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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오후의 정사
별다리 리조트센터의 일요일 오후는 붐볐다. 곧 비가 쏟아질듯이 찌푸린 하늘도
즐거운 바캉스 족들에게는 아랑곳 없었다.
북적거리는 유기장 뒤의 산기슭에 있는 조그만 장급 여관의 지하다방에 조은하가 들어섰다.
어둠에 눈을 익힐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밝은 조명이 그녀의 화사한 모습을 비추었다.
1백 68센티의 훤칠한 키에 긴 목이 그녀를 항상 군중들 틈에서도 눈에 띄게 했다.
그녀는 구석자리에 혼자 앉아 벌써 두잔째 커피를 시켜놓고 있는 남자 앞으로 걸어갔다.
재떨이에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가 초조하게 오랫동안 앉아 조은하를 기다렸다는 것을 충분히
말해주었다.
사나이는 흔한 여름용 흰 점퍼에 푸른색 캐주얼 바지를 입고 있었다.
준수하고 근엄하게 생긴 용모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맑은 피부라든가 적당히 살이 찐 체격이며 지적인 얼굴이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은하......
그는 다가선 조은하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섰다.
미소를 띄우기는 했으나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감격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조은하도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표정이 달라졌다.
그녀의 시선은 사나이에게서 단 1초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보였다.
은하!
마주앉은 그녀의 얼굴을 뜯어보며 사나이는 다시 감탄스럽게 불렀다.
도저히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 하루종일 은하의 얼굴로 머리가 꽉 차 있었거든.
사나이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랑고백 같은 것을 했다.
아무리 낮추어 보아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이었다.
여자를 앞에 놓고 유치하고 달콤한 말장난이나 할 나이는 아니었다.
이 세상을 다 주어도 은하와는 바꿀 수 없지.
아이 선생님도......근데 왜 그때는 그랬어요?
조은하도 그의 달콤한 속삭임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얼굴에 미소를 담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했다.
그때야 은하가 도망간 것이지. 나는 은하에게 버림받고 죽어버릴까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몰라. 하기야 별 볼일 없는 신랑감이었으니까......
사나이의 이야기에 조은하는 아이스 커피 잔에서 스트로우를 뽑아 들고
손가락으로 배배 꼬는 장난을 하면서 옛날 일에 잠기는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 잘못이 아니잖아요. 어른들의 잘못이었지요. 요즘같은 세상만 되어도
그렇게 어른들의 비뚤어진 인생관에 우리가 희생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은하부모의 입장에선 그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찌들어지게 가난한 목수의 아들한테 딸을 선뜻 주고 싶은 아버지가 있겠어? 별을 두개나 붙인
장군집안에서 말이야. 요즘도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별단 사람들의 만능시대였잖아?
사나이도 당시 회상에 젖어 있다가 대답했다.
다 옛날 일이예요. 그러나 선생님이 오늘처럼 이 나라의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란 걸 몰랐으니까
우리아버지도 훌륭한 안목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요
그렇게 되었나? 하기야 목수의 아들이 이름을 날린 것은 역사에도 있어.
누군 데요?
조은하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크고 맑은 눈동자가 귀엽게 보였다.
예수그리스도......
호호호. 정말 그렇네요.
하지만 20년 전에는 야간 대학에 다니는 가난한 고학생에 불과했지.
어지러운 세상에서 전혀 짚고 일어설 것이 없는 별 볼일 없는 녀석이었지.
그런데 감히 장군집 외동딸을 훔치겠다고 했으니......
선생님을 놓쳤기 때문에 저는 시골에 묻혀 청춘을 보내게 되었는지 몰라요.
이제부터라도 우리 새로 시작할 수 없을까요?
정말 선생님이 저를 찾아왔을 때는 너무 놀랐어요. 저를 어떻게 찾아냈어요.?
내 지위를 조금 이용했을 뿐이지. 정부도 그 정도의 직권 남용은 용서할거요.
자. 배고플텐데 어디 나가서 맛있는 것 먹기로 하지.
사나이가 일어서서 먼저 나갔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하려는 듯 나란히 걷지 않았다.
조은하가 앞에 서고 사나이가 서너 발자국 떨어져서 걸었다.
그들은 허름한 돼지갈비 집에 들어가 싸구려 백반을 먹으며 마냥 즐거워했다.
유원지의 북적거리던 인파가 거의 사라지고 어둠이 조용히 사방에 내려앉고 있을 때
그들은 장급 여관의 2층방에 있었다.
은하......
사나이는 방에 들어서자 마자 조은하의 어깨를 감싸안고 이마며 볼에 키스를 퍼부었다.
아이......
뜻밖에 기습을 당한 조은하는 조그만 두손으로 사나이의 가슴을 밀어냈으나 힘을 주지는 않았다.
옛날 생각나?
사나이는 한 손으로 조은하의 허리를 단단히 감아안고 남은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더듬었다.
나쁜 사람!
조은하는 흥분해서 호흡이 고르지 못한 상태에서 말을 했기 때문에 발음이 분명하지 못했다.
공사장 2층에서 은하와 사랑을 나누다 경비원에게 들켜 망신당한 것 생각나?
아이 창피해. 당신은 악동이야.
조은하의 상대방 호칭이 선생님에서 당신으로 바뀌었다.
그럼 어떻게 해. 사랑은 해야겠고 여관비는 없고...... 그때 은하는 치마도 걸치지 못하고
공사장 경비장으로 끌려 갔었지. 하하하......
아이 그만 둬요. 제발......
사나이가 은하의 입을 자기 입으로 막아 버렸기 때문에 더 말을 계속 할 수가 없었다.
불.......
사나이의 억센 양팔 속에 갇힌 은하가 천장의 형광등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사나이가 벽스위치를 더듬어 끄고는 은하를 침대위로 밀고가 넘어 뜨렸다.
밖에서는 비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나이는 은하의 얇은 블라우스를 능숙한 솜씨로 벗겨냈다.
스커트도 금방 벗겨지고 브레지어와 팬티바람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여인의 모습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밖의 건물 불빛이 창을 통해 흘러 들어왔다.
이래도 되는 거예요?
조은하는 시트로 몸을 감쌌다. 사나이는 그때서야 천천히 웃옷을 벗었다.
샤워부터 할까?
이 여관방에는 개인 샤워실이 없는 것 같아요.
조은하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곳은 서울의 호텔과는 물론 다른 곳이었다.
사나이는 내의를 아무 곳에나 팽개친 뒤 시트를 걷고 조은하를 껴안았다.
우리 이래도 괜찮은 거예요?
조은하는 거부하지도 환영하지도 않는 엉거주춤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는 20년 묵은 연인들이야. 누가 말린단 말이야!
사나이는 이제 거친 손길로 조은하로 부터 장애물은 모두 제거했다.
그는 천천히 조은하를 현악기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난 학교 선생님이에요. 품행 단정한 선생님. 그리고 당신은 이 나라의 중요......
사나이가 다시 조은하의 입을 자기 입술로 막아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중심부를 향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난 몰라. 이제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아직도 나쁜 사람이에요
그녀의 의미 없는 말소리는 차츰 사라졌다.
밖에는 쏟아지던 빗줄기가 이제 소나기로 변해 줄기차게 퍼부었다.
사나이의 뜨거운 몸부림을 식히려는 듯 비는 그칠 줄 몰랐다.
두어 시간 뒤 사나이는 유원지 입구에서 혼자 택시를 타고 어디론지 사라졌다.
허탈한 모습이 된 조은하는 혼자 떠나는 택시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섰다.
허망한 기분으로 돌아서서 걸어오는 조은하 앞에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누구세요?
놀란 조은하가 멈칫거렸다.
그러나 그녀가 그림자를 미처 쳐다보기도 전에 그는 조은하의 입을 틀어막고는 그녀를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추경감이 이틀동안 추적해서 알아낸 내용이 이상과 같았다.
여기서 몇 가지 추리할 수 있는 것은 조은하가 만난 사람이 20여년전의 연인이라는 것과
그 사나이가 지금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고학하면서 상류집안의 딸인 조은하와 연애를 하게 되고
집안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쳐 실연 당한다는 흔해빠진 멜로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그 문제의 사나이와 밀회를 하고 난 뒤 미행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자에게
살해 당했다는 사실이다.
조은하를 납치하다시피 끌고 간 것까지는 목격자가 있어서 알 수 있었으나
그 그림자가 과연 조은하를 살해한 범인이냐 하는 것은 단정할 수 없었다.
추경감은 우선 조은하가 만나 흰 점퍼의 옛날 애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방 종업원이나 여관집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들은 그들의 대화는 그 사나이가
정부의 고급 관리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었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을 사랑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장군의 딸은 마침내 집을 뛰쳐나와
시골에 은거하며 국민학교 선생님으로 일생을 마칠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도 출세한 옛 애인이 나타나 원한에 맺힌 사랑을 나눈 뒤
질투의 그림자에 피살되었다는 줄거리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조은하의 아들이라는 국민학교 학생은 누구의 아들인가?
교장 고문직의 아들인가? 옛 애인의 아들인가? 아니면 다른 제 3의 인물이 남편으로 있었는가?
추경감은 조은하가 살던 집을 찾아가 보았다.
동네 제일 안쪽에 방 두칸짜리 기와집이 조은하가 살던 집이었다.
국민학교에서 2,30분은 충분히 걸어서 가야 하는 물안실 마을이 그녀가 살던 동네였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조은하 선생님 댁이지요?
추경감이 열려있는 대문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한 분이 아이를 데리고 섬돌에 앉아 있었다.
아무 표정도 없는 할머니와 멍하니 앞산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어디서 본 듯한
석고상의 이미지를 풍겼다.
추경감은 그 소년이 바로 조은하의 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는 멍청하게 추경감을 쳐다 볼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왔습니다. 여기가 조선생님댁 맞지요?
그제야 할머니는 고개만 끄덕였다.
이 아이가 조은하 선생 아드님인가요?
이번에는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도 아무 표정이 없었다.
너 이름이 뭐니?
추경감이 할머니와 소년 앞에 쪼그리고 앉으며 물었다.
조민주.
소년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이 조씨라면 어머니와 같지 않은가?
추경감은 이 소년이 조은하를 미혼모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할머니는 조선생님의 친척 되십니까?
추경감이 물었다. 눈만 멀뚱멀뚱하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난 옆집 사는 사람인기라. 얘가 불쌍해서 와 있는 기라.
네, 그렇군요. 민주네 할머니 댁에는 연락을 했나요?
추경감이 담배를 꺼내 권하면서 말했다.
할머니는 담배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댁이 어딘지 알면 선상님이 연락 좀 하소.
할머니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조선생님이 쓰시던 방에 좀 올라가 보아도 되겠습니까?
추경감이 일어서서 마루로 올라 가려고 했다.
죽은 사람 원수는 안갚아주고 오는 순사마다 남의 집 방만 뒤지고 가노?
그 방에 살인범 있는 기요?
할머니의 목청이 높아졌다.
뒤지든 말든 맘대로 하소. 하지만 우리 조선상님 같이 깨끗하게 산 사람 방에는 아무것도
나올게 없을 것인께.
추경감은 할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은하의 방에 들어서 있었다.
천장이 낮고 조그만 방에는 여름인데도 싸늘하게 냉기가 돌았다.
주인을 잃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소박한 시골방 그대로였다. 반닫이 옷장 위에 여름 이불이 가지런하게 업혀 있었다.
옆에는 앉은뱅이 책상이 하나 있었다.
추경감은 책상 위에 앉아 꽂혀있는 책들을 살폈다.
국민학교 각 학년 교과서와 교과용 참고서가 대부분이었다.
참고서 옆에 시집 몇 권과 수필집 등 잡다한 책이 백여권 채곡채곡 쌓여있었다.
추경감이 책상 서랍을 열어보았다.
서랍이 둘뿐인 책상에는 화장품류,각종 영수증 등이 나왔다.
잡동사니뿐이었다.
다른 곳을 살펴 보았다.
방위 쪽에 횃줄이 쳐져있고 거기는 일상복과 빨래를 한 듯한 여자의 팬티, 브레지어 등이
몇 개 걸려있었다. 여자의 내의를 방안에서 말리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였다.
추경감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이것저것을 살펴보았다.
책더미 속에서 앨범을 발견하고는 펼쳐 보았다.
운동회 때의 스케치 사진과 아들 조민주와 함께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사진첩을 유심히 살피던 추경감은 한 남자와 단둘이 찍은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그 사진이 붙어있는 페이지는 다른 사진이 없었다.
말하자면 소중하게 취급했다는 인상을 풍겼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체격이 건장하게 보이는 남자는 20대 후반이나 30대초반쯤으로 보였다.
연하의 애인일까?
추경감은 빙긋 웃었다.
어쩐지 눈썹이 송충이처럼 시커먼 그 사나이에게 신경이 쏠렸다.
추경감은 그 사진을 뜯어 슬그머니 호주머니에 감추었다.
죽은 사람 원수를 갚으려는데 이 정도 무례는 조은하 선생도 용서할거야.
추경감은 이렇게 위로하며 책들도 뽑아 넘겨 보았다.
한참 책을 뒤지다가 드디어 의도한 것을 발견했다. 일기장이었다.
추경감은 그것을 들고 나와 할머니에게 양해를 구했다.
원수를 갚는다면 선상님도 용서할끼구마.
뜻밖에 할머니 대답은 쉬웠다.
할머니, 민주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추경감이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어보았다.
아이구 불쌍한 것. 이 세상에 의지할 곳 없이 되었구나!
할머니는 갑자기 생각난 듯 소년의 어깨를 쓸어안으며 한탄을 했다.
아버지에게 보내면 안될까요?
추경감이 할머니의 대답을 들을 셈으로 계속 질문을 했다.
애비를 찾으면야 오죽 좋겠어요? 에그 불쌍한 것.
아버지가 어디 계신데요?
추경감이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한가지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최근에 조선생님 찾아온 사람 누구 없었나요?
할머니는 추경감을 멀건히 쳐다보고 있다가 고개만 가로 저었다.
조은하씨가 친하게 지낸 사람이 있을 텐데...... 서울에 있는 높은 분이라든지......
그런 사람이 있으면 우리 선상님이 왜 이 산골에 처박혀 혼자 살았겠습니꺼?
괜히 이상한 소문 맨들지 마소. 우리 선상님은 깨끗한 사람이라예.
교장 선상님도 늘 칭찬했다 아입니꺼.
교장 선생님이 자주 이 집에 들렸었나요?
작년엔가 한번 이 동네에 왔다 갔지요.
조선생이 돌아가시던 날 누가 찾아오거나 하지 않았나요?
글쎄요. 잘 모르지만 그 날은 일요일인데 별다리 다녀온다고 나가는 것을 동구밖 장승 앞에서
보는데...
혼자였나요?
네? 자꾸 이상한 걸 물으면 대답 모하겠심더.
할머니는 입을 다물었고 추경감은 그냥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추경감은 별다리 유원지 다방과 여관 등을 다니며 그가 가지고 온 사나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날 밤 문제의 남자가 이 사람인가를 확인했다.
그러나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추경감은 별 소득 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관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여관에는 뜻밖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감님이시죠?
키크고 이목구비가 선명한 남자.
눈썹이 송충이 기어가듯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나이.
바로 추경감이 앨범에서 뜯어온 그 사나이였다.
추경감이 하루종일 소득없이 헤매며 찾아다닌 그 사나이였다.
그 사나이가 나타난 것이다.
사나이는 몹시 침울한 얼굴이었다.
아니, 당신이......
추경감의 입에서 불쑥 나온 말이었다.
예? 저를 아시나요?
이번에는 사나이가 당황했다.
조은하씨 때문에 왔지요?
추경감이 사나이를 보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 과연 듣던 대로 날카로운 분이 시군요. 인상과는 전혀 달라요.
사나이도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다.
내 인상이 어떻습니까?
날카로운 수사관이라기 보다는 마음씨 좋은 복덕방 아저씨 같은데요.
이거 초면에 실례했습니다.
사나이는 불쑥 뱉은 말을 후회하는 듯 다시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하하하, 바로 맞추셨소. 모두 그렇게 이야기해요. 난 추병태라고 합니다. 서울시경에 있습니다.
추경감은 이 사나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더할 나위 없이 궁금했지만 겉으론 크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네, 그렇군요. 저는 조준철이라고 합니다...... 제가 누군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죽은 조은하의 친동생입니다. 한성대학 의대 레지던트입니다.
아, 정형외과 선생님이시군요.
예? 그것까지 알고계십니까?
좌우간 반갑습니다. 저녁식사 전이면 같이 나가실까요. 저 건너에 춘천막국수 잘하는 집이 있어요.
저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나를 죽인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 나갑시다. 저녁 먹으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지요.
추경감은 조준철과 함께 석양이 비껴든 유원지를 등지고 걸어 나갔다.
첫댓글 3편을 이제 보았네요..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