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진리회의 세계와 인간에 대한 관점
2. 세계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정립 - 삼계(三界)
상제님께서는 기존의 천계. 지계. 인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해원상생
(解冤相生). 보은상생(報恩相生)의 양 원리인 대도에 입각하여 천지공사를
단행하신다. 우선 상제님께서 삼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정립해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천계공사(川界公事)이다. 선천 종교는 하늘이나 신에 대해서
우월성과 절대 존중만을 가르쳐 왔다. 그래서 성인들의 말씀을
'경(經)'이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권위 있는 책' 혹은 '석가모니의
말씀'을 한역하면서 '경'이라고 번역하였다. 여기서 의미가 확장되어 각
종교 사상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것이 '경'이며, 경은 성인. 불. 보살 등이
말한 진리와 그들의 위대함과 공경을 담고 있다. 물론 성인. 불. 보살 등이
진리를 깨우쳐서 인간에게 교화한 점은 참으로 위대한 면이다.
그러나 상제님께서는 성인들이 절대적이라고 설정한 하늘(신)의 문제점을
지적하시며, 선천의 상극이 인간에 의해서만 빚어진 결과로 보진 않았다.
왜냐하면 "묵은 하늘은 사람을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었도다."
(공사 1장 11절), "세속에 전하여 내려운 모든 하늘이 그르게 꾸민 것이니
장차 진법이 나리라' 하셨도다."(교법 1장 18절), "하늘도 노천(老天)과
명천(明天)의 시비가 있으며"(교법 3장 6절) 라는 『 전경 』의 여러 구절에서
지금까지의 하늘, 즉 신명계(神明界)도 상극에 지배되어 왔다고 하신 것이다.
그리하여 신정(神政)이 문란해진 것을 새로이 조정하고, 문곡성(文曲星)
등의 별자리를 재배치하시고 비겁에 쌓인 신명들을 해원시켜 생명이 있는
모든 창생들과 상생하도록 천계공사를 보신 것이다.
둘째 지계공사(地界公事)이다. 상제님께서는 지기(地氣)가 통일되지
못하여 인류는 종교. 사상. 문화가 지역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면서 서로가
반목(反目) 투쟁하게 되었다고 보셨다. 각 지역에 따라 자신의 종교나 문화의
우월성 혹은 주체성을 확보하려고 전쟁이 일어나고 세상이 참혹하게 된
두분을 상제님께서 재정립하시고, 갈등과 대립을 없애기 위한 기강(紀綱)을
잡으려고 지기 통일공사를 행하신다. 그래서 강산 정기를 합치려고 부모산의
정기부터 공사를 보시는데, 부모산은 전주 모악산(母岳山)과 순창 회문산
(回文山)이다.(공사 3장 6절) 마치 부모는 집안의 분쟁을 없애고 가풍(家風)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중심이 되듯이 부모산은 지기를 통일하는 시작의
상징성을 띄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인계공사(人界公事)이다. 상제님께서 인류의 기록에서 원(冤)의
시작은 요임금의 아들인 단주이며, 단주의 원을 풀면 수천 년 동안 쌓인
인류의 원이 풀린다고 보고 단주 해원공사를 단행하신다.(공사 3장 4절)
인계공사의 주된 내용은 인간의 불평등을 없애고, 원과 한을 풀어주며
인간의 욕망도 채워주고, 신명을 인간의 마음에 드나들게 하여 체질과
성격을 고쳐서 지상신선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곧 대순진리회에서
인간이 도달해야 하는 경지이며, 인존(人尊)이다.
이처럼 선천 모순의 원인을 묵은 하늘과 땅, 인간의 총체적인 문제로
규정한 것에서 상제님의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포착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 언급하신 '묵은 하늘'이란 단어 속에는 인간을 둘러싼 세계와
자연, 그리고 신명계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과 인간이 서로의 작용에 영향을 주고받는 측면에서 상제님이
세계를 인식하는 관점은 오늘날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유기체적
세계관이면서 선천 종교가 보지 못한 신명계를 함께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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