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款冬), 머위의 한자 이름이다.
겨울을 두드린 다기 보다는 깨트린다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중국 송나라 때 구종석의 《본초연의》에는 ‘모든 풀 중에 오직 이것만이 얼음과 눈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얼음을 뚫고 나온다는 의미의 찬동(鑽東)이다.’라고 했고 명나라 이시진의《본초강목》은 ‘겨울을 이겨내고 자라므로 관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라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한치윤의 《해동역사》에서 ‘머위는 고구려와 백제에서 생산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부터 나물로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고 이만영은《재물보》에서 ‘백 가지 풀 가운데 이것만이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하였다.
관동화는 머위의 꽃이다. 겨울을 깨트리고 나온 꽃이다.
특이한 것은 아무데서나 자라지 않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근처에만 자란다. 만약 산에 머위가 있다면 그곳은 사람이 살았을 확률이 높다.
도시 생활을 접고 작은 시골마을로 돌아온 주인공이 직접 지은 농산물로 엄마를 추억하며 사계절의 밥상을 차리는 일본의 미식영화 ‘리틀포레스트2(겨울과 봄)’에서 주인공 이치코의 엄마는 가출하기 전에 머위 꽃을 다져 넣고 된장에 버무린 음식을 만들어 놓았다.
이치코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만든 머위 꽃 된장을 쌀밥에 얹어 먹던 친구는 ‘한 그릇 더’를 외친다.
머위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로 예로부터 한약 재료와 채소로 이용하였다.
과거에는 야생상태의 것을 채취해서 이용하였으나 추위에 강한 식물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시설재배를 통하여 거의 연중 먹을 수 있는 채소가 되었다.
부르는 이름도 지역마다 약간 달라 머우, 머구, 머윗대, 꼼치 등으로 다양하다. 이름이 많은 것은 여러 사람이 이용했다는 증거이다.
잎자루는 1m 이상까지도 자란다. 잎이 나오는 것보다 꽃이 먼저 피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서양에서 도입된 여러 종류의 꽃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가 독특한 것도 아니지만 왠지 끌리는 멋이 있다.
암그루와 수 그루가 따로 있으며 수꽃은 황백색, 암꽃은 백색으로 핀다.
머위의 꽃말은 공평함이다. 그러나 꽃을 튀김으로 해서 먹어보면 채소의 맛이 공평하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꽃봉오리에는 쓴맛 물질인 페타시틴, 캠퍼롤, 이소페타시틴과 같은 쓴맛을 내는 물질이 있어 건위, 진해, 해열 또는 식욕을 증진 시키는 약이나 술을 담가 먹는 민간요법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학명의 Petasites는 녹색의 넓은 모자라는 뜻의 그리스어 petasos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김새를 표현한 것이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독일 자연요법 의사협회로부터 권위자로 인정받은 자연치료 의사 알프레드 포겔 박사는 “머위는 독성이 없으면서도 강력한 항암 효과가 있는 식물”이라고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다. 또 기침을 멎게 하고 폐결핵으로 피고름을 뱉는 걸 낫게 한다. 몸에 열이 나거나 답답한 증상을 없애고 허한 몸을 보해 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어릴 때는 잎과 잎자루를 같이 이용하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살짝 데쳐 쌈으로도 먹는다. 30Cm 이상 자라면 잎이 억세어 지므로 잎자루만 삶아서 껍질을 벗겨서 나물로 이용한다.
일본에서는 ‘후키’라고 하는데 즐겨먹는 산나물의 한 종류이다.
머위의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성은 채소중의 으뜸으로 논둑, 밭둑, 담장 밑 등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잎도 넓고 잎자루도 길기 때문에 어지간한 잡초는 발을 들여 놓지 못한다.
잎이 나오는 대로 수확하여도 어느새 새로운 잎이 돋아나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강인한 생명력은 흡사 우리 민족의 생활사를 연상케 한다.
한방에서는 기관지나 폐를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니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 선택해 볼 만한 채소가 아닐까 한다.
비타민 A를 비롯하여 비타민 B1, B2와 섬유질이 풍부하며 항산화,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무기염류도 많아 나른한 봄에 먹는다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특히 단맛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 만 하다.
비록 씁쓸한 맛이지만 계속 당기는 뒷맛이 매력 !
흡사 우리 인생과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