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물론 내일 뱅기타는 시간이 남긴 했지만...
말 그대로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 밖에 없기에...
어제 s라는 일행이 너무나 피곤해보여
맥주파티도 일찍 끝내고 쉬었는데도
일행들의 얼굴이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
음--
왜 그럴까???
함께 간 언니랑 나랑 말은 안했지만
분위기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가져본다.
일단 교통은 택시로 움직인다.
곤명에 도착한날 숙소로 가기위해 탔던 택시와
협상을 해서 택시를 하루동안 대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8시경, 호텔앞에 택시는 도착해있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런 호사스런(?) 여행은 잘 안하는데...
앞자리에 조카와 s가 앉고
뒷자리에는 세명이 앉아갔다.
그래도 뭐
에어콘도 잘 나오고 자리도 넓고 좋긴 좋네...
택시는 석림을 향해서 출발하고
어느정도 달린 후 톨게이트에 도착했는데
택시기사(아가씨다)가 여권을 달랜다.
석림을 가기위해서 출입하는 차들은 모두 장부에 기재를
하고 다닌다고... 게다가 여행자는 대표로 한명의
여권을 보여줘야한다고 한다.
버스타도 이런가???
앞자리에 앉은 s가 제출한 여권을 적고 돌아온 아가씨.
이 아가씨 운전 정말 잘한다.
스틱으로 된 차인데도 전혀 튀거나 덜컹덜컹 한 적이 없다.
중국차의 상태를 생각해본다면 상당한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석림의 주차장.
주차장엔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아가씨들이 가이드를 해주기 위해
주~~우욱 서있다.
저것도 분명히 돈을 줘야 한다며 우린 그냥 들어가기로 한다.
주차장을 지나 조금 걸어들어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는 거금 70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입장료는 학생증만 제시하면 반값으로 할인이 된다고 한다.
학생증도 뭐.... 그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알아서 내도 된다고... ^^;
우린 그것도 모르고 제값내고 들어갔는데...
표 끊고 안으로 들어가니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다.
인간들 우찌 그리 많을꼬!!!
바글바글 한다.
특히 '石林' 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곳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우린 초반부터 너무 지쳐갔다.
육이오때 인민군 쳐들어오듯이
사람들이 밀려들어오는데...
아휴~~
석림(글 새기젼 곳)을 지나자
오른편으로 화장실 올라가는 곳이 보인다.
여강에서 만난 학생이 그랬지
화장실 너머로 가면 중국사람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 나올거라고...
앞으로 전진하는 일행을 끌고 화장실 쪽으로 갔건만...
거기엔 정말 화장실만이 있었다.
부끄~~~
온김에 조카는 큰 볼일 보러 뛰어간다.
끌고온게 미안해서 s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어젯밤에 바로 잤어요?'
너무 피곤해 보여서 물어본건데...
s는 대뜸
'왜요!'
'아니.... 그냥 분위기 좀 바꿔볼려고 그랬는데...'
아무 생각없이 건넨 말에 분위기만 더욱 어색해진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커다란 웃음을 주는데.....
다시 걸어가는 일행들...
가도가도 돌의 규모에 놀라는게 아니라
사람에 치이고 무례함에 더욱 더 놀라고 만다.
그래도 한참을 가니 화장실도 보이고
그 너머엔 정말 중국사람들도 많이 없고 간간히 사람들이 보인다.
아~~~ 여기를 이야기 한거였구나.
그제서야 돌이 눈에 들어올..... 려고 하다가
일행들의 표정이 너무 안좋아서 (험악)
그저그렇게 다가온다..
아니 이 인간들이 오늘 왜 이러지???
아침을 굶고 나온터라
배가 너무 고파 휴게소같은 곳에서 라면 하나를 끓여먹었다.
언니랑 나랑은 라면 하나로 나눠먹고
(나중에 더 맛난거 먹을려고 배를 비워둬야하니까...)
나머지 일행들은 아이스크림으로 끝낸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이 날은 날씨가 너무너무 더웠다.
그동안 비오고 흐린날에만 돌아다녀서 그런지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어찌어찌 돌다보니 우리도 모르게 입구쪽으로 와있다.
그때 시간이 12시 좀 넘었던가???
그래 이제 그만 보고 가자...하는 심정으로
입장료는 아깝지만 밖으로 나왔다.
누가 석림이 좋다고 했던가!!!
기대이하의 석림을 뒤로하고
(이건 순전히 인간들 때문이다)
돌아오는데...
기사아가씨 배 고프냐고 묻는다...
배 고프다고 하니까
곤명시내까지 가는 길에 식당이 없으니
자기가 가르쳐주는 곳에서 식사하라고 한다.
우리는 그러마하고 차를 대주는 곳에서
식사를 할려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기사아가씨 다시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화를 내며 다른 식당으로 안내를 해준다.
다른 식당으로 옮겨서 밥을 먹으려고
메뉴를 보니 여긴 메뉴를 보는게 아니라
재료를 선택해서 요리를 해달라고 해야한다.
주방앞에는
가지, 돼지고기, 호박, 오리...
이런 재료들이 아무런 손질도 보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누워있다.
s가 주인과 이야기를 하는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이것들 완전히 바가지라고 s가 흥분한다.
그렇군 기사랑 식당이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
그전에 식당에서 나온 이유도
아마도 커미션을 작게 준다고 했던지 그런 이유일거다.
으미....
우리를 완전 봉으로 아네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 있나.
안당할수도 없지만.... ^^;;
가지요리, 돼지고기 볶음과 밥으로 주문을 끝내자.
주인 얼굴이 변한다.
변한다고 더 시킬 것 같으냐...
우린, 아니 나만 허기졌던가???
아무튼 우린 반찬 2개로 5명이서 해결을 봤다.
대신 밥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내가 다 처리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내 배에 거지가 든 것 같다.
밥 먹고 나서 s가 이야기하길...
민속촌을 가는데, 갈려면 다 가고 한명이라도 빠지면 안간단다...
잉!!!
이게 무슨 소리야...
날도 더운데 민속촌에 또 가잔 말인가...
언니랑 나랑은 이미 쇼핑으로 의견을 봤기에
두사람 맘 상하지 않게 잘 이야기 해서 따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으로 각자의 여행을 하게된다.
일단 우리를 숙소앞에 내려놓고
2명은 민속촌에서 공연 보고 11시나 되어야 돌아온다며
부우웅~~ 하며 떠나간다.
가면서 당부하길...
'소매치기 많으니까 조심하슈!!!'
2명을 보내고
3명(조카는 우리가)은 숙소에 올라와서 씻고 잠시 쉬었다가
시내쇼핑을 가기로 한다.
일단 큰길로 가다가 백화점 같은 곳에서 상점구경도 하고,
시장으로 들어가 길거리음식도 먹어보고 괜히 이야기도 시켜보고...
함께 간 언니가 상당히 적극적이다.
나 같으면 그냥 먹거리사고 그냥 돌아올것을
나오는동안 계속 말 시키고 글로 적고
작은 것 하나까지 알고싶은 마음에 놀랬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은 차를 파는 곳이었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다가
죽치고 앉아서 차 얻어마시고...
곤명에 유명한 차가 보이차라는 걸 듣고 갔기에
그거 하나 살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다도에 필요한 몇가지를 사고 말았다.
솔직히 한참을 앉아서 차 얻어마시다 보니
그냥 나올 수가 있어야지...
그렇게 구입한 차는 사무실에서 잘 마시고 있다.
찻집에서 나온 시간이 9시가 넘어있다.
이런... 벌써 이렇게 됐단 말인가.
이젠 숙소로 가야겠다.
물론 민속촌 간 일행들은 안돌아왔겠지만...
가는 길에 이상한 걸 목격하게 된다.
하얀 까운을 입고 하얀 모자를 쓰고
의자를 펼쳐놓고 주~우욱 서있다.
아까 이런 걸 입은 사람을 한명 봤는데
그땐 구두닦이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안마사다.
그리고 전부 맹인이다.
어느 여행기에서 안마를 받았다는 글을 봤기에
우리 과감히 안마를 받아보기로 한다.
가격은 상반신은 10원
전신은 20원이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손에 힘은 그다지 세질않다.
언니랑 나랑 안마 받는동안
우리조카 심심하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이모라는 사람이 느긋하게 안마나 받고 있으니
얼마나 미울까...
안마가 끝나고 숙소를 찾아갈려는데
엉뚱한 곳이 나온다.
우리 앞에 갑자기 나타난 곤명역...
조카는 쉬 마렵다지...
길은 헷갈리지...
언니랑 나랑 조카를 끌고 아무데서나 볼 일 봐라고 다그쳐도
준법정신 투철한 우리조카 절대로 아무데서나 볼 수 없다고
끝까지 맞선다...
할 수 없이 주변을 찾아다니다 발견한 호텔에서 해결을 봤다.
얼마나 시원할까... ^^
호텔에서 나와 우린 장을 좀 보기로 했다.
마지막 밤이고 하니 파티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며.
일단 과일,
양귀비가 좋아했다는 여미지랑 비슷한 걸 사고... (이름이 틀려서...)
제과점에서 조그마한 케잌도 사고 내일 아침에 먹을 빵도 사고
가게에서 맥주도 몇병 샀다...
그리고 조카가 저녁때부터 사달라고 조르던 초코렛을 사야하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큰 슈퍼는 문을 닫고
조그만 슈퍼에는 조카가 살려던 초코렛이 팔지를 않았다.
그래서 달래면서 그랬지...
내일 공항 면세점에서 맛있는 초코렛 사주께!!!
꼭!!!
이렇게 약속을 하고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근데 곤명역에서 숙소는
역을 등지고 왼쪽으로 꺽으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었다.
여기서 헤매다니...
호텔에 도착한 우리.
프론트에서 키를 받고 2명의 일행이 왔는지 확인해보니
방금 들어왔단다...
그때 시간이 11시쯤 됐었지...
이 인간들 진짜 찐하게 놀다왔군..
방에서 나름대로 파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방문을 두들긴다.
아는척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에라 모르겠다...
바깥을 향해...
'잠시만요... 10분만 있다 오세요~~'
밖에선 뭐라뭐라 하더니 조용해진다.
음...
거의 준비가 끝났군...
조카를 시켜 데려오라고 시켰다.
근데 조카만 오고 사람들은 잠시후에야 들어온다.
우린 케잌불켜놓고 기다렸는데
2명이 들어오면서 인상이 별로 좋지않다...
궁시렁 궁시렁...
'얘 끌고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느냐...'
'여기 방문을 얼마나 두드렸는줄 아느냐...'
'궁시렁 궁시렁....'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황당한 우리지만 일단 저자세로 나가서 화난사람 기분을 달래본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알고보니...
민속촌으로 떠난 두사람 우리를 남겨놓고 떠나온게 못내 맘에 걸려서
8시경에 돌아왔단다.
그 이쁜 가이드 아가씨들도 놔두고...(나중에 엄청 후회하는 부분..)
근데 돌아오니 사람들도 없고
일단 배도 고프니 처음 과교미선 먹었던 곳에서
40원짜리 요리를 시켜
특실에서 먹었다고 자랑할려고 엄청 기대하고 돌아왔는데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안와있고...
오겠지 오겠지 싶었는데 오지는 않고
민속촌에서 소매치기하던 사람 끌려가는 장면도 봤고
택시안에서도 한국사람 사고당했다는 소식도 듣고
걱정이 한짐이었다나...
마지막 방문 두들길 때, 그때 우리가 이야기 안했으면
1층 내려가서 기다릴려고 했다나 우쨌다나...
에구~~
이 사람들 왜 이리 착한겨???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힌 일행들과 즐거운 맥주를 마시다
우연히 아까 석림에서의 이야기가 나왔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내가 바로 잤냐고 물었을 때 화를 냈었는데...
그 이유가...
어젯밤 일행들은 우리가 나가고 난 후 잘려고 누웠는데
밖에서 아가씨가 안마 받으라고 계속 문을 두드리더라는거다.
일행들은 그동안 몸이 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래 한번 받아보자는 심정으로 문을 열어
안마만 받았다고 한다.
모르지.... ^^
중국에서는 호텔에 찾아와 하는 안마가 그냥 안마만 하는게
아니라고 많이 알려져있다.... 뭘까????
하여튼 어젯밤 안마받고 잔게 미안해서였던지.
내가 바로 잤냐고 물어보는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단다.
그때 부터 너무 미안해서 괜히 인상쓰고 다녔다네.
이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우린 그것도 모르고 자기들 기분 맞춰준다고 얼마나 애썼는데..
너무너무 웃기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