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듯해서 제가 아는 대로 몇 자 적어 볼까 합니다. 직접 사업을 해본 적은 없으나 비슷한 일을 종업원으로서 경험한 바 있고, 온테리오에서 이 비즈니스를 5년 이상 하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어서 들려 드리고 싶은 말이 조금 있네요.
클리닝은 우선 두 말 할 것 없이 노가다지요. 그러나 일의 속도와 시간 제약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캐네디언 회사 월급장이로서의 노동과 다르고, 그러므로 더 쉬운 노가다라고 하겠습니다. 케네디언 회사, 즉 공장이나 웨얼하우스, 코스코나 수퍼스토어 같은 대형 리테일 스토어에 취직하면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무거운 물건 드는 게 포함된 일을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생각이 많은 사무직 출신들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이같은 단순 반복 작업, 그것도 매우 신속하게 많은 양을, 수퍼바이서의 눈길을 간간이 받으며 정해진 시간 안에 해치우는 걸 잘하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운동도 되고 내가 이런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긍심도 있어서 그런 대로 해나가지만 달이 가고 해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싫어지지요. 게다가 여기도 회사는 회사라 상사, 동료 간에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고요.
반면에 청소는 혼자서 자유롭게 일하고, 무거운 것 드는 일이 많지 않고, 익숙해진 다음이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천천히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요. 저녁 6시쯤에 시작해서 다음 날 아침 6시쯤까지만 마치면 되니까요. 주말엔 쉴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고요. 권리금 같은 게 없어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지 않고, 렌트 유틸리티 등 단위가 큰 고정비용이 없다는 점 역시 돈 많이 들고 오지 않은 이민자들에게는 솔깃한 비즈니스...
단점이라면 다른 단순 노동과 마찬가지로 일이 재미없다는 거지요. 쉽게 지겨워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민 와서 편하고 재미 있는 일이 뭐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상대적으로 더 그렇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게 청소인데 이 일을 생계 수단으로 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우선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밤에 일해야 한다는 것도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이 있고요. 특히 아이들이 어릴 경우 관리와 교육에 어려움이 있겠지요. 저는 나이트 쉬프트 일을 오래 했었는데 오전에 집에서 쉬는 걸 즐기는 편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생활 리듬이 다른 가족과 다르고 낮에 깊은 잠을 잘 수 없기에 항상 수면 부족을 겪는 어려움이 있더군요. 밤에 하는 단순 노동은 조용히 자기 생각하고 싶은 것 생각하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면 되는 장점도 있지만 때로 무섭고, 가능성은 적더라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문제가 있고요.
청소 일은 회사 종업원 일과 달라서 하룻 밤 사이에 작업장을 여러 곳 옮겨 다녀야 하는 단점이 또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지요. 온테리오나 앨버타는 겨울이 길어서 엄동설한 심야에 청소 장비를 싣고 이 동네 저 동네로 이동하는 스트레스를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단점들을 상당 부분 없애려면 종업원을 둬서 회사화, 기업화하는 것이지요. 다른 스몰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투자비가 많지 않은 업종이나 가게는 쉽게 말해 주인 부부의 몸으로 때워서 먹고 살고, 운이 아주 나쁘지 않은 경우 약간의 저축(쓸 시간이 없어서 돈이 남기에)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이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이상이라면 권리금, 투자비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거지요.
기업화시킨 청소용역업체를 갖고 여유 있는 이민자 삶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매우 특별히 성공한 경우로서 그 비즈니스의 현재 가치가 상당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가게 손님 중에도 직원 수백 명을 두고 밴쿠버 일대에서 클리닝 비즈니스를 크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최근에 리타이어를 했어요. 5만불짜리 닷지 트럭을 현금으로 샀다고 하더군요.
주인 마음과 종업원 마음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는 법인데, 청소는 특히 밤에 혼자서 하고, 누구한테 그런 일 한다고 말하기도 뭐한 일인 데다, 경험 삼는다는 것 말고는 별 비젼이 없는 일이라 직원들이 걸핏하면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파서 안나오는 경우도 많고요. 노가다라는 게 아무나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쉽게들 그만두고 사람 구하기 어려운 줄 아니까 월급 올려 달라는 요구를 많이 하고요. 직원 때문에 속을 썩거나, 구하기 어렵거나, 그들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업종, 어중간한 규모의 가게는 회사화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래서 죽어도 우리 둘이 하자며 부부가 하게 되는데... 이런 생활이 오래 계속 되면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둘 중 최소 한 사람은 건강을 다치게 되고 24시간 부부가 함께 있다 보니 마찰도 심해지지요. 몸이 아파도 나가야 하는 게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이민자들의 비애인데 청소는 몸을 써야 하는 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힘든 사업인 거지요.
많은 종류의 노동집약적 스몰 비즈니스가 이민자들의 전유물이 되었는데 그 이유로는 저가경쟁이 큽니다. 싼 값으로 치고 들어오는 이민자들 등살에 백인들이 떠나간 거지요. 가뜩이나 라이프가 없는 일인데 돈도 별로 안되는 가게를 그 사람들이 할 이유가 없는 거지요. 현재는 같은 이민자들끼리 저가경쟁을 하는 상황이고 여기에 리테일(소매업) 분야의 경우 대기업이 가세하고 있지요. 청소 역시 경쟁이 치열한 업종 중에 하나입니다. 돈이나 전문 기술 없이 몸으로 부딛칠 수 있는 서비스업이라 더 싸게 잘해 주겠다는 사람들이 자꾸 나타나 피곤하게 하는 거지요.
청소라고 해서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영업력이 필요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꽤 요구되는 거지요.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에서 다른 청소 업자에게로 옮겨 가려고 한다든지, 분실이나 파손 같은 문제가 생겼다든지 할 때 순발력 있게 대처하려면 영어를 못해서는 안되니까요.
이상 장점보다 단점에 치우쳐 글이 써진 것 같습니다만... 캐나다에서 이민자들이 가질 수 있는 월급쟁이 일이나 자영업 가운데 쉽고, 편하고, 돈 많이 버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군요. 따라서 자기가 처한 상황, 조건에 가장 맞는 하나를 골라서 거기에 눈높이를 맞추고 만족하며 계속하거나 새롭고 조건이 더 나은 일로 나중에 바꾸는 것이 차선의 이민자 삶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이민 생활을 다시 한다면 잡념, 고민 없이 공부를 비교적 오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은 다음, 전망이 확실한 전문 기술을 배우고 아내도 그렇게 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노동 일이나 스몰 비즈니스는 당장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고 오래 계속하기 힘드니까요. 물론 사람에 따라, 일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민 선배들이 보편적으로 내린 결론, 정답이 그렇습니다. 저 또한 1년 코스 학교도 다녀 보았고, 케네디언 회사에서 풀 타임, 파트 타임 쟙을 너댓 곳 가져 보았으며, 현재 스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 자신있게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이고요.
전문직 쟙을 부부 모두, 또는 둘 중 한 사람은 전문직에 다른 한 사람은 그보다는 못하지만 노동이 아닌 괜찮은 쟙을 갖는 경우가 이민자로서는 최상급인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영어가 일단 중요한데... 굉장히 잘해야 합니다. 학교 다니는 데는 영어를 좀 잘하고 좋아하는 정도면 되지요. 직장을 잡고, 백인들 또는 그에 준하는 능력의 이민자 사원들 사이에서 정착이 가능한 영어 수준은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제가 제일 불쌍하게 여기는 직업이 전화 또는 방문 세일즈인데 이것마저도 영어 못하면 안되잖아요. 뭐 전문직에 따라서는 영어가 아주 유창하지 않아도 되는 종류가 있긴 하겠습니다마는...
그래서 저는 솔직히 다시 이민을 온다고 해도 좋은 전문직 얻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냥 그 아래 수준의 쟙을 얻고, 제 아내는 그 아래 아래 가는 정도의 일을 하여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시간 여유 있고, 운동 여행 사교 같은 생활을 비교적 충분히 하는, 이민자로서 최상은 아니어도 차상은 되는 삶을 영위하고 싶지요. 일의 가치와 보람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야 할 것이고요.
취업, 비즈니스 얘기를 종합적으로 조금씩 다 하려다 보니 두서가 없고 방향이 분명하지 않았네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때 얘기 더 하도록 하지요.
첫댓글 내용잇는 글 감사합니다..역시..경험에서 우러난 글이기에 무게가 잇군요..ㅎㅎ..글 좀 자주 올려주시 길...부탁합니다..
^^* 글 감사합니다.
이민희망자들에게 참고가 될만한 "산 경험"의 이야기로 느낍니다.^^*
맞는 내용입니다. 대학 다닐때 저희 건물 청소하는 아저씨랑 친했는데, 그 아저씨는 항상 웃는얼굴로 언제나 즐거워보여서 (학교 건물에 부인도 데리고오고, 아기도 데리고오고..등등) 남편에게 청소부가 되고싶다 말했더니, 남편 가족중에 한명이 병원이랑 학교에서 청소일을 하셨는데, 그일하다가 병을 얻어서 지금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분이 계시다며, 청소일을 아무나 하냐며, 저는 못할것이라고 딱 잡아 때더군요.
세상에 쉬운 일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은.... 또한 영어의 중요성... 다시 한번 느껴지는데... 십 몇년 쉬다가 다시 하려니... 그나마 아직 아이들 키우느라 일은 안하지만 앞으로 하려면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