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불길처럼 사납게 타들어가던 태양이 이제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수면 위로 길게 늘어진 붉은빛과 군데군데 서 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파라솔 아래에서 급히 뛰어나와 똑딱이를 똑딱이고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로 바라보는 또다른 세상...
내가 담고 싶은 부분만 내 카메라의 프레임 속으로 끌어들이며 아,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하고
절로 감탄사를 쏟아냅니다.
음... 세상일이라는 것도 이 사진처럼 내가 간직하고 싶은 부분만 내 프레임 속으로 집어 넣으며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그저 내가 추구하고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오려내서 그것만 취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내 인생의 연출자는 나 자신인데 왜 나는 정녕코 내 삶을 제대로 연출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왜... 왜... 왜...?
ㅎㅎ, 왜냐구...?
ㅎㅎ, 넌 밥탱이니까...!! ㅎㅎㅎ
하루 종일 열을 내느라 뜨겁고 힘들었을 붉은 태양이 열을 식히러 바닷속으로 잠겨드는 것을 목격(?)하고 난 후에야
파라솔 아래에서 주섬주섬 일어나 맛있는 저녁식사를 위해 주차장으로 슬렁슬렁 걸어가다 발견한 이 자유분방함이여...
무지무지하게 부럽당... ㅎㅎ
나는 어릴 때도 저러고 놀아본 적이 없는데...
아, 나는 어릴 때조차도 왜 그리 심각한 아이였는지... 바붕... ㅠㅠ
*
늘 바다로 달려가고 싶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닷가를 마주하고 커다란 창이 있는 집에서 매일매일 노을을 볼 수 있으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듯했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쌓인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밤이든 낮이든 내가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바다로 달려갈 수 있는 곳에서 지금 나는 살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열망하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고 하더니 정말 내 열망대로 나는 항상 바다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지금 나는 사춘기시절에 그리도 열망했었던 일들을 눈 앞에 두고 진실로 행복해 하는 것일까 하고
나 자신을 현미경 아래에 놓고 분석해 봅니다.
사춘기시절의 열망과 지금의 내 현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나타나는 너무나 당연한 괴리감...
당연한 것을...
사춘기시절의 열망은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그야말로 그냥 <꿈>이었을 뿐....
그리고 지금의 내 현실은 글자 그대로 <현실>인 것을...
그래도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니 이 정도의 괴리감 정도는 그저 못 본 척 지나쳐야 하는 건가...???
어쨌든 나는 매일매일 바다를 바라보고 호흡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라고 정의해야 하는 건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더 살아보면 알아지려나...
아님, 더 살아보아도 영원히 모르려나...
그냥, 그러게 그냥... 모르면 모르는 채로 그냥저냥 살면 안 되는 걸까...???
< 2013/08/11 바다와 나, 그리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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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백조님은 휼륭한 연출자이십니다..
그리고 희망하시는 모든걸 이루실거구요.
저도 그렇게 되시길 바랍니다.
행복하고 좋은 추억 마이마이 담으시길 바랍니다.
시원한 북한산 계곡바람 보내드립니다..^^
제가 훌륭한 연출자가 될 수 있을까요...? ^^
북한산 계곡, 무지하게 그립네요.
불과 몇 년 전이건만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북한산에서의 추억을
마음으로 그려봅니다... ^^
곽지 해수욕장 처음들어보는 이름이네요 어디에 있나요?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해수욕장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