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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칼럼] 헌재는 어떻게 추락했는가, 낱낱이 짚어보는 불신 포인트
염돈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의 신뢰성 문제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법치의 보루, 헌법의 최후 해석자인 헌법재판소가 정치 불안과 국민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신뢰 받는 국가기관으로 평가 받아온 헌법재판소이기 때문에 이같은 현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게다가 헌재의 신뢰성 위기는 앞으로 오랫동안 정치 불안과 국민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신뢰성 위기는 헌재가 자초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나씩 따져 보자.
1회 3시간 변론으로 끝낼 수 있는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심리를 60여 일 지연시키는 등 13건 탄핵소추의 늑장 심판으로 국정마비를 초래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핵심인 내란죄를 뺀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하지 않았다.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에 앞서 마은혁 후보 임명 관련 심리를 먼저 추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 특히 탄핵 근거가 없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4:4로 갈려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을 생생히 보여줬다.
탄핵심판 과정의 불법성·불공정성·무원칙성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①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마은혁 임명 권한쟁의 청구를 기각하지 않았고, ②당사자가 인정하지 않은 검찰 진술조서를 불법적으로 증거로 채택했고, ③헌재법 32조에 재판·수사 중인 사건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없도록 돼 있으나 검찰에 윤 대통령 사건기록 송부를 요구했고, ④한덕수 증인 신청 기각 후 3일 만에 번복하고 마은혁 임명권한 쟁의 선고를 2시간 전에 연기하는 등 갈팡질팡 심리를 하고 있고, ⑤국회 측에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제외토록 권고했다는 등의 ‘짬짜미 의혹’까지 받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방어권 제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헌재는 박근혜 탄핵 때 17회였던 변론기일을 11회로 제한했다. 또 관례를 어기고 피청구인 측과 협의 없이 공판기일을 일방적으로 지정했으며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34명 중 11명만 채택했다. 윤 대통령 측에 반대신문에서 질문할 내용을 하루 전에 제출토록 요구하고 증인 신문 시간을 15∼30분으로 제한했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3분만 추가 시간을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거부해 대통령의 방어권을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90% 이상 돼야 정상인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헌재를 불신한다는 국민이 40%에 달하고 있다. 사법부의 존립 기반인 신뢰와 권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헌재의 신뢰성 상실 원인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직접적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유죄 확정 이전에 대선을 치르려는 민주당의 책략과 일부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이 원인이라 볼 수 있다.
둘째, 제도적 문제점이다. 임명직인 헌법재판관 7인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할 수 있어, 탄핵 제도가 정치투쟁과 국정마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또 헌재 판결이 최종심이어서 오류 교정이 어렵다.
셋째, 박근혜 탄핵 시 전문(傳聞)의 증거 채택, 태블릿 PC 소유주 등이 논란 대상이 됐다. 그러나 헌재 심판 이후 이에 대한 검증과 논의가 없었던 것이 일부 헌법재판관의 오만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을 가능성도 많다.
헌법재판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직자 탄핵소추 시 직무정지가 되지 않도록 하고, 탄핵소추 요건을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헌재의 중요 심판에 대해서는 사후에 법적 타당성, 절차적 정당성 및 공정성에 대한 법률적 학술적 검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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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돈재 前 국정원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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