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경찰관을 폭행한 사람 등 공무집행방해 사범(事犯)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비율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기각 비율은 2005년 28.7%, 2006년 33.9%, 2007년 45.1%로 늘더니 2008년 50.6%로 절반을 넘어서 지난해에는 53.6%로 높아졌다. 2009년의 기각률은 전체 형사사건 구속영장 기각률 24.8%의 2배가 넘는다.
영장이 기각된 사례 중에는 교통단속을 피하려고 여자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아 전치 3주의 상해(傷害)를 입히고 도망간 사람,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뒤 단속 경찰관을 차에 매달고 달리다 붙잡히고 나서도 경찰관 뺨을 때리고 범행을 부인(否認)한 사람,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의 가슴과 목을 흉기로 찌른 사람도 있다.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법원이 무슨 기준으로 영장을 발부하고 기각하는지 모를 일이다.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사람은 2006년 7264명, 2007년 1만1039명, 2008년 1만2907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만 기각하는 게 아니라 판결에서도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있다. 지난해 실형 선고율은 2.6%에 불과했고 집행유예가 12%, 벌금형이 84%였다.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이 정당화되려면 설사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하더라도 유죄가 인정되면 실형을 선고해 법의 엄중함을 보여줘야 한다. 불법 집회시위꾼들이 경찰에 집단 몰매를 가하고 경찰의 증거 채집용 카메라를 빼앗고, 술에 취해 파출소에 쳐들어가 집기를 집어던지고 경찰관 멱살을 잡고 하는 일이 한국처럼 예사로 벌어지는 나라가 없다. 재판에서 방청객들이 법정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이 다반사(茶飯事)로 벌어지는 법원도 대한민국 법원밖에 없다. 이것은 공무집행방해를 가볍게 처벌해온 법원의 자업자득이다.
대법원은 급행료 수수(授受) 등 법원 직원들의 비리 대책으로 업무와 관련해 10만원이라도 받으면 해임 또는 파면한다는 징계 기준을 2005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 이후 급행료 등 법원의 나쁜 관행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법원 직원들이 불법으로 처벌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다. 법원이 공무집행과 관련한 내부 직원들의 도덕성부터 바로 세우지 못하면 공무집행방해 사범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댈 수 없고, 나라의 질서도 바로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