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전서 제6권 / 묘지명(墓誌銘)
외구(外舅) 첨지중추부사 조공(曺公) 대건(大乾) 묘지명 병서(幷序)
사람들 중에는 더러 학문에 힘입지 않고도 일상생활에 떳떳한 본성을 잃지 않은 자가 있으니, 그것은 타고난 바탕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나는 약관(弱冠)의 나이에 조씨 집안의 데릴사위로서 수십 년 동안 살면서 일찍이 장인의 사람됨을 보아 왔었다.
훌륭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가문에서 가르침을 받아 마음가짐이 고상하고 소박하여 화려한 습관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서책에 얽매이지 않았고 친척을 대함에 화목하였으며 벗을 사귐에 믿음으로 하였으니, 이 어찌 타고난 바탕이 아름다운 분이 아니겠는가. 내가 항상 감탄하여 왔었는데, 오늘날 묘지명의 부탁을 감히 사양할 수 있겠는가.
삼가 자세히 살펴보건대, 공의 휘는 대건(大乾)이며 자는 건중(健仲)이다. 조씨의 본관은 창녕(昌寧)이다. 대대로 그 아름다움을 전해 오다가 고려조에 이르러 크게 빛나 8대를 연이어 평장사(平章事)가 되었다. 그 후에 휘 익청(益淸)은 좌정승(左政丞)을 역임하였고 시호는 양평(襄平)인데 공에게는 7대조가 된다.
증조부의 휘는 구서(九敍)인데 좌찬성(左贊成)에 추증되었고, 조부의 휘는 계상(繼商)인데 우찬성(右贊成)으로 창녕군(昌寧君)이며, 부친의 휘는 광원(光遠)인데 판돈녕부사(判敦寧府事)로서 창양군(昌陽君)이다. 모친 정경부인 신씨(辛氏)의 본관은 영월(寧越)이며 내섬시 첨정(內贍寺僉正) 휘 여걸(汝傑)은 공의 외조부이다.
공은 가정(嘉靖) 임오년(1522, 중종 17)에 태어났다. 21세에 음직(蔭職)으로 장악원 겸주부(掌樂院兼主簿)를 맡았다가 임기가 차서 장례원 사평(掌隷院司評)으로 승진하였으며 얼마 안 되어 양성 현감(陽城縣監)으로 나가게 되었으나 병으로 부임하지 못하였고 을묘년(1555, 명종 10)에 문화 현령(文化縣令)이 되었다.
정치를 하는 데 위엄을 내세우지 않아서 백성들이 아주 편하게 생각하였다. 이웃 고을의 신천 군수(信川郡守) 김생해(金生海)는 나이가 서로 걸맞지 않은데도 벗으로 허락하였다. 김생해가 신천군에서 갑자기 죽었는데, 당시 그의 가족들은 먼저 서울로 들어가 염습(斂襲)할 옷가지가 없었다.
공은 자기의 소유물을 모두 내놓아 죽은 이에게 유감이 없도록 주선하니 사람들이 모두 의롭게 생각하였다. 기미년(1559, 명종14)에 모친상을 당하였고 계해년(1563, 명종18)에 금교 찰방(金郊察訪)이 되었다가 신천 군수로 승진하였으나 을축년(1565, 명종 20)에 파직되었으며, 무진년(1568, 선조 1)에 제용감 주부(濟用監主簿)가 되었다가 얼마 안 있어 군자감 판관(軍資監判官)으로 옮겨 갔으나 얼마 안 되어 파직되었고, 계유년(1573, 선조 6)에 부친상을 당하였다.
을해년(1575, 선조 8)에 상복을 벗은 후로 10년 동안 연이어 군수를 역임하였으니, 4년은 영월(寧越)에서, 6년은 삭녕(朔寧)에서였다. 선정을 했다는 포계(襃啓)로 조정에 돌아와 전설사 수(典設司守)에 제수되었고, 병술년(1586, 선조 19)에는 봉산 군수(鳳山郡守)로 나갔다가 기축년(1589, 선조 22)에 체직되었다.
봉산에 있을 때 역적 정여립(鄭汝立)의 무리 몇 사람을 잡았는데, 경인년(1590, 선조 23)에 그 공로로 통정대부의 품계에 올라 위장(衛將)과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가 되었다. 신묘년(1591, 선조 24)에 장단 부사(長湍府使)가 되었고 임진년(1592, 선조 25) 봄에 병으로 관아에서 죽으니 향년 71세였다.
당시 왜적이 서울까지 쳐들어왔기 때문에 죽은 지 한 달 만에 서둘러 파주(坡州) 남면(南面) 모향(某向) 언덕에 안장하였으니, 선영을 따른 것이다. 공의 부인 숙부인(淑夫人) 무송 윤씨(茂松尹氏)는 진사 휘 관(瓘)의 딸이다. 아들 경인(景仁)을 낳았는데 모(某) 벼슬을 역임하였고 딸은 바로 나의 아내이다.
측실(側室) 소생의 딸은 넷이니, 장녀는 승지 남언순(南彦純)의 첩이고, 다음은 안종남(安宗男)에게, 다음은 정승희(鄭承禧)에게 출가하였다. 경인은 영의정 심수경(沈守慶)의 딸을 맞이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문수(文秀)이니, 갑자년에 급제하여 연산 현감(連山縣監)이 되었고, 장녀는 이석린(李碩隣)에게, 다음은 사마(司馬) 한섭[韓(火+燮)]에게, 다음은 사헌부 장령(司憲府掌令) 박추(朴簉)에게 출가하였다.
나의 아들 은(檃)은 일찍 죽었고, 집(集)은 현감이고, 반(槃)은 홍문관 교리(弘文館校理)이며, 딸은 감찰(監察) 서경휼(徐景霱)에게 출가하였고, 다음은 일찍 죽었고, 다음은 현감 한덕급(韓德及)에게 출가하였다. 남언순의 아들은 모(某), 모(某), 모(某)이다.
안종남은 2녀를 두었다. 정승희의 아들은 양도(良堵)이다. 문수는 찬성(贊成) 이시언(李時彦)의 딸을 맞이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한영(漢英)이며, 딸은 둘인데 아직 어리다. 이석린의 아들은 육(堉)이다. 한섭의 아들은 모(某)이다. 박추의 아들은 모(某)이니 갑자년에 사마시에 급제하였다.
김집의 첩이 낳은 아들은 익형(益炯), 익련(益煉)이며, 장녀는 사마(司馬) 김태립(金泰立)에게, 다음은 정광원(鄭廣源)에게 출가하였다. 김반의 아들은 익렬(益烈), 익희(益煕), 익겸(益兼)이고 나머지는 어리며, 딸은 현감 이호(李滈), 현감 이후원(李厚源), 장차주(張次周)에게 출가하였고 나머지는 어리다.
서경휼의 장녀는 사과(司果) 신경(愼暻)에게, 다음은 성숙(成璹)에게 출가하였다. 한덕급의 아들은 수원(壽遠), 지원(智遠), 지원(志遠)이며, 딸은 이여홍(李汝洪)에게 출가하였고, 나머지는 어리다.
명은 다음과 같다.
자애로운 자질로 / 慈祥之質
장수를 누렸노라 / 艾耋之齡
군수와 부사로 / 于郡于府
그 명성 드러났네 / 克著厥聲
지위 비록 높지 않으나 / 位雖未顯
공에게 있어서 무엇이 나쁘랴 / 在公何害
후손들이 잘 계승하여 / 有孫克家
복이 끊이지 않았네 / 福蓋未艾
파산의 남쪽은 / 坡山之陽
공이 고이 잠든 곳이라네 / 繄公攸藏
내 묘비명을 지어 / 我銘不朽
그윽한 빛을 드러내노라 / 用發幽光
ⓒ한국고전번역원 | 박완식 (역)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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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有明朝鮮國折衝將軍僉知中樞府事曹公墓誌銘 幷序
人或有不資學問之功。而於日用之間。能不失常性者。蓋以其生質之美也。長生弱冠。贅于曹氏。居數十年。竊嘗觀外舅氏之爲人。生於大家。早有得於門庭。處心雅素。絶華美之習。不拘拘於方策。而待親戚睦。接朋友信。豈所謂生質之美者歟。余常歎之。今於墓道之托。其敢辭。謹詳公諱某。字某。曹出昌寧。世趾先美。暨麗朝大顯。連八代爲平章事。其後有諱益淸。官左政丞。諡襄平。於公爲七代祖。曾大父諱九敍。贈左贊成。祖諱某。右贊成。昌寧君。考諱某。判敦寧府事。昌陽君。妣貞敬夫人辛氏。籍寧越。內贍寺僉正諱汝傑。寔公之外王父也。公生于嘉靖壬午年二十一。蔭補掌樂院兼主簿。仕滿。陞掌隷院司評。未幾。出監陽城縣。病未赴。乙卯。文化縣令。爲政。不尙嚴猛。民甚便之。隣郡信川守金生海。雖年紀不相適。許與爲友。生海在郡遽死。時其家屬。先已入京。無衣服以襲歛。公悉出己之所有。使之無憾。人皆義之。其子感恩。抵死稱道焉。歲己未。丁內憂。癸亥。金郊察訪。陞信川郡守。乙丑罷。戊辰。濟用監主簿。俄遷軍資監判官。尋罷。癸酉。丁外憂。乙亥。制除。自後十年。連佩郡符。四載於寧越。六期於朔寧。以善政褒啓。還拜典設司守。丙戌。出鳯山郡守。己丑。遞。在鳳時。捕鄭賊汝立之黨數人。庚寅。以功陞通政階。爲衛將僉知中樞府事。辛卯。長湍府使。壬辰春。病卒官。年七十一。時倭賊逼京。越一月。渇葬于坡州南面某向之原。從先兆也。公配淑夫人茂松尹氏。進士諱瓘之女。生男景仁。某官。女卽長生之室也。側出女四人。長。承旨南彦純妾。次安宗男。次鄭承禧。景仁娶領議政沈守慶女。生男曰文秀。甲子。登第。方爲連山縣監。女長李碩隣。次韓(火+燮)。司馬。次朴簉。司憲府掌令。長生男曰櫽。早死。曰集。縣監。曰槃。弘文校理。女曰徐景霱。監察。次早夭。次韓德及。縣監。南彦純子曰某某某。安宗男女二人。鄭承禧子曰良堵。文秀娶贊成李時彦女。生男曰漢英。女二人。幼。李碩隣男曰堉。韓(火+燮)男曰某。朴簉男曰某。甲子司馬。金集妾子曰益炯。曰益煉。女金泰立。司馬。次鄭廣源。金槃男曰益烈。曰益煕。曰益兼。餘幼。女曰李滈。縣監。曰李厚源。縣監。曰張次周。餘幼。徐景霱女長愼暻。司果。次成璹。韓德及男曰壽遠。曰智遠。曰志遠。女曰李汝洪。餘幼。銘曰。慈祥之質。艾耊之齡。于郡于府。克著厥聲。位雖未顯。在公何害。有孫克家。福蓋未艾。坡山之陽。繄公攸藏。我銘不朽。用發幽光。<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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