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벌식 사용기를 남길까 합니다
집에 워드 프로세서가 있었고
개인 컴퓨터를 일찍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스무살 넘어서는 노트북을 포함해 항상 2대 이상의 컴퓨터를 썼고
가장 많을 때는 4대를 동시에 썼던 적도 있네요.
윈도우 도스 시절, 컴퓨터 학원에 다녀본 적이 있고
그동안 타이핑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자판 배열이 다른 종류가 있다던가..
자판을 익혀서 손가락 모두를 적절하게 사용한다던가..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때 부터인가
나름의 독수리 타법이 발전하여
키캡의 인쇄된 글씨들을 가끔. 살짝. 커닝하면 될 정도로
반암기 상태였고.
꽤 빠르게 타이핑하고 있던터라.
크게 불편함을 느낀다던가
누군가 타이핑이 느리다며 몇마디 말을 건넨다던가..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딱히 고쳐볼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완전히 체화되지 않은 타이핑은 몇가지 불편함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봐가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론 생각을 하고.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자판 위를 움직여야 한다면.
곳곳에서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일어나는 것이죠.
마치 영어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좀 더듬을 때가 많아서 상대방과의 대화가 다소 길어지는 느낌 같기도 했구요.
생활하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대부분의 키 위치들은 익숙한터라 금방 외우겠지 하는 생각에
자리 연습 프로그램으로 두벌식을 틈틈히 쳐봤습니다.
그러다가 한글 입력에는 여러가지가 있고
세벌식이 있구나...맞아..있었지...세벌식..
구글에 세벌식을 검색해보고
자판배열들을 비교해보고..
세벌식은 두벌식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찾아봤습니다.
일단,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점들에 의해서..이런 장점이 있으니..
세벌식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라는 간단한 결론은 없더군요.
또한, 세벌식 안에서도 종류가 10개쯤은 되보이구요.
저도...
어느것 하나 차분하게 생각해보느데 인색한.
'이유 모를 여유없음'으로 마음만 바쁜 요즘 사람들 중의 한 명인가 봅니다.
기왕 자판을 정석으로(열 손가락 모두 활용하는) 익히는 김에
저에게 가장 알맞고 앞으로 도움될만한 배열이 무엇일까.
알아보고. 조사하는데 이틀 정도 지나갔습니다.
당장 자판을 걸음마부터 새로 떼려면 일상 업무에 지장이 막심해서.
다 무시하고 세벌식 최종이 기호보다 글만 많이 쓰는 사람에게 좋은 것 같다라는
어느 짧은 문구 하나만 보고. 우선 최종으로 시작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자판 이미지 하나 붙여놓고. 영문키보드로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신세기 소장님 블로그를 검색중에 발견하고
몇가지 여쭙고자 이메일을 짧게 쓴적이 있었는데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습니다.
한 문장 쓰는데 2분 가량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2주 이상을 써야 한다는 글도 봤던 기억이 나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날 당장
키보드와 키캡을 주문하고, 레이저 업체에서 퀵으로 당장 받아서
키캡 교체하고 레이저 각인을 했네요.
누르는 키에 컨닝페이퍼가 있으니 좀 더 빨리 익혀지더군요.
일할때 지장 주는 것도 많이 줄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자리연습 총 3시간 정도 하고 답답할때 키캡 컨닝해가며
4일 정도 쓰니. 느리긴 해도 써지더군요.
손가락이 완전히 기억해서 몸에 체화되는 데에도 일주일이 안걸린 것 같습니다.
다만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타이핑에 참여해 본 적이 없는 손가락들이어서.
익숙해지는데 좀 더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그 이후론,
영문 키보드를 여러개 가지고 있는 터라
더 익숙해지려고 영문 키보드만 썼습니다.
모든 손가락을 활용하는데 적당한
키압과 키캡모양. 구분감. 반응하는 소리. 등의 기준으로
잘 사용하지 않던 키보드를 주력으로 사용하게 되는 효과도 있더라구요.
지금은 분당 몇타다...하고 자랑할만한 속도는 아니지만..
아무 생각없이 자판위를 손가락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세벌식을 익혀서 두벌식과 다른 장점이 있다..
이런 내용의 사용기는 아니어서 부족한 점도 있겠습니다만.
세벌식에 관심을 두고 사용을 하기까지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면
부담스러워서 포기한다는 글도 봤었습니다.
이 사용기는 아주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썼다는 이유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종 배열의 장점은
390도 무리없이 쓸 수 있다.
겹받침을 한큐에 쓴다.
이 두가지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세벌식의 장점은
두벌식을 정석으로 익힌 것이 아니었기에
논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초중종성이 나뉘기 때문에 리드미컬한 느낌이 있다는 것?
동시입력이 가능하다?
동의하시나요? 초 중 종 순대로 누르지 않고 동시에 눌러도 입력이 되니...
많이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사용기를 남긴 이유는.
이 까페에 가입하기 전
처음 세벌식에 대해 알아보던 때에
신세기 소장님께 무턱대고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장문의 친절한 답장을 주셔서 감사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벌식에 관심 가지기 시작한 누군가 이 글을 보고
세벌식 익혀보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 보길 바라며
부족하지만 사용기 남깁니다.
*여담입니다만
qwerty말고 colmak쓰는 분들이
단축키 때문에 포기했다는 글이 이해가 안되었는데
OS상의 세벌식도
사실은 두벌식 키를 기반으로
세벌식으로 변환 시켜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통역을 하는 것이죠.
한글 입력 소스는
사실상 두벌식만 존재하는 것이지 않나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벌식으로 키를 누르고 화면에서 세벌식으로 나타나지지만,
본래 여전히 두벌식 키를 누르는 것이고
프로그래밍화 된 통역(?)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라는..
혹시 제 의견이 틀렸다면 의견 주셔요.
이 부분 궁금해졌습니다.
*여담 한가지 더.
정작 한글 관련된 일과도 연이 있는 아버지는
공병우 박사님도 아셨고
세벌식 타자기와 세벌식 워드프로세서(?)도 쓰셨지만
정작 두벌식 키보드만이 시중에 팔린 이후 부터는
두벌식을 써오셨다네요.
저는 이제 세벌식을 시작하고 있는데 말이죠...허허...
감사합니다.
첫댓글 3-91 자판(공병우 최종 자판)을 먼저 익혔다면 쉽지 않은 방법으로 시작하신 셈이네요.
저는 3-90 자판을 몇 달 익히고 나서 3-91 자판을 쓰기 시작했는데, 3-91 자판은 겹받침·기호 배열을 다 외우지 못해서 집에서는 꽤 오랜 동안(10해 이상) 딱지를 붙이고 썼습니다. 한글문화원에서 받은 것이었는데 위키백과에 사진도 올렸습니다. 지금은 붙인 딱지가 색이 바래서 볼품 없게 됐지만 기념품으로 여기고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 처리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대체로 이런 것 같습니다.
입력기에서는 영문 환경에 맞춘 부호 입력 체계를 밑바탕에 깔고 한글 처리는 그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글쇠 번호와 문자 부호값이 영문 쿼티 글쇠판에 맞게 기본으로 대응되고 있고, 몇몇 유럽 나라들에서는 글쇠 번호와 문자 부호값은 그대로 둔 채 실제 글쇠판의 글쇠 자리만 맞바꾸어서 다른 배열을 쓰기도 합니다.(AZERTY, QWERTZ 자판 등) 글쇠 번호가 아니라 들어가는 문자 부호값을 기준으로 삼았거나 실제 글쇠판의 글쇠 자리를 맞바꾼 것을 잘 헤아리지 않았을 때에 쿼티↔콜맥↔드보락 또는 배열 사이에 단축 글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
다.
한글 자판은 어느 것이든 정식 입력기에서는 영문 환경에서 쓰이는 글쇠 번호와 문자 부호값을 기준으로 자판 배열을 정의하고 있고,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어느 한 한글 배열이 기준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세벌식 자판이 도스에서 처음 구현되었던 사례처럼 두벌식 자판을 쓰는 상태에서 입력 받은 내용을 세벌식에 맞게 바꾸어 주는 방법이 임시로 쓰인 적은 있습니다.
네 제 사용기보다 더 도움되는 자세한 말씀 감사합니다.
상용구문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들 중에서
한글로 가능한 프로그램이 있어
개발자인 오스트리아인과 메일을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두벌식으로는 인식을 하는데 세벌식으로는 인식하지 않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ㅎㅂㅎ - 행복함 : 이렇게 인식을 하게 설정한다고 예를 들어볼 때.
세벌식으로 ㅎㅂㅎ 키를 누르면 반응하지 않지만
두벌식으로 바꿔서 ㅎㅂㅎ 키를 누르면 정상 인식을 했습니다.
또한 세벌식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두벌식에서의 ㅎㅂㅎ 위치의 키를 누르면
정상 인식이 되더군요.
@oanis 그래서 개발자에게
2-set Korean, 3-set Korean 차이를 설명하고
3-set Korean에서도 쓸수 있게 배열을 등록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자신이 본 바로는, 3-set, 즉 세벌을 누르면 두벌로 바꾸는 과정이 있을 뿐,
이 과정 중에 해당 정보를 가져올 수는 없다는 거였습니다.
OS 상의 차이 일수도 있겠지만
MACOS에서의 세벌식 최종은
사실 두벌식 키를 인식하여서 세벌식으로 바꿔 표현해주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의견을 제대로 인식한 것인지 확신이 안듭니다만..
아마 어쩌면 두벌식도 qwerty의 변환일 뿐인지...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두벌식에서도 영문 단축키들은 쓰이는 상황이니까요.
@oanis 로마자라고 하나요.
알파벳은 타이핑에 있어서 만큼은 효율적이라고 새삼 생각해봅니다.
키 배열 세 줄 안에서 초중종성의 구분없이 해결되니까요.
눌러야할 키가 그만큼 가짓수가 적다는 점에서...
자동 대문자까지 설정한다면 더 간결해지는 거구요.
그래도 한글은 입력소스의 편의성에 있어서는
로마자 기반을 제외한 고유문자를 가진 언어권 중에서는
가장 편리하고 논리적 직관적이지 않을까...도 새삼 생각해보게 되네요
손이 엄청 큼에도 불구하고, 초성 ㅋ과 종성 ㅎ 는
손을 좀 움직여서 눌러야 합니다. 새끼 손가락이 가줘야 하는데.
은근히 빈도가 높네요.
쉬프트 키 사용빈도도 높구요.
두벌식과의 비교는 아닙니다^^
@oanis ^^;;의견 감사합니다.
@oanis 한글 입력기에 따라 조합 과정에 있는 닿소리를 본래 세벌식 체계로 된 낱자로 출력하기도 하고, 호환 자모(윈도에서 'ㅋ+한자'로 나오는 한글 낱자들)로 출력합니다. 날개셋에는 어느 쪽으로 출력할지 고르는 게 환경 설정에 있는데, 다른 입력기들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요즘한글을 넣는 두벌식 자판만 생각하면, 조합 중인 닿소리를 호환 자모로만 나타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옛한글을 넣거나 세벌식 자판으로 받침을 따로 넣었을 때에 호환 자모로 나타낼 수 없는 경우가 생겨서 호환 자모로 나타내지 않기도 합니다.
이 점 때문에 두벌식 자판을 쓸 때는 잘 되던 기능이 세벌식 자판을 쓰면 안 되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oanis MAC OSX라면 기본 입력기와 외부 입력기가 방식이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 하늘, 구름 입력기 들은 제가 이야기한 내용에 들어맞을 것이고
기본 입력기는 어쩌면 두벌식 자판을 기준으로 처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oanis 3-91 자판이 한글판 MAC OS의 기본 입력기에 정식으로 들어간 때가 1996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기본 한글 입력기와 무관하게 영문 글꼴을 이용하는 직결 방식 간이 입출력법이 쓰였습니다.)
1996년에 나온 MAC OS 7.5.3의 한글 입력기는 세벌식 자판(3-91)을 지원했지만, 배열이 틀린 데가 있었고 세벌식을 위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 힘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똠', '믽' 같은 글짜를 넣으고 하면 받침이 아예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때 개발된 입력기가 고쳐져서 OS X에까지 이어졌다면, 두벌식 자판을 위주로 만들어진 흔적이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팥알 감사합니다. 자세한 말씀 가운데 아직 제가 지식이 부족해서 이해가 완전히 되지는 않군요.^^;;;
우선 말씀드린 내용은
MACOS 자체 입력기와 구름입력기 모두에서 같은 결과였습니다.
큰 불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판 때문에 오히려 노트북을 영문 자판있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이제 자판을 볼필요는 없지만 쓰지 않는 두벌식 각인이 되어 있는게 거추장스러워서
다시 한 번 자세한 의견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좋은 사용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부족하여 제대로 도움을 드리지 못하였는데도 이렇게 언급해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391최종자판에 익숙해지셔서 리듬감을 느끼게 되셨다니 정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벌식에 더욱 익숙해지셔서 타수가 더 빨라지고 즐거운 타자 생활을 하게 되시기를 기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세벌식의 초성과 종성은 유니코드 상에서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니코드로 한다면 두벌식으로 변환하지 않고 세벌식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OSX를 쓰지 않아서 구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지 못하여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답변 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시작할때 장문의 의견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두벌식을 안 썼다보니 비교가 되질 않는군요.
일단 이제 세벌식 최종으로 입문 했으니
몇가지 알아보고 가장 알맞은 것이 최종인지 아닌지도 차차 살펴보려 합니다.
3-2014부터 타이핑해보려 합니다.
건강하셔요! ^^
@oanis 감사합니다 ^^ Oanis 님께 가장 알맞은 배열을 찾으셔서 세벌식 이용이 보다 편리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시고, Oanis 님도 건강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