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다방에서 그런 거 보고 싶으면 직접 가서 허먼 될 거 아니오? 여기서 찾지 말고”
“아니 내 말은 전에 마담은 같이도 보는데 머”
“그럼 전에 마담한테 가면 되지-이”
“여기가 차 마시는 곳이지 비디오방이간?”
옆에 사람들로 부터 퉁산이를 먹으면서도 야한 비디오테이프만을 찾는 이가 있다. 그야말로 벌건 대 낮 아무리 다방이기로…….
사람치고 늑늑한 것은 맨 입으로 화학조미료 먹기보다 더 괴롭다. 음식을 만들 때에 첨가하는 조미료로는 참기름도 있고 깨소금이나 식초를 첨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요.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설탕을 넣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슈거 감미료를 넣는 사람 아니면 자연 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음식의 조미료는 적당히 넣었을 때 제 맛이 나지만 정도가 넘으면 비릿하고 느끼하거나 심하면 역겨워 식욕을 버리게 한다는 걸 모르는 이가 있겠는가?
팥죽에는 소금과 단 것만 넣으면 제 맛이지만 미원을 넣거나 소금을 넣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억지로 먹이려해도 마다 할 것이요. 적당한 간에 단맛이 있다면 수저를 뺏는다 해도 매달려 먹겠다. 하리라. 싱싱한 횟감을 식초를 빼고 고추장에 그냥 찍어 먹는다면 누가 맛나다고 할 것인가?
조미료 미원이 처음 나왔을 적 순덕의 큰어머니께서는 뱀 가루라 해서 며느리가 몰래, 살짝, 눈곱만큼 음식에 넣었다 해도 귀신처럼 아시고는 불호령을 내리셨다. 큰어머니의 며느리 즉 순덕의 사촌 올케 언니는 시어머니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면서도 외며느리 구박하시는 시어머니 흉을 보지 않으시던 지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보처럼 순진한 올케였다.
그녀가 아주 어렸을 적 사촌 올캐를 들들 볶아대는 큰댁에 다니러 가면 사촌 올케는 순덕을 아기씨라 불렀다. 순덕이 큰댁이 있는 지금의 익산시 석탄동 지금은 잊혀 가는 이름 이띠기에 가는 때는 해년에 두어 차례 순덕이 돈 벌러 서울로 가지전까지 연례행사처럼 이띠기를 다녀오곤 했는데…….
순덕이 지금에야 고백 하는 말이지만 그 순진하고 바보처럼 죽어라고 일만하시던 올케는 엄초 시하에서도 그 당시 전염병처럼 번지던 미원의 맛을 시어머니 즉 순덕의 큰어머니의 입맛에 조금씩 본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김치를 버무릴 때나 국을 끓일 때 몰래 몰래 넣어서 음식을 조리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 무섭던, 아니 사촌 올케에게만 무섬을 주시던 큰어머니는 진토가 되신지 오래이건만 진저리를 치시며 일본 놈들은 뱀 먹고 산다는데 그걸 우리까지 먹고 사냐며 속이 늑늑하다던 말씀을 순덕이 요즘 기억해 낸 것은 순전히 아이엠에프라는 국가적 경제위기 내지는 구조조정에 의한 아니면 무능해서 쫓겨난 때문이다.
순덕이 어른이 되고 실제로 살림을 하면서부터는 미원과 미풍이라는 상표명으로 서로 상대방의 조미료가 더 늑늑하다거니 어쩐다느니 싸우는 틈바구니 밑에서 안 먹고는 못 배기는 이 조미료를 가계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몇 푼 덜 하는 미풍을 쓰던 때도 사실은 있었다.
그러나 미풍이 어느 날엔가 없어지고 오늘도 슈퍼마켓이나 농협 연쇄점 마트등 그 어디를 가도 버젓이 조미료의 으뜸은 미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연식이니 무공해니 조미료 사용이 줄어들면서
옛날 담백하게 깨소금에 소금 참기름만 넣어 무쳐먹던 나물을 제일로 치고 다시마며 멸치 등을 넣고 찌개용 자연 조미료를 각 가정에서 만들어 먹게 되면서 이 화학 조미료는 좀은 인기가 덜 하는 듯 했고 순덕 역시 이제는 조미료에 식상해서 언제나 적당히를 외치며 담백한 맛, 맛깔스러운 카랑카랑한 맛을 찾는 중이었다.
순덕이 늑늑한 사람을 골라 미원이라 부른 것은, 더욱 그 느끼함에 진저리를 치게 된 것은 요즘이다. 국가적인 경제위기는 하찮은 순덕에게 까지 미치지 아니 한 곳이 없었는데 갑작스런 그녀의 실직은 사람을 상대로 밥벌이를 하면서 부터이다.
직업에는 귀함과 천함이 없다지만 예부터 술장사와 물장사를 천하고 또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하대하는 것이 세상이 변했다는 오늘날에도 속내로는 적용된다는 것을 누구든 잘 알고 있는 바다. 제아무리 고상한척 해도 제아무리 유식하다 해도 어쩌랴 술장사나 물장사인 것만은 사실인 것을…….
갑작스런 참으로 얼떨결인 그녀의 직업 전환에 기절할 뻔 했던 사람들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말하기 좋기로 어떤 이는 경험삼아 하려는가? 했고 어떤 이는 그녀 본래의 끼가 있다 기질을 탓하기도 했겠지만 어디 할 일이 없어 그러한 일을 경험으로 하려 했겠는가 말이다.
밥벌이라면 무엇이든 해 야만 하는, 사지 멀쩡한 사람으로 일 없이 놀고 있대서 누군가 밥 먹여 줄 이 없는 상황인 걸 그녀가 택한 것은 어쩌면 용감한 기지였고 어렵게 내린 결단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반란이기도 했다. 뒤늦게 돈의 위력에 가위 눌려 이제라도 나서겠다는 각오쯤으로 예쁘게 보아주는 이도 생겨났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모두 순덕이 과연 견디어 낼까? 염려하고 있었다. 아님 며칠 못가 호박 같은 그녀의 체질상 큰 병이 나려니……. 걱정은 그것이었다.
그렇대서 그녀가 세상의 온갖 남자들을 처음으로 만나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 그녀는 날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하기도 했고 그녀가 알고 있는 면식만이 아닌 친분이 두터운 남자들도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 그녀가 그렇듯 제자리를 잘 지키며 반듯하게 해 낼 줄은 또 한 번 놀랄 일이 되고 있었다.
그녀의 살아온 일 년 중 365일 중에 손꼽을 정도의 몇 번 화장하는 모습은 날마다로 바뀌었고 이제는 늑늑한 음담패설에도 빙긋이 웃어주야만 하는 그런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지매 이리 앉아바 이리”
준 것 없이 밉다는 우리의 속담을 어쩌면 그리 적절하게 지어놨는고? 끈적이는 물엿 같고 담백한 맛이 아닌 미원같은 이 남자의 호의는 진저리 치게 만든다. 기름으로 말하면 참기름 같이 고소한 맛이 아닌 돼지비계 맛 같은 늑늑함이라니…….
“내 담배 어디 뒀소? 내놔”
“무슨 담배요?”
“있잖아 내 담배?”
“아저씨 담배가 어디 있었나요?”
“무슨 소리야? 지난번에 사 놔잖아?”
“그게 왜 아저씨 꺼죠? 돈을 안내셨으니까 내 꺼죠”
“무슨 소리야? 왜 담뱃값을 안줘?”
“언제 주셨어요? 찻값 그냥 두시라 했더니 담뱃값도 안주고 가신분이”
“무슨 소리야 주었을 텐데?”
“아뇨, 아저씨처럼 담배는 피우고 싶은데 돈이 없는 사람이 또 있더라고요. 그래 한 개비씩 적선하다 보니까 담배 한 갑이 다 없어 졌죠?”
“담뱃값 준거 같은데…….”
그냥 가 버리는 사람에게 야박스럽게 시리 뒤통수에 대고 왜 담뱃값 안 내느냐? 다음에 오면 달라고 해도 될 걸 굳이 말하기 무엇하여 아니꼬워도 참았더니 그 뒤에도 여러 차례 와서는 담뱃값은 주지 않고 한 개비만 피우고 보관하라 하더니 달포 만에 나타나 자기가 피우던 담배 맡겨 놓았으니 달라는 이 남자 보통 얌치가 없는 게 아니다.
인상이 천연두를 앓아 첫 눈에도 이명은 넘어 보이는 것은 오십대 이후의 나이에 든 사람만이 갖고 있는 얽어 배기라 깨끗하지 못한 것이 여간 거슬러 보이는데 행동거지조차도 흐물 흐물 마치 경칩지난 논두렁에 흔히 보이는 개구리 알 같이 볼품없고 말본새도 영 맛이 떨어지니 순덕이 그 남자를 가리켜 미원이란 별명을 붙였더니 남자들까지도 매우 적절한 별칭이라고 박장대소 한바 있다.
“거 계란 프라이 빨리 주소 나 먹고 가야해”
“조금 기다리셔야 하는데요.
“아니 나 빨리 먹고 가야헌다니까 나 먼자 줘 내가 많이 잃어줬는데 내 계란후라이 하나 못 먹어?”
“안에다 말씀하셔야죠. 방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요 돈 주는 사람한테 말해야 될 것 같은데요.”
“멀 말해? 저기 저쪽 손님도 하나 갖다 주고”
“그래도 돈 줄 사람한테 주라고 한다거나 아니면 합해서 계산하라고 신고하고 가시던가 해야지요?”
“머가 그리 말이 많아?”
“돈은 아저씨가 안 주시잖아요? 난중에 돈 주네 안주네. 그러는 건 싫거든요.”
그렇듯 따져도 기어이 계란후라이 하나를 뺏어 먹고 가야만 속이 풀리는 쪼잔 한 남자, 순덕이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계란 프라이다. 이건 아무리 기름을 적게 넣으려해도 느끼해서 입덧하는 사람마냥 그녀는 계란 프라이라면 진저리를 치곤한다.
음식의 맛을 내는 첨가제 즉 조미료는 셀 수 없이 많은데 그 중에 속을 느끼하게 만드는 식용유에 계란 프라이, 미원같은 속성을 지닌 흔해 빠진 남자들 물론 여자들도 그러한 여자가 없는 건 아닌데 조미료 같은 이 남자
어쩌다 찾아와 천 원짜리 찻값 그 누구에겐가 덮어씌우고 싶어 안달하는 눈빛의 화학조미료 미원같은 남자, 늑늑함이 그의 밑천이리라. 그렇게 그는 재물을 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