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도 365예술극장 가보셨나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 극장
동검도는 서울에서 불과 53km, 강화도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섬이다. 강화도와 동검도 간에 제방도로로 이어져 자동차로 동검도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섬 자체도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이 섬에는 현재 시점에서는 보기 힘든 고전영화 만 상영하는 아담하고 예쁜 예술극장이 있다. 정식명칭은 ‘DRFA 365예술극장’. 홈페이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 극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객석수도 불과 35석이다. 필자의 여행경험으로도 외딴 섬에 극장이 있기도 어렵지만 특히 고전예술영화만 고집스럽게 상영하는 극장을 작디작은 섬 동검도에 세웠다는 건 참으로 놀랍고 기발한 아이디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극장 운영의 주인공은 유상옥 감독. 유감독은 ‘종려나무숲’(영진위 5억 사전제작 시나리오공모전 최우수상), ‘친구여, 켄터키 옛집으로’, ‘두 여자 이야기’(두편 2년 연속 영진위 시나리오공모전 대상), ‘허무의 이름들에게’(MBC문학상 수상) 등 다수의 영화 및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바 있는 관록있는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이다.
호주 대학에서 예술영화를 연구하고 있는 앤드류 잭슨 교수라는 분이 직접 유상옥 감독을 인터뷰하여 이 극장을 소개할 정도로 유명하다. 이 인터뷰에서 유 감독은 영화를 선택할 때의 기준을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은 영화 중에서 필견의 영화를 선정한다. 여기에서 '필견의 영화'란 나의 평소의 지론인 '영화는 사람이 마음으로 먹는 알약'에 부합되어야 한다. 개봉되었다 하더라도 평가단과 관객이 놓치고 지나가버린 영화도 포함된다. 한국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평론가 집단이다. 물론 그들에게 할당된 지면이 거의 사라져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론가 스스로가 대중의 의식을 선도할 미지의 영화를 찾아 발품을 파는 노고를 포기해버린 세대가 지금이다. 그래서 그 역할을 제가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국내에 소개되지않은 영화 중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영화를 집중적으로 찾아 소개하고 있다"고 말한다.
1999년에 동호회 형식으로 발족한 후 2013년에 정식으로 동검도에 극장을 오픈하였다. DRFA는 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의 약자로 분실되고 사라져 가는 세계의 고전을 찾아서 복원하고 관객에게 소개하고 상영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DRFA는 그동안 '날이 새면 언제나', '안개 낀 밤의 데이트',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 등 수많은 주옥같은 영화들을 올드팬들에게 소개해왔다.
‘DRFA365예술극장’은 1년 내내 하루 세차례 예술영화를 상영하며,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유 감독의 피아노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극장 바로 앞에는 바닷바람에 바스락거리는 갈대숲과 함께 5천만평 규모의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이 또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영화 '동검도'라고 이름붙여도 좋을 정도로 섬 전체가 극장인 셈이다.
동검도에서는 "침묵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물 빠진 갯골 사이사이로 밀물 따라 서서히 들어오는 바닷물.
하루 두번 만조가 되면 황량했던 갯벌은 어느새 파도가 출렁이는 푸른 바다로 변한다. 사진작가들은 이 신비스러운 자연의 변화과정을 장노출이라는 기법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바다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거친 파도를 잠재우면서 우유빛으로 침묵한다. 바다가 일정 시간 숨을 멈춘다. '고요(Tranquility)'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순간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사진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는 흑백사진을 장노출로 찍는 사진가로 유명하다. 그는 이런 방식의 사진활동을 통하여 ‘고요(Tranquility)’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그는 “이 순간의 소리없음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이기네”라고 말한다.
최근 필자가 방문한 날은 11시 동행, 13시 내 어머니에 대한 추억, 15시 브로드웨이 Part2가 상영되고 있었다. 이중 필자는 13시 상영물을 예약했다.
동검도 예술극장은 좌석수가 작기 때문에 사전예약(홈페이지 또는 전번 070-7784-7557, 010-7612-7447)이 필수이다.
영화 ‘내 어머니에 대한 추억’은 1948년에 제작된 흑백영화이다. 이제는 대작가가 된 캐서린 포브스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온 노르웨이 이민자 가족의 힘겨운 정착기를 어머니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중심으로 펼쳐나간 수작이다. 감독은 조지 스티븐스. 1949년 여우주연상과 촬영상을 포함해 5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1949년 골든 글로브스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랫만에 가슴 뭉클한 명화를 감상한 것 같다.
영화에서 막내가 이막염에 걸려 첫날 24시간 면회금지를 하자 엄마는 불안감에 못이겨 청소부로 변장, 몰래 아이의 병상을 찾아가 자장가를 불러주고 나온다. 또, 큰 딸의 졸업연극을 위해 노르웨이를 떠나올 때 친정어머니에게 받았던 브로치를 판 어머니. 나중에 그 사실을 안 큰 딸이 연극 당일 다시 전당포를 찾아가 브로치를 되찾아와서 어머니에게 돌려주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는 조지 스티븐스가 세상의 모든 어머니라는 이름에게 바치는 사모곡이다. 유상옥 감독은 “어머니는 신이 모든 인간을 돌볼 수 없어 보낸 천사이며, 그 어머니에 대한 가장 정확한 추억”이라고 설명한다.
입장료는 15,000원이지만 5,000-6,000원 상당 커피 등 음료수를 무료로 준다.
음료수는 극장 안으로 들고 들어갈 수 있다. 함박스텍, 곤드레밥, 카레덧밥, 피자 등 식사도 가능하다. 극장 안팍의 분위기가 극장이라기 보다는 마치 아담한 고급카페에 온 느낌이다.
필자가 관람한 13시 영화 이후 15시 상영작 관람객들을 보니 거의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의외였다.(글,사진/임윤식)
*찾아가는 길 :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 63번길 60(네비 ‘별헤는집’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