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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봉 해안절벽. 김철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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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낭 구조·거대 사층리 등 다양함과 멋 '자랑'
제주의 최서단 낙조도 일품…탐방에 2시간반
수월봉은 지구촌이 인정한 지질학의 보석이다. 해안절벽의 화산쇄설층은 수성화산의 다양함과 멋을 담고 있다. 아주 잘 만든 시루떡처럼 균일한 두께로 켜켜이 쌓인 쇄설층, 화산 분출과 함께 튀어 올랐다 응회암에 갇혀버린 암석들, 크런치 초코바처럼 응회암에 박힌 조그만 자갈들, 물결에 씻긴 듯 거대한 사층리 등 그야말로 세계지질공원이고 화산학 교과서다. 더욱이 수월봉은 해안절벽을 감상하며 검은모래 해변 등 바닷가를 거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제주 섬의 서쪽 끝에 위치한 까닭에 아름다운 낙조도 유명한 오름이다.
수월봉은 제주도의 최서단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3763번지 일대다. '현재'는 비고 73m(181번째)에 면적 24만9820㎡(156번째)로 중산 수준의 오름이다. 원래 도너츠 형태였던 응회환 외륜의 3분의2 이상이 사라진 현재의 규모는 이것에 불과하지만 '원형'은 제주 최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외륜의 북쪽과 남쪽 끝인 자구내포구와 신도포구 사이 거리가 3.5㎞를 넘는 반면 오름 면적 1위인 군산(283만6857㎡)의 저경이 2795m인 탓이다.
노꼬물오름·고산(高山)으로도 불리는 명칭의 유래는 산기슭에 '노꼬물'이라는 샘과 연결해 홀어머니 병 구환을 위해 약초를 캐다 수월봉 절벽 아래로 떨어진 동생 '수월'이를 부르며 한없이 흘리던 오빠 '노꼬'의 눈물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높다는 뜻에서 한자로 고산(高山)으로 쓰고 '놉구메오름'으로 부르다 노꼬물오름으로 변했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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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봉 탐방로 A=탐방로 입구 B=북쪽 계단 C=북쪽 해변 D=안내소 E=정자 F=수월봉 정상, 고산기상대 G=탐방로 갈림길 H=남쪽 계단 I=해녀의 집 J=검은모래 해변 K=엉알 L=한장동 M=고산육거리 N=고산초등학교 O=진지동굴 P=고산선사유적지 Q=자구내포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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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신제주로터리에서 수월봉 탐방로 입구(〃A)까지 일주서로를 따라 44.6㎞다. 중산간도로가 1㎞ 남짓 짧긴 해도 자칫 길을 헤맬 우려가 높다.
탐방의 시작은 북쪽 해변(〃C)이다. 계단(〃B)으로 들어서면 아름답고 웅장한 응회환이다. 자연의 오묘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수월봉 화산쇄설층의 두께는 70m이나 가장자리로 가면서 점차 얇아지고 퇴적상들은 추정 화구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체계적인 암상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해변쪽으로 내려가니 해식동굴인 듯한 곳을 붕괴된 응회암이 막고 있다. 1만8000년을 버텨왔던 것이다. 세월 앞에 영원은 없음을 새감 느낀다. 그것이 자연일지라도.
발길을 되돌려 탐방로 입구를 거쳐 오름을 오른다. 경사가 워낙 완만해 걷는 느낌이다. 왼쪽으로 '고산평야'와 오른쪽에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제주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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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서2길에서 바라본 수월봉 북동면. 김철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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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을 올라가면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안내소(〃D)다. 계단을 올라가면 수월봉 정상부다. 수월정(〃E)이라는 정자와 고산기상대(〃F)가 자리하고 있다. 고산기상대는 2003년 태풍 '매미' 내습시 '순간최대 풍속 초속 60m 관측' 신기록을 갖고 있다.
2㎞ 앞의 차귀도와 누운섬·당산봉이 눈에 들어온다. 차귀도는 1997년 발간된 '제주의 오름(제주도)'에선 기존의 수월봉과 함께 '원래 수월봉'의 외륜으로 기록됐으나 최근엔 차귀도에 수월봉의 퇴적물이 있긴 하지만 장군바위와 송이 등 용암이 발견, 수월봉과는 다른 화구를 가진 별도의 수성화산체로 인식되고 있다. 누운섬은 육지 환경에서 분출한 화산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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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봉 정상의 수월정과 고산 기상대. 김철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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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대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면 남쪽 계단(〃H)까지 20분간 트레킹이다. 갈림길(〃G)에서 우회전해서 검은 모래와 화산재 지층이 이어지는 '엉알'로 가기 위한 길이다. 한장동 길을 따라 곳곳에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탐방로'라는 팻말이 꽂혀 있다.
계단 밑 해녀의 집(〃I)을 지나 북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검은 모래 해변(〃J)이 350m 이어진다. 화산재 지층이 파도에 깎여 형성된 것으로 너무 부드러워 발이 푹푹 빠지지만 오름 탐방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모래 위를 걷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모래밭과 암석코스를 건너는 '엉알길'이 700m 넘게 이어진다. 그래도 보람은 있다. 가파른 절벽에 '시루떡'을 켜켜이 쌓은 자연, 그리고 응회암이 쌓이기 이전의 화산재 지층의 부정합 면을 1만8000년의 세월을 넘나들어 본다. 절벽 곳곳에 파란 해국과 노란 산국이 어깨를 기대고 조화롭게 피었다.
돌아올 때도 자연의 감흥은 여전하다. 천천히 걸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처럼 돌아오는 길의 여유 덕분인 듯하다. 탐방로 갈림길(〃G)로 돌아와선 좌회전 않고 직진해 900여m를 가면 수월봉 입구다. 2시간30분 정도 걸렸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수월봉의 특징은 응회암의 노두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퇴적구조"라며 "큰 현무암 덩어리의 각력암층, 탄낭구조의 화산각력암, 괴상의 화산력 응회암, 파동상의 응회암, 거대 연흔 사층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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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봉 해안절벽에 꽃을 피운 해국. 김철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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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봉 남사면의 곰솔군락에는 돈나무·천선과나무·사철나무·좁은잎천선과·보리밥나무·예덕나무 등도 분포하고 해안 암벽지역에는 해국·사철쑥·갯쑥부쟁이·도깨비쇠고비·갯기름나물·밀사초 등이 자라고 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해안초지대에는 띠와 참억새가 우점하고 솔새 등이, 해안선을 따라서는 갯강활과 갈대군락이 분포하는 가운데 선구식물로는 모래지치·갯완두 등이 자라고 있다"며 "갈대군락에는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인 삼백초도 보인다"고 밝혔다.
화쇄난류의 '퇴적'모델 다양한 구조 관찰 가능 |
인터뷰 /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수월봉 해안절벽의 화산쇄설층은 화쇄난류의 퇴적모델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화쇄난류는 화산쇄설물이 화산가스나 수증기와 뒤섞여 빠르게 지표면 위를 흘러가는 현상으로 화산쇄설물의 중요한 이동형식"이라며 "수월봉의 응회암 노두는 반복된 화쇄난류에 의한 다양한 퇴적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지질학의 교과서"라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수월봉은 국내외 화산·지질학 서적에 소개되고 있으며 응회암의 아름다운 층리구조는 '우리나라 지질조사 지점 150선' 책자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도 유명하다"며 "2009년에 천연기념물 513호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이는 수월봉 화구가 바다 속에 있었기 때문에 분화구의 중심부는 침식, 사라져 버리고 현재는 화산체 외륜의 일부가 남아 노출돼 있는 덕분"이라며 "화산은 응회암 연대 측정결과 약 1만8000년 전인 마지막 빙하 최성기에 분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그러나 "1만8000년 전 당시 제주도 주변의 해안선은 오카나와 인근으로 후퇴해 있었는데 수월봉은 '수중 분화'했다는 점 등이 배치, 수월봉의 절대연대치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고산리유적과 같은 시대에 분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연계 조사도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수월봉 응회암 상부 지표면의 고산리 유적은 약 1만년 전 신석기가 시작될 무렵 선사인들의 것"이라며 "수월봉 지역은 화산지질학과 고고학의 만남에 의해 제주 최초 정착인들의 문화상을 밝혀줄 수 있는 곳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
출처: 제주도민의 자존심 제민일보
첫댓글 우리옆동네여서 소풍가던곳인데 경치가정말멋있는곳이지요.
지질에대해서는잘모르지만 ~~~~
그리운 내고향~~어릴적 먼지 폴폴 날리는 흙길을 걸어서 엉알로 수영하러 가던일이 눈에 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