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난 역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부탁한다. 친절하고 침착한 부부가 운영한다. 남편은
두꺼운 회색 눈썹과 같은 색깔의 두툼한 멋진 스웨터를 입었다. 몸이 바른 부인은 유행이 지난 목선이 높은 옷을 입고
가는 체인이 달린 안경을 썼는데 나이를 곱게 먹었다. 남편과 아내가 된 지 오십 년이 됐다. 긴 테이블 뒤 선반 위, 병들
사이에 금혼식 때 받은 축하 편지들이 놓여 있다.
부인이 내 커피에 생크림을 얹어준다. 난 따뜻한 샌드위치도 주문한다. 하지만 공복감을 채울 수가 없다. 쇠약해진 엄마를
보고 나면 늘 이렇게 배가 고프다. 어떤 은유가 떠올라 가방 속에서 펜을 찾는다. 하지만 수첩이 없다. 난 주머니에 넣은
영수증 뒤에 재빨리 쓴다.
지금 나의 엄마는 스크랩북의 누런 스카치테이프 조각처럼 삶에 붙어 있다. 자신의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 떨어질 수 있다.
거기서 떨어지려면 페이지를 넘기고 종이 위에 빛바랜 네모난 얼룩을 그냥 놔두면 된다.
난 이 생각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영수증이 그 생각을 담고 있다. 난 계산대에 돈을 지불하러 간다.
사람들이 줄서 있다. 난 지갑을 손에 들고 있다. 내 앞 손님이 잡담을 늘어놓는데 기차가 도착한다. 그렇게 빨리 기차가
도착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세상에, 내가 탈 기차인가요?”
난 당황해 카페를 운영하는 부인에게 묻는다.
“늘 제시간에 오죠.”
“그럼 어떻게 하죠?”
“음, 그냥 가세요.”
“죄송해요……”
“빨리 가세요.”
부인이 재촉한다.
난 부부에게 작별 인사도 새해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달려간다. 기차에 올라타자 신기하게도 내가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적어도 오늘 돈 받지 않고 공짜로 먹을 것을 주며 순수한 친절을 베풀었던 그 카페 주인에게 비호받고 있다는, 바보 같지만
신기한 느낌이 든다. 새해 첫날 그 인정 있는 행동이 내게 활력을 주고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열게 해준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난 마음이 울먹울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