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젖을 수 있는, 혹은 기쁨에 한껏 젖어들 수 있는 자유.
서로의 얼굴에 하얀 분을 발라 주는 손길은 보드라웠다.
물방울이 흩어질 때 명랑한 웃음소리도 함께 퍼져 나갔다.
▲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거운 놀이터로 변해 버린 파타야 비치로드의 송끄란 축제.
물벼락으로 시작하는 새해
송끄란은 태국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매년 4월13일을 전후해 태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물의 축제다. 길을 가다 날벼락 같은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고 우비와 물총으로 적극 무장하고 공격에 가담할 수도 있다.
▲ 낯선 사람이어도, 그가 카메라를 들고 있어도 예외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얼굴에 회분을 발라주겠다며 다가오는 그녀.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한데 어울려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유명하지만 본래의 유래와 의의는 상당히 종교적이다.
송끄란은 산스크리트어로 '움직이다, 장소를 바꾸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어깨에 물을 뿌리고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불상에 경의를 표하는 의식을 하는 날이다.
▲ 물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몸짓은 서로를 향한 포옹이 되기도 한다. 즐거운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물을 뿌리는 이유는 정화의 의식을 통해 죄를 깨끗이 씻기 위한 것. 건기가 끝나는 여름의 정점에서 다가오는 수확기에 강수량을 풍부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지난해의 나쁜 기운을 씻어버리고 행운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도 있다.
시원하게 망가지다
송끄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물싸움이다. 정화의 의미로 물을 뿌리던 풍습은 물축제로 진화되어 태국 전역으로 퍼졌다. 단순히 물을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남녀노소, 내외국인 구분 없이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호스를 길게 연결해 다량의 물을 내뿜는다.
길 한복판에 떡 하니 드럼통을 갖다 놓고 바가지로 물을 퍼붓는 무리들, 트럭에 물을 싣고 달리며 무차별 물공격을 하는 사람들까지 송끄란이 되면 도시 전체가 물 싸움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 달리는 트럭 위, 들통 안에 가득 장전된 것은 물이라는 총탄이다.
하지만 물에 활석가루나 밀가루를 섞은 '딘소 퐁'을 얼굴이나 몸에 발라 주며 서로 축복해주는 행위는 반전이라고 할 만큼 부드럽고 따뜻하다.
축제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음악과 함께 춤도 빠지지 않는다. 물세례뿐 아니라 시원한 거품목욕까지, 그야말로 시원하게 망가지고 한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다.
▲ 대낮의 부끄러움을 감추어 주는 거품 세례. 신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첫댓글 송크란축제 ..
나도 꼭 가보고 싶네요
이리 한번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 종종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