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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문화축제 스크랩 <경성스캔들>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커플사지기♡㏇ 추천 0 조회 246 07.06.15 09:4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다들 자기네 드라마는 특별하다고 말한다. 여지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뭔가가 있다고. 그러나 막상 들여다보면 고만고만한 캐릭터들이 엇비슷한 설정 위에 티격태격 알콩달콩 하는 드라마일 때가 많다. '이런 것 말고 정말로 좀 새로운 거 없나?!'라고 묻는 당신에게 <경성스캔들>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 드라마는 확실히 좀 새롭다.

 

1. 무거운 시대의 발랄한 로맨스

 

때는 1930년대. 극중 나여경(한지민)의 말대로 "조국은 왜놈에게 짓밟혀 신음"하는 시대지만, 또한 자유연애 사상이 흘러들어 "청춘남녀들은 사랑을"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비장한 표정으로 만주행 기차를 올라타는 애국 청년이 있는가 하면, 바람둥이 청년이 잠깐 즐기던 여자와 헤어지기 위해 '독립운동하러 간다'고 거짓말하기도 한다.

천하의 바람둥이, 선우완(강지환)이 일명 '조마자(조선의 마지막 여자)'라 불리우는 요조숙녀, 나여경을 만난다. 그런가 하면 총독부 보안과의 훈남 이수현(류진)도 여경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런 이수현에게 당대 최고의 섹시 스타, 기생 차송주(한고은)가 애틋한 눈빛을 보낸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네 사람이 벌이는 청춘 로맨스다. 일제시대라는 무거운 배경과 21세기 청춘들 뺨치는 발랄한 로맨스가 충돌하며 신선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것이 <경성스캔들>이 가진 특별한 점, 그 첫번째다.

 

2. 1930년대 경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또 하나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건 화려한 색감과 경쾌한 스윙재즈다. <경성스캔들>이 그리는 30년대 경성의 밤은 흥겹다. '경성에 딴스홀을 허하라'는 공개청원이 이루어진 게 바로 그 시대다. 선우완을 비롯한 모던보이들이 신나게 춤추는 댄스홀 '파라다이스' 나 차송주가 칵테일을 마시는 고급 카페 '깔패디엠' 등은 세트 디자인에 신경쓴 흔적이 보인다. 선우완의 반짝이는 백구두와 연보라색 나비넥타이는 또 어떤가. 물론 차송주의 빨간색 원피스도 강렬하다.

 

지금껏 TV드라마는 한번도 일제시대를 '감히' 이런 식으로 묘사한 바 없다. 광복절 특집 드라마나 '야인시대', '국희'를 떠올려보라. 이들 드라마의 시각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가끔은 좀 다른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독립투사와 친일파, 고통받는 민중 가운데 하나로 스테레오 타입화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종로의 주먹패들조차 진지하게 "거리의 독립군"을 자처하는 '야인시대'적 마인드는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쨌든 새로울 건 없다. 그에 비해, 서양 문화가 유입되던 시기의 들뜬 분위기에 주목한 <경성스캔들>은 신선하다. 이게 두번째 특별함.

 

3. 완벽한 캐스팅, 개성있는 인물

...이보다 더 귀여운 독립 투사는 없다

 

"경성 사교계의 황태자"를 연기하는 강지환은 느물느물하면서도 귀엽다. 느끼한 미소와 함께 작업성 멘트를 남발해 폭소를 유발하다가, 곤경에 처하면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지어 모성애를 자극한다. 더욱이, 그는 겉보기와 달리 머리에 든 것 없는 놈팽이가 아니다. 조국이 신음하는 건 알겠지만 자기 힘으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자포자기, 그냥 신나게 놀기로 한 것 뿐이다. 좀 진부하지만, 웃음 뒤에 숨겨진 상처는 남자를 매력적이게 한다.(;;)

"햇병아리 독립투사"를 연기하는 한지민도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럽다. 자신을 비웃는 모던보이, 모던걸들 앞에서 "조국은 왜놈들에게 짓밟혀..."라고 일장연설할 때 그 결연한 표정, "키스"라는 말만 듣고도 당황하는 얼굴. 이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인 동시에 나여경의 매력에 두손 들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척 보기에도 날라리같은 의상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강지환은 척 보기에도 엘리트 관료 같은 정장을 고집하는 류진과 뚜렷이 대비된다. 작은 키에 동그란 눈으로 기억되는 한지민은 늘씬한 팔다리에 서구적 미모를 자랑하는 한고은과 대비를 이룬다. 썩 훌륭한 캐스팅이다.

 

 

 

4. 로맨스와 항일 운동을 함께 그리려는 야심...과연?

 

그러나 <경성스캔들>을 단순히 배경만 30년대 경성으로 옮긴 청춘 로맨스에 머무를 생각이 없다. 나여경을 필두로 선우완도, 결국 조국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예정이다. 댄스홀의 신나는 군무 장면과 어두운 밤길 테러리스트의 총격을 교차편집해서 보여주는 도입부는, 이 드라마의 야심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러한 야심은 드라마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일수도 있고, 모처럼 경쾌하게 시작한 드라마를 무겁고 진부하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예컨대 식민지 조선의 삶에 대한 고민은 주로 주인공들의 과거 장면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이 '과거' 장면들은 기존 일제시대 드라마의 지극히 전형적인 공식으로 채워져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발랄한 '현재' 장면들과 무거운 '과거' 장면들은 다소 삐걱거리며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다. 시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자니 분위기가 처지고, 그냥 연애 이야기에 집중하자니 뭔가 2% 부족하고, 둘을 조화롭게 담아내기는 쉽지가 않다. <경성스캔들>은 이 딜레마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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