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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24 - 마지막 승부 1
S#1. 이교수 랩 낮
명환이 컴퓨터 앞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화면에 뜨는 메일박스.
명환, 마우스 조작을 해서 메일을 꺼내본다. 메일을 읽는 명환의 얼굴에 점차 믿을 수 없다는 놀라움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명환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선다.
S#2. 복도
평소 냉정하던 명환이 급하게 달리고 있다. 손에는 메일을 프린트한 종이를 들고 있다.
지나가던 학생에게 부딪혀 가며 달려가는 명환.
S#3. 이교수 연구실
급한 노크소리.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문을 벌컥 열며 들어서는 명환. 방을 둘러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뛰쳐나가려다가 돌아보면 책상 밑을 뒤지고 있던 이교수가 상체를 일으키며.
이교수 : 왜?
명환 : (급히 다가서며) 저기 큰일났습니다.
이교수 : 나두 큰일이야. 약속시간에 다 됐는데 이놈의 차 키가 어디루 간거야.
(책상 위를 다시 뒤지며) 분명히 아까 여기 엇다 놨는데.
명환 : 이 메일 좀 봐주세요. (종이를 내밀고)
이교수 : (건성 받으며 여전히 열쇠를 찾으며) 뭔데 그래.
명환 : 인도네시아에서 온 메일입니다.
이교수 : (그제야 명환을 보고) 인도네시아?
명환 : 이번 로봇 축구 아시아태평양대회.. 인도네시아에서 개최하기로 한 거..
이교수 : 그게 뭐.
명환 : 할 수가 없게 됐답니다. 그거.. 방금 받은 메일입니다.
이교수 : (믿지 못하고 암말도 못하고 명환을 보다가 종이를 본다)
명환 : 학교 사정상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대단히 미안하다고.. 그렇게.. 써있습니다.
이교수 : (잠시 정지되어서 종이를 조용히 읽고 있더니 더듬더듬 의자를 찾아 털썩 주저앉는다)
명환 : (눈치를 보며) 교수님.
이교수 : (멍해서 돌아보는)
명환 : 어뜩하죠?
이교수 : (문득 정신을 차린다) ...해야지.
명환 : 예?
이교수 : 인도네시아에서 못한다면 우리라도 해야지.
명환 : 그렇지만..
이교수 : 할 수 있어. 할거야.
이교수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자에서 꼼짝못하고 앉아있다.
S#4. 로봇 축구 연습실
경기장 위에 로봇 세마리가 나란히 서있다. 일제히 출발을 하더니 급정거를 하면 일제히 앞으로 고꾸라진다.
경기장 주위에 둘러서있는 진수 대욱 재명 옥주 마이클 지민.
컴퓨터 앞의 진수가 신경질적으로 로봇을 노려보고 있다.
대욱과 재명이 재빨리 다시 로봇들을 정렬한다.
대욱 : 이상하네에.. 이상해애.. 야 다시 한번 해봐.
진수 다시 조작해서 엔터를 친다.
달려나가는 로봇 세마리. 급정거. 역시 일제히 앞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마이클 : 오우 이제 고만해. 얘들 너무 불쌍해. 벌써 열번도 더 넘어졌어.
재명 : (진수에게) 프로그램을 다시 손봐야 되는 거 아닌가?
진수 : 내 프로그램은 완벽해. 문제는 니들이 만든 바디가 내 프로그램을 못 따라오고 있다는 거야.
옥주 : (기분 나빠서) 로봇도 제어못하는 프로그램을 완벽하다고 할 수 있나?
마이클 : (진수 옆으로 오며) 프로그램 내가 한번 볼게. (키보드 위로 손을 뻗는데)
진수 : (마이클의 손을 탁 막으며) 미안하지만 다신 건드리지 말아줘. 내 프로그램에 장난치는 건 한번으로 족해.
마이클 : 오우 난 그냥 로봇들이 댄스를 출수있게 만들고싶었어. 재밌잖아. 로봇들이 슛 골인을 하고나면 한번씩 댄스를 추는거야.
이렇게.. (로봇처럼 동작해보이는.. 뱅글 돌고 좌우로 움직이는 정도)
지민 : 프로그램이든 바디든 뭐가 문젠지 빨리 알아내야 되잖아요. 이제 아시아대회 얼마 안남았는데.
진수 : 문제가 있는 건 바디야. 대욱아.
대욱 : 어.
진수 : 다시 한번 세워봐.
대욱, 내키지 않지만 다시 로봇들을 정렬하는..
그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자현.
자현 : 어이 강대욱.
대욱 : (반가와서) 여어 선배.
자현 : 너 구지원 못 봤냐.
대욱 : 지원이 선밴 미스터 아니야. 그 선배는 도서관에서 찾는 게 빠를 걸.
자현 : 그래? (하는데 시선이 로봇들에게 가있다.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로봇 하나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본다)
야아 이게 축구 로봇이구나.
진수 : (못마땅해서) 우리 테스트 중인데요. 그거 제자리에 좀 놔 줄래요?
자현 : (정신이 온통 로봇에 가있다) 근데 이거 급정거시키면 잘 넘어지지 않냐?
애들 놀라서 자현을 바라본다.
진수 : ... 왜 그렇게 생각해요?
자현 : 볼 케스트가 너무 떠있잖아. 이 유격 봐라. 이래가지곤 급정거 할 때 제동력이 생길 리 없지. (그러다가 자기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느꼈다) 아.. 미안하다. (로봇을 잘 내려놓으며) 계속해. 난 뭐 로봇은 잘 모르니까. (나가려는데)
진수 : 잠깐만요.
자현 : (돌아보면)
진수 : 우리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자현 : (어리둥절한데)
옥주 : (얼른) 재명아. 니가 할 수 있지?
재명 : 글세. 바디는 내 책임인데..
지민 : (진수의 눈치를 보며) 우리 팀에도 사람이 남아도는데 남까지 불러들이는 건 좀 그러네.
옥주 : 우린 못 믿는다 이거지 뭐.
자현 : (버엉해서 애들의 과격한 반응을 보고 있다)
진수 : 니들도 잘 아는 거 처럼 대회 얼마 안남았어. 니들 자존심때문에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로봇들 데리고 나가야겠니?
대욱 : (재명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그건 진수 말이 맞어. 지금은 지나가던 똥개 힘이라두 빌려야될 때라구.
자현 : 어어 잠깐만.. 듣다보니까 내가 똥개 비슷하게 되가는 거 같은데.
대욱 : 아니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고...
자현 : (웃음기 어려서) 나두 바쁜 사람이거든. 그니까 니들끼리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해봐. 그럼 간다.
자현 나가버린다.
진수, 답답하고, 옥주 진수를 흘겨보고 있다.
S#5. 도서관 내부
공부하는 아이들 분위기 스케치.
S#6. 도서관 세미나실
민재 정태 지원이 둘러앉아서 스터디를 끝내고 있다. 각자 복사물이며 책을 챙기는 와중.
정태 : 자아 이것으로 현대물리는 손 털게 되는건가...각자 여름방학 계획은 뭐야.
민재 : 여름방학 같은 소리하고 있네. 대학원 시험이 코앞이다.
정태 : (지원을 보며) 구지원. 넌 대학원 안 갈거야?
지원 : 생각 중이야.
민재 : (정태에게) 정태 넌.
정태 : 글세. 거기보다 재밌는 데는 없나 생각중이라고 할까.
민재 : 니들 심심한데 대학원 공부 같이 안할래? 면접시험 대비 스터디..어때.
정태 : 내가 미친 놈이냐. 심심해서 공부를 하게.
민재 : 맞잖아. 넌 심심하면 공부하잖아.
지원 : 민재 느네 로봇축구대회 준비는 잘 되가?
민재 : 잘 되가구 있을걸.
정태 : 얘 요즘 동아리방에 발 끊었어.
지원 : 민재가?
민재 : 내가 지금 로봇 들여다볼 군번이냐. 진수도 있고. 대욱이도 있고. 난 그저 머얼리서 마음으로 응원 중이지.
그 순간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대답할 새도 없이 문이 열리며 옥주가 들여다본다.
민재 : 오옥주.
옥주 : (민재를 발견하자 금방 울쌍이 되어 다가오며) 민재오빠아.
민재 : (경계하며) 뭐야. 왜 그래.
옥주 : 오빠 정말 우릴 버린거야? (민재의 어깨를 흔들어가며) 우리 이렇게 내버려두구 오빤 공부가 돼? 잠이 와?
민재 황당하고, 정태와 지원 시선이 마주치며 웃음이 나온다.
옥주 : 우리 지금 너무 불쌍하단 말야. 계모 밑에 콩쥐 같다구. 무슨 말인지 알어?
S#7. 처장실
처장과 이교수, 박교수. 각자 복사된 파일들을 들고...
처장 : (파일을 뒤적거리며) 그러니까 모두 아홉개 국가가 참여하게 되는 건가요?
이교수 : 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아홉개 나라에 열다섯개 팀이 됩니다.
박교수 : 이 팀들은 확실히 다 오는 거겠죠? 이 중에 또 달랑 메일 보내가지구, 아이구 미안합니다. 우린 일본 대회에 참가하기루
했어요. 그러니 사요나라... 이러는 건 아니겠죠?
이교수 : (박교수가 좀 미워서 보다가) 최종 확인 다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게 되면 다 오기로 했구요.
처장 : 하아참 결국 일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는구만요. 이번 아시아대회 날짜두 우리하구 비슷하게 잡았다면서요.
이교수 : 날짜 뿐이 아니에요. 그쪽은 기업에 스폰서를 받아가지고 우승상금이 .....나 되요.
게다가 참가국들에겐 왕복비행기표에 숙박경비 일체를 대주고 있구요.
박교수 : 그런데 우린 니들이 알아서 비행기표 사가지고 와라..이거잖아요.
처장 : 잠깐만요. 지금 급한 문제는 이번 아시아대회를 우리가 유치한다고 했을 때 그 경비 아닙니까.
이교수 : 회의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처장 : (난처해지며..) 결과가 나오긴 했습니다. 학교측에서도 어떻게든 도와주자..이런 결과가 나오긴 했지요.
이교수 : 그런데요.
처장 : 우리 학교하고 과학문화재단에서 최대한으로 지원금을 마련했습니다.
이교수 : 얼마나.. 되는데요.
처장 : 천만원입니다. (눈치보는)
박교수 : 애게. 그걸로는 멀티큐브 빌리고 나면 한 푼도 안 남겠는데..(이 교수 눈치보는)
처장 :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이교수 : (이를 악무는 기분) 알겠습니다. 해볼게요.
S#8. 복도
이교수와 박교수가 걸어오고 있다.
이교수는 격한 감정을 누르려 애쓰고 있고. 박교수는 그런 이교수의 눈치를 보며 옆을 걷고..
이교수 문득 박교수에게..
이교수 : 어디 조용한 데 없을까요. 학생들 눈에 띄지 않을만한 곳이요.
박교수 : 아 물론 있지요. 내가 남희양 몰래 낮잠자는 덴데...
S#9. 뒷산 조용한 곳.
나뭇잎들, 그 사이로 내리는 햇살..
그늘진 곳에 나란히 앉아있는 이교수와 박교수.
이교수 : 로봇축구라는 거... 우습죠. 우습게 보일 거에요. IMF시국에 무슨 장난감 놀이냐 싶을거에요. 돈 되는 연구도 많고 많은데
왜 하필 여기 매달리냐 싶을거라구요.
박교수 :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요? 장난감 놀이라구?
이교수 : 박교수가 기업 사장이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어요? 몇년 내에 돈이 되줄 연구라고 해도 스폰서를 해줄까말깐데
로봇 장난감 놀이에 스폰서 해주겠어요? 그거 하라고 대회경비에 우승상금에 내놓겠냐구요.
박교수 : 나라면 내놓죠. 돈만 있음 내놓구 말구요. 아니 프로야구 프로농구 그런 거 다 기업에서 스폰서 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프로로봇축구는 안된다는 거에요?
이교수 : (좀 웃고)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런 걸까요?
박교수 : 우리나라 사람들이 뭐요?
이교수 : 누군가 새로운 걸 시작하면 도와주기 보다는 일단 비웃는 거요. 우리가 96년에 이거 시작했을 때, 심지어 같은 분야에
있는 분들도..웃었어요. 그런데 97년에 일본에서 같은 거 시작하니까 아예 일본정부에서 발벗고 나섰거든요.
박교수 : (잠시 이교수를 본다)
이교수 : 미안해요. 방금 이 말 안들은 걸로 해줘요. (떨치듯) 여긴 너무 조용하네요. 그만 가죠.
박교수 : 이교수님.
이교수 : (보면)
박교수 : 그거 아세요? 비웃음을 당하는 거 그거..아무나 다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비행기 만든 라이트 형제. 그 아저씨들이
날개 만들어서 펄럭거리고 다닐 때 다 비웃었어요. 이 사람들아. 그럴 시간 있으면 밭에 나가 비료나 줘라 그랬어요.
난 누가 날 비웃어주면 술도 사줄 수 있어요. 진짭니다.
이교수 : (보다가 웃는) 고맙네요. 그렇게 말해줘서.
박교수 : 아니 잠깐만요. 아흔아홉명의 예를 더 들 수 있는데. 계속하면 안될까요?
S#10. 동아리방
민재가 진수의 컴퓨터 앞에 앉아서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그 뒤로 둘러선 옥주와 재명, 마이클. 지민.
옥주 :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 그런 말 알지 오빠. 이건 완전히 굴러온 레드존이 미스터를 빼낸다.. 이런 상황이라구.
재명 : 옥주야. 그런 식으로 말하면 우리가 무슨 고자질하는 거 같잖아.
옥주 : 고자질이 아니고 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잖아.
마이클 : 나도 사실을 말할 거 있어. 나 프로그래머야. 나 천재야. 그런데 난 프로그램 손도 못대게 해. 나 너무 왕따야.
재명 : 미안해. 형. 우리가 부실하다보니까 이렇게 됐어.
민재 : (옆에 선 지민을 돌아본다)
지민 : (우물쭈물) 나야 뭐 아는게 없으니까 말할것두 없지만요. 난 그냥..몰라서 배우러 온거니까 가끔씩 좀 가르쳐주면좋을텐데..
모른다구 상대도 안해주니까. 그게 좀..
민재 : (한숨을 쉬고 키보드를 두드려 다음 화면을 넘겨보는)
문이 열리며 진수와 대욱이 들어서다가 안의 상황을 보고 멈칫하는 기분.
애들 돌아보고.. 민재도 돌아보고..
민재 : 어 왔구나.
진수 : (민재 앞의 컴퓨터를 좀 안좋은 기분으로 보며) 그거 내 컴퓨터인데요.
민재 : 그래. 말없이 봐서 미안하다.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은 객체지향으로 만들었네. 이건 복잡하기만 하고 로봇 제어하는데
별 도움이 안될 거 같은데..
진수 : (좀 말하기 싫은 표정으로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민재 : 기존에 하던 모듈화 프로그램이 제어에는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진수 : C++로 짜면 다 객체지향이 되는 거 아닌가요. 이게 진일보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민재 : 물론 그렇지만 이건 익숙하지가 않아서 버그 발생률이 높을텐데.
진수 : 디버깅 다 끝냈어요. 걱정하지 않아두 됩니다.
자막 : 디버깅()
민재 : 디버깅이 끝났다.. 어느 정도를 말하는거지?
진수 : 예?
주위에서는 아이들이 열심히 공방전을 보고 있고.
민재 : (역시 기분이 좀 안좋다) 어느 정도 한 걸 가지고 디버깅이 끝났다고 말하는 거냐고.
진수 : (좀 참는 얼굴) 이건 일년 이상 제가 준비해온 방식인데요. 그냥 믿고 맡겨주면 안될까요.
민재 : (이걸 어디까지 밀고 나가야 하나 생각중인데)
소리 : (민재의 호출기)
민재 : (호출기를 꺼내 번호를 확인한다. 미진한 얼굴로 진수를 한 번 더 보고 일어선다)
S#11. 이교수 랩
민재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 보면
명환 중희 만수 이교수와 다른 랩 식구들이 모여있다.
민재 얼른 뒤쪽으로 자리잡고..
이교수 : 정말 너희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해. 다들 각자 논문 쓰느라고 바쁘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런데 이번에 모두 도와줘야겠다. 니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길이 없어.
명환 : 돕는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수님.
중희 : 그럼요. 이건 저희들 일인데요. 걱정말고 맡겨만 주세요.
얘기 도중 민재는 어리둥절해서 얘기 진행을 보고 있다.
이교수 : 그래 고맙다. 근데.. 이번 일, 쉽지 않을거야. 대회경비도 너무 적고..
명환 : 얼마나..됩니까?
이교수 : 그게.. 천.. 오백만원 정도야.
박교수 : (E) 어라 천만원 아니었어요?
모두 돌아보면 박교수가 남희와 함께 들어오고 있다.
박교수 : 아하 알았다. 이교수님이 사비 오백만원을 들이시는구나.
이교수 : 오..셨어요?
박교수 : 이럴 줄 알고 저두 적금 해약했습니다. 근데 그게 두달밖에 넣지 않은거라서.. 도움이 될랑가 모르겠네.
참 남희양. 모두 인사해요. 이미 아는 사인가?
남희 수줍어서 고개 숙여보이고. 만수 이게 웬일인가 싶어서 남희에게 손을 흔들어댄다.
박교수 : 우리 남희양이 도와주겠다고 자원을 해줬거든요. 에.. 그리고, 이교수님.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지요.
사실은 내가 아니고 우리 남희양이 생각한거지만 대회 경비를 아주아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들고온 종이를 들고 이교수 옆으로 붙고)
민재 : (어리둥절해서 만수에게) 형 무슨 일이야. 무슨 대회 경비?
만수 : 너 몰랐어?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대회 개최 못하겠다구 배신을 때렸잖아.
민재 : 뭐?
만수 : 그래서 우리가 유치하기로 했거든. 야아 얼마나 다행이냐. 덕분에 남희선배랑 나랑 밤낮없이 함께 있게 됐잖냐.
(하며 돌아보면)
남희는 명환과 중희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만수 기겁을 해서 그리로 달려가 명환과 남희 사이로 끼어들며.
만수 : 선배님들 이 분이 바로 저와 긴긴날을 약속한 바로 그 분입니다. 그렇죠 남희씨.
남희 : (경악해서 돌아보고)
민재 그들을 보고 있는데..
이교수 : 이민재.
민재 : 네?
이교수 : 니들 팀은 준비가 잘 되고 있는거지?
민재 : 아.. 예.
이교수 : 이번에는 경비도 충분할테고.. 문제없지?
민재 : ..문제..없습니다.
박교수 : (이교수에게 계속) 그러니까 참가자들을 호텔에 재우는 대신 우리 기숙사에 재우는거에요. 여름방학이라서 빈 방들이
있을거잖아요. 그 담에 만찬 부페.. 이런 것두 호텔 식당 빌릴 필요 없어요. 우리 학교에 교수식당 좋잖아요.
그니까 거기서 부페말고 다과회로 해버리면 어때요. 그 이름도 정겹다. 다.과.회.
S#12. 주차장
진수, 자기 차에 들어앉아 시동을 건다. 그러다가 문득 보면 거기 자현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건들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진수 급히 차에서 나오며..
진수 : 자현선배. 선배.
자현 : (못 듣고 지나치려는데)
진수 : (앞을 막아서며) 나하구 얘기 좀 해요.
자현 : (그제야 이어폰을 빼고) 어이 미스터.
진수 : 기계과라면서요?
자현 : 나? 어. 근데 참, 만난김에 물어보자. 미스터는 왜 미스터냐?
진수 : .. 마이크로 로봇의 첫자를 따서 MR이니까요.
자현 : 엠알..미스터. 아아..
진수 : 우리 로봇 바디 좀 봐 줄 생각 없어요? 필요하다면 수고비를 드릴 수도 있어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고..
자현 : (진수 뒤쪽의 차를 본다) 근데 이거 니 차야?
진수 : (자꾸 말을 돌리는 자현이 짜증스럽지만 참고) 예...내 말 듣고 있는 거에요?
자현 : (차를 이리저리 살피며) 들었어. 느네 로봇 바디 봐달라고.
진수 : 생각 없어요? 대회까지 열흘 정도 남았으니까..
하다가 놀라서 본다. 자현이 그대로 땅에 누워 차 밑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진수, 놀라서 얼른 차문을 열고 차의 시동을 끈다.
진수 : 이봐요.
자현 : 야아... 너 제법인데..
진수 : (옆에 쭈그려 앉으며) 뭐하는 거에요. 나와요.
자현 그제야 고개를 빼고 일어나 앉으며.
자현 : 아쭈. 언더 코팅에 스트럿 바까지 장착을 했네. 너 차를 아주 좋아하는구나.
진수 : (아직 놀란 기분이 남아서 보는)
자현 : 이렇게 안 보이는 데까지 꾸미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 니가 한거냐?
진수 : 그야.. 정비소에 돈 내고 했죠.
자현 : 아 자식. 직접 하면 더 재밌는데. 근데 너 스핀턴 해봤냐?
진수 : 스핀턴이요?
자현 : 그래. 해봤어?
진수 : 그냥 몇번..
자현 : 캬아.. 니 차 사이드 브레이크 쓸만하냐?
진수 : (잠시 자현을 보다가) 해보고 싶어요?
자현 : (얼른 끄덕이는) 어. 딱 한번만 해볼게. 사이드 나가면 내가 새로 바꿔줄게. 응?
진수 : 그 대신 로봇 바디는 어때요. 손봐줄래요?
자현 : (생각해보더니) 다섯번.
진수 : 예?
자현 : 스핀턴 다섯번하고 바꾸자. 아니 일곱번.
S#13. 캠퍼스 도로
어떤 오토바이 옆에서 스티커를 떼고 있던 백곰이 놀라서 돌아본다. 거기 진수의 차가 대단한 속도로 달려 지나간다.
백곰 급하게 옆의 순찰차로 달려간다.
S#14. 갑천변
갑천의 풍경 스케치... 그 위로 들리는 자동차의 굉음.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오는 진수의 차. 그리고 이만치에서 바라보고 있는 진수.
차 내부 // 운전석의 자현, 완전히 흥분해서 몰두해있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차. 바퀴 뒤에서 피어오르는 흙먼지.
차가 어느 정도까지 갔을 때.
차 내부// 자현의 손이 핸드브레이크를 훽 잡아올리며 핸들을 급하게 꺽어 돌린다.
최고속도로 달리던 차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유턴을 해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차 내부// 앞으로 노려보는 자현. 예스! 신이 났다.
이만치에서 보고 있던 진수, 돌아보면 거기 백곰의 자그마한 순찰차가 급히 와서 선다.
백곰이 운전석에서 뛰어내리며 자현이 모는 차를 따라가려다가..
더 앞에서 훽 스핀턴을 해서 달려오는 차 때문에 다시 급하게 후퇴해서 달려온다.
백곰 헉헉거리며 진수를 보더니.
백곰 : 우리 학교 학생이지?
진수 : 그런데요.
말하는 그들 뒤로 자현이 모는 차가 속도를 내어 달려지나간다.
백곰 너무나 화가 나서 말도 잘 안나온다.
백곰 : 봤지? 저거 저 차 봤지? 학생 증인 서. 증인. 현장 목격자!
S#15. 이교수 랩
만수가 신이 나서 커피를 들고 와 남희에게 내준다.
남희는 명환과 중희와 둘러 앉아 스케쥴을 짜고 있던 중.
만수 : 남희씨. 이거 마시면서 해요.
남희 : (명환의 눈치를 보며) 너 한번 더 남희씨라구 부르기만 해봐.
만수 : 아 맞다. 우리 둘이 있을 때만 그렇게 부르기로 했지 참.
남희 : (어이가 없고)
명환 : (남희에게) 신경쓰지 마세요. 쟤가 어떤 앤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중희 : 정만수, 메일 확인은 다 한거야?
만수 : 그으럼요. 민재야. 메일 확인하고 있지?
저 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을 열어보고 있는 민재.
민재 : 싱가폴 팀은 대회 이틀 전에 도착한댑니다. 그리고.. (다음 메일을 열고 있는)
만수 : 남희선배. 봤죠? 우리 랩은 나 아니면 뭐 하나 확인되는 게 없어. 내가 선배를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거 이해하겠죠?
중희 : (한심해서 보고)
명환 : (메모해가며) 그리고.. 기념 티셔츠같은 건 만들 예산이 없을 거 같거든요.
남희 : 우리 학교 볼펜은 어때요. 어디까지나 기념이잖아요.
만수 : 남희선배 뜻대루 해요. 그래두 돼.
명환 : (정말 화가 나서 만수를 보는데)
민재 : 선배님.
명환 : (돌아본다) 왜.
민재 : (굳어버린 듯 메일 하나를 보고 있다) 여기 좀 봐줄래요?
명환 : (일어서 가며) 뭐. 또 누가 무슨 메일을 보냈는데?
민재 : (좀 멍해서 명환을 돌아보며) 이거.. 이 메일.. 내가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 거에요?
S#16. 박교수 연구실
서교수와 박교수, 이교수와 모여앉아 얘기 중이다.
서교수 : 안그래도 지난 달에 일본 학회 갔을 때 비슷한 얘기를 들었거든요.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로봇축구 주관하는 교수 있죠?
이름이 뭐라드라...
이교수 : 와타나베 교수 말인가요?
서교수 : 맞아요. 그 교수가 로봇 축구는 자기네가 종주국이라면서..
박교수 : 말도 안돼. 말도 안되는 거 서교수도 알지? 걔네들은 어디까지나 표절한거라구. 우리꺼 표절.
서교수 : 글세. 그거야 우리 생각이고.. (이교수에게) 근데 걔들 축구로봇하고 우리꺼는 규격이 다르다면서요.
이교수 : 다르죠. 우리는 ....방식이고 그이들은 ...방식이라고 로봇이 좀 더 크죠. 우리꺼보다.
박교수 : 아니 그럼 기술로 따지면 우리 께 더 앞선거잖아요. 이런 건 같은 성능을 가지고 얼마나 작게 만드는가가
더 어려운거 아닌가?
서교수 : 아무튼 축구의 종주국은 영국이고, 로봇축구의 종주국은 일본이다.. 이러고 떠드는 모양이드라구요.
이교수 : (속이 상하는데)
소리 : (노크소리)
박교수 : 들어와도 되요.
문이 열리며 민재가 들어서는데 얼굴색이 안좋다. 교수들에게 인사하고..
박교수 : 오오 민재군. 왜?
민재 : 저어... (이교수에게 다가와 들고온 종이를 내민다)
이교수 : 뭐야?
민재 : 좀 이상한 메일이 와서요.
이교수 : 이상하다니..
민재 : 일본에서 이번 우리 아태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박교수 : 뭐야?
민재 : 일본 오사카대학의 쇼군 팀이랍니다.
박교수 : 쇼오군? 장군할 때 그 쇼군?
이교수 : (종이를 읽고 있는데 낮빛이 굳었다)
민재 : 참가팀 명단에 넣어도 될까요?
이교수 : 와타나베 교수 밑에 학생들이군요.
박교수 : 아까 말했던 그 표절 교수 말이에요?
서교수 : 오사카대학이라면 그 교수 맞는데?
이교수 : 와타나베 교수가 직접 애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써있네요.
박교수 : 으잉? 이거 뭔가 너무 수상하고 이상하다아. 기분이 오싹해.
이교수 : (민재를 본다. 침착해져있다) 참가팀 하나 더 늘었으니까 명환이한테 준비하는 거 차질없도록 말해둬.
S#17. 이교수 랩
만수 : 하이구 걱정을 말라고 혀. 나가 그것들 얼굴 한번 보기를 오매불망한지 오래뒤얏스. 아니 여그가 워디라고
지 발로 기어들겠다는 것이여.
중희 : (만수의 뒤통수를 툭 치며) 아 조용히 좀 해라. 너 땜에 회의를 못하고 있잖아. 지금.
만수 : 예.
알고보면 명환 중희 민재 남희에 다른 몇 친구들까지 둘러 앉아 회의 중이었다.
명환 : 신경 쓸 거 없어. 아마 우리 대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우리 로봇들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탐색하러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중희 : 그래도 팀을 출전시킨다는데..
명환 : 걱정 마. 걔네들 로봇 축구는 우리하고 시스템이 달라서 몇달 정도 우리 규격에 맞춰 준비한 걸로는 시합이 안될거야.
만수 : 맞십니다. 마 모양이나 비슷하게 흉내냈시까. 기능으로 보자면 억수로 코미디일낍니다.
그라니까네 이름도 보이소. 쑈군이 뭔교. 무신 쇼를 보여줄라꼬 쑈군이라캤는지 참말로 쑈하고 있는기라.
남희 : (명환에게) 평소에도 저래요?
명환 : 남희씨가 계시니까 좀 더하네요.
만수 : 남희..씨?
민재 : 만약에... 이건 만약인데요, 만약에 그 일본팀이 우승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지요?
일순 모두 조용해졌다가..
명환 : 물론.. 연구를 하는 우리들 입장으로 승부에 얽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어. 누구든 더 나은 기술을 보여주고 서로 배우고..
그러는 게 로봇대회의 목적이니까. 그런데... 그렇다해도.. 일본은 안돼. 무슨 말인지 알지?
민재 끄덕이는데 속으로 복잡한 생각이 오간다.
S#18. 공장동
자현이 익숙한 솜씨로 로봇 바디의 부속품을 깍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대욱.
자현이 깍은 부속을 척 옆으로 내밀면 대욱이 재빨리 받고 다른 것을 건네준다.
자현, 노련하게 장착을 하고.. 기이이잉... 깍여져 나가는 쇠.
대욱이 얼굴을 가까이 대고 구경하자, 자현 손등으로 대욱의 이마를 툭 쳐서 떨어뜨리고.. 등의 남자들끼리다운 가벼운 장난까지.
S#19. 로봇 연습실
진수 컴퓨터 앞에 앉아 조작을 하고 있고.
대욱은 로봇들을 정렬하고 있고, 자현은 옆에 편히 걸터앉아 쮸쮸바 정도를 빨아먹고 있고.
진수가 명령을 친다.
정렬했던 로봇들이 일제히 달려나간다. 급정거.. 까딱없이 깔끔하게 서는 로봇 세마리.
일제히 방향을 돌린다. 다시 달려가고 급정거. 깨끗한 정거.
대욱 : 으하하하 바루 이거야. 이거. 진수야 봤지.
진수 : (자현을 돌아본다) 고마워요. 아주 완벽한데요.
자현 : 담에 또 부탁할 거 있음 말해.
진수 : (웃음기 있어서) 담엔 스핀턴 말고 또 뭘 할건데요.
자현 : 헤에 니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말인데.. (하다가 문쪽을 보고) 어이 안녕.
다 돌아보면 민재가 서서 보고 있다.
자현 : 오랜만이다.
민재 : (자현에게 고개 약간 숙여보이고는 진수를 향해) 테스트 중이니?
진수 : 예. 지난번의 오동작은 완전히 바로잡았어요.
민재 : 다른 애들은.
진수 : 다른 애들이요?
민재 : 최종 테스트인 모양인데 니들끼리 하는거야?
진수 : (대답 안하고)
대욱 : (중간에 나서며) 아 뭐 다들 바빠서요. 일일이 모으기도 힘들고 에..
진수 : 솔직히 말하면 그애들 모아놓고 가르칠 시간이 없어요. 이번 시합, 질 수 없는 거 형도 알잖아요.
우리, 기업에서 돈 받아 이거 하고 있는 거에요. 우승을 해야 그 다음 지원금도 받을 수 있는 거고.
민재 : 그런데.. 그 전에 너 회장이고 선배 아니었냐. 너한텐 너의 내일만 있고, 팀의 내일 같은 건 상관없는거야?
내년엔 어떻게 할거야? 그 다음해엔. 그땐 그애들이 시합을 해야 할텐데. 뭘 보고 배워서 하라는 거야.
그런 건 니 머리 속에 없냐.
진수 : 나도 형한테 하나 부탁해도 되요? 이렇게 매번 일일이 간섭을 하는 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형이 이런 식으로 자꾸 나서면 내가 어떻게 애들을 통제할 수 있겠어요.
민재 : 통제? 넌 회장이 애들을 통제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거냐?
자현 : 어.. 말씀 도중에 죄송합니다만.. 옆에서 보니까 이 동아리.. 뭔가 파벌이 심한 모양이네.
민재 : (휙 보는)
자현 : 국사 시간에 배운 거 있잖아. 파벌.. 당파싸움. 이야 무섭다. 가까이 하지 말아야지. (문쪽으로 가며) 강대욱 나 먼저 간다.
대욱 : (따라가며) 벌써 갈려구? 이따 기숙사 방 옮긴다며. 안 도와줘두 돼?
민재 뭐라도 발로 한대 차고 싶은 심정이다.
S#20. 동아리방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정태, 옆눈으로 보는 곳.
민재가 울안의 맹수처럼 서성거리고 있다.
정태 : 어이 내가 한마디 해도 돼?
민재 : 안돼. 하지 마.
정태, 웃고 마는데.
소리 : (노크소리)
정태 : 예에..
지원 : (들어서며) 안녕.
정태 : 어서 와. 안그래도 숨막히는 중이었다.
지원 : 여기서 프린트 좀 해두 되니?
정태 : 언제부터 그런 거 허락받고 했었냐?
지원 : (프린트 앞으로 가며) 글세. 이젠 여기 맘대로 들어오기가 좀 그러네. (디스켓을 컴퓨터에 꼽고 등등의 작업을 하며)
민재는 여기서 놀고 있어도 돼? 대회가 며칠 안 남았잖아.
정태 : 야아 바로 찔러버리네.
지원 : 뭘.
정태 : 지금 민재가 고민하고 있는 게 바로 그거거든. 이렇게 놀고 있으면 안되는데 놀 수 밖에 없다.
지원 : (돌아보는) 무슨 말이야?
정태 : 게다가 일본에서까지 참가한다고 한다. 이거 참 머리 회로가 다 타버릴 거 같다..
지원 : 일본에서? 이번 아태대회에 온다구?
민재 : 김정태.
정태 : 왜.
민재 : 너 괜히 옆에서 깐죽대다가 맞아 죽은 사람 얘기 못 들어봤냐?
정태 : 맞아 죽기 전에 한마디만 더 하겠는데.. 너, 일본에 지면 알아서 해. 그 담부턴 내가 널 사람으로 안볼 거니까.
(마지막 말은 웃음기가 없다)
민재 : (말없이 정태를 보다가) 내가 이기는 게 아니야. 우리가 이기는 거지.
S#21. 캠퍼스 전경 아침
오가는 학생들. 그 위로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거리고 있다. [로봇 축구 아시아 태평양 대회...]
S#22. 대강당 무대
경기장을 세팅하고, 멀티큐브를 설치하고 플랜카드를 붙이고 귀빈석을 마련하고 그 위에 명패를 놓고 등등의 준비하는 모습.
명환과 중희가 나서서 지휘를 하며 일을 하고 있다.
이교수는 중앙에 서서 그 모든 일들을 보고 있고.
만수는 사회자석을 자리잡고 마이크를 설치하는 일을 돕고 있고.
S#23. 교수식당 앞
로봇 축구 아시아대회의 저녁 만찬 장소라는 안내문이며 포스터등이 여러장 붙여져있고.
(가능하면 참가국 국기들이 문 앞을 장식하고 있고) 그 앞에는 안내 책상이 있는데.
남희가 지원의 손을 끌어오더니 안내석에 앉히며.
남희 : 너 바쁜 건 알어. 아는데. 지금은 정말 고양이 손이라두 빌리고 싶다고. (하나씩 지정해주며) 여기 안내 명찰 있고.
이게 참가팀 명단이야. 참가팀 말고 다른 사람은 들여보내면 안된다. 밥이 모자라면 곤란하거든.
지원 : 잠깐만요 그럼 참가팀들은 전원 다 참석하는거에요?
남희 : 현재 일본팀 말고 다른 팀들은 다 도착해있어. (시계 보며) 6시 반에 시작이니까 좀 있음 모여들기 시작할거야.
지원 : 알았어요. 알아서 할게요.
남희 : 그래 고맙다. 근데 정만수 이 인간은 대체 어디루 간거야.
남희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고..
지원 한심해서 명단 등을 내려다보는데..
S#24. 식당 옆 주차장
근사한 외제 벤이 하나 도착한다.
운전석의 문을 열고 내리는 와타나베 교수. 뒷 문이 열리며 학생들이 기무라와 요다가 내린다.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는 그들...
S#25. 식당 로비
지원, 도착한 팀 세명 정도에게(싱가폴 팀 정도) 안내 명찰을 나눠주어 들여보낸다.
다른 남학생이 기다리고 있다가 안내해 들어간다.
지원 돌아보는데 다가오는 와타교수와 학생 둘.
지원 : Welcome to KIAST. Can I ask your team name? (어서 오세요. 어느 팀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와타 : We are 쇼군 team from Japan. (일본에서 온 쇼군팀입니다.)
지원 : 아 제펜... Just wait a moment please.. (잠시만요.)(명찰을 찾으려는데)
와타 : (서툰 한국말로) 먼저 이희정교수를 만나고 싶은데요.
지원 : 이희정교수님이요?
와타 : 안에 있을까요?
지원 : 안에는 안 계신데... 어 잠시만요.
지원 저 뒤에서 오는 민재와 정태를 발견했다. 재빨리 그들에게 다가가서.
지원 : 저 분들 일본에서 왔대. 이교수님을 찾는데.
민재, 정태 놀라서 와타 교수를 본다.
민재 : (정태에게) 이교수님 지금 대강당에 계실걸.
정태 : 날더러 안내하라 그 말이냐?
민재 : 너 일본어 좀 하잖아.
정태 : 아리가토하고 사요나라 두개 아는데?
지원 : 한국말도 하실 줄 알어. 저 교수님.
정태 : 그래? 그렇다면야...
정태, 와타교수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한다.
정태 : 안녕하세요. 제가 이교수님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와타 : 아 아리가토오... 그런데 우리 학생들 먼저 숙소에 안내해 줄 수 있습니까?
민재 : (뒤로 다가서며)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학생들 쪽을 돌아보며 친근하게 미소를 지으려는데 기무라와 요다는 정중하게 민재에게 절을 한다.
민재 얼결에 마주 고개를 깊이 숙여보인다.
S#26. 기숙사 전경
S#27. 기숙사 방
(비어있는 방입니다. 다른 책이나 집기는 없이 침대에 이불만 있는 상태)
문이 열리며 민재가 먼저 가방 두개를 무겁게 들고 들어선다.
민재 : (뒤를 보며) 들어오세요. 아니지 참.. 컴인.
커다란 박스들을 들고 가방을 메고 들어서는 요다와 기무라.
민재 : (책상 위에 박스들을 놓아주며) (영) 방이 좀 좁긴 하지만 아침 내내 학생들이 청소한거야. 하하.
민재 기무라의 박스를 받아주려고 하면, 기무라 펄쩍 뛰듯 거부한다.
민재 머쓱해서 그냥 본다. 학생들 적당한 곳에 조심스레 짐들을 내려놓는다.
민재 : (사람좋게 기무라에게 악수를 청하며) (영) 난 이민재라고 해.
기무라 : (악수를 받으며) 하이 리상. (영) 난 기무라야.
요다 : 와다시와 요다데스.
민재 : 에..곰방와. 하하.
기무라 : 아노.. 리상.
민재 : 어?
기무라 : (영) 난 널 안다.
민재 : (영) 날...안다고?
기무라 : (영) 너 미스터 팀의 보스지? 97년, 피라대회 비디오로 봤어.
민재 : (말이 막혔다가)(영) 어.. 미안한데. 난 너의 시합을 못 봤거든.
요다 : (일어로 기무라에게) 뭐야, 우리 여기서 자는거야? 호텔에서 자는 게 아니고?
기무라 : (요다에게 일어) 돈이 없는 모양이지. 할수 없잖아. 참아.
민재 : (무슨 말인가 보는데)
요다 : (일어) 목욕탕은 어디 있지?
기무라 : (민재에게)(영) 저 친구는 호텔에서 자는 줄 알았나봐. 걱정하지 마. 우린 다 이해하니까.
민재 : (좀 언짢아지지만 애써 웃어보이는데)
기무라 : (영) 여기 목욕탕이 어디 있는지 묻는데?
민재 : (영) 아 저기 복도로 나가서 왼쪽 끝에 샤워실이 있어.
요다 : (탁 팔뚝을 치며)(일어) 아아따. 여기 모기가 있어.
기무라 : (일어) 모기약 준비 안해왔어? 이거 병걸리면 안되는데.
민재 : (얼른 주위를 살피며 모기를 잡을 태세)
기무라 : (민재에게) 리상.
민재 : (보는)
기무라 : (영) 내 이름 기억했어?
민재 : (영) 물론이야. 기무라상. (웃는)
기무라 : (영) 난 너와 시합해보고 싶었어. 이렇게 만나게 되서 아주 기뻐.
민재 : (영) 아.. 하하 나도 기쁘네.
웃으며 돌아서는 민재의 얼굴이 어쩔 수 없이 굳는다.
S#28. 석학의 집
미순, 한곳을 노려보고 있고. 진영이 미순의 귀에 뭔가를 속닥거리고 있다.
미순, 얘기 다 들은 듯 쿵쿵거리며 다가간다. 진영 따라가고.
거기 재명과 옥주 마이클, 지민이 앉아있다. 모두 말도 없이 각자 시무룩해서.
미순 : 니들 정말 거기 계속들 앉아있을거야?
옥주 : 갈데가 없어서 일루 왔는데 너무 그러지 마세요.
미순 : 이 넓은 학교에서 니들 갈데가 왜 없어
옥주 : 수업은 다 끝났구. 동아리방에두 못 가구.
미순 : 점점.. 니들 미스터 아니야? 이번 대회에 카이스트에선 달랑 두개 팀 나가는거잖아. 느네하구 베스트.
근데 니들이 갈데가 없고 할 일이 없다고 말하는거냐 지금? 내일 시합 안해?
마이클 : 진영씨 우리 사정 얘기 제대로 말해준거에요?
진영 : 말했죠. 진수씨네랑 싸우고 시합에도 안나간다고요. 맞죠?
마이클 : 싸운게 아니고 우리 쫓겨났어. (재명에게) 맞지 재명.
미순 : 맞긴 뭐가 맞어. 니들이 국회의원이냐. 편갈라 싸우고 국회 보이콧하고 농성하는 거냐고.
재명 : 그건 누님이 몰라서 하는 소린데요.
미순 : (잘라서) 시끄러. 당장 일어나서 느네 방으루 가. 이게 국내 대회면 내가 말두 안해.
세계적으루다가 적들이 와서 우굴거리는데 지들끼리 싸우고 시합 내팽겨쳐? 내가 그 꼴은 못 봐주지.
옥주 : 언니 너무 오버하시는 거 아니에요? 우리 없어두 자기들끼리 잘한다구 하잖아요. 우리가 있음 귀찮기만 하대요.
미순 : 내가 붉은 악마 응원단인 거 니들 모르지. 우리 집 가면 빨간 셔츠 두장이나 있어. 근데 이번에 일본에서도 온다 그래서
내가 어저께 그거 빨래해놨다구. 뭔 말인지 알어? 느들... (버럭) 당장 못 일어나!
S#29. 대강당
준비하는 아이들.. 배경으로
무대 위에서 이교수와 와타교수가 악수를 나눈다.
이교수 : 이년 전에 파리에서 뵈었었죠?
와타 : 그때 만나고 아주 미인이셔서 놀랐습니다. 하하.
이교수 : 전 이번에 오신다고 해서 놀랐어요. 우리하고는 로봇 규격이 달라서 기대도 안했었거든요.
정태는 무대 위의 어느 시설을 보는 척 하며 슬쩍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와타 : 사실은 닥터리와 조용히 의논할 게 있습니다.
이교수 : 어떤 의논인데요.
와타 : 나중에 조용히 하겠습니다. (강당을 둘러보며) 여기가 대회장입니까?
이교수 : 네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와타 : 하이 소오데쓰네... 힘드시겠습니다. 부족한 게 많아서.
이교수 : (돌아보는)
와타 : (진지하게) 언제나 놀라고 있습니다. 부족한 게 많은데 이렇게 계속하시는 걸 보면 많이 놀랍습니다.
이교수 좀 언짢아지며 와타교수를 본다. 와타교수는 이리저리 여유롭게 둘러보고 있다.
그 뒤로 정태가 역시 언짢아진 얼굴로 와타교수를 보고 있다.
S#30. 캠퍼스 전경 밤
S#31. 동아리방 앞 복도
민재가 걸어온다. 동아리방 문 앞에 서서 망설인다.
망설이다가 그만두자 싶어서 돌아서 가려는데 안에서 열리는 문. 진수가 나오다가 민재를 본다.
민재 : 어.. 이제 가냐.
진수 : ...작업실에 가는 중이에요. 한번 더 체크해볼려구요.
민재 : 그래.
진수 : 보실래요?
민재 : ... 아니. 됐어.
진수 : ...걱정 마세요. 스피드나 정확도나 최고에요.
민재 : 그래. 믿어.
진수 : (그제야 좀 미소짓더니) 그럼 가볼게요. 내일 뵈요.
민재 : 어.
진수 저만치 걸어가는데.
민재 : 진수야.
진수 : (돌아보는) 예?
민재 : 이제 말 놔. 형 가볼게. 내일 봐... 이렇게 말하면 돼.
진수 : ..알았어요.
민재 : 자식..
진수의 발소리 멀어지고.. 빈 복도에 민재 혼자 우두커니 남아있다.
S#32. 대강당 전경 아침
펄럭이는 현수막... 그 위로 애국가가 들리고 있다.
S#33. 강당 내부
벽면에 붙여진 태극기 위로 애국가가 계속된다.
벽면에는 태극기와 캄보디아 국기가 로봇축구의 대회기를 중앙에 놓고 나란히 걸려있고.
관객들은 모두 기립해 있는 상태.
와타교수와 이교수, 박교수가 귀빈석에 나란히 서있다.
무대 위에는 양쪽으로 사회자석이 있는데 한쪽에는 남희와 만수가.
다른 쪽에는 한국학생 하나와 외국 학생이 서있다. (영어사회자)
관객석에 옥주와 재명과 마이클과 지민이 나란히 서있다.
강당 뒤의 문이 열리며 자현이 들어오다가 애국가 소리를 듣고는 얼른 야구모자를 벗어 들고 부동자세로 선다.
S#34. 강당 입구
민재와 정태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다. 안내석에서 팜플렛을 정리하던 지원이 그들을 본다.
정태 : 시작했어?
지원 : 금방 시작할거야.
정태 : 그래? 넌 아직 여기 일 남았어?
지원 : 다 됐어. (안내석 밖으로 나오며 민재를 본다)
민재 : (초조해서 강당쪽을 보고 있다)
지원 : 민재야.
민재 : (돌아보면)
지원 : 넌 결국 객석에서 보는거야? 경기장 옆이 아니고?
민재 : 말했잖아. 이번 대회는 진수가 끌어간다고.
지원 : 그래? 그럼 시합에 져도 니가 지는 게 아니네. 진수네가 지는거지.
민재 : ... 무슨 뜻이야?
지원 : 그냥. 저번에 니가 말한 게 생각나서. 경기에 이기는 건 내가 아니고 우리다.. 그랬었나?
민재 그렇게 말하는 지원을 본다.
S#35. 대강당 내부
민재와 정태, 지원이 통로를 따라내려오다가 주루루 앉아있는 재명네를 본다.
그들은 민재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얼른 시선을 피한다.
민재, 인상이 찌푸려져서 그들 옆으로 자리잡아 앉다가 보면.
앞줄에 있던 요다와 기무라가 민재를 돌아보고 저희들끼리 쑥덕거리고 있다가 민재와 시선이 마주친다.
기무라,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보인다. 민재도 어정쩡하니 고개를 숙여보인다.
//무대 위.
심판 양 옆에 진수와 캄보디아 주장이 서있다. 던져지는 동전.
//
진수, 자세를 풀고 컴퓨터 앞에 앉아 ID 칼라와 볼 칼라를 지정해 준다.
대욱, 로봇들을 들어 스위치를 켜 보곤 동작 여부를 확인한다.
상대방 캄보디아 팀도 비슷한 작업을 수행 중이다.
만수 : (소리) 양국의 국가연주가 끝나고 지금부터 한국의 미스터팀과 캄보디아 브라보팀의 16강 예선 첫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지금 선수들, 아주 신중한 모습으로 마지막 세팅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남희 : (소리) 예. 캄보디아팀은 이번에 첫 출전한 팀인데요. 로봇 축구에 관심을 가진 다섯 명의 대학생이 도서관의 논문과
인터넷을 뒤져 자료를 찾아 가며 이번 시합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전혀 누구의 도움도 없이요.
만수 : (소리) 대단한 열정입니다. 하지만 세계대회 준우승 경력까지 있는 강팀 미스터와 대등한 시합을 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남희 : (소리)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공은 둥글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만수 : (소리) 이런 말도 있잖습니까? 로봇은 네모다. 하하하.
무대 위의 진수,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문득 객석을 본다. 민재와 눈이 마주친다.
진수, 민재에게 고개를 까닥여보인다.
민재, 어설프게 미소를 지으며 화이팅의 뜻으로 주먹을 쥐어보여주지만 이내 미소가 사라진다. 뭔가 불안하고 찝찝하다.
만수 : 제 3회 아시아 태평양 대회. 우승을 향한 로봇들의 불타는 투혼이 이제 곧 펼쳐지겠습니다. 아, 이제 경기가 시작됩니다.
심판, 힘차게 휘슬을 분다.
동시에 엔터를 내려 치는 진수와 캄보디아팀.
미스터 로봇들 활기차게 움직인다. 캄보디아 로봇들은 근근히 움직이는 정도.
한눈에도 두 팀의 전력 차이가 확연하다.
만수 : (소리) 캄보디아팀, 첫 출전이라 그런지 움직임이 아주 둔하죠?
남희 : (소리) 공을 찾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네요.
만수 : (소리) 비전 시스템, 제어 기술 등등 아직 수준차가 많이 나죠. 미스터의 압승이 예상되는데요..
남희 : (소리) 첫 출전 첫 시합에 너무 강팀을 만난 캄보디아. 아직 공 한 번 못 잡아 보고 있습니다.
만수 : (소리) 아, 미스터팀. 패스미스. 캄보디아 드디어 공 잡았다. 달려 가는데 아니 걸어 가는데 미스터 공 가로챘습니다.
하프라 인 넘어서기 전. 반대쪽으로 패스. 달려오는 미스터 중거리 터닝 슛 골인 골인입니다.
(중계대로 진행되는 경기)- 볼은 달려오는 두 로봇 사이를 아슬하게 뚫고 골인. 객석에선 박수가 터지고.
박교수 좋아하는 옆에서 이교수, 만족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와타교수를 돌아본다.
와타교수는 박수를 치는 시늉을 하며 축하를 보낸다.
전광판엔 1:0 점수가 뜨고. 객석에서 그 모습을 보던 정태.
정태 : 잘 하는데.
옥주 : (샐쭉해서) 잘 하긴 뭘 잘 해? 저쪽 팀은 지금 걸어 다니고 있다구. 공도 제대로 못 찾고 있는데 3분 만에 한 골이 뭐야?
마이클 : 옥주. 2분이야.
옥주 : 2분 40초잖아.
정태 : (웃고 마는)
멀티큐브에서는 방금 전의 골인 장면이 보여지는 동안.
만수 : (소리) 전반 2분 40초만에 첫 골을 터뜨린 미스터. 지금부터 골 파티의 시작이라는 듯 미스터 로봇들 사기가 올라
돌격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남희 : (소리) 예. 캄보디아팀은 킥 오프 준비를 하고 있네요.
심판 휘슬이 울리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경기 장면이 보여진다.
다시 한 골을 넣는 미스터 전광판 2:0으로 바뀌고.
샐쭉거리며 경기를 보고 있는 옥주네.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시합을 보는 민재. 지원과 뭔가 얘기를 나누는 정태.
다른 일각에서 백곰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보고 있는 자현.
부동자세로 시합을 관람하고 있는 쇼군팀.
전광판에는 후반전이라는 표시가 떠있고. 여전히 2대 0.
좀 못마땅한 얼굴로 보는 이교수. 그 옆에서 여유있게 보고 있는 와타교수. 등의 모습이 보여지고..
그리고 시합 장면이 조금 더 보여지다가 다시 한 골을 넣는 미스터. (마찬가지)
전광판 3:0으로 바뀐다. 시간은 후반 2분 10초가 남았다. 음악 끝.
만수 : 예. 현재 스코어 3:0, 남은 시간은 2분.
남희 : 이변이 없다면 미스터팀의 승리가 거의 확실합니다.
만수 : 예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점수차가 많이 벌어지지 않고 있네요.
남희 : (E) 캄보디아팀이 예상보다 선전을 하고 있는 걸까요.
만수 : (E) 글세요. 미스터팀이 손님대접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하하.
민재, 이제는 거의 찡그리고 진수 쪽을 보고 있다.
진수는 컴퓨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심판 휘슬이 울리고. 동시에 내려치는 엔터
//여전히 공을 주도적으로 잡고 경기를 하는 미스터 로봇들.
진수, 경기장을 보다가 컴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모니터 화면이 지직거리기 시작한다.
당황한 진수, 모니터를 쳐 보기도 하고 아래에 튜닝 조정을 해보지만 점점 일렁임이 더 심해지는 모니터.
진수, 경기장으로 고개를 돌린다. 대욱은 경기장에 집중하고 있다.
만수 : (E) 남은 시간 이분. 미스터가 한두점 더 올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남희 : (E) 여전히 공은 미스터가 잡고 있습니다. 다시 드리볼. 슛찬스입니다. ..아니 그런데 저게 뭐죠.
만수 : (E) 어 갑자기 미스터의 공격수들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드리볼을 하던 미스터 로봇, 하프라인을 지나 상대의 골문 앞에까지 가더니 갑자기 그 자리에서 원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골키퍼 로봇까지 상대의 골문 앞으로 달려나오더니 함께 원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버린 민재. 멀티큐브에도 그 화면이 보이고 있다.
대욱 놀라서 진수에게 달려간다.
관객들 웅성거리고. 이교수, 거의 몸이 반쯤 일어났고, 와타교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다.
만수 : (소리)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남희 : (소리) 미스터 로봇들, 원운동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혹시 작전일까요?
만수 : (소리) 말도 안 됩니다. 저건 말이죠...로봇에 엄청난 문제가 생긴 겁니다. 미스터팀 빨리 방법을 찾아야 됩니다.
미스터 로봇들이 도는 동안
캄보디아의 두 마리 로봇이 미스터 진영으로 넘어와 텅빈 진영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다가 겨우 한 골을 넣는다.
심판 휘슬 울리고. 전광판엔 3:1 시간은 후반 1분이 남았다.
캄보디아팀들은 마냥 좋아하고.
//진수, 재빠르게 프로그램을 열어 본다. 명령을 입력하고 이상을 확인하는데.
대욱 : 어떻게 된거야?
진수 : 아무 것도 아냐.
대욱 : 아무 것도 아니라구? 로봇들이 미쳤는데 아무 것도 아냐?
진수 : (여전히 작업하며) 밧데리나 갈아 끼워.
대욱 : ..버그지?
진수 : (힐끗 본다)
대욱 : (한숨)....잡을 수 있어?
진수 : (끄덕)
//민재, 천천이 자리에 앉는다. 정태, 그런 민재의 어깨를 감싸 준다. 지원이 민재를 보고 있다.
정태 : 괜찮을거야. 아직 3대 1이야. 시간 얼마 안남았고.
//진수, 프로그램 입력을 끝냈다. 창을 닫으면 로봇 프로그램이 뜬다. 화면에 아무런 이상은 없다.
뒤에서 보고 있던 대욱, 이마에 땀을 닦곤 경기장 근처로 간다.
//심판 휘슬이 울리고.
미스터 로봇, 이상 없이 움직인다. 잠시 경기가 진행되다가 진수 모니터가 다시 지직거린다.
당황한 진수, 다시 모니터 튜닝을 해 보지만 더 심해지는. 지직거리다가 아예 암흑 바탕에 기호 투성이의 화면이 되어 버린다.
진수, 당황해서 민재를 보는데 민재, 그런 진수를 보곤 심상찮다.
만수 : (E) 경기 다시 시작됐습니다. 아. 미스터의 로봇들 정상입니다. 잘 달리고 있어요.
남희 : (E) 다행이네요. 간단한 버그였던 모양입니다.
만수 : (E) 경기 중간, 놀라운 솜씨로 버그를 잡아내고 경기를 계속하는 미스터입니다. 어...아니 잠깐만요.
//경기장. 캄보디아가 드리볼 하는 중.
수비 진영에 있던 미스터 로봇 세 마리. 앞으로 윙 하고 달려 나간다.
캄보디아 진영 골대 바로 앞에 와 마치 결합하듯이 나란히 붙어 버리는 세 마리 로봇.
그 상태로 급회전을 한다. 마치 회전문이 돌 듯이.
//민재, 이젠 일어나지도 않고 화면을 노려보고 있다.
이번엔 정태, 옥주, 재명, 마이클 등이 일어나 보고 있다.
멀티큐브엔 그 화면이 뜨고. 웅성거림은 아까보다 더 심해진다.
문득 민재, 시선에 잡히는 앞 줄의 기무라. 기무라는 민재를 돌아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버린다.
만수 : (소리) 아,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번엔 세 마리 로봇이 합체를 해서 돌고 있네요.
남희 : (소리) 분명 미스터 로봇에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왜 저럴까요?
만수 : (소리) 전 절대 모르죠. 캄보디아 로봇 공 잡았습니다. 텅빈 미스터 진영을 향해 돌진.. 아니 걸어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로봇,텅빈 진영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어거지로 한 골을 더 넣는다.
휘슬.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미스터 로봇.
//전광판은 3:2 시간은 20초가 남았다.
만수 : (E) 다시 한점을 추가하는 캄보디아팀입니다. 안타깝군요.
//이교수, 얼굴이 굳어지는데.
박교수 :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쟤들이 왜 저러는거죠? 저번 시합땐 안 저랬잖아요.
이교수 : (저도 모르게 와타교수를 돌아본다)
와타교수는 무료한 듯 안경을 벗어들어 닦고 있다.
//경기장 위에선 대욱이 거의 넋이 나가서 로봇들을 거두고 있다. 진수, 프로그램 화면을 연 상태.
진수, 키보드를 치는데 아래로 쭈우욱 내려가 버리는 코드 명령들.
당황하는 진수. 얼굴을 부벼댄다. 지금 머리 속이 하얘지는 기분이다.
// 객석..
자현이 반쯤 일어섰다가 다시 앉는다. 으이그..하는 얼굴로 야구모자를 쓰더니 푹 내려버린다.
//심판이 호루라기를 든 채로 진수쪽을 본다. 진수는 멍하니 손놓고 화면을 보고 있는 자세.
//민재네 쪽. 정태와 지원, 다른 아이들 모두 민재를 보고 있다.
남희 : (E) 경기가 잠시 중단되고 있습니다. 미스터팀에서는 작전타임을 요청했습니다.
만수 : (E) 작전타임은 2분입니다. 과연 2분 내에 이 엄청난 버그를 잡아낼 수 있을지.. 하아.. 제 속도 타고 있습니다.
정태 : 이민재.
민재 : (앞만 노려보고 있는)
정태 : 가봐.
민재, 정태를 잠시 보더니 일어서 앞으로 나간다.
//진수, 다가오는 민재를 본다. 일어나 무대쪽으로 온다.
민재 : 버그냐?
진수 : ..미안해요. 디버깅 몇 번이나 했는데.
민재 : 잡을 수 있겠어?
진수 : (가로 젓는)
민재 : 어떡할거야?
진수 : ...모르겠어요.
민재 : 수비만 해도 안되겠냐. 20초만 버티면 돼.
진수 : 방법이 없어요. 봤잖아요. 스타트만 시키면 상대 진영에 가서 붙어 버려요.
민재 : 상대 진영에 가서 붙는다......부팅을 다시 해.
진수 : (보면)
민재 : 그리고 세팅할 때 진영을 반대로 인식시켜. 우리 진영을 상대 진영인 것처럼 인식시키란 말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진수 : (...고개 끄덕이더니 얼른 컴퓨터 쪽으로 가는)
//사회자석
만수 : 아, 안타깝군요. 이번 대회 우승후보였던 미스터. 예상외의 버그로 1차전부터 고전하고 있습니다.
남희 : 남은 시간은 20초. 한 번만 더 이런 상황이 생기면 동점. 연장전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네요.
만수 : 연장전에 들어가면 뭐합니까. 그때까지 버그를 잡을 수 있을지 하아 이거참.
관중석이 술렁이고 있다. 옆사람과 수근거리는 사람들..
박교수는 아예 포기한 얼굴로 의자에 깊숙이 앉아있다.
이교수 냉정한 얼굴로 진수를 보고 있고.
//진수, 작업이 끝났다. 화면에는 동작화면이 떠있다.
//대욱 불안한 얼굴로 로봇들을 제자리에 놓는다.
상대 캄보디아 팀들은 기분이 아주 좋아서 배치하고 있다.
//말없이 보고 있는 민재. 거의 울듯한 옥주.
//심판의 휘슬 울리고 진수, 엔터 내려치자마자 미스터 로봇 세 마리, 일제히 상대 진영으로 달려 간다.
만수 : (소리) 아, 다시 버급니다.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는, 아, 역시 못 잡았군요.
진수 일어서서 보고 있다. 절망적인 얼굴.
// 민재 상체를 앞으로 하며 보는데
// 상대 골대 앞까지 갔던 로봇 세 마리. 벽면 바로 앞에서 멈췄다가 일제히 급후진을 한다.
우리 진영 골대 앞까지 와서 붙어 버리는 세 마리 로봇, 회전문처럼 다시 돌기 시작한다.
만수 : (소리) 어어 이게 뭡니까. 이번엔 자기 골대 앞에서 빙빙 돌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의 미스터팀. 오늘 정말 여러 가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멀티큐브로 보이는 화면. 캄보디아 로봇, 공 몰고 하프라인 넘었지만 밀고 들어갈 데가 없다.
그 앞에서 망설이다가 슛을 해 보는데 마치 회전문에 튕기듯 튕겨 나오는 공, 저 멀리 가 버린다.
객석에선 작은 웃음이 터지고.
남희 : (소리) 아, 수비 작전이었군요. 미스터팀. 진영을 반대로 인식시켜서 미스터 골대 앞에 회전 차단막을 친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 12초. 그동안만 버티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만수 : (소리) 그렇군요. 하지만 좀 비참한데요. 세계 대회 준우승팀의 면모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오늘 미스터팀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겨야 되지 않겠습니까?
전광판은 8초 7초.
//다시 슛을 해 보는 캄보디아 이번에도 역시 멀리 튕겨 나가버리고 객석에선 아까보다 좀 더 큰 웃음.
//진수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이교수도 비참한 기분인데.
//기무라. 다시 민재를 돌아본다. 미소가 어린 얼굴이다.
//전광판 3초 2초.
//경기장엔 여전히 돌고 있는 미스터 로봇.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끝났다. 서서히 멈추는 로봇.
만수 : (E) 드디어 경기 끝났습니다. 3대 2 미스터팀의 승리입니다.
그러나 객석에서는 별로 흥이 나지 않는 박수소리가 좀 들린다. 일본팀 학생들이 예의상 박수를 쳐준다.
옥주와 재명, 마이클 등이 박수를 좀 치다가 민재의 눈치를 본다.
민재는 말없이 앞만 보고 있다.
//컴 앞에 앉아서 박수 소리를 듣고 있던 진수, 일어나 나가 버린다.
대욱, 나가는 진수를 보다가 심판이 부르자 자신이 캄보디아 팀과 악수를 한다. 이겨도 전혀 면목이 서지 않는다.
// 아직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는 박교수.
이교수 괴로운 마음으로 일어서려는데.
와타교수 : 닥터리.
이교수 : (돌아보면)
와타교수 : (서툰 한국말) 한가지 미리 말할 게 있습니다.
박교수 : (슬그머니 귀를 기울이고)
이교수 : (할수없이 다시 앉는다) 말씀하세요.
와타교수 : 여기 일등하면 브라질 세계대회 나가는 거 맞습니까?
이교수 : 물론.. 그렇지요. 세계대회를 위해서 하는 예선 대회니까요.
와타교수 : 이거 큰일났습니다. 우리 일본이 일등해도 세계대회 나갈 수 없습니다.
이교수 : (놀라 보는)
박교수 : (못 참고)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아시아대회에서 우승을 해놓고 세계대회는 불참하겠다.
(이교수에게) 이거 물 먹이자는 얘기 아니에요?
와타교수 : 물을 먹이는 게 뭡니까? (순진한 얼굴) 우리는 스케쥬루상 브라질에 못 갑니다. 안타깝습니다.
이교수 : (겨우 냉정을 찾아서) 그거 참 유감이군요.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번 대회에 우승한 다음의 일이 아닐까요.
와타교수 : 맞습니다. 하하. 우리가 일등한 다음에 일입니다.
박교수와 이교수 불안해서 마주보는.
S#36. 강당 앞
펄럭이는 현수막과 강당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인파. 그 위로.
만수 : (소리) 아시아 태평양 대회 첫날 오후 첫 경기. 일본의 쇼군팀과 싱가포르의 빅토리팀의 경기가 곧 열리게 되는데요.
S#37. 대강당 내부
벽면에 걸려있는 일본기와 싱가폴기.
무대 위에선 일본팀과 싱가폴팀이 세팅을 하고 있다.
남희 : (소리) 예. 오전 네 경기에서는 한국의 미스터팀과 베스트팀, 중국과 필리핀팀이 8강에 진출했구요.
곧 경기를 할 싱가포르팀은 새롭게 떠오르는 강팀이죠?
만수 : (소리) 예. 그렇습니다. 강팀이죠.
남희 : (소리) 그에 비해 일본팀은 전혀 전력을 알 수 없는 상태인데요. 로보컵 대회를 주최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저력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군요.
민재와 아이들이 경기장을 보고 있다.
심판, 양팀에 세팅이 끝났는지를 확인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양팀.
//이교수, 자세를 바로 해 앉는다.
//강당 뒤쪽 문이 열리더니 진수가 들어선다. 자리로 내려가지 않고 문가에 기댄 채 앞을 보는.
//심판 휘슬이 울린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쾌하게 움직이는 양팀 로봇.
어느정도 경기가 보여지다가 공을 몰고 달려 가는 쇼군 로봇.
만수 : (E) 경기 시작됐습니다. 시작되자마자 공을 가로채는 쇼군. 아 그대로 드리볼입니다. 빅토리 수비 달려나옵니다.
빅토리 수비 달려와 그대로 쇼군 로봇과 측면 충돌을 한다.
쇼군 로봇은 전혀 충격없이 앞으로 계속 돌진하는데
부딪혔던 빅토리 로봇, 팽그르 돌며 벽면에 투쿠션으로 부딪혀버린다.
(위 장면 슬로우) 벽에서 튀겨져 나와 넘어지는 빅토리 로봇 작은 불꽃이 파박 튀기 시작한다.
//쇼군 로봇이 골인을 시켜버린다. 터지는 탄성.
남희 : (E) 어머 저게 어떻게 된거죠?
만수 : (E) 빅토리 로봇에 불이 났습니다. 순간 골인시키는 쇼군. 근데 아니 저거저거..
그 불꽃이 점점 강해지며 로봇 전체를 휘감다가 이윽고 불이 붙어 버린다.
옷 전체가 활활 타오르는데 놀라서 달려 오는 빅토리팀. 화기때문에 차마 손으로 잡아내지도 못한다.
//멀티큐브 화면으로 보이는 불타는 로봇
//객석에선 더러 아예 일어나며 그 장면을 보고..
//심판을 비롯 여러명이 불타는 로봇 쪽으로 달려든다.
//리플레이되는 아까의 장면을 보는 민재네들.. 놀랄 뿐.
// 강당 문 쪽의 진수도 놀라서 보고 있다.
//경기장, 다 불타 버린 옷, 시커멓게 몸체를 드러내고 있는 로봇.
빅토리팀 중의 한명이 수건으로 감싸서 로봇을 들어 본다. 어이없는. 로봇을 든 채로 쇼군팀을 본다.
쇼군팀,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사과의 뜻이 담긴.
만수 : (E) 정말 대단합니다. 쇼군팀. 상대 로봇이 회로와 전선이 다 타 버릴 정도의 충격을 입었는데도
쇼군은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았군요.
남희 : (E) 넘어지거나 비틀거리지도 않았어요. 어떻게 저렇게 되죠?
만수 : (E) 중심 제어와 충격 흡수 시스템이 대단히 발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디 재질도 좀 다른 거 같은데요.
우리 로봇들은 주로 듀랄루민으로 바디를 만들거든요. 듀랄루민, 알루미늄 합금이죠.
남희 : (E) 싱가포르팀도 듀랄루민으로 만들었나요?
만수 : (E) 물론이죠. 같은 듀랄루민끼리의 충돌에서는 저런 차이가 나올 수가 없죠.
남희 : 그럼 대체 뭘로 만들었을까요?
만수 : 저도 바로 그 점이 궁금하다 이겁니다. 알면 저 좀 가르쳐 주세요.
그 사이 세팅이 끝난 경기장. 다시 경기가 시작된다.
휘슬과 함께 음악..
경기가 좀 이어지다가 쇼군팀의 득점. 2대 0이 되는 전광판.
입안이 바싹 마르는 기분의 민재가 보고 있고.
다시 경기가 계속되다가 멀티큐브를 통해 보여지는 두 번째 골.
전광판 3:0 이다.
이교수, 멀티큐브를 보다가 옆 자리의 무라카미 교수를 본다.
빙긋 웃고 있는 무라카미 교수.
다시 계속되는 경기 장면이 보여지다가 음악이 그치고.
만수 : (E) 다시 쇼군의 찬스입니다. 쇼군 패스하느냐. 패스.. 어 이게 뭡니까.
쇼군 로봇 1은 4사분면에 있고 로봇 2는 2사분면에 있다.
빅토리 로봇 둘은 하프라인 근처에 있는 상태.
쇼군 1, 하프라인 근처 우측 벽을 향해 힘차게 공을 찬다.
빅토리 두 마리, 공을 쫓아 달려 간다.
하지만 공은 벽을 맞고 더 빨리 튕겨 나가고 2사분면에 있던 쇼군 2, 골문 앞으로 달려가 그 공을 받는다.
골키퍼와 1:1 상황.
쇼군2, 여유있게 터닝 슛으로 득점. (이 모든 상황이 원컷으로)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진다.
멀티큐브를 통해서 보여지는 화면.
남희 : (소리) 세상에...벽면 패스군요.
만수 : (소리) 예..벼...벽...벽면 패스. 로봇 축구 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술입니다.
남희 : (소리) 벽에 맞아 튀겨 나오는 순간 쇼군의 로봇이 그 각도와 속도를 예측하고 골문 앞으로 달려 갔는데요..
(이 대사에 맞게 커트로 나뉜 멀티 화면)
만수 : (소리) 엄청나게 정확한 예측력입니다.
남희 : (소리) 대체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었기에 저게 가능하죠?
만수 : (소리) 저건 말이죠. 프로그램만 잘 짠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볼의 위치와 속도, 예상경로를 인식할수 있는
비젼 시스템이 있어야 됩니다. 초고속 비젼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남희 : (소리) 새로운 재질의 바디와 벽면 패스 기능. 쇼군팀. 대단한 전력입니다.
전광판엔 4:0 이 뜨고. 전반 2분이 남았다.
쇼군팀, 여유있게 로봇을 세팅하고 있다.
경기장의 일본팀을 보고 있는 민재의 얼굴에서 우울한 음악이 시작되며...
경기장면 몽따주 잠시.
전광판 5 : 0에서 6 : 0으로.
다시 벽면패스로 골인하는 장면.
전광판은 7 : 0 에서 8 : 0으로 바뀐다.
휘슬이 울린다.
만수 : (소리) 대단합니다. 쇼군팀. 연속 다섯 골을 벽면 패스를 이용해서 넣고 있는데요.
8:0 8:0으로 쇼군팀이 강호 싱가포르의 빅토리팀을 꺾고 8강에 진출했습니다.
남희 : (소리) 내일 오전에 8강전에서 미스터팀과 대결하게 되는데요. 내일 시합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무라카미 교수는 한손으로 목덜미를 주무르고 있다. 마치 시합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이교수, 그런 무교수를 보면 허물어지는 느낌.
//쇼군팀, 빅토리팀과 악수를 건네곤 무대 앞으로 나와 객석을 향해 90도 인사를 한다.
터져 나오는 박수.
//민재 벌떡 일어나더니 통로를 따라 올라간다. 다른 아이들 민재를 돌아본다.
걸어가는 민재의 등 뒤로 계속 들리는 중계.
만수 : (소리) 로봇 축구의 겸손한 백과 사전 정만수가 자신있게 말하건대 방법은 없습니다. 왜냐? 로봇은 공을 따라가게 만들었다
이겁니다. 벽으로 패스가 되는 순간 상대 로봇 두 마리는 죽어라 하고 벽을 향해 달려 가는 겁니다. 하지만 공은 더 빠른
속도로 튀겨 나와 반대편에 있던 로봇에게 패스가 되고 그럼 골키퍼와 1:1상황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건 방법이 없어요.
걸어오르던 민재, 문 앞의 진수와 시선이 마주친다.
진수, 말없이 민재를 보고 있다. 민재 역시 말없이 진수를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