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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의 문 정권은 지난 22일 영산강과 금강의 보(洑)를 허물겠다고 발표하여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막대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들여 만든 보(洑)를, 싫어하는 대통령이 만든 것이라고 하여 엄청난 세금을 들여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것으로도 모자라 국가 시설물에까지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다. 수문을 상시 개방하면 될 것을 보(洑)를 기어이 파괴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각종 정책들이 분명 잘못되고 있는데도, 국민의 절절한 소리나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독선과 오기의 극치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 정부는 이념으로 밀어붙인 정책이 실패하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세금 퍼붓는 포퓰리즘으로 뒷감당을 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뒷감당은 흔적 없이 사라진 54조원 세금으로 하고, ‘탈원전’ 뒷감당은 전 국토에 깔리는 태양광 보조금으로 한다. 그래도 비판 여론이 커지자 24조원이나 되는 세금을 내년 총선용 ‘토건 사업’에 퍼부으면서 기본적인 예비 타당성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 단 보름 만에 ‘공항 3개’를 새로 지어주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무후무한 국정 문란이다.
* [태기산을 품고 있는 한강기맥] — 북한강과 남한강의 수계(水系)를 가름하는 산줄기
<한강기맥(漢江氣脈)>은 백두대간(白頭大幹) 오대산 두로봉(1,422m)에서 갈라져 나와, 한반도의 허리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서쪽으로 뻗어가는 산맥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의 분수계(分水界)를 이루며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양수리] 앞에서 그 맥을 다한다. 그러므로 한강기맥을 마루금으로, 남쪽은 강원도 평창군, 횡성군, 그리고 경기도 양평군으로 남한강(南漢江) 수계(水系)이고 북쪽은 강원도 홍천군, 경기도 가평군으로 북한강(北漢江) 수계이다.
* [백두대간과 13정맥과 여러 기맥] — 산맥은 분수령, 물은 산줄기 속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백두대간(白頭大幹)을 중추로 하여 거기에서 뻗어 나온 13정맥(正脈)과 여러 개의 기맥(氣脈)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찍이 이러한 산맥 체계는 1750년에 나온『산경표』에서 잘 체계화했다. 그 기술 방식이 족보의 형식을 취하여 우리나라의 산맥을 사람의 가계 세보(世譜)처럼 만든 것이다. 이는 자연에 대한 인간적인 생명 사상이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우리의 국토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우리 조상들은 하늘을 마음의 근본으로 삼고 땅을 몸의 터전으로 삼아, 그 속에서 사람을 비롯한 모든 만물이 생명을 창조해 나간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을 일러 ‘삼재(三才)’라고 한다. 그것은 우주 자연과 생명이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근본이다. 산(山)은 맑은 물을 품고 있는 생명체이다. 거기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강을 이루어 천하의 모든 생명을 살린다. 1850년 고산자 김정호(金正浩)는,『산경표』의 산맥 체계를 바탕으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완성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물줄기의 형세를 그 ‘서문’에서 적실하게 밝히고 있다.
“천하의 형세를 살펴볼진대 산(山)은 본디 하나의 뿌리로부터 수없이 갈라져 나온 것이고 물[강]은 본디 다른 근원으로부터 나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天下之形勢 山主分而脈本同其間 水主合而原各異其間 ; 金正浩 <大東與地圖> 序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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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우리나라의 모든 강(江)은 백두대간과 정맥과 기맥 사이에서 발원하여 형성된 것이다. 한강기맥(漢江氣脈)은, 오대산 두로봉(1,422m)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가 상왕봉-비로봉(1,563m)-효령봉의 장엄한 오대산 산군(山群)에 이루고, 이어서 남한 제6위 고봉인 평창 계방산(1,577m)과 운두령을 지나 보래봉을 치고 나온다. 그리고 홍천군 내면의 청량산(1,052m)과 봉평의 흥정산(1,279m)에 이르고 이어서 삼계봉(1,065m)과 횡성의 덕고산-운무산-수리봉-대학산-덕구산-묵방산 등 큰 산을 솟아올리고 오음산-시루봉-갈기산-금물산에 이어져 양평의 용문산(1,157m)의 높은 산체를 이룬다. 그리고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지는 청계산-유명산을 거쳐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부용산에서 그 맥(脈)을 다하는, 도상거리 162.6Km의 산줄기이다. 웅장한 산세와 명산들이 즐비한 한강기맥(漢江氣脈)은 홍천 내면의 청량산에서 북으로 분기하는 ‘춘천지맥’, 삼계봉에서 남으로 분기하는 ‘영월지맥’과 ‘백덕지맥’, 금물산에서 남으로 분기하는 ‘성지지맥’ 등의 수많은 산군을 거느리고 있다.
한강기맥 중에서 우리가 산행한 산들은, 오대산 비로봉(1,563m)-상왕봉, 평창의 계방산(1,577m)-운두령, 보래봉-회령봉, 홍천의 청량산[미약골], 횡성의 운무산(980m), 발교산(998m), 공작산(887m), 소리산(480m), 평창의 백적산, 백덕산, 양평의 도일봉(864m)과 (용문산) 백운봉, 청계산 등이다.
* [오늘의 산행지, 태기산] — 겨울산의 진풍경을 간직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
횡성군 최고봉인 태기산(泰岐山, 1,261m)은 웅장한 산세만큼이나 전망 또한 일품이다. 태기산은 한강기맥 삼계봉에서 영월지맥으로 갈라져 나온 지점에 위치한 산으로, 북쪽에 봉평의 흥정산(興亭山, 1,277m), 서쪽에는 봉복산(鳳腹山, 1,022m), 남쪽에는 대미산(大美山, 1,232m), 동남쪽에는 금당산(錦塘山, 1,173m), 거문산(巨文山, 1,171m)이 솟아 있는 산중의 산이다. 그리고 태기산을 중심으로 한강기맥의 산줄기가 남북으로 뻗어 있으며,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이지만 사방의 산세가 비교적 완만한 토산이다.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의 경계를 이룬다. 산의 동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물은 봉평의 흥정천으로 흘러 평창강으로 들고, 서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물은 유동천으로 흘러 홍천강-북한강으로 유입되고, 남쪽 사면에서 내리는 물은 주천강의 원천이 된다. 흥정천과 주천강은 평창강이 되어 남한강으로 유입된다. 평창강[西江]은, 오대산과 백두대간의 서쪽 산록에서 발원하는 정선강[東江]과 영월에서 합류하여 남한강의 장대한 물줄기를 이룬다.
‘태기산(泰岐山)’은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군에게 쫓기어 이곳에 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군과 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2,0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태기산 산자락인 성골 골짜기에는 허물어진 성벽을 비롯해 집터와 샘터 등이 남아 있다. 특히 겨울에는 풍부한 적설량과 상고대로 인해 순백의 설경이 유난히 아름다워 겨울의 정취와 멋을 만끽할 수 있다. 태기산 동쪽 자락의 봉평에는 소설『메밀꽃 필 무렵』, 수필『낙엽을 태우면서』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가산 이효석(李孝石)의 생가(生家)가 있다.
* [산으로 가는 길] — 중부선/제2영동선/영동선 고속도로와 6번 국도
오전 7시 30분, 이른 아침 서울의 군자역(능동)을 출발했다. 오늘의 산행지는 횡성의 태기산(泰岐山)이다. 우리의 ‘금강버스’(권용길 기사님)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일로 남으로 내달렸다. 곤지암J.C에서 제2영동고속도로를 바꾸어 타고 가다가 양평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원주J.C에서 영동고속도로 진입, 횡성의 둔내I.C에서 6번 국도에 내려서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양구두미고개’에 도착했다. 이 고개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의 경계이다.
오늘 산으로 가는 버스에는 김준섭 회장, 한영옥 부회장, 박은배 총무를 비롯하여 호산아·장병국·남정균 고문, 김의락 자문, 유형상·김재철 대장이 포진하고, 꽃구름 지기 이달호 님, 전진국·안상규·강재훈 님, 강완식·신시호 님, 류 경 님, 이명자·이경숙 님, 하회탈의 지기 남녀 두 분, 화양동 박주현 님과 그 친구분, 두꺼비 고문의 친구 분이 처음으로 동행했다. 오늘 함께 산행한 정겨운 벗들이다.
* [산행의 들머리 ; 양두구미재] — 세상은 온통 순백(純白)의 상고대
오전 10시, 태기산(泰岐山)의 들머리인 (6번 국도) 양구두미재에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고갯마루 주차장에 내리니 세상은 온통 순백의 상고대로 뒤덮여 있었다. 모든 대원들이 하나같이 탄성이 쏟아낸다. 겨울가뭄이 극심한 요즈음,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가 미세먼지로 답답한 기침을 하고 있고, 눈이 내리지 않은 겨울 산야는 온통 마르고 삭막한 풍경인데, 이곳 태기산은 그 바닥은 하얀 눈밭이고, 크고 작은 나뭇가지마다 순백의 상고대가 형성되어 눈부시고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고대는 산을 넘어가는 구름이 나뭇가지에 엉겨서 얼어붙은, 하얀 서리가지나 얼음가지를 말한다. 나뭇가지 위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인 눈꽃과는 다르다. 한강기맥의 한 산줄기인 태기산은 매년 상고대로 유명한 산이다. 겨울 산의 백미(白眉)를 보여주는 명소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청람빛, 고요한 호수의 수면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다. 기온은 영하이지만 그리 심하게 매섭지 않았으며 오늘따라 바람도 비교적 잠잠하여 산행을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아주 쾌적한 겨울 산이다. 양구두미재에서 태기산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로 올라가는 아스팔트 도로이지만, 그 주변의 풍경을 참으로 아름다웠다. 태기산 고원에는 수많은 풍력발전시설[대형풍차]이 세워져 있어 그것을 건설하고 관리라는 용도로 만들어진 도로이다. 차가 다니는 길에는 염화칼슘을 뿌려 찻길은 부분적으로 눈이 녹아 있지만, 그 주변은 온통 하얀 상고대로 뒤덮여, 고개를 들면 별천지 동화의 세계로 들어온 듯, 그 순결한 기운이 온몸에 스며든다.
* [태기산 명물, 하얀 풍차들] — 완만한 올라가는 아스팔트 길 주변의 진경
하얀 상고대가 뒤덮인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그냥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 철없는 소년·소녀처럼 발그레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아름다운 설원이나 유난히 하얀 상고대를 바라보며 탄성을 연발한다. 그리고 그 속에 뛰어들어 마냥 우아한 포즈를 취한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하늘을 찌르는 대형풍차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바람의 길목인 태기산 풍력발전단지는 여러 개의 풍차가 설치되어 있어 그 규모가 매우 크다. 그리고 그곳을 연결하는 송전탑과 전신주 사이를 잇는 전깃줄이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그 전신주, 전깃줄까지 모두 하얀 상고대의 옷을 입었다. 오늘따라 많은 사람들이 태기산을 찾았다.
완만하게 올라가는 아스팔트 길, 고개를 올라서니 너른 평원이다. 길가의 둔덕에는 오색의 바람개비와 모형 풍차가 즐비하게 서 있다. 태기산 풍력발전시설이 있는 이곳의 특징을 살려 관광용으로 만들어 세운 것이다. 하얀 눈밭위에 줄지어 있는 크고 작은 색색의 모형 풍차들이 주변의 설경과 어울려 산뜻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북쪽을 바라보니, 저만큼 태기산의 거대한 산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장엄한 상고대의 비경이다. 멀리 산정에 풍차와 통신시설이 보이는데 산세가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모습이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환상적인 풍경이다! 과연 태기산, 그 겨울 산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관이었다. 대원들이 그 태기산을 배경으로 또 포즈를 잡는다.
* [태기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 하얀 상고대 숲, 그 순결한 자연의 절정
오전 11시, 산간도로에서 하얀 상고대가 숲을 이루는 태기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 초입에 철조망 출입문이 있다. 산의 정상에 중요한 군사·통신시설이 있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철조망 문 옆으로 난 샛길로 등산객들이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상고대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 겨울산 등산을 위해 출입을 묵인하고 있는 듯했다. 산길은 처음 완만한 경사로 올라가다가 서서히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길목의 초입에는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시퍼런 산죽이 하얀 눈을 소복이 뒤집어쓰고 있어 그 색채 대비가 더욱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올라오기 전에 바라본 대로, 산길의 좌측은 빽빽한 침엽수(針葉樹)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오른쪽은 앙상한 낙엽수의 나뭇가지 숲이다. 시퍼런 잣나무의 촘촘한 바늘잎을 뭉실뭉실 감싸고 있는 상고대가 ‘그리운 나타샤’(白石의 詩)를 연상하게 하는 북국의 분위기라면, 앙상한 나목(裸木)의 크고 작은 가지가 온통 백색의 옷으로 갈아입는 상고대는 고결한 영혼의 결정이다. 그 아름다움이 순결한 자연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자연의 조화로 이루어진 신비한 풍경, 인간의 언어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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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로 하얗게 덮인 태기산의 거대한 산체
침엽수림의 상고대
파란 하늘, 순백의 상고대에 내리는 화사한 햇살
고개를 들면 티없이 파란 하늘, 그 청정한 하늘에서 원색의 햇살이 쏟아진다. 그 순도 높은 밝은 햇살을 받은 순백의 상고대가 눈이 부시다. 하늘은 눈이 시리게 푸르고 상고대 숲길은 눈이 아프게 화사하다. 발갛게 상기된 대원들의 얼굴이 생기가 넘친다. 가는 곳마다 걸음을 멈추고 포즈를 잡는다. 햇살에 비낀 상고대 숲길, 그 환상적인 분위기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오늘 태기산 산행의 절정의 구간이다.
* [태기산 정상의 조망] — 산의 능선을 따라 줄 지어 있는 하얀 풍차
11시 30분, 상고대 하얀 터널을 지나 올라가니 시야가 훤하게 열린다. 오늘은 날씨가 더없이 청랑하므로 주변의 풍경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돌아보면 우리 올라왔던 산간도로와 풍차들, 그 주변의 백색의 천지가 내려다보이고 동남쪽은 봉평땅 산골짜기가 아득하게 깊은데 그 주위에 크고 작은 산줄기 뻗어 있다. 태기산 정상은 군부대[1586부대] 통신기지이다. 군부대가 정상의 너른 평원을 차지하고 그 주위에 철조망을 치고 있었다. 철조망 안에 각종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산길은 철조망 밖의 가장자리에 나 있었다. 산비탈 좁은 길을 따라 돌아서 나아가니 태기산 북쪽의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우선 그 능선을 따라 하얀 풍차가 열을 지어 서 있었다. 능선의 상고대가 하얗고 산줄기 위의 풍차 또한 하얗다. 그야말로 오늘의 태기산은 아름다운 순백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장관이다!!
지나온 길의 풍경
면온 <휘닉스 스노루파크>의 슬로프가 보이는 풍경
* [제 자리가 아닌 태기산 정상 표지석] — 우아하고 정결한 침엽수림의 상고대
오전 11시 50분, 정상의 군사기지 철조망 앞에서 산간도로를 따라 안부의 광장에 내려갔다. 거기에는 ‘태기산 / 1,261m’라고 새긴 거대한 표지석이 있다. 자연석이 너무 커서 그 옆에 사람이 서니 아주 왜소해 보인다. 큰 돌에 사람이 압도되는 느낌이다. 정상이 아닌 자리에 있는 표지석, 멋없이 크기만 한 것이다. 사람들은 산에 오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고 애를 쓴다. 정상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이곳 태기산에는 사람이 많다. 태기산 아름다운 상고대가 널리 알려져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았다.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정상석보다 그 주변이 더 정갈하고 아름답다. 하늘로 쭉쭉 뻗은 침엽수림의 군락지가 있어, 그곳의 상고대가 너무나 깨끗하고 기품이 있어, 환상적인 북국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 [태기산 정상 삼거리에서 하산 길] — 무성한 산죽의 군락지
12시 16분, ‘태기산 표지석’으로 내려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 정상의 군사통신기지가 있는 울타리 옆길을 따라 하산 길에 접어들었다. 태기산 삼거리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왔다. 산록에는 그 동안 쌓인 눈이 녹지 않아 무릎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적설량이 많았다. 산을 올라올 때의 상고의 환상경이 가슴을 뛰게 했는데, 내려가는 길에서는 부드러운 순백의 눈밭을 걷는 기쁨이 있다. 바람기가 전혀 없다. 등에는 따스하게 겨울 햇살이 내린다. 그런데 우리가 내려가는 그 골짜기에는 길이 없어져 버렸다. 베토벤 대장이 선두에서 길을 찾아 산의 능선으로 올라가 제 길을 잡았다. 완만하게 그리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하산 길이었다. 그런데 봉평 방향[평창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동쪽 사면의 산록은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산죽으로 뒤덮여 있었다. 해발 1,000고지에서 자생하는 산죽은 겨울에도 그 초록의 빛깔이 퇴색하지 않고 그 시퍼런 본색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무성한 초록잎 위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 그대로 성성한 설죽(雪竹)이다. 온 산록 전체가 그렇게 광활한 산죽밭이었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산죽이 너무 무성하여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 [길고 가파른 하산 길] — 평창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오다
오후 1시, 온 산을 뒤덮은 무성한 산죽밭, 바람이 불지 않는 한 공터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산 길은 가파르고 길었다. 결국 원래 예정된 코스에서 벗어나 먼 길을 돌아서 내려왔다. 산행들머리 양두구미재가 해발 고도(980m)가 높아 정상을 오르는 데는 그리 힘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하산 길은 아주 낮은 산골짜기까지 내려가므로 그만큼 길은 멀고 산길을 가파랐다. 오후 2시 태기산 평창자연휴양림으로 내려왔다.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태기산 평창휴양림(봉평면)
* [에필로그 ; 온 산을 뒤덮은 순백의 상고대] — 강원도 겨울산의 특별한 정취
오늘은 강원도 횡성의 최고봉 태기산을 다녀왔다. 온 산을 뒤덮은 순백의 상고대가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었다. 겨울의 정취를 만끽한 산행이었다. 해발 1,200고지의 태기산, 발길이 닿은 곳마다 겨울 산의 특별한 정취를 보여주었다. 산행 들머리 양두구미재에서 풍력발전시설 단지까지의 하얀 상고대 풍광, 태기산 정상을 오르는 기목에 펼쳐진 순백의 상고대 숲,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강원도 내륙의 첩첩 산들, 그리고 안부의 ‘태기산 표지석’ 주변의 이국적인 설경, 하산 길의 무성하고 서슬 퍼런 산죽밭이 바로 그것이었다. 늘 그렇지만, 오늘 태기산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오늘의 산행지을 잡은 민창우 기획에게 깊이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봄이 오고 있다. 머지않아 연둣빛 생명이 싹트고 순결한 매화가 피어나고 노란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화사하고 맑은 꽃이 피어나는 봄은, 사람에게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고 존재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샘솟게 하고 삶의 은은 한 여유를 안겨준다. 봄은 생명의 꽃으로 우리의 마음에 살아난다. 자연의 순수한 생명과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조화를 이루는 상황,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봄일 것이다. 그런데 작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세상은 분열과 갈등으로 편한 날이 없다. 과연 이 나라 정치인의 마음 밭에는 생명과 조화, 타협과 공존의 꽃이 피어날 여지가 없는가. 따뜻한 포용의 정치는 단순한 기원일 뿐인가.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까닭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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