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장기이식을 위해서 꼭 통과해야 할 난관이었던 혈관 봉합기술은 1910년대 해결됐다.
동맥을 자르고 이어줄 때 혈관 조직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잠시 피가 흐르지 않도록 집어주는 가위 모양의 동맥 겸자가 등장했다.
또 미국의 의학자 알렉시 카렐(알렉시스 캐럴, Alexis Carrel, 1873~1944)이
서로 이어줄 양측 혈관 단면을 삼각형처럼 만들어 봉합하는 ‘삼각봉합법’을 고안했다.
당시 알려진 여러 봉합법은 혈관을 이은 부위에 혈전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많았다.
삼각봉합법을 쓰면 혈관을 눌러 억지로 잇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카렐은 삼각봉합법을 고안해 동물 이식 실험을 한 공로로 19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가장 처음 이식된 장기, 신장
혈관을 이어주는 수술 기술이 확립되자 가장 먼저 이식 수술의 대상으로 떠오른 장기는 신장이다.
무엇보다 신장은 우리 몸에 두 개가 있기 때문 장기 제공자를 얻기 쉽다.
내장의 뒤에 위치해 비교적 쉽게 떼어낼 수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긴 동맥과 정맥, 요로를 이어주면 되기 때문에
다른 장기에 비해 수술이 쉽다.
1936년 러시아의 보로노이가 처음으로 사람 사이의 신장 이식수술을 시도했다.
비록 환자는 수술 뒤 이틀 만에 사망했지만, 장기이식의 역사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 뒤로 많은 의사들이 신장 이식수술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수술이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하지 못해 실패로 돌아가는 동안, 극소수이지만 희망적인 결과도 있었다.
예를 들어 1947년 미국 보스턴에서 있었던 신장이식 수술이 그랬다.
독일의 의사 후프나젤은 임종 직전인 여자의 신장을 떼어 생명이 위독한 임산부에게 일시적으로 이식했다가
거부반응이 일어나기 직전에 이식한 신장을 도로 떼어냈다.
비록 완벽한 이식은 아니었지만,
이식한 신장은 산모의 신장이 급성신부전에서 회복하는 데 필요한 3일간의 시간을 벌어줬다.
또 1950년에는 혈액형만 동일한 타인의 신장을 이식받은 터커라는 사람이 11개월이나 살아남는 기적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거부반응은 여전히 장기이식에서 최대의 난관이었다.
이식에 필요한 외과적 문제들은 극복된 지 오래였지만, 거부반응은 정확한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마치 도저히 넘을 수 없을 장애물인 것처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