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느껴져요.
(무슨 소라야?)
이 공간, 땅의 흔들림, 중력도 느껴져요.
지구의 자전도 느껴지고,
내 몸에서 발산되는 열, 피의 흐름, 내 뇌도 느껴져요.
아주 오래된 기억들,
(루시, 혼선이 됐는지 전화가 잘 안 들려. 기억이 어쨌다고?)
치아 교정했을 때 치아의 통증...
열났을 때 엄아가 이마를 짚어 주던 엄마의 손길도 기억나요.
고양이를 만질 때의 부드러운 감촉,
(고양이라니? 무슨 고양이?)
샴 고양이요. 파란 눈에 꼬리가 갈려진...
(그걸 어덯게 기억해? 그땐 한 살도 안 됐을 때야.)
엄마 젖 맛도 입 안에 생생히 느껴져요. 엄마 젖.
(루시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냐?)
그냥 사랑한다고요.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감사드려요.
아직도 뺨에 느껴지는 그 수천 번의 키스들. 사량해요 엄마.
(나도 사랑한다. 우리 딸. 이 세상에 그 무엇보다...)
(....)
내 뼈 자라는 소리가 기억난다면 믿겠어?
이젠 모든 게 달라.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 액체처럼 흡수되지.
참 재마있어. 예전엔 내가 누군지 뭐가 되고 싶은지 늘 고민했는데,
뇌가 가장 깊은 곳까지 열리니까 이젠 확실히 보여.
인간의 특질을 이루는 건 다 원시적인 거야. 다 장애물이지.
어이없지 않아?
네가 겪는 이 고통도 네 이해를 가로막고 있어.
지금 네가 알고 있는 것은 고통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