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과 관련하여 두번째로 널리 알려진 판결은 1982년에 선고된 Beshada v. Johns-Manville Prods.(447 A.2d 539, 1982)사건이다. 이 사건은 과실책임이론이 아닌 엄격책임(Strict Liability) 이론하에서는 피고 제조회사가 비록 석면의 위험성에 대하여 알 수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와 같은 위험을 경고하지 않은 것을 경고결함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이른바 과학·기술수준항변(state-of-the-art defense)을 배척하였다.
이 판결은 발견할수 없었던 위험에 대하여 경고하지 않은 것을 경고결함으로 보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하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 후에 다른 소송에서 석면제조회사들이 석면의 위험성에 대하여 이를 이미 알고 있었고 나아가 이와 같은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들을 취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와 같은 비판이 사실상 수그러들게 되었고, 다만 그후 의약품의 경우에는 Beshada판결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를 확인하는 판결이 내려졌다(Feldman v. Lederle Laboratories, 479 A.2d 374, 1984) 이와 관련하여 유의할 사항은 우리나라 제조물책임법 제4조 2항은 제조물계속감시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제조업자가 제조물을 판매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제조물의 위험에 대하여 연구하고 위험이 발견된 때에는 이에 상응하는 설계변경, 추가경고, 리콜 또는 판매중단의 조치를 취해야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자들은 제조물판매후에 제품의 위험이나 부작용에 대해 나몰라라 할 수 없으며 계속적으로 제품의 위험에 대하여 연구분석하고 발견된 위험을 감소시키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석면소송과 관련해서 세 번째로 중요한 판결은 얼마전에 선고된 Norfolk & Western Railway Co. v. Ayers 판결인데, 이 판결은 석면으로 인하여 석면침착증(Asbestosis)을 앓고 있는 회사 직원들이 향후 폐암이 발병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증가된 것과 관련하여 고통받는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이 판결은 현재 발생하지 않은 폐암에 대하여 단순히 폐암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근거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이었다. 피고측에서 미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여 미 연방대법원이 이점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판결을 할 예정으로 있는데, 현재 발생하지 않은 질병에 대하여도 단순히 발생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근거로 해서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최종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석면소송은 여태까지 미국 소송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소송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말까지 60만명이 석면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까지 계속해서 소송제기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피고로 지목된 회사가 6000개가 넘었으며, 이중 1980년대에 16개, 1990년대에 18개,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Owens-Corning Fiberglass, W.R.Grace 등 22개의 회사가 파산 또는 회사정리절차를 신청했다.
근래에는 자동차회사, 석유회사, 보일러제조회사, 전자제품회사등 석면을 부품으로 사용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석면이 공기중에 날아다니는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도록 한 회사들에 대하여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미화 540억불이 석면소송관련비용으로 지급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2650억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면소송으로 인하여 파산한 회사중 대표적 회사는 Johns Manville사인데 이 회사는 1982년 회사정리 절차를 신청하고 1986년에는 석면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신탁기금(Manville Personal Injury Settlement Trust)을 설립하여 석면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1991년 1월까지 Manville Trust는 무려 17만건의 손해배상청구를 접수, 기금이 바닥나게 되어 파산법원에 배상계획안의 수정을 요청하였고 1995년에 원래 손해배상지급액의 10%만을 지급하도록 수정되었으나 다시 2000년에 들어서 손해배상청구가 급증함에 따라 2001년 7월에는 손해배상액의 5%만 지급하겠다고 신탁기금관리책임자가 공표하였다.
석면소송은 엄청난 손해배상청구 건수와 규모 때문에 연방집단소송제도를 활용하여 모든 손해배상청구를 일거에 해결하는 Global Settlement를 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는데, 미연방 대법원이 1999년 6월에 Borel 소송으로 유명한 Fibreboard사가 추진한 Global Settlement안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Global Settlement로 일거에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연방대법원 7:2의 판결에서 Firreboard사가 손해배상청구를 충족시키는 재원으로 회사자산을 너무 적게 내 놓았고, 집단소송 참여자들중에 상호이해가 상충되는 소규모 집단은 각각 독자적인 변호사를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서 Global Settlement를 파기하였다(Ortiz et al. v. Fibreboard Corp. et al.) 이 판결이후 석면소송이 회사정리절차 또는 파산절차에서 집단으로 해결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처리되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석면소송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2002년 10월 일본 요코하마지방법원이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미해군 함정에서 작업한 일본인 근로자 17명에 대하여 약 20억원 상당의 승소판결을 내린 사실이다.
석면은 미해군함정의 스팀파이프의 단열재로 사용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일본인 근로자들이 폐암, 진폐증에 걸렸다는 사실이 일본에서도 인정되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 이어 석면소송이 제기되고 판결이 선고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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