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케이프'는 시간여행을 다룬 이야기 치고는 상당히 하드한 내용의 sf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98 년의 지구는 인구폭발, 자원고갈, 식량난, 환경오염 등등에 시달리는 절망적인 세계입니다.(소설이 나온게 1980년이니까 1998년은 그 당시에는 꽤 먼 미래라고 볼 수 있겠네요) 거기에 브라질에서 시작된 해양오염과 이로인한 생태계 파괴는 전 지구적 대재앙을 초래할 일촉직발의 위기 상황을 몰고 옵니다.
이 상황에서 과학자 랜플루와 매컴은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되고 지구에 닥친 재앙을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과거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게 되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빛보다 더 빠르다는 입자 타키온입니다. 타키온은 이론상으로는 그 존재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만 실재 존재 여부는 입증되지 않은 가상의 입자인데 소설에서는 1998년 타키온이 발견되어 과거로 메시지를 전송하는데 이용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1963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젊은 과학자 고든 번스타인입니다. 과거와 미래의 교신이라는 소재는 '동감'이나 '프리퀀시'같은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이 소설에서 그와 같은 내용의 교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을 매개하는 것은 미래에서 전해진 수수께끼같은 암호에 불과하고 고든이 이 암호가 미래에서 전해진 메시지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입니다.
랜프루는 과거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의도한대로 미래를 변화시킬수 있을까요? 만약 미래에서 온 경고를 통해 역사가 바뀌게 된다면 패러독스가 발생하게 되죠. 미래로부터 온 경고의 메시지를 통해 인류멸망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재앙을 예방했다면 애초에 그러한 메시지를 보내게 한 재앙은 어디서 온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게 되기 때문이죠. 소설은 평행 우주 이론을 통해 이러한 패러독스를 극복합니다. 1998년 과거로 메시지를 보낸 랜플루는 결국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할 운명을 맞고 매컴은 비행기 사고로 죽고 맙니다. 그러나 그가 보낸 메시지를 통해 역사는 바뀌게 되고 재앙이 발생하지 않은 또다른 평행우주 속에 또다른 랜플루와 매컴이 존재하는 것이죠.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고든은 아직 젊은 시절의 매컴과 스쳐지나듯 만나게 되고 이것이 이 소설에서 과거와 미래가 접촉하는 유일한 장면으로 남게 됩니다.
이 소설은 종래의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과는 다르게 '시간'그 차체가 무엇인지 하는 상당히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landscape를 연상시키는 timescape라는 제목도 종래 시간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라는 관점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이 소설에서 또 한가지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소재는 과학자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물리학자 출신인 그래고리 벤포드는 1963년과 1998년 미국과 영국이라는 두 시간과 공간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의 생활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노벨상을 수상한 많은 유명 과학자들이 소설 속에 등장합니다. 이러한 점도 이 소설이 1980년 네뷸러상을 수상하는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