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2월 22일 토)
전날 이야기가 된 대로 예류와 주펀에 가기로 한 날입니다. 저는 2010년에 예류에 한 번 다녀왔기 때문에 안 가도 상관없긴 하였지만 같이 움직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펀은 작년에 가긴 갔는데 루이팡에서 버스를 탔다가 자리 없어 서서 가는 바람에 힘 다 빠져서 그땐 아무것도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대신 중국인들의 무덤만 실컷 구경하고 무덤 양식에 대해선 제대로 배웠죠.
전전날과 같이 타이베이 역 서쪽의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신베이 시의 진산(金山)까지 가는 1815번 버스입니다. 대만은 한국과 달리 시외버스에도 번호가 붙어 있어서 번호를 알면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차를 쉽게 찾을 수가 있습니다. 4자리 번호가 매겨진 건 다 시외버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한국에도 있긴 있습니다만 시외버스지만 시 경계선을 안 넘어가는 버스들도 있긴 있습니다. 타이베이 역에서 예류로 가게 될 경우 흔히들 이용하는 버스입니다. 매표소에서 예류까지 표를 샀습니다. 왕복표를 사면 할인이 되지만 다시 그 차로 돌아올 거 같지 않아서 그냥 편도표를 샀습니다. 예류까지 차비는 96위안이고요. 마을 입구에서 내리면 지질공원까지는 걸어가면 됩니다.
예류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지질공원 가기에 앞서서 어항이 있고, 거기에서 무슨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을 구경도 하면서 쭉 둘러봤습니다.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지질공원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죠. 지질공원 입장료는 50위안으로 기억합니다. 교통카드로 결제 가능합니다. 사실 그건 나중에 알았어요. 후배의 질문공세 들어갑니다. 이러한 돌이 생긴 원인은 무엇이냐고 제가 과학샘이라고 마구 물어보네요. 제 전공은 아닌데. 저도 맞받아칩니다. 모든 과목 다 가르치는 초등샘이니 자기가 더 잘 알 거라고 ㅋ. 뭐 그 문제는 지질공원 나오고 난 뒤 입구에 있는 중국어로 된 설명 해석해 주는 걸로 해결했습니다.
전 한 번 가본 곳이라서 새로울 건 없었는데 들어가 보니 여왕 머리는 사진 찍으려면 줄을 서야 되네요. 그래서 우린 줄 안 서기로 하고 뒤쪽에서 찍었답니다.
점심은 지질공원을 나온 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식당 한 곳에 들어가서 먹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고른 음식 중에 입에 맞지 않는 것은 없었습니다. 가격에 비해 나름 만족한 밥을 먹고 나왔죠.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지룽 역으로 가는 790번 시내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약간의 호객을 하더라고요. 다른 한국 관광객(모녀로 추정)들에게도 제안을 했나 봅니다. 그런데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버스가 와서 그냥 간단히 해결합니다. 거리가 좀 멀기 때문에 추가요금이 붙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걸렸나 종점인 지룽 역에 도착했습니다. 내린 곳에서 길을 건너면 진과스로 가는 788번 시내버스를 탈 수 있어요. 길 건너서 타면 된다는 것을 잘 몰라서 조금 헤메긴 했습니다. 아무튼 그 차를 타고 주펀에서 내렸습니다. 다 좋은데 비가 와서 좀 그랬어요. 그래도 작년과는 달리 서서 가진 않았습니다. 그 사람 많은, 남들 다 가는 그 가게들을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오르내리면서 시간을 보냈지요. 주펀 가게 중 고양이가 그려진 각종 물품을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탐은 났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고 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고양이 동전지갑이니 가방이니 많긴 많았죠.
그 다음 목적지는 허우퉁 고양이 마을였습니다. 전 작년에도 갔지만 올해도 또 가고 싶은 곳이라서 가기로 했죠. 사실 후배는 동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도 제가 그냥 데리고 갔습니다. 사실 저야 예류나 주펀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였습니다만 여긴 늘 가고 싶은 곳이라서요. 허우퉁은 원래 猴洞이라고 썼답니다. 그런데 원숭이라는 게 별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앞글자를 바꾸고 뒷글자도 탄광인데 물이 보이면 좋지 않다고 글자를 바꾸어서 侯硐이라고 하였다가 최근에 다시 원래 글자를 살린다고 猴硐으로 다시 바꿨다고 마을 안내문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 이름이 둘로 나왔던 모양입니다.
원래는 주펀에서 허우퉁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습니다. 번호는 826인데 안내문에는 평일에는 운행하지 않고 휴일에만 한다고 나와 있어요. 토요일이라서 운행할 줄 알았는데 안 보입니다. 그리고 실시간 운행 상황을 보니 버스가 한 대도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안 다니나 보다 싶어서 그냥 루이팡까지 버스를 타고, 루이팡에서 허우퉁으로 기차를 타고 갔습니다.
하지만 아까 이야기하였듯 비가 오는 바람에 고양이들이 숨었는지 잘 안 보이는 거예요. 돌아다니는 애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좀 되는 고양이들 뒤통수도 쓰다듬고 잘 돌아다녔습니다. 후배가 그러네요. 고양이 마을에 오니 표정이 달라 보인다고. 탄광 박물관도 가보고 기념품으로 고양이 나오는 트럼프 카드 구입했습니다. 마을에 수입을 올려 주어야 고양이 마을도 오래 지속되겠죠?
기차 시간에 맞추어서 역으로 돌아가서 타이베이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텅텅 비던 열차가 루이팡 지나가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타네요. 타이베이 역을 한 정거장 지나쳐서 완화(萬華) 역에서 내렸습니다. 사실 이건 예정에 없이 제가 한 정거장 더 가자고 한 거였어요. 근처에 룽산스가 있으니까. 후배는 생각보다 룽산스를 좋아했습니다. 추천을 잘한 듯 ㅋ.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근처의 멍샤(대만어로 읽으면 방카) 야시장(艋舺夜市)과 화시 야시장(華西夜市)을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쪽에서 숙소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좀 걸어 나간 뒤에 타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먼딩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후배는 시먼딩 가고 싶어했는데 그냥 저절로 가게 된 거죠. 둘러보곤 다시 안 와봐도 되겠다고 그럽니다.
저도 지도를 잘 보는 편인데 후배는 저보다 나았습니다. 말 그대로 '지도 보는 여자'네요. 시먼딩 둘러보고 중화로에 가서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튿날은 타이난 가는 날인데 몇 시에 어떤 차를 타고 어떻게 갈 것인지는 제 몫이고 후배는 방에 들어가서 맥주 한 캔 따서 마신 듯합니다.
저는 타이난에서 만날 친구와 카톡으로 연락을 해서 어떻게 만날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저도 초행길이고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서 만날 곳을 정하고 잠이 들었죠. 일단 잠정적으로 타고 갈 차를 결정하여 통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첫댓글 깔끔하게 표현된 여행기 좋습니다.
여행의 팁까지 알려주신 멋진 여행기
올려주시느라 수고하셨고 시간날 때마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