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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앞에 정년퇴직은 없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처럼 시대착오적 전횡과 비리가 횡행하고 기승을 떨치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금도 덕성여대를 비롯하여 계명대, 한세대, 인하대, 경문대 등 수많은 교육현장과 농성장에서 교수들이 학생, 직원 등 대학구성원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다. 부패사학이 갖가지 비리를 저지를 때에,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수백명의 교수들을 교육과 연구의 장, 그리고 삶의 터전으로부터 추방할 때 교육인적자원부는 무엇을 하였는가? 교육인적자원부는 각종 징계, 재임용탈락, 해직을 지시하고, 교사하고, 방조한 비열한 공범이었다."
<2001 교수계약제 강행, 교수노조 탄압 교육부 규탄 성명서>에서
보통 전국 단체는 서울에 본부를 두는게 관례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처럼 지방에 본부를 두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단체는 극소수다. 지난 4월 24일 창립총회를 가진 대학정의실천교수연합(상임대표 한철순)도 대구에 본거지를 두고 "대학 정의실천, 교권수호, 교수권익 수호"를 목적으로 태동했다. 재임용에 탈락한 서울대 김민수 교수, 세종대 김동우교수도 함께 하는 대학 민주화투쟁의 선봉이다. 대구에 자리를 잡은 것은 유독 이 지역에 상식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사학재단이 독버섯처럼 뿌리를 내린 탓이다. 정면승부를 띄운 것이다.
[사진설명] 지난 4월24일 대구흥사단 회의실에서 열린 대학정의실천교수연합 창립총회에서 그는 상임대표로 선출되었다. 계명대민주화투쟁을 주도하다 사망한 신현직 전 계명대교수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해서 추도사를 하고 있는 한철순 교수 "사학비리 앞에 정년퇴직은 없다" (위로부터)
대구는 사학비리 세력들이 활개치면서 살기 좋은 부패특구쯤 된다. 대구가 부패특구가 된 것은 대구시의 부패지수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부의 부패지수에 정비례한다. 교육부만큼 나쁜 정부도 없다. 교육부의 묵인과 방조 아래 비리사학은 지방토호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들 대학이 대부분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서 운영하는 선교기관이라는 사실은 곱씹어볼 일이다. 계명대학, 한동대학,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구예술대학에 고등학교까지 합치면 시급한 사회정화 차원의 골치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한국형 사회학자로 정평이 나있는 성공회대 김동춘교수가 모교인 대구계성고 문학동인지 <계성문학>에 기고한 글, <대구에 대한 애증>에도, 비리사학재단 척결문제는 글의 대미로 장식될만큼, 지혁혁신의 관건으로 언급되고 있다.
"나는 오늘의 이 편협한 지역주의가 사라진 대구, 비리 사학재단 이사장, 부패한 시장, 악덕기업주가 더 이상 지역의 대표로 행세하지 않고, 양심적인 인사, 정의롭고 소신 있는 시민,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지식인들에 의해 주도되는 대구, 그런 건강한 대구를 그리워한다. 그런 대구와 대구사람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고 싶다."
사학비리 만연한 대구에서 전 세계대학인의 잔치가 벌어진다. 지하철참사를 잊고저 행정이 목매다는 행사(!)라서 도약도 좋고 발전의 계기도 좋지만, 서글픈 마음은 좀처럼 비켜서질 않는다. 스포츠를 이렇게 악용해도 괜찮은가. 흥남부두 굳세어라 금순이와 어여뻐라 미녀응원단이 참가해도 감동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남파된 미녀응원단에 넋나간 사람들은 모를까, 젊은 대학생과 시민을 자원봉사자라는 이름의 시다바리로 만들어놓은 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8월의 대구로, '고등학교 3년이라는 극히 중요한 시기를 보낸 고향과 다름없는 곳', 젊음이 무더기 꽃사태로 후두둑 진 대구로 그는 달려오지 않을 것이다.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미국 간 그는 언제 오는가. 모를 일이다. 정의롭고 소신있는 바로 그 사람들이 대학강단에 사필귀정처럼 우뚝설 때쯤 다시 돌아올까?
유니버시아드는 아마도 기획되지 않은 의외성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될 것이다. 관공서가 기획하고 주도한 행사는 대부분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 우리는 또 관료사회와 지방대학과 신문방송이 공모한 성공대회 부풀리기에 의아해하는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냉소하는 대회는 대통령이 개회선언을 해도, 남과 북이 하나 되어도 반쪽대회일 수밖에 없다.
평생을 대학교수로 살아온 한철순(65세. 전 계명대 수학과. 위상수학 전공) 교수는 마음이 착잡하다. 대학인들의 잔치인 유대회에 그는 초대받지 못한 주인이다. 반면 부당한 방법으로 대학을 사유화하고 지성의 전당을 유린한 신일희 계명대총장은 유니버시아드 선수촌장에 임명되었다. 당신들의 유대회가 된 것이다. 집권한지 몇달 지났다고, 부패인사가 국제행사의 주연으로 참여하는 정부로 민심이반하고 있는가. 악명높은 대구시의 개판인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혁장관이 포진하고 있는 교육부와 문화관광부는 인사행정에 커다란 헛점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아엠에프 총리내각의 산하기관이며 사학재단의 상부기관이다. 하기사 아엠에프 총리를 재활용한 참여정부의 인사행정에 이 정도 약과가 어찌 큰 실책과 허물이 되겠는가.
갈 길이 멀다. 선생은 82년 제주대학에서 계명대학 수학과로 이적했다. 96년 4월 교수협의회의 도움으로 총장에 당선된 신일희씨가 단임약속을 파기하고, 96년 3월 28일 지방 7개 사립대학 총장과 함께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로 결의한 다음 신일희 총장 퇴진운동에 돌입했다. 그해 4월부터였다. 교수의 도움으로 당선된 총장이 교수협의회를 불법화하는 것은 자기존재 부정, 그 너머에는 모종의 음모극이 도사렸겠다. 신일희총장은 "1992년 다음번 총장 선거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단임공약 각서를 제출하여 제5대 총장에 선출되었다. 당선뒤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추천과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1996.5.9. 제6대 총장에 취임"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지식인사회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칙행위라는데 침묵할 수 없어 선생은 거리로 나섰다. 온몸 열정으로 조폭들의 폭력에도 맞섰다. 99년 2월 28일 재임용에서 탈락됐다. 몸도 성치 않은 선생을 뵈면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젊은 기자도 그의 용기백배 앞에 서면 주눅이 든다.
금쪽 같은 세월이 훌쩍 흘렀다. 65세 정년은 어김 없이 찾아왔다. 그의 교수시절은 대학민주화를 위해 바쳐졌고, 그 막바지 생활은 강단 밖에서 저물었다. 계명대학교 정상화를 향해 외곬수 투쟁을 해온 것이 밉보여 재임용에 탈락했으리니 짐작만 할뿐, 정확한 사유를 모른다. 내용증명을 부쳐 해직을 시킨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할 말이 없었던지 재단측은 철저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 길지 않은 시간의 흐름 속에 누가 입학했는지, 누가 졸업을 했는지도 물어물어 아는 처지가 되었다. 그도 제자들도 서로 얼굴을 잘 모른다. 비극이다. 돌아갈 일터도 사라졌다. 고별강연은 엄두도 못냈다. 어디에 서야 할지도 흐릿해졌다. 그러나 그가 설 자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는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 계명대학교 교수협의회 공동의장과 대학정의 실천교수엽합 상임대표로 자리를 지키며 일꺼리를 더 만들어가고 있다. 사학비리 앞에 참교수의 정년은 있을 수 없다. 그는 계명대학이라는 지방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어느 정신 맑은 청년들이 대학개혁 무용담의 주인공으로 입에나 오르내릴 교육희망, 참교육의 사표가 되었다. 칠순을 향해 내달리는 노선생으로부터는 석양의 노을이 붉게 질 때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것은 관조나 물러섬의 미학이 아닌 가장 강렬하게 저항하는 청년기상이었으리라.
개혁정권 3대째다. 함께 투쟁한 동료교수가 장관급 요직에 발탁되었어도 계명대정상화문제는 감감무소식이다. 민교협 대표로 명성 꽤나 날렸던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계명대 홍보대상 인물로 변질돼 있고, 사학비리재단을 민주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총리에 임명된 장관도 계명대 문제를 잊고 사는 모양이다. 개혁총리감 이미지가 시들지 않은 한완상 전장관은 유독 계명대학 앞에서만은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중학교를 잘 운영한 교장 출신의 전성은 교육혁신위원장도 비리사학재단 혁신에 도움이 되는 존재일지 시험대에 올랐다. 사학 재단의 전횡과 비리에 시달리면서도 교육활동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주장하는 교육자ㆍ학생ㆍ학부모의 절박한 희망사항은 바로 그 개혁파라는 인물들의 번의로 인해 번번히 좌절될 것인가.
정작 해직교수들의 억울한 처지가 해소될 근거를 마련해준 곳은 법원이었다. 재임용 탈락 교수들의 문제는 정치도 행정도 아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대학교수기간임용제'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려 구제의 길이 열렸다. 지난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구 사립학교법 제53조 2 제3항이 규정하는 '대학교수기간임용제'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판결의 요지는 민주국가의 국민이 기본권을 침해당하였을 때는 반드시 그에 대한 구제절차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대학교수기간임용제는 법치주의 정신과 그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헌법이 정한 교원지위 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대학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킴에 있어서 아무런 사전조건도 없고,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거부되어도 어떠한 불복이나 구제절차도 마련되지 않아서, 사학재단 운영자가 교수에 대한 임면권을 제멋대로 악용할 수 있음을 지적"(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해직교수복직 공동추진위원회 성명서)한 것이었다. 이로써 재임용에서 탈락된 모든 교수들이 원직복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법률가들이 정치인보다 타락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최근 계명대학교 총장 비리백서를 발간하고, 신일희 선수촌장임명 반대와 계명대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대학정의실천 교수연합 한철순 상임대표를 만나 속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정년퇴임을 해 버렸다고 하는데 소회는?
= 지난 2월말 65세 정년에 걸려 해직상태에서 자동으로 퇴임하게 되었다. 빼앗긴 4년이라도 강단에 설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현 체제에서는 그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잘 안다. 교수의 교수권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를 잘 아는 양심총장이 선출되어 대우교수로라도 못다한 강의를 하도록 해주면 좋겠지만 꿈같은 소리는 하지 않겠다. 어쨌거나 교수는 강단이 일터이다.
△ 신일희 총장 왜 문제인가?
= 부정부패한 사람이 사회지도층 인사로 행세하는 것을 청산해야 대학이 바로 선다. 대학은 교육기관의 사표로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신일희 총장은 공금 동원력을 내세워 정계와 관계, 법조계 비호 아래 반칙문화를 청산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부적절한 기반 위에 '비리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발전의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된 사학들은 막대한 판공비를 써가며 로비활동으로 체제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 문희갑 전시장, 이회창씨의 동생인 이회성씨의 경우처럼 문제인사를 독단적으로 교수로 고용해준다. 인사파행이 심각하다. 대학이 범죄자 수용소인가? 양심수 아닌 범죄자들은 강단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강단을 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교육부만 해도 그렇다. 1999년 12월 13일부터 22일까지 계명대에 대한 교육부감사가 있었다. 판공비 지출에 있어서 내역없는 영수증만으로 장부처리한 것을 발각해서 총장 이하 관계자에게 경고처분만 내리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교육부의 처사는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신일희 총장은 명예총장 신태식씨-신일희 총장 부친-에게 1억 2천만원이나 되는 거액의 급여 및 수행기사 월급을 매달 지급했다. 교수협의 고발로 교비 유출 혐의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회계부정을 저질렀으면 관선이사를 파견해서 비리를 근절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인사를 전세계 대학인의 귀감이 되어야 할 유니버시아드 선수촌장에 발탁하니, 딴지를 걸고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공유재산에 해당하는 대학을 부당하게 사유화한 반지성인이다. 재판에 패소하고서도 총장의 판공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비를 쌈짓돈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재판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고등법원 항소도 추후에 한다고만 밝혔다. 문서보존 연한이 5년인데 자기 퇴임 후의 일로 떠넘기려고 고의지연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인다. 그는 공공기관을 운영하기에는 너무나 사사로운 인물이다. 자산운용 과정에서도 적자투성이 사업으로 엄청난 교비를 탕진했다.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 방법의 교수해직으로 그는 수십억대 손실을 초래했다.
△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을 국정개혁의 핵심의제로 설정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서 지방대학은 지역혁신의 요람으로 등장한다. 지방분권도 좋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억지고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 그렇다. 각계 인사들이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일 때 지방분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다. 지방대학 개혁없는 지방분권은 청산되어야 할 토착세력들에 대한 특혜나 다름없다. 따라서 지방분권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이 먼저 올바로 서도록 선행조치를 취하는 것이 순서다. 부정비리와 연루된 토착세력 척결과 병행해서 지방분권을 추진하면 참여정부는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실정에 과연 지방분권이 맞는지를 재고해 볼 필요성도 있다. 미국의 일개 주에 불과한 규모의 국가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없지 않다. 지방분권, 잘못하면 불균형 발전이라는 혹독한 댓가를 지불할지도 모른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 대학정의실천교수연합이 강력한 대학개혁 추진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궁금하다.
= 억울하게 희생된 교수의 원직복직과 사학비리를 청산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각대학을 방문하면서 대학사회가 교육기관으로서 공익을 다하도록 하는데 이바지할 작정이다. 우리의 목적은 대학의 민주화에 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여생을 보낼 것이다.
△ 계명대정상화를 위해 관선이사를 파견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관선이사가 계명대 개혁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가?
= 그렇다. 사학비리로 분규를 앓는 대학의 개혁은 대부분 부패한 재단이사회로부터 자유로운 관선이사들에 의해 수술대에 올라 정상으로 되돌려졌다. 계명대는 92년 대명동교정에 불이 나서 학생이 죽었고 교수연구실에 화재가 발생, 교비 수억원을 낭비했다. 교육부 감사를 통해서도 확인된 것처럼 인사행정과 판공비 및 명예총장 급여지급 건을 포함, 지적사항만도 수십개였다. 관선이사가 계명대정상화의 핵심사안이다. 분규의 대명사였던 대구대, 상지대, 한성대, 덕성여대는 그렇게 해서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나는 선생을 자주자주 찾아뵙겠다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하고 대담자리를 파했다. 다른 해직교수들은 "올 가을엔 복직할거야"를 노래하는데, 빼앗긴 4년은 그를 계속 해서 투쟁의 현장에 남아있게 했다. 끝으로 지역언론이 철저하게 따돌림한 계명대정상화를 바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서를 전한다. 교육부는 제발 밥값 좀 하기 바란다. 다음은 8월 13일 대구전교조 사무실에서 발표된 <계명대학교와 계명문화대학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 원문이다.
대구 = 하니리포터 서태영 기자/ orangkae@sendu.com
■ <계명대학교와 계명문화대학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
50년에 이르는 계명대의 역사 가운데 40년 이상을 신태식-신일희 부자가 학장과 총장을 세습하면서 지배해 오고 있다. 당초 미국 선교회와 지역 기독교계에 의하여 설립된 대학을 이들 부자가 온갖 부당한 방법과 술수로 사유화하였다는 사실은 대법원까지 거친 확정판결을 통하여 이미 분명하게 밝혀진 바 있다. 자신들의 탐욕을 위하여 학교를 갈취한 이들에게 대학의 발전은 구실에 불과하였다. 거의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여 건물을 늘리고 정원을 가꾸는 등 자신들의 재산 불리기와 지배권 유지에만 골몰할 뿐 진정한 의미의 대학발전은 처음부터 그들의 안중에 없었다.
신일희씨의 총장직 연임회수가 늘어나면서 학내 외의 저항압력도 그만큼 높아지자 이제는 오로지 체제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상식으로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탄압체제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교수는 물론이고 학생, 직원을 막론하고 모든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와 언로는 완전히 무시되고 차단되었다. 소위 대학의 주인이라고 둘러대는 법인이사회도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거수기로 전략한지 이미 오래이다. 오로지 총장 1인의 독선적 지시만이 대학운영을 전횡하고 있다.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독선에 대한 지적이나 학교발전을 위한 제안의 목소리는 학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학내 외를 막론하고 신일희총장과 계명대학이 같이 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 쪽이건 한쪽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자탄의 한숨소리만이 대학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이래 학내가 잠잠한 것은 학교가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아가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대학이 질식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죽은 대학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통제되지 아니한 권력은 필연적으로 독선과 전횡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온갖 종류의 부정과 비리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에 걸쳐서 구축해 온 이들의 비호세력들이 방패역할을 계속하고 있어 모든 것이 호도 되고 있다. 새로운 부정과 비리를 들추기는커녕 이미 밝혀진 사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씨 일가의 도를 크게 넘는 탐욕과 부정, 비리는 비단 계명대와 그 관련 기관만을 질식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사학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와 나라 전체의 투명한 민주적 발전에도 결정적인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같은 지난 정부들의 부정과 비리를 지켜보면서 투명한 민주사회로의 조속한 진전을 기대하는 것은 모든 국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다. 차제에 대구지역사회도 침체와 우울의 탈을 벗고 새로운 활력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대학의 문을 두드릴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식과 위선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것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더 이상 기다릴 수도 방치할 수도 없다. 계명대를 죽음으로 이끌고 있는 독소의 원천을 조속한 시일 내에 완전히 뿌리뽑고 새로운 출발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는 차제에 계명대의 정상화 없이는 우리나라 사학 발전과 지역사회 회생도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하는 바이다.
- 아 래 -
1. 우리는 계명대에 대한 신씨 일가의 지배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일만이 계명대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1. 우리는 지역의 각계 각층 인사들과 언론기관은 물론이고 뜻 있는 시민들도 계명대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동참하고 협력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1. 우리는 교육부를 위시한 관계당국이 계명대에 대해 임시이사의 파송을 포함한 모든 응분의 조치를 조속한 시일 내에 확실하게 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 한다.
2003. 8. 13.
계명대학교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신득렬·이말남·한철순, 계명문화대학 교수협의회 의장 김진규, 계명대학교 총학생회 회장 최용석, 계명대학교 총민주동문회 회장 백현국, 계명대 정상화를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 배한동 외
■ 계명대 신씨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연대 성명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위하여 지방분권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지방 토호세력들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을 실시하게 될 경우 자칫 이들의 힘만 강화시켜줄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지방분권화를 실시하기 위한 전제로 지역 토착세력에 대한 일정한 청산과 함께 지역 시민사회 단체의 역량강화가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대구의 경우 다른 어느 지역보다 지방 토호세력의 힘이 강력한데 비해 시민·사회 단체의 역량은 취약하다는 것이 우리들의 판단이다. 지역주의와 배타주의라는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여 대구의 주류세력들은 상호 밀접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의 지배구조를 틀어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역의 독특한 정서로 인하여 대구는 우리나라 보수진영의 가장 강력한 진지가 되어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대구의 1인당 총생산이 16개시도 가운데 11년째 최하위이고 경제적 고통이 가장 심한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구가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구의 변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세력에 대한 인적 청산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리는 청산하여야 할 대표적인 집단 중의 하나가 계명대를 지배하고 있는 신씨 일가라고 판단하고 있다. 설립자도 아닌 신씨 일가는 계명대를 사유화하고 장기집권하기 위하여 학내 교수들을 강압통제하여 왔으며 비민주적 대학운영에 저항하는 교수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였고 그 결과 각종 부정과 재단비리 혐의로 끊임없이 법적 분규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대학운영과정에 각종 폭력조직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등 도저히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 없는 부도덕한 행태를 저질러 왔다.
이들은 자신의 불안정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명기독재단의 방대한 인적·물적 기반을 토대로 하여 지역의 정계, 학계, 언론계, 종교계, 그리고 법조계 등을 관리해 오고 있다. 계명대는 이와 같은 화려한 세력의 비호 아래 전국대학 중 지성고통지수에서 장기간 선두를 유지하면서 교육의 도시인 대구를 수치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성의 고통과 대구의 수치를 감내하면서 신씨 일가는 지역 토착세력의 구심적 역할과 대구발전의 걸림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과 아울러 자신들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왔던 것이다.
그 동안 신씨 일가의 퇴진을 위하여 학내는 물론이고 대구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기회 있을 때마다 노력을 하여 왔지만 계명대가 구축한 방대한 지역인맥과 중앙정계의 방해로 번번이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아직도 이런 체제가 지성의 전당인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대구의 수치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씨 일가의 퇴진은 단지 한 대학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과제를 넘어서 대구시민 전체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계명대가 바뀌어야 대구를 변화시킬 수 있고, 대구가 바뀌어야 우리나라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대구를 걱정하는 모든 교육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이름으로 신씨 일가를 계명대에서 퇴진시키기 위한 교육부, 검찰 등 사정 당국의 즉각적인 감사와 수사 착수를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대구시민들과 지역언론도 신씨 일가의 제거를 한 대학의 학내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대구의 구조적인 병폐를 해결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끊임없는 관심과 협조를 기대한다.
2003. 8. 13.
계명대 정상화를 위한 시민연대
편집시각 2003.08.25(월) 16:37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