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의자>
다시, 나에게로
살다 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질 때가 있다.
나는 10여 년 전, 그 무너짐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견디기 어려운 통증과 불안,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점점 나를 잃어갔다.
도저히 내 힘으로는 지탱할 수 없었다.
그때 절대자를 찾았다.
붙잡을 수 있는 무엇이 필요했다.
처음 성당 문을 열던 날을 기억한다.
낯선 공기, 고요한 빛,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 그 공간.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버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만났다.
무작정 기도를 했다.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
무너진 마음의 조각들을 내어놓았다.
어떤 날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신기하게도 조금씩 숨이 편해졌다.
세상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시 찾아가고 있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분명 고통이었지만,
그 고통이 나를 기도로 이끌었고
기도는 나를 다시 살게 했다.
좌절과 시련은
어쩌면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프고, 지치고,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건넬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
다만 버티지 못할 만큼 힘들 때,
잠시 기대어도 되는 곳이 있기를.
서툰 기도로도
조용히 머물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시간 끝에서
다시 돌아오기를.
고통을 지나온 사람의 마음에는
이미 작은 빛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나는 체험으로 안다.
그 빛이
당신의 오늘을 다시 밝혀주기를 바라며
부활절 인사를 나눈다.
부활을 축하합니다.(함영연 글)
첫댓글 내 힘으로 지탱하기 어려웠던 경험, 다시 내게로 돌아올 수 있었던 믿음, 조용하고 싶을 때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순간들...
그 과정들이 겨울을 버텨내고 이겨낸, 봄을 맞이하는 놀라움임을 알기에,
더 존경하고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