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2001년 오수진 학우께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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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법
13. 1. 부정문의 종류
부정사 '안'과 '못'
부정사 : 어떤 문장에 덧붙어 그 명제의 진위를 정반대로 바꾸는 일을 하는 요소
부정문 : 부정사가 들어있는 문장
(1)a. 수미가 책을 읽는다.
b. 수미가 책을 {안, 못} 읽는다
c. 수미가 책을 읽지 {않는다. *않다, 못한다}.
(2) a. 수미가 책을 읽니?
b. 수미가 책을 {안, 못}읽니?
c. 수미가 책을 읽지 {않니, 못하니}?
(3) a. 나는 배가 아프다.
b. 나는 배가 {안, *못}아프다
c. 나는 배가 아프지 {않다, *않는다, *못하다}
(1)-(3)의 b와 같이 긍정문의 서술어 앞에 이 '아니/안'(주로 '안'이 쓰인다)이나 '못'을 덧붙
임으로써 만든다. 다만 후술하다시피 '못'은 형용사의 부정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1)-(3)의 c와 같이 '아니/안'과 '못'이 '하다'와 어울려 된 복합어인 '아니하다/않다'와 '못하
다'가 보조용언으로서 긍정문을 부정문으로 바꾸기도 한다.
'않다'와 '못하다'의 품사는 그 앞의 본용언의 품사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된다.
단형 부정문 : '아니/안', '못'이 서술어 앞에 위치하는 방식의 부정문
장형 부정문 : '아니/안', '못'이 서술어 뒤에 위치하는 방식의 부정문
이중 부정법 : 하나의 문장에 부정법이 두 번 적용되는 것으로 의미상 긍정이지만 통사적으론
부정문이다.
(6) 철수는 군대에 안 가지 않았다.
특수부정어 '말다', '없다', '모르다' 및 '아니다'
명령문과 청유문의 부정에는 보조동사 '말-'이 쓰여 장형 부정문만으로 실현된다
(7) a.수미야, 책을 읽지 {말아라, *않아라, *못하여라}
b. 수미야, 책을 {*안, *못, *말}읽어라
'않다'나 '못하다'는 복합어로서 부정사를 포함하고 있는데 '말다'는 부정사 없이 단일어로서
그들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매우 특수한 것이다.
'없다'도 특수한 부정어다.
(9)a. 우리 집 뒤에는 솔밭이 있었다.
b. 우리 집 뒤에는 솔밭이 {없었다, *안 있었다, *있지 않았다}.
'모르다'도 '없다'와 비슷한 특수 부정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알지 못하다'가 허락된다,
(13)a. 나는 그 사람을 잘 안다.
b. 나는 그 사람을 잘 {모른다. * 안 안다, *알지 않는다. *못 안다, 알지 못한다}.
'아니다'도 특수 부정어라 할 수 있다.
'체언+이다' 구성을 '체언+이 아니다'로 바꾸는 절차를 필요로 한다.
(14)a. 영희는 회사원이다.
b. 영희는 {*안, *못}회사원이다
c. 영희는 회사원이 {아니다, *못이다}.
13.2. 부정문의 의미와 제약
'아니'부정문
국어 부정문은 부정사 '아니/안'을 취하느냐 '못'을 취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통사적인 조건도 달라진다.
(1)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다.
(2)a. 나는 오늘 학교에 가지 않는다.
b. 나는 오늘 학교에 가지 않겠다.
(1)은 단순히 비가 오지않는 상황을 중립적으로 기술할 뿐이다.
(2a)의 의미는 (1)과 같은 중립적 부정과 화자의 의도나 의지를 나타내는 부정이다
특징 : 의도나 의지의 의미를 나타낸다
(3) 영자는 시집을 안 가는거야, 못 가는 거야?
(4) 김진우 선수는 편파적인 판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합에 나가지 {않았다, *못했다}
'안'은 '알다, 깨닫다, 지각하다, 인식하다'와 같은 화자의 인지를 나타내는 동사를 부정하지
못한다.
(7) a. 나는 그런 사실을 {*안 알았다, *알지 않았다}
b. 나는 그런 사실을 {*안 깨달았다, *깨닫지 않았다}
'견디다'도 '안'을 취하지 못한다.
그러나 비슷한 의미를 가진 '참다'는 두 가지 부정이 다 가능하다.
(7)a. 어떻게 1년도 {*안 견디고, *견디지 않고 } 사표를 내?
b. 어떻게 1년도 {못 견디고,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내?
(9)A : 시집기면 무슨 일이든 우선 참아야 하느니라.
B: 난 {안 참아요, 못 참아요}.
'못' 부정문
의도는 있지만 능력이 부족하거나, 또는 타의에 의해 주제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을 나타내므
로 능력 부정, 혹은 타의 부정이라 불린다.
(1)a. 아무리 낑낑거려도 이 바위는 도저히 {못, *안}들겠다.
b. 시간이 모자라 몇 문제는 끝내 풀지 {못했다, *않았다}
'못'은 주체가 의도를 가질 수 없는 경우에도 쓰이는 수가 있다.
(2)는 능력이 없어라기보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같이 주체의 의도를 가로막는 다른 요인이 작용
한 경우
(3)은 능력이나 의도의 문제가 동식물에 대해 적용된 경우인데 동식물이 생존하거나 번식하는
자연의 법칙도 넓은 의미에서 자연의 의도라 볼 수 있음.
(2)a. 어머니는 회초리를 들었으나 차마 아이의 종아리를 때리지 못했다.
b. 선녀는 아이들 때문에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했다.
(3) a. 강물이 오염되어서 고기들이 살지 못한다.
b. 극심한 소음으로 새들이 알을 부화시키지 못한다.
c. 토양이 산성화되어서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한다.
'못'은 의도는 있지만 상황 조건이 맞지 않거나 능력이 없어서 이루어지지 않는 일에 쓰인다.
'-려고', -고자, -고 싶다'구성에서는 쓰일 수 없다.
'망하다, 잃다, 염려하다' 따위는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피하고자 하는 상황을 나타내기 때문에
'못'과 어울릴 수 없다.
(7) a. 나는 외국 여행을 {*못 가려고, *가지 못하려고} 한다.
(8) 그는 고향에 {*못 가고자, *가지 못하고자} 한다.
화자의 심리적 상태는 화자의 의도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 경우에도
'못'이 쓰이지 못한다.
그러나 '참다, 견디다'와 같이 화자의 의지로 조절이 가능한 경우는 가능하다.
'못'은 원칙적으로 형용사문에는 쓰이지 않는다.
다만 '넉넉하다, 우수하다, 크다. 좋다'와 같이 바람직한 상황을 의미하는 서술어와 함께 쓰일
때는 능력이나 상황이 기대나 기준만큼 되지 않아서 부족하거나 아쉽다는 의미로 쓰일 수가 있는
데 이때는 반드시 장형 부정문만 가능.
(13)a. 영희는 키가 {*못 작다, *작지 못하다}.
b. 글의 내용이 {*못 모호하다, *모호하지 못하다}.
'못'은 화자의 능력을 부정하는 의미에서 발전하여 완곡한 거절 또는 강한 거부와 같은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반영하는 용법으로도 쓰인다.
(15B)는 일종의 사교적 표현이다.
(15B)'는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비사교적 표현이다.
(15)A: 이번에는 갈 거지?
B :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못 가겠어요.
B' :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안 가겠어요.
'못' 부정은 그 의미상 약속의 서법과는 당연히 어울리지 못한다.
(18)a. 네가 혹시 늦더라도 화 {안, *못 } 낼게. 그 대신 꼭 와.
b. 내가 다시는 너를 {안, *못 }미워하마.
'말' 부정문
명령문이나 청유뮨 외에도 '말-' 부정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지 말기(를) 원하다, -지 말기
를!, -지 말았으면 !, -지 말면 좋겠다'와 같이 화자의 희망이나 기원을 표현하는 문장에서는 평
서문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아니' 부정은 의미가 중립적인데 비해 '말다' 부정은 주체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작용하는 부정
이다.
(19) 입학시험 날 날씨가 춥지 {말았으면, 않았으면}좋겠다.
(20) 우리의 우정이 영원히 변하지 {말기를, 않기를} !
'말다'는 연결어미 '-고'와 결합하여 특별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23)의 '말고'는 정상적인 의미로 쓰임
(24)는 '∼을 제외하고, ∼가 아니라'의 뜻으로 관용화된 '말고'로 쓰임
문맥에서의 연결어미 결합형이 문법화한 것이다.
(23) 네가 가지 말고 동생을 보내라.
(24) a. 너 말고는 내가 믿을 사람이 없다.('너를 제외하고')
b. 너 말고 동생을 보내라.('네가 아니라')
'말-'은 동사와 반복 구성을 이루어 '-든지 말든지, -다 말다, -을락 말락' 등과 같은 관용구를
만들기도 한다.
(25) 네가 오든지 말든지 상과 없다.
(26) 영희가 보일듯 말듯하게 미소를 띠었다.
13. 3. 단형 부정문과 장형 부정문
부정의 영역
부정문에서는 부정의 영역이 어디까지 미치는가에 따라 의미해석이 달라진다.
예문(1)의 구조는 (2)와 같이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중의성을 갖는다.
(1) 공짜만 좋아하지 말아라.
(2) a. [공짜만 좋아하지] 말아라. -"(공짜도 좋아하되) 다른 것도 좋아해라'
b. [공짜만] 좋아하지 말아라. -'공짜만 제외하고 다른 것은 좋아해라/공짜만 싫어해라"
그런데 이러한 중의성은 단형보다는 장형에서 더 두드러지는 면을 보인다.
(3) a. 그는 밥을 먹고 가지 않았다.
b. 그는 밥을 안 먹고 갔다.
(3)' a. 다른 사람이 밥을 먹고 갔다. -'그'를 부정
b. 그는 국수를 먹고 갔다. -'밥'을 부정
c. 그는 밥을 가지고 갔다. -'먹고'를 부정
d. 그는 밥을 먹었으나 가지 않았다. -'가지'를 부정
(3a)는 부정이 어디에 미치는가에 따라 (3)' 와 같이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그에 비해 (3b)
는 중의성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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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 손님이 다 {안, 못} 왔다.
b. 손님이 다 오지 {않았다, 못했다}
(4)' a. 손님이 전혀 안 왔다. -전체 부정
b. 손님이 일부만 왔다. -부분 부정
'다, 많은'과 같은 양화표현이 있는 경우에는 전체 부정과 부분 부정으로 의미 해석이 갈리는
데 이 특징은 장형과 단형에 다같이 적용된다. 즉 (4)는 두 가지가 다 (4)'와 같이 해석된다.
특수조사 '는'이 있을 때는 반드시 부분부정의 의미만을 갖게 되어 중의성이 해소된다.
(5) a. 손님이 다는 {안, 못} 왔다.
b. 손님이 다는 {않았다, 못했다}.
c. 손님이 다 오지는 {않았다, 못했다}.
서술어의 제약
장형보다 단형이 더 문맥에 제약을 받는다.
(6-8) 서술어가 복합어나 파생어일 때 부정문의 성립이 어렵다.
(10), (11) 제약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서, 서술어에 따라서는 단형이 허용되기도 한다.
(6) 그런 {*안 신사다운, 신사답지 않은 ; *못 신사다운, 신사답지 못한} 행동을 하고도 부끄럽
지 않니?
(7) 이 옷은 {*안 값싸다, 값싸지 않다}.
(8) 그 정보는 {*안 정확하다, 정확하지 않다; *못 정확하다, 정확하지 못하다}.
(9) 그는 성격이 {*안 너그럽다, 너그럽지 않다 ; *못 너그럽다, 너그럽지 못하다}.
(10) 나는 어제 밤을 새워 일했어도 {안 피곤하다, 피곤하지 않다}
(11) 이 벽돌은 아주 단단해서 여간해서는 {안 부스러진다, 부스러지지 않는다. : *못 부스러진
다, *부스러지지 못한다}.
한편 서술어가 부정어 '모르다, 없다'인 문장에서도 '안' 부정문이 성립하는데 이때에도 단형
은 허용되지 않는다.
(12) 민수는 그 사실을 {*안 모른다, 모르지 않는다}
(13) 민수에게도 잘못이 {*안 없다, 없지 않다}.
관용적 용법
단형 부정문 중에는 의마가 특수화되어 관용적인 의미를 갖는 예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 '되다'
만이 예외적이고 나머지는 장형 부정문으로 대치되지 못한다.
(14) a. 너정말 {못됐구나, ?되먹지 못했구나}. -'성품이 고약하다'
b. {못된, 되지 못한} 녀석. -'성품이 고약하다'
(15) a. 우리 동네에는 특별히 {못사는, *살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가난하다'
b. 아이구, 못살겠네.-'몹시 괴롭다'
(16) 어제 소개 받은 사람은 너무 {못 생겼어, *생기지 못했어}. -'용모가 추하다'
(17) 어린 동생과 싸우다니 {못난, *나지 못한} 녀석. -'어리석은'
(18) 함부로 불장난하면 {안돼, *되지 않아}. -금지
(19) 홍수 피해를 당했더니 참 {안됐다, *되지 않았다}. -'딱하다'
반대로 다음과 같은 관용어는 장형 부정문만 허용한다.
(20) 엎친 데 덮친 형편이라 {*못 죽어, 죽지 못해} 산다오.
(20)과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이 두 가지 이상이 있
을 때는 장형보다 단형의 의미를 가 더 직접적이며 , 특수화되어 관용어화하는 빈도도 높다.
(21) a. 어머니가 돼지를 먹여서 자식들 공부를 시켰다.
b. 아이구, 더워서 죽겠다.
c. 나는 갑순이만 보면 좋아 죽겠다.
(21)은 '먹이다'는 '기르다. '사육하다','죽겠다'는 '고통스럽다'와 같은 관용적 용법을 갖지
만 '먹게 하다, 죽을 것이다'에는 그러한 특수화된 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