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3일 독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퀸터 그라스가 세상을 떠났다. 퀸터 그라스의 대표작은 〈양철북〉으로,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는 30세 오스카가 자신의 성장과정과 독일의 역사를 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스카의 할아버지 콜야이체크는 폴란드 민족운동가였다. 그렇게 인물 설정을 하면 소설에는 자연스레 동유럽 역사가 담긴다. 즉 〈양철북〉의 소설 기법만 보고도 역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콜야이체크가 민족운동가였다는 것은 그가 권력 이데올로기에 저항한 인물이었다는 뜻이다. 소설은 인간의 이야기이므로 당연히 오스카는 자신의 시대에 어울리는 행동을 보여준다. 나치에 맞선다는 말이다.
그런데 오스카가 행동에 나서는 시점이 겨우 세 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치에 대한 저항을 소설의 중심 서사로 보기는 어렵다. 오스카는 성장을 멈추기 위해 일부러 높은 곳에 올라 바닥으로 몸을 던진다. 소설은 어른들의 추잡한 행태를 목격한 오스카가 충격을 받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묘사한다. 물론 이는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자의 치밀한 장치의 일부이다.
이때부터 오스카는 양철북을 친다. 정신적으로는 여느 어른 이상으로 성장했지만 몸만 3세 수준인 오스카는 근엄한 나치 행사장에 들어가 북을 현란하게 두들김으로써 모두를 희화화하는 등 반전체주의 행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종전 이후 다시 성장하기로 결심한 오스카는 뜻을 이루지 못한다.
연애 대상이던 간호사 도로테아가 괴한에게 살해되자 오스카는 살인범 누명을 쓴다. 그 일로 말미암아 정신병자로 몰린 끝애 오스카는 지금 병원에 갇혀 있다. 기득권의 권력에 맞서다가 정신병자로 몰린 일은 동서고금의 역사에 아주 흔한 사례 아닌가.
1987년 4월 13일 전두환은 대통령 직선제에 반대하는 ‘4 ‧ 13호헌 조치’를 발표했다. 전두환은 불법 교도소 ‘삼청교육대’를 설치하고 양민까지 정신병자로 몰아 가두었다. 〈양철북〉 식으로 말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성장을 멈추었고, 죽지 않고 살아난 경우 북을 두드리며 민주화운동에 동참하였다.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는 권력 집단은 대통령 사면권을 이용해 전두환을 방면했다. 그로도 모자라 전두환의 ‘동지’ 노태우도 풀어주었다. 나치에 저항하던 오스카는 끝내 정신병자로 몰려 인신 구속을 당했지만 ‘한국의 나치’들은 연일 태평천하를 구가할 뿐이다.
첫댓글 선생님의 글이 깨달음을 가지게 합니다.아닌걸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말할수 있는 방법을요.또 한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