에서 눈물로 삭혀버린다.
지친 재준이의 눈빛에... 차마 내뱉지도 못한 채 나혼자 삭혀버린다.
" 그만 가자. "
" 응.. "
뭐가 기쁜거고, 뭐가 행복한건지 모르겠다.
백 밤이 지나버리면, 난 어떻게될지...
계속 이자리에 남아있을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
또 하루가 지나버리고.
난 재준이와의 두번째 만남을 갖는다.
" .. 영화볼래? "
" 응, 그러자. "
" 좀 웃어봐라. "
" ... 응.. "
" 이렇게 ^-^ "
" ... ^-^ "
달라.
수범이 웃음은 그렇지가 않았는데.
수범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입이 찢어지도록 순수하게 웃어줬었는데.
재준인 그냥 멋있게 웃는다.
그냥 입꼬리를 올리고 멋있게 웃는다.
" .. 거봐, 웃는 게 항상 이쁜거라니깐. "
" 히- 그래. "
... 나도 모르게 수범이 말투를 따라해버렸다.
히히- 하고 약간은 바보 같은 말투.
중독성 강한 수범이만의 말투.
... 히- 벌써 그립다, 천수범.
... 바보 같이 또 생각해버렸네..
" .. 무슨 생각해? "
" 응? 아니 그냥. "
영화를 보기 위해 또 다시 어제의 그 시내를 걷고 있다.
문득 생각나는 어제의 수범이.
괜찮은 걸까...
" 현경이, 안녕- "
낯익은 목소리 하나에, 깜짝 놀라 뒤를 휙- 돌아보면..
수범이다.
수범이가 서있다.
" ... 수범아!! "
" 에이, 바보- 만나면 인사해주기로 했었잖아. 근데 왜 그렇게 놀래. "
" ... 응.. 안녕. "
" 히- 재준이도 안녕. "
" ... 어. "
수범이의 웃는 얼굴.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슬프고 지쳐보였지만,
여전히 그 아인 웃고 있다.
그 밝은 웃음도... 어쩌면 다 내 앞에서만이겠지...?
뒤에선 울면서도 내 앞에서만 웃어주는 거겠지...?
난 수범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웃음은 그대로 밝은데, 얼굴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수범이.
입술은 온통 터져 붉게 멍들어있고, 얼굴엔 작은 반창고들이 수두룩하다.
... 어제 일 때문이구나.
뭐야, 너 싸움도 잘한다면서 왜 맞았어.
... 나랑 인제 헤어졌으니깐 다시 싸울 수도 있었잖아.
근데 왜 이렇게 될때까지 맞았어.
난 모른척 물어보았다.
" .. 수범아, 근데 얼굴 왜그래? "
" 히- 이거 친구랑 싸운거. "
... 싸운 게 아니라, 혼자 다 맞은 거잖아.
" ... 친구랑 싸웠어? "
" 응. 정민이가 자꾸만 자기가 나보다 더 잘생겼다잖아!! 그래서 내가 막 화냈어. "
" .. 정민이? "
" 응응. 그래서 정민이랑 싸우다가 이렇게 됐어. "
" ... 너 못 싸우잖아. "
" 응응. 그래서 난 맞기만 했어- 그치만 괜찮아. 친구끼린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래. "
.. 너 완전 바보구나.
나 다 알고 있는데-
내 앞에만 서면 넌 밝아지는 구나.
그냥 한없이 바보가 되어버리는구나.
.... 가슴아프게도, 내 앞에서만...
" 그만 가자, 이현경. "
" 응... "
" 히- 재준아, 잘가! 현경이도 잘갔다와! "
" 응. "
... 재준이에겐 '잘가'
내겐 '잘갔다와'
다시 돌아와달란 말이겠지?
그런거지..?
가슴이 아프다.
그냥 이 아이만 보면 눈물이 쏟아져버릴 것 같다.
그 후로 난 일주일이 넘도록 수범이와 마주칠 수 없었다.
... 그리고 한 달이 흘렀을 때.
난 술에 잔뜩 취해 베시시- 웃고 있는 수범이를 만날 수 있었다.
" 현경이 안녕- "
" ... 천수범, 왜 이렇게 마셨어. "
" 인사해줘야지! "
" ...응? "
"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인사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
" .. 응, 안녕. "
" 히- 반가워, 현경아. "
" 천수범... 술 먹지마.. 너 원래 이런 거 안 먹잖어.. "
" 응응. 안먹어. 안먹어. "
" 그래... 나 갈게. "
" 응응. 잘갔다와- "
또다시 '잘갔다와'라는 끝인사.
...
수범이와의 짧은 마주침은 항상 날 울게 만들었다.
그냥 생각만 하면 슬퍼지는 아이...
난 그날 밤, 베개 위에 또 한번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말았다.
어떡하지.
너만 보면 이렇게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데.
어떡하지, 수범아..
한 달만의 그 짧은 마주침을 끝으로..
난 더이상 수범일 만날 수가 없었다.
단 하나의 연락도.
.. 그리고 내가 돌아가겠다던 그 백 밤이 되던 날.
난 안절부절한 채 재준이와 또 다시 그 시내에 들어서고 말았다.
" 너 왜 그렇게 안절부절해해? "
" 어? 아니, 그냥.. "
" 뭐야, 사람 불안하게. "
" 암것도 아냐. "
오늘이 그날인데.
백 밤 지난 그 날인데.
꼭, 꼭꼭, 진짜 꼭꼭, 정말 꼭꼭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그 날인데.
난 ...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어디선가.. 수범이 나 기다리고 있을 텐데..
백 밤 다 지났다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심장이 쿵쾅쿵쾅 거린다.
재준이의 손에 이끌려 지친 발걸음을 힘겹게 떼어놓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끈다.
" ... 정민이...? "
" 따라와, 이현경. "
" 박정민, 너 뭐야. "
" 강재준. 오늘 딱 하루만 현경이 빌려가자. "
" 싫어. "
" 나쁜 놈.. 너같은 것도 친구라고.. "
" 뭐? "
" 이현경, 가자. "
" ... 어디 가는데.. "
" 씨발, 수범이 보러 가자고!! "
" 가지마, 이현경. "
" ... "
" 강재준, 오늘 딱 하루만 빌려가자고!!!!!!! 천수범 마지막으로 웃게 해주자고!!!!!!!! "
" ... 정민아, 무슨 말이야.. "
" 오늘이 수범이 마지막이야. 그래서 꼭 니가 필요해. "
" .. 응? "
" 씨발... 오늘이 천수범 마지막 날이라고!!! "
맥없이 잡고 있던 내손을 탁 놔버리는 재준이..
그리고 여전히 화난 눈빛으로 날 노려보는 정민이..
... 수범이의 마지막 날..?
" ... 재준아.. 나 갔다올게. "
" ... "
" 미안, 재준아. 미안. 나 금방 갔다올게! "
시내 한가운데 멈춰 선 재준이를 뒤로 한채,
난 정민이에게 손목을 잡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냥 뭔가 좋지 않은 예감에, 재준이를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 마지막 날의 뜻이 뭘까..
정민이의 손에 이끌려 힘겹게 달려와 멈춘 곳.
... 새하얀 건물 하나.
... 병원...?
" ... 정민아, 수범이 여기 안에 있어? "
" 어. "
" ... 어디 아파? "
" 아니. "
" 근데 왜 여기로 왔어? "
" ... 아프진 않은데, 자. "
" 응? "
" 아픈덴 하나도 없는 새끼가, 자꾸만 잠잘라 그런다고. "
" ... 무슨 말이야.. "
" 영원히 잠잘라그런다고!!!!!!!!! "
멍하다-
그냥 멍하다-
말도 안돼죠..
수범이 죽는 다는 거 말도 안돼죠..
" ... 빨리 가자, 정민아!! 수범이한테 빨리 가자!! "
" ... ... 너 돌아온 걸로 해. 지금 가서 그 새끼 잠들기 전에 너 돌아온 걸로 하라고. "
" 응.. "
난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병실 문앞에 우뚝 섰다.
문패에 걸려져 있는 이름 하나.
천 수 범.
그리고 그 옆에 붙어있는 분홍 명찰. ' 수범♡현경 '
하하... 나 기다린 거구나.
그것도 하필이면 이런 병원에서 나 기다린 거구나.
" ... 들어가 봐. "
" 응.. "
" 가서 얘기해줘. 너 진짜 돌아온거라고. "
" 응.. "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 새하얀 벽지에, 새하얀 침대, 새하얀 이불... 마지막으로 새하얗게 변해버린 수범이.
... 바보야, 보고 싶었어.
" ... ... 천수범. "
" ... ... 현경이.. 안...녕.. "
" 미안해... 수범아, 내가 정말 많이 미안해. "
" ... 돌.. 아.. 와.. 줬.. 구.. 나.. "
" 응.. "
" 꼭.. 꼭꼭.. 진짜 꼭꼭.. 정말 꼭꼭... 돌아..와..준..단.. 약속... 지..켜줬...구..나.... 히- "
" ... 근데 넌 왜 약속 안지키고 울어... 지금 왜 울고 있어... "
너랑 나 둘 다 약속 못지켰네..
난 꼭 돌아와준단 약속 제대로 못지켰고...
넌 울지 않겠다는 약속 못지켰네..
" ... 현..경..이... 나 보.....고 싶..었....어.. ? "
" 응.. "
" 나도.. 현경이... 많...이 많..이 보..........고 .........싶....었다... "
" 바보야, 근데 왜 아파. 어디가 아픈데 여기 이렇게 누워있어!!! "
" ... 나... 안...아파... 그냥.....졸...린...거...야... "
조용히 병실을 나가는 정민이.
수범이가 보지 못하도록 뒤돌아서서 소매로 눈물을 닦아낸다.
" ... 수범아... 인제 자지마.. "
" ...응 "
" 너 인제... 백 밤 다 잤으니깐, 더 이상은 자지 말라고.. "
" .. 응... 근데 나... 졸...리...다... 그래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ㄴ...다... "
" 자지마, 천수범!!!! 이제 자지마!!! "
" 히... 나... 너...무...조...ㄹ...리...ㄷ... "
" 수범아.. 내가 미안해.. 그니깐 자지마.. 응? "
" 히이... "
말없이 웃어준다.
힘겹게 하얗게 변해버린 입술을 움직여 웃어준다.
여전한 그 웃음을.
" ... 바보야. 자꾸 그렇게 잘라 그러지 말고 나 왔으니깐, 나가서 놀자. "
" .... 응... "
" ... 지금 자면, 나랑 못 놀잖아. 그니깐 자지 마. 아무리 졸음이 와도 눈 뜨고 있어야돼. "
" ...으...응.. "
" 약속해줘. 꼭, 꼭꼭, 진짜 꼭꼭, 정말 꼭꼭 자지 않겠다고!! 지금 잠들지 않겠다고!! "
" ..... ......... 으..... 응... "
가슴이 아픕니다.
백 밤 지나고, 거짓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아왔는데...
너무나 힘겨워 하는 수범이의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은데.
정말 말도 안돼죠.
사람 목숨 이렇게 쉽게 죽는 거 아닌데..
왜 하필 수범이인지..
정말 말도 안돼죠.
" .... .... 현경이.... 안녕... "
" 응? "
" .... .... 현경이... 잘....갔....다.....와... "
" ...응? "
" ... 히... 인젠... 이..런..말 안..해도 되겠..다... 그치.. "
" 그래. 나 지금 니 옆에 있잖아. "
" ... 하나...만... 더 부...탁...할래... "
" 무슨 부탁.. "
" .... .... 나... 잠들라... 그러면.... ..... "
" ... 바보야, 그런 말 하지마. 나 정말 화낼꺼야. "
" ... 잘...자... 수범아... 이렇게 말..해...줘.... "
수범이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전 헤어지던 날 그랬던 것처럼, 슬픈 얼굴로 그 눈물을 닦아 줍니다.
....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 되겠죠.
이렇게 눈물 닦아 줄 수 있는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겠죠.
... 스르르 눈을 감는 수범이...
" 천수범... 자지마!! 눈 감지마.... 나랑 놀자, 수범아...응? "
... 근데... 대답이 없습니다.
내 귀엔 더 이상 수범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습니다.
그냥 커다란 기계의 단음소리 하나만 삐---- 하고 울려댑니다.
내 귀가 이상한거겠죠?
내 귀가 멀어버린거겠죠?
수범이 이렇게 멀쩡히 내 눈앞에 있는데,
...
내 귀가 멀어버린 거겠죠?
수범이 지금 나한테 조잘조잘 떠들어대고 있는데, 그 목소리가 안들리는 건..
내 귀가 멀어버리고, 내 눈이 멀어버린거겠죠?
" ... 수범아... 나 귀가 안들려. 나 눈도 안보여... 너지금 내 앞에서 웃으며 떠들고 있지?
응? 그런거지? 나 눈이랑 귀가 이상해졌나 봐...
왜 눈감은 니모습만 보이고, 니 예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걸까... "
정말 내 눈과 내 귀가 멀어버린거겠죠.
... 그리고 난 고개숙여 속삭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바보인 수범이에게.
그가 부탁한 말을 속삭여줍니다.
... 아니, 조금은 다르게.
" ... .... 수범아... 잘자고 일어나. "
수범이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잘자' 라는 말 대신에 '잘자고 일어나' 라는 말을 합니다.
다시 되돌아오라고.
낮잠 금방 자고 빨리 일어나라고.
... 정말 말도 안돼죠..
수범이 잠자고 일어나기 전까지,
전 제 눈과 제 귀를 의심합니다.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수범아, 빨리 일어나야돼......!!!
나 기다릴게.
... 난 백 밤 넘도록 기다려줄테니깐, 빨리 일어나야돼!! 히히히.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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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와아 -0-
또 한 편을 다썼습니다.
새벽 세시 십분... ㅜㅜ
제 정성을 위해서라도 지루하시더라도 꼭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라며 ㅜㅜ
더욱더 노력하는 외계인이 되겠습니다!
◆번외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아ㅠㅠ 내용이 이상해져서요ㅠㅠ 이상하게 써지질않숩니다ㅠㅠ엉엉엉
ㅜㅜ저 한번 또 읽어밨어요 읽어도 읽어도 너무 슬프네요..외계인님이 번외안쓰신다는건 아는데요 ㅜㅜ그래도 이번만큼은 제발 써주세요 ㅜㅜ이렇게 부탁드릴께요
◆엉엉 다른 소설엔 대부분 번외를 꼭 붙여썼지만ㅠㅠ 이번 소설은 정말 번외가 잘 안써지네요 죄송해요ㅠㅠ
ㅜㅜ저 한번 또 읽어밨어요 읽어도 읽어도 너무 슬프네요..외계인님이 번외안쓰신다는건 아는데요 ㅜㅜ그래도 이번만큼은 제발 써주세요 ㅜㅜ이렇게 부탁드릴께요
◆저 드디어 번외썼습니다... 그것도 완벽한 해피엔딩에 코믹물로!! 하하하하-_- 꼭 읽어주셔야합니다..ㅜㅜ
너무 감동적이에요..슬픕니다....
◆와아 감동적이라고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하하 꼬릿말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꼬릿말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우시기까지ㅠㅠ
진짜 슬퍼요 ,,, 진짜 누물 이 막 나는걸요 ㅋㅋㅋ 정말 감동이에요 ㅋ
◆정말요ㅠㅠ?? 꼬릿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엉엉엉ㅠㅠ
너무 슬프다 ,절 울리시는 군요 -0ㅠ 정말 감동받았어요 ^^
◆와 비밀많은 소녀님 감동받았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정말 감사드려요!
너무너무 슬퍼요 ㅠㅠ 감동이에여~> < 전 이제 번외 읽으러 ~
◆와아 꼬릿말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ㅜㅜ너무슬퍼요~ 눈물이 뚝뚝 후르넹~ 흑흑 ㅜㅜ
◆와아 꼬릿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ㅠㅠ 눈물까지 흘려주셔서 ㅠㅠ
역시외계인님이세요ㅠㅠ.........인소닷에 외계인님소설보러 들어온다는.....눈물흘렷어요ㅠ.ㅠ수범이너무불쌍해ㅠㅠ.......
◆와아 정말요? 저 기억해주시는건가요? ㅠㅠ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ㅠㅠ
아아..인소닷카폐에서 님소설이 인소닷에서 제일처음보는 소설이 이소설이었는데..너무 감동적이에요 ㅠ ㅠ... 외계인님 정말 잘 쓰세요!!
◆와 정말요...?? 이거 정말 영광이군요 ㅠㅠ 인소닷에 좋은 소설 정말 많답니닷!! ㅡ,.ㅡ 하하 꼬릿말 너무 감사드려요ㅠㅠ
여기 역시 꼬릿말 투성이....ㅜ ㅠ 이거 보고 우렀어요..흐앙~~
◆와아 귀여븐희야님 꼬릿말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린답니다 엉엉엉ㅠㅠ
정말 울고싶을땐 외계인님 소설읽으면 대성통곡을 해요 ㅜㅜ
◆와아 정말요ㅠㅠ??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엉엉엉ㅠㅠ
진짜 슬퍼요ㅜㅜ저 울었어여ㅜㅜ근데 수범인가?그사람 병에걸린거예요?
◆와아 울어주시기까지 해주셨군요ㅠㅠ 네에 병에 걸렸답니다=_= 허허허
정말절 눈물나게만드시는군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