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사 1억년 태아 8일에 해당 우주 150억년 인생 100년에 응축 ............................................ "인간은 우주의 한 조각 이나 티끌속 우주 아는 고귀한 존재"
고사리 잎의 각 부분은 전체구조를 그대로 보이고 있는 자기닮음(프랙탈) 구조의 전형이다. 또 원자핵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맴도는 전자가 있다. 그것은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이 돌고 있는 우주구조와 같다. 이와같이 모든 현상에는 부분과 전체 또는 미크로와 마크로의 구조가 있다.
나무모양을 생각해 보자. Y자형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그것은 산맥이나 강줄기에도 볼 수 있다. 다만 나무종류, 또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지는데 한결같이 전체와 부분이 같은 프랙탈적인 구조는 공통적이다. 이 사실은 공간에서만이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우주 150억년의 시간과 인생 100년의 시간에도 프랙탈적인 구조의 일치가 예상된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 한다'는 말도 생각이 난다. 발생생물학에서는 수정후 32일이 된 인간의 태아에는 고대 난골어류의 것과도 같은 아가미가 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4억년전에 있던 물고기의 모습과 같다. 34일이 지나면 코가 입에 이어지는 양서류의 얼굴이 되고 36일에는 3억년전 원시파충류의 모습이 된다. 38일에는 폐로 호흡이 가능해지고 원시 포유류의 얼굴이 생기고 40일째에는 인간의 모습이 되어진다. 지구가 1억년에 걸쳐서 진행해온 생물진화의 역사를 겨우 8일 동안에 태아는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루의 삶이 평생의 무게와 같고 인류 백만년의 그것과도 필적한다. 생물사 1억년이 태아의 8일에 해당한다는 신비로움에 경외의 마음이 절로 생긴다.
의상대사의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이라는 말씀은 이 사실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있는 것은 그대로 공간적으로도 있다. 다시 의상대사의 말을 인용한다면 '일념즉시무량겁'이라는 말과 같이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임을 말하고 있다. 태양계의 구조와 원자구조가 같음은 앞에서 말한 대로이다. 이 사실은 프랙탈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크기가 문제시되지 않음을 뜻한다. 모양새만을 본다면 그 크기에 대해 절대적인 척도가 없다. 바꾸어 말하면 하나의 대상은 그 모양과 같은 부분으로써 구성되어 있으며, 그 부분은 또 그것과 똑같은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그 모양을 부분적으로만 관찰할 때 실제의 크기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와같은 세계를 만다라에서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다.
우주의 나이 150억년을 인간의 생명인 100년으로 응축시킬 때 겨우 1초 정도가 된다. 그러나 인간은 그 짧은 순간에 우주의 진화 전과정을 구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생애는 결코 미리 정해져 있는 궤도에 따라 마치는 것은 아니다. 흔들림 속에 온갖 선택의 가능성을 지닌다. 집단의 평균적, 또는 이에 대해서 벗어나는 일을 표준에서의 흔들림이라 한다. 인간의 귀함이 바로 스스로의 선택으로 야기된 흔들림에 있는 것이다. 이 흔들림은 남에 의해서 정해진 인생의 궤도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의지를 발동함으로써 나타나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의상대사가 말한대로 "티끌 속에 전 우주를 넣고, 일순간에 전우주의 역사를 응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간은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자연 속에서 가장 허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것을 짓누르는데는 전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다. 사소한 한 방울의 증기가 인간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우주가 그를 짓누르는 한이 있어도 인간은 우주보다 고귀한 존재일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가 죽는 것과 우주가 인간을 초월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주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생각할 수 있다. 전우주가 티끌에 내포되고, 순간에 무량겁의 시간이 응축할 수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인간은 공에서 우주가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작은, 아주 작은 흔들림에서 태어났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우주는 150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나를 이곳에 있게 했다. 우리 인간은 우주의 한조각이다. 그 한조각에 불과한 인간이 우주의 끝을 생각하고 그 시작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내 스스로 우주를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김용운<한양대 수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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