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탁구와 한국 탁구, 그리고 유럽 탁구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그 동안에 여러 차례 틈틈이 적어 와서 이곳에서 자세히 적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중국 선수들이
라켓 제조사인 스티가에게 높이 솟고 또 멀리 뻗는 블레이드를 원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것은
실제 중국의 블레이드 제조사들이 이런 목표를 제품 설계에 잘 반영하지 못 해 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지요.
중국의 용품사들을 만나면서 이해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대부분의 블레이드 제작자들이 탁구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좀 이상하죠? 탁구 라켓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탁구를 모를까 싶지요? 그런데
실상이 그렇습니다.
제가 중국의 모든 탁구용품 업체들을 다 알지는 못 하기 때문에 이 말을 완전히 그렇다 라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몇몇 업체들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이것이
블레이드 제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블레이드는 실제로 짧은 길이의 공을 칠 때와 긴 길이의 공을 칠 때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즉 짧은 길이에서 똑딱 똑딱 칠 때는 굉장히 빠르고 감각도 좋은데, 긴
거리의 공을 멀리서 걷어 올리게 되면 공에 힘이 없고 팔에 무리가 가는 블레이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 설계 단계에서 어떻게 블레이드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용품 개발자들이 실제로 탁구를 잘 모르다 보니 먼 거리에서 힘있게 걷어 올리는 공 자체를 직접
경험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의 문제가 있어요. 타구를 할 때 러버나 블레이드에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아주 강력한 임팩트가 주어졌을 때와 평상시의 반응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즉 평범한 랠리에서는 힘도 있고 감각도 좋은데 아주 강력한 임팩트로 후려 쳤을 때 생각만큼 그 힘이 먹어 주지
않고 공이 평범한 경우가 있어요. 즉 자기가 80의 힘을
주면 80만큼 나와 주고, 100의 힘을 주면 100만큼 공빨이 나와 주어야 하는데, (토속적 탁구 용어를 사용해서
죄송합니다. 공빨 만큼 적절한 용어가 없어요.) 어떤 블레이드는
실제로 강하게 빡 걸어주면 공에 힘이 새는 듯 느껴지지요. 그래서 초보자들은 좋다고 여기는데, 고수들은 선호하지 않는 블레이드들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실제로 블레이드 제작자가 그런 공들을 칠 수 있어야 미세한 조정을 할 수 있어요. 좋은 블레이드를 카피한다고 해서 이런 성능들을 정확하게 따라서 구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중국 용품사들에서 그처럼 탁구도 디테일하게 알고 제품의 설계도 할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보니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요.
일단 중국인들은 대부분 탁구를 어느 정도는 칠 줄 알지요. 그런데
그들의 탁구 스타일이 유럽 사람들처럼 물러나서 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탁구대에 바싹 붙어서 똑딱똑딱하면서
빠른 템포로 랠리를 이어가는 스타일이지, 우리가 유럽 아마추어들에게서 흔히 보는 것처럼 뒤로 물러나서
맞드라이브를 쭉쭉 해 대지를 않습니다. 즉 중국의 라켓 개발자들은 멀리서 강하게 걷어 올리는 공 자체를
스스로 느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또 실력이 낮다 보니 극단적인 임팩트에서 라켓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역시 알기가 어렵지요. 강력한 하회전을 강력한 탑스핀으로 재꼈을 때, 그 때 공이 얼마나
말려 올라가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뻗어 주는지를 느끼기에 일반적인 중국의 탁구 개발자들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 결과 중국 탁구 용품들은 보통 유럽 제품들에 비해서 멀리 떨어져서 칠 때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제품들이 사실 대부분입니다.
탁구대에 붙어서 칠 때에는 딱딱 잘 맞고, 또 감각적으로도 아주 우수한데, 그 라켓을 들고 뒤에서 걷어 올려 보면 공이 빌빌 대고, 또 강력하게
한방을 걸었을 때 시원스럽지 못 하고 답답한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아마 이 문제를 가장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 중국 탁구 선수들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중국 사람들이 스티가 라켓을 좋아합니다. 북경이나 텐진 쪽 탁구장을 가면 80% 정도의 사람들이 스티가 라켓을 사용하는데요, 이것이 단순히
브랜드 로열티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중국 라켓들이 스티가 제품에 비해 열악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스티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사실 스티가는 최근들어 새로운 제품 구성을 연구하여 발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거의 고정된 포맷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표면층을 하드하지만 얇은 재질을
사용하면서 두 번째 층에 스프루스 층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스프루스는 탁구용 소재 중에서도 특이하게 반발력을 강화 시켜 주는 소재입니다.
그런데 그 소재를 표층 아래에 둠으로써 스윗 스팟을 늘려 주고 스피드 또한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스프루스 층이 스티가의 주요 중층으로 등장한 것은 오펜시브 클래식에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펜시브 클래식은 스티가의 올라운드 클래식을 잇는 모델로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한동안 중국 선수들의
교과서적인 라켓으로 명성을 누렸습니다. 기억 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삼성 생명의 정상은 선수가 중국에서 선수 생활을 중단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삼성 생명에 들어가기 전,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정상은 선수가 들고 있던 블레이드가
바로 이 오펜시브 클래식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스티가가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누리지 못하던 때라 저는
신기하게 들여다 봤지요.
그런데 바로 이 블레이드가 모체가 되어 DHS의 왕리친 블레이드가
탄생합니다. 왕리친 블레이드를 위시로 한 당시의 여러 블레이드들이 사실은 스티가의 오펜시브 클래식을
참고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왕리친 블레이드는 동일한 구성에 블레이드 형태만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스티가의 오펜시브 클래식이 선보인 중층 스프루스의 구조는 그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대놓고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탁구계의 오픈 소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넥시에서도 데미안과 스피어, 그리고
이번에 출시하게 된 올람 등 여러 블레이드에 이 구조가 활용 되었는데요, 그만큼 아주 특징있는 강점들을
가지고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스티가의 블레이드 사에 하나의 획을 긋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지요.
이후에 등장하는 하드 우드 시리즈들인 에벤홀츠, 로즈우드,
그리고 에머랄드에 이르기까지, 최근에 인기를 누리는 모든 스티가의 블레이드들이 바로 이
스프루스 층을 중층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표층을 얇게 저민 하드 우드로 하고 그 뒤를 받치는 소재를 스프루스로 한다는 것이 스티가의 교과서적 패턴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 왕리친 선수를 비롯한 중국 선수들의 요구 사항이 관여
했다는 것이 저의 추측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해서 Infinity 시리즈까지 오고
나니 스티가는 어떻게 보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되네요. 이제 해 볼 것은 다 해본 셈이지요.
표층을 하드하게 만들고 그 아래에 스프루스 층을 넣음으로 공의 길이를 길게 하고 높게 솟구치게 한다라는 공식이
세워진 후, 그 공식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셈입니다.
표층 소재를 새로 발굴하여 에보니 소재를 쓴 에벤홀츠, 그리고 로즈우드를
사용한 로즈우드 등을 만들어 봤구요,
표층에 특수 표면 처리를 해서 기존 림바를 단단하게 하는 방식으로 CC 시리즈도
등장했습니다.
또 표층을 세밀하게 가공하는 다이아몬드 터치 방식으로 기존 목재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실험도 완성되어 infinity 와 에머랄드 라는 걸출한 제품들이 등장했지요.
이제 여기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첫댓글 공감가는 글이 많네요. 70-80% 임팩트에서는 엄청 좋은데 100에서 픽 날라가버리는...
근데 대부분의 아마추어는 사실 그 100이라는 임팩트는 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선수가 생각하는 50-70% 임팩트에서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라켓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한다는 생각도 좀 드네요!^^
그렇지요~^^ 특히 러버가 더 그래요~^^
이건 러버사에서 다룰께요~^^
그러한 히스토리가 있었군여.
오늘도 좋은 정보 얻어감에 감사합니다~ ^^
예, 감사합니다. ^^
카보나도요? ^^
예~^^ 너무 표나지요~?^^
어제 있었던 유럽선수권에 스웨덴선수 Par Gerell 준결에서 아깝게 떨어졌는데, 왼손 전형이고 카보나도 190에 테너지계열 + 스티가 부스터 시리즈 였던거 같네요.
선수라서 당연히 그렇지만 제가 생각 했던 190과 볼파워가 다르더군요.
올람 감각중에 어디선가 느껴본적 있었던 감각이 들었던 이유가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ㅎㅎ
그렇군요~^^
아하!! 참 다양하고 어렵군요. 개인적으로 내가 치는 힘만큼 정직하게 내주는 스타일이 전 좋습니다~~100이면 101정도~~
예, 그럼 스티가지요~!! 두 번 물을 필요가 없어요.
스티가는 순수 합판이 가진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군요...특수 표면 처리나 다이아몬드 터치 방식등...말이 조금 어려운데 여러가지 방식으로 목재에 성질을 바꾸어서 감각과 성능을 조화롭게 만드는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글 잘보았습니다^^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지요~^^
아무것도 아닌거 같은데.. 과학과 노력의 결정체네요^^;
예~^^ 그렇지요~^^
중국회사들이면...d사와 y사 말씀하시는건가요?
Y사 라켓 사용 중 전진에서는 좋은데 중진에서 아주 좋진 않다는 느낌도 들고 외국평도 그렇던데 관련있으려나...
DHS의 많은 블레이드들도 역시 그래요~^^
소중한 정보 감사히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