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세 내기가 어려워 진 것은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부터다.
3년 전 믿고 섰던 빚보증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소득 때문에 아이들 유치원비는 다행히 내지 않는다.
갑작스런 빚더미는 아내 나탈리아도 변하게 했다.
8년 전 한국에 와 남편덕분에 큰 고생 없이 살았지만
나탈리아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안다.
8년 전, 첫 눈에 반해 나탈리아를 일 년 동안 쫒아 다녔던 아빠는
결혼 후 제일 먼저 러시아에 있는 나탈리아의 딸 아영이를 한국에 데려왔다.
그리고 두 아이를 낳았다.
아빠는 일이 없을 때는 꼭 인력시장으로 나선다.
일이 없을 때 가끔 나오는 아빠보다는
아무래도 매일 나오는 사람이 우선 순위다.
며칠째 집에 생활비를 한 푼도 주지 못했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일.
말은 했지만 이미 생활비는 바닥이 났다.
지난해 가을 군산으로 이사 온 아영이는 아직 새 친구가 없다.
건너편 장항으로 가야 친구들이 있다.
아빠가 빈 집을 장항에서 찾아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력사무소에서 일을 받았다.
나탈리아는 욕실 하수구와 씨름중이다.
오래된 중고세탁기는 오늘도 말썽이다.
살림살이가 모조리 5년 이상 된 중고뿐이다.
일당 6만원 오랜만에 돈이 생겼다.
며칠 후 아빠는 또 다른 빈 집을 찾았다.
어려운 형편에도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해준 아빠를 위해
봉사단체에서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찾아 준 집이다.
아빠는 틈나는 데로 이곳에 들러 단장할 생각이다.
그리고 집이 말끔해 지는 날 식구들에게 이곳을 보여줄 것이다.
오늘은 가불을 제외 한 돈을 받는 날.
부부는 벼르고 벼르던 김치를 담궜다.
유난히 김치를 좋아 하는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나탈리아는 김치박사가 다됐다.
살짝 귀띔만 했는데 그때부터 아연이가 성화라 할 수 없이 데려왔다.
- 현장 르뽀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