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 STRUCTURE & HISTORY
들어가는 말
뜻을 읽기 전에 구조를 보라
타로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대개 카드의 ‘뜻’부터 찾는다.
「The Fool」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The Magician」은 무엇을 뜻하는가.
검 3은 왜 슬픔이고, 컵 10은 왜 행복인가.
오늘날 출판되어 있는 수많은 타로 서적 역시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카드 한 장마다 몇 개의 핵심어를 붙이고, 정방향과 역방향의 의미를 나누며, 연애·재물·직업·건강이라는 항목에 따라 해석을 정리한다.
이 방식은 타로를 실제로 사용하는 데에는 편리하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그 의미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카드의 뜻은 처음부터 그 카드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이 덧붙이고 바꾸면서 만들어진 것인가.
더 근본적인 질문도 가능하다.
왜 타로는 78장인가.
왜 Major Arcana는 22장인가.
왜 네 개의 Suit가 존재하는가.
왜 각 Suit에는 Ace부터 10까지의 숫자 카드와 네 장의 Court Card가 있는가.
왜 어떤 카드에는 번호가 있고 어떤 카드에는 이름이 있으며, 같은 카드라도 시대와 덱에 따라 이름과 번호와 그림이 달라지는가.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1. 의미보다 먼저 보아야 할 것
카드 한 장을 눈앞에 놓았다고 하자.
우리는 보통 그 그림을 본 순간 그 카드가 무엇을 ‘뜻하는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의미를 해석하기 전에 이미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카드에는 이름이 있다.
번호가 있다.
덱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있다.
인물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인물이 있다면 어느 방향을 바라보는가.
손에는 무엇을 들고 있는가.
몸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다른 인물이나 사물과 어떤 관계를 이루는가.
공간은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하나 더 있다.
다른 시대의 같은 카드에서도 이것들이 그대로 유지되는가.
이 질문이 시작되면 타로를 보는 방식은 달라진다.
카드는 더 이상 고정된 의미를 담고 있는 하나의 그림이 아니다.
이름, 번호, 위치, 인물, 사물, 방향, 관계가 서로 결합되어 이루어진 하나의 구조가 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카드의 해석보다 먼저 다음의 요소를 분리하여 살펴본다.
Name — Number — Position — Image — Relation
이것은 의미를 부정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한 방법이다.
2. 우리가 알고 있는 타로는 하나가 아니다
현대의 타로 독자가 가장 자주 접하는 것은 크게 두 계열이다.
하나는 Tarot de Marseille, 다른 하나는 Rider–Waite–Smith Tarot이다.
두 계열을 한눈에 펼쳐 놓으면 동일한 점도 많지만 차이도 매우 크다.
Major Arcana의 기본 구성은 상당 부분 이어지지만, 카드의 번호가 달라지기도 하고 도상이 변하기도 한다. Minor Arcana로 들어가면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Marseille의 Pip Card에서는 숫자와 Suit의 기물이 화면을 구성하는 중심 요소가 된다. 반면 Rider–Waite–Smith에서는 대부분의 숫자 카드가 인물과 사건을 포함하는 장면으로 바뀐다.
같은 ‘검 3’이라고 해도 두 카드가 보여주는 시각적 세계는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이 두 체계를 자주 한데 섞어서 이해한다.
Marseille의 카드에 RWS에서 발전한 의미를 적용하기도 하고, RWS의 장면을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보편적 상징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생긴 변화와 후대의 해석이 서로 뒤섞인다.
이 책은 이 혼합을 다시 분리하려 한다.
어느 체계가 옳고 어느 체계가 틀렸다고 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무엇이 유지되었고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보기 위해서다.
3. 닮았다고 해서 곧 영향은 아니다
타로의 역사를 연구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가 ‘닮음’이다.
두 카드의 그림이 비슷하다.
두 체계에서 같은 숫자가 나타난다.
두 상징이 유사하다.
그러면 우리는 쉽게 한쪽이 다른 쪽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각적 유사성과 역사적 영향 관계는 같은 것이 아니다.
같은 숫자가 사용되었다고 해서 동일한 수리 체계에서 나왔다고 말할 수도 없다.
후대에 만들어진 대응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처음부터 카드 안에 존재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세 가지를 의도적으로 구분한다.
Resemblance is not Influence.
닮음은 곧 영향관계가 아니다.
Same Number is not Same Structure.
같은 숫자가 곧 같은 구조를 의미하지 않는다.
Correspondence is not Historical Causation.
대응관계가 곧 역사적 인과관계는 아니다.
이 구분은 앞으로 이 책 전체에서 반복해서 적용될 것이다.
4. 역사를 연대표로만 보지 않는다
타로의 역사는 흔히 오래된 카드에서 새로운 카드로 이어지는 하나의 계보처럼 설명된다.
그러나 실제 변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요소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어떤 이름은 유지되지만 그림은 바뀐다.
번호는 유지되는데 역할이 달라지기도 한다.
반대로 그림은 비슷하지만 이름과 위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역사는 단순한 연대표가 아니다.
역사는 변화의 기록이다.
우리가 확인하려는 것은 단순히 ‘무엇이 먼저인가’가 아니다.
무엇이 유지되었는가.
무엇이 사라졌는가.
무엇이 새롭게 추가되었는가.
어느 순간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이후의 카드 읽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서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타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볼 수 있다.
5. 이 책의 두 개의 중심 창
이 책에서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모든 타로 덱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자료는 많아지지만 구조는 오히려 흐려진다.
따라서 두 개의 기준축을 세운다.
Tarot de Marseille
그리고
Rider–Waite–Smith Tarot
이 두 계열은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비교의 창이 된다.
Marseille를 통해 우리는 숫자·Suit·배열을 중심으로 구성된 오래된 구조를 관찰한다.
Rider–Waite–Smith를 통해서는 그 구조가 인물과 장면, 사건과 서사로 어떻게 다시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러나 이 두 계열만으로 타로의 역사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따라서 Visconti, Minchiate, Sola Busca, Etteilla를 비롯한 여러 역사적 덱은 필요할 때 비교 자료로 사용한다.
이때도 원칙은 같다.
자료를 많이 나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구조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6. 관찰에서 시작한다
이 책의 연구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먼저 본다.
그다음 가설을 세운다.
자료를 비교한다.
한두 장의 카드에서 발견한 특징이 전체 덱에서도 성립하는지 확인한다.
반례를 찾는다.
반례가 나타나면 처음의 가설을 수정한다.
이를 간단히 쓰면 다음과 같다.
Observation → Hypothesis → Evidence → Full-deck Test → Counterexample → Revision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단계인 Observation이다.
해석을 알고 그림을 보면 우리는 알고 있는 의미를 그림 속에서 찾아내기 쉽다.
그러나 순서를 바꾸어 그림을 먼저 관찰하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나타난다.
시선의 방향.
손의 위치.
인물 사이의 거리.
몸의 회전.
위와 아래의 공간 분할.
반복되는 사물.
Suit 기물의 개수와 배치.
그리고 한 카드에서 다른 카드로 넘어갈 때 생기는 변화.
이런 작은 차이가 전체 덱을 놓고 보면 하나의 패턴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장의 인상보다 전체 덱의 반복을 더 중요하게 본다.
7. 78장을 다시 분해한다
오늘날 우리는 타로를 자연스럽게 78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의 출발점에서는 이 78장을 잠시 해체할 필요가 있다.
78장은 단순한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크게 보면 세 부분으로 나뉜다.
Major Arcana 22
Pip Cards 40
Court Cards 16
22 + 40 + 16 = 78.
이 세 집단은 형태도 다르고 기능도 다르다.
Major의 카드들은 각각 독립된 이름과 도상을 갖는다.
Pip Card는 네 Suit 안에서 숫자 1부터 10까지 반복되는 구조를 갖는다.
Court Card는 숫자로 배열되지 않고 인물의 위계와 역할을 통해 구성된다.
따라서 세 부분을 처음부터 하나의 동일한 해석 체계로 읽는 것은 오히려 중요한 차이를 가릴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이 세 집단을 분리해서 본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하나의 타로 체계 안에서 결합한다.
분리해서 보고, 다시 합친다.
이 방법은 이 책 전체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다.
8. 이 책이 묻는 질문
이 책은 카드의 새로운 뜻을 하나 더 추가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질문하지 않았던 것을 다시 묻는다.
왜 이 이름인가.
왜 이 번호인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왜 인물은 이 방향을 보고 있는가.
왜 Marseille에는 없던 장면이 RWS에서 나타나는가.
왜 같은 숫자가 네 Suit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는가.
어떤 변화는 한 장에서만 나타나는가, 아니면 전체 덱에서 반복되는가.
제작자가 실제로 설명한 것은 무엇이고 후대 사람들이 덧붙인 것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언제 만들어진 전통인가.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타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78개의 고정된 의미를 가진 카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이름과 숫자와 그림과 배열이 변화하면서 형성된 하나의 거대한 시각적 구조로 보이기 시작한다.
9. 의미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온다
구조와 역사를 먼저 본다고 해서 이 책이 타로의 의미나 해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가 의미를 잠시 뒤로 미루는 것은 의미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어떤 의미가 카드의 오래된 구조에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의미가 특정 시대의 도상 변화와 함께 생겼는지,
어떤 의미가 제작자의 설명을 통해 강화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가 후대의 실천과 해석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졌는지를 구별할 수 있다면,
카드의 의미는 더 이상 외워야 할 단어의 목록이 아니다.
그 의미가 왜 생겼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해석은 암기에서 이해로 바뀐다.
10. 구조에서 역사로, 역사에서 다시 카드로
VOL.1 STRUCTURE & HISTORY에서는 먼저 타로의 전체 구조를 해체하고 그 역사적 형성과 변화를 추적한다.
그 다음 권부터는 이 방법을 실제 카드에 적용한다.
Major Arcana 22장을 한 장씩 비교하고,
Pip Card 40장을 숫자군과 Suit별로 전수 검사하며,
Court Card 16장의 인물·위계·방향·관계를 다시 살펴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 장의 카드를 볼 때 우리는 단지
“이 카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라고 묻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먼저 묻게 될 것이다.
“이 카드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가?”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묻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 카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이 두 질문 사이에 이 책의 연구가 있다.
타로의 뜻을 읽기 전에,
먼저 타로의 구조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