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작년 초가을에 평창여행을 하였다. 평창여행을 하는 것은 봉평에 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봉평에 가는 것은 ‘이효석 문학관과 생가’에 간다는 것을 뜻한다. 초가을에 찾아간 봉평은 메밀꽃이 거의 지고 있었지만 가끔 메밀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영월이 김삿갓을 관광에 이용한다면 봉평은 이효석을 관광상품화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9월 중순에 효석문화제를 열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돠 주민들이 어우러지면서 축제의 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효석 생가, 이효석 문학관, 가산 공원, 이효석 문학의 숲 그리고 효석달빛언덕 등 이효석과 관련된 곳이 많이 있다. 물론 이곳은 이효석이 태어난 곳이고 그의 채취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효석의 단편소설인 ‘메밀꽃 필 무렵’을 가지고 문화상품화하고 있다. 단편소설속에 등장하는 장면이 이효석 문학의 숲에 재현되고 있고, 메밀꽃이 여름에는 봉평의 밭에서 많이 피어난다.
이 소설은 1920년대 어느 여름 낮부터 밤까지, 강원도 봉평에서 대화 장터로 가는 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장돌뱅이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떠돌이 삶이 그의 추억 이야기 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이동과 함께 절묘하게 펼쳐진다. 소설의 주된 배경인 메밀꽃 핀 달밤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아름답게 묘사되는데 그 당시의 장똘뱅이의 삶과 사랑을 엿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은 이효석문학관에서 구입했다. 나는 문학관이나 문학인의 생가를 방문하게 되면 가능하면 그의 작품집을 산다. 이 책을 산지 몇 달 되었는데 자동차 트렁크 안에 머물러있다가 다시 꺼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책은 그의 단편소설과 콩트 그리고 수필이 가득하다.
그의 단편소설 속에는 시를 읽는 듯 내용들을 많이 품고 있다. 그가 살고 있던 당시의 언어와 사투리 등이 함께하지만 설명을 겻 들여 읽는데 어려움은 없다. 그의 소설을 읽노라면 그의 해박함에 혀를 내두른다. ‘황제’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사회 그리고 나폴레옹에 관한 이야기를 엮었는데 참 그 당시에 이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작품은 재미가 있다. 그 당시만 해도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기술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효석은 거침없이 표현을 한다. 그리고 이 책안에 품고 있는 작품은 강원도 산골의 이야기도 많이 있고, 서울에 사는 서민들의 삶과 사랑이야기도 많이 가지고 있다.
소시민의 삶과 애환이 가득한 그의 작품을 일다보면 살며시 그의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이등변삼각형’과 같은 수필은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한 여관에 있는 두 여인과의 관계에서 균형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아 오히려 그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모습을 이등변삼각형을 통해서 읽을 수 있는데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
이 책에는 ‘낙엽을 태우며’라는 수필을 만나게 된다. 국어교과서에서 읽은 내용을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기 이를 데 없다. 사실 작가는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면서도 낙엽을 태우면서 만나게 되는 냄새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나도 낙엽을 태울 때 나는 냄새를 참 좋아한다. 400쪽이 넘는 책 속에 그의 단편소설과 꽁트 그리고 수필까지 읽을 수 있으니 참 행운이었다.
결핵성 뇌막념으로 35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참 안타깝기 이를게 없다. 그의 활동 시기는 1920년대 말부터 1940년대 초반으로 그의 작품은 그가 살았던 시대성을 충실히 품어내고 있다. 그의 작품을 오랜만에 읽으면서 그의 소설 속에 나타난 기교와 구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책은 ㈜새움출판사에서 ‘대한민국 스토리 DNA 020’으로 2018년 초판을 발행했고 2019년 4월 2쇄를 발행했는데 바로 이 책은 2쇄에 해당되는 책이다.
2020. 0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