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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렙 | 역자 이건 | 출판사 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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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참고만 하세요)
1. 행동경제학과 확률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적 호기심 충만한 분들에게는 강력, 또 강력 추천합니다
[별 다섯 개(★★★★★)].
2.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 특히 인간의 탐욕과 비이성적인 행동에 대해 되짚어 보고싶은 분들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별 다섯 개(★★★★★)].
3. 그러나 친절하지 않는 저자의 말투에 쉽게 상처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크게 추천하지 않습니다[별 세 개(★★★)].
4. 잘난척하는, 그러면서 뼈아픈 소리하는 저자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절대 비추합니다[별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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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블랙스완"의 작가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새로운 책 "행운에 속지마라"를 읽은 느낌을 말하려 합니다. 이 책은 "블랙스완" 보다 먼저 발간된, 탈렙의 처녀작으로 "블랙스완"에 비해 훨씬 쉽게 읽힙니다. 참고로 저는 "블랙스완"을 끝까지 읽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바입니다.^^;;; 일단 책이 상당히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책의 앞 부분 내내 레바논 시절 이야기하는 데 질려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행운에 속지마라")은 블랙스완과 달리 아주 술술 읽힙니다. 번역자(이건님)가 뛰어난 탓이기도 하지만, 원래 책이 블랙스완에 비교해 더 읽기 편하게 쓰여진 덕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쏙 들어온 부분은 아주 대조적인 트레이더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먼저 '네로'라는 트레이더는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급격한 시장의 변동성 확대(=블랙스완)에 대비해 큰 수익을 거두기 보다는 덜 깨먹는 방향으로 대응합니다. 물론 '네로'는 연봉을 별로 받지 못하지만, 수익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마치 치과의사 같은 생활을 누립니다. 적당히 위험을 통제하면서 (다른 트레이더에 비해) 낮은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 생활을 하죠.
물론 '네로' 트레이더는 집 근처에 살고 있는 또 다른 트레이더 '존'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일단 '존'은 자신의 뛰어난 성과가 운 때문이 아닌 자신의 실력 때문인 것으로 믿고 있기에, 일단 엄청 잘난척 합니다. 특히 '네로'와 같이 수수한 실적을 기록하는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는 아주 아주 무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네로' 트레이더는 '존'을 경멸합니다. 운과 실력을 혼동하는 그가 어느날 크게 당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네로'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이 책에 따르면, 그(존)가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않아 확률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과다한 자신감 속에 지속적으로 모험적인 거래를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57페이지에는 러시안 룰렛 게임을 계속하는 멍청한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별난 재벌이 러시안 룰렛을 하면 1,0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다고 가정하자. 러시안 룰렛은 6연발 권총에 총알을 한 발만 넣어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역사(=사건) 하나가 실현되며, 여섯 개의 역사 모두 발생할 확률이 같다. 누군가 1,000만 달러를 벌게되면 언론은 그를 찬양하고 칭송할 것이다. 대중도 겉으로 드러난 재산만 볼 뿐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하지만 가족, 친구, 이웃들이 러시안 룰렛의 (얼빠진) 승자를 역할 모델로 삼기라도 하면 어쩌겠는가?
지혜롭고 사려깊은 사람이라면 그 속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안 룰렛을 하려면 어느 정도 생각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게임을 계속한다면 결국 불행한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만일 25세 청년이 1년에 한번씩 러시안 룰렛을 한다면, 그가 50회 생일을 맞이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예컨대 25세 청년이 수 천명이나 된다면, 우리는 몇몇 생존자를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네로' 트레이더는 '존' 트레이더를 보면서 러시안 룰렛을 매년 한번씩 하는 (어리석은) 젊은이로 딱하게 여깁니다. 물론 '존' 트레이더는 '네로' 트레이더를 용기없고 능력없는 좀생원으로 무시하겠지만 말입니다. 어떤 사람이 보수적인 투자와 저축을 통해 1천만 달러를 만들고, 다른 어떤 사람이 러시안 룰렛 같은 미친 짓을 통해 1천만 달러를 벌었다고 할 때. 이 두 사람의 성과를 같이 볼 수 있을까요?
2008년 미국, 1990년 일본, 1982년 브라질 등 세계 어디에나 자신이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투자하다 패가망신하고, 자신의 회사와 나라를 말아먹은 사례를 숱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일확천금을 벌은 사람들이 숱하게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만, 탈렙의 말 대로 이는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기에 발생하는 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한 때에는 일확천금의 꿈을 꾼적 있습니다. 그렇지만, 운과 뱃심이 없는 탓에 이렇게 이코노미스트 일을 하면서 '네로'처럼 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조금씩 분산투자하면서 자산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탈렙의 글은 (조금은 자기 비하에 빠져있던) 저에게 큰 힘이 되는 듯 합니다. 이건님, 좋은 책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 차
서문
프롤로그
Part 1 솔론의 경고 - 비대칭, 불균형, 귀납법
01 당신은 부자인데도 왜 그리 멍청한가?
02 이상한 회계기법
03 역사에 대한 수학적 고찰
04 운, 허튼소리, 과학적 지성
05 부적자생존 - 진화도 운에 속을까?
06 편향과 비대칭
07 귀납법의 문제
part 2 타자기 치는 원숭이 - 생존편의, 우연의 일치, 비선형
08 넘쳐나는 이웃집 백만장자들
09 증권 거래가 계란부침보다 쉽다
10 패배자가 모두 차지한다 - 인생은 비선형
11 인간의 두뇌는 확률을 이해하지 못한다
part 3 귀를 틀어막아라 - 운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12 도박꾼의 미신과 상자 속의 비둘기
13 로마에 온 카르네아데스: 확률과 회의론
14 바쿠스에게 버림받은 안토니우스
에필로그
후기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