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비우고 낮추면 자연적으로 병이 낫게 된다
공주 주은 라파스병원 통합의학센타장 김기옥
새해가 밝아오면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지만, 매일 매일 주어지는 임무과 목표달성은 한날, 한시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심지어 인간의 기본 생리도 해결할 틈을 주지 않는다.
현대의 산업사회에서는 물질만능의 감각적인 쾌락을 무한정하게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여 이를 달성하지 못한 좌절감에 빠질 때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해지지 못하고 ’성장피로증‘인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이런 자본주의의 사회야말로 인간을 소외로 몰고 가는 근본적인 틀임을 강조하고, 이를 넘어서고자 할 때 인간 개인의 내면적 해방과 사회구조의 변혁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에리히 프롬은 역설하고 있다.
개개인의 해방은 무엇보다 자신이 모든 삶의 주인공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갈 때 진정한 자유인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일상생활도 달라져야 행복하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살지만 행복은 결코 ‘돈’에 있지 않고 자신의 만족에 있다.
우리나라에 서구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가 유입되며 능력이 가장 우선의 가치로 인정되고 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가치의 혼란이 와서 이젠 아예 각자의 개성과 정신적 유산은 다 고물상으로 폐기처분시키고, 적자생존(適者生存)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가는 ‘동물의 왕국’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삶에 중요한 정신적 가치가 무너지고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지 못하는 즉 자신의 삶에 물질이 목표가 아니었는데 물질이 자신의 꿈으로 바뀌는 전도몽상(顚倒夢想)의 괴리감과 소외감에 괴로워하고 심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은 피폐해지고, 패배자의 모습인 변태 혹은 인격파괴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잠시 몸이 힘들어도 우선 자신의 목표가 강남에 31평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서 그때까지는 참고 견디겠다고 하지만 1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너무도 어려운 목표이다. 설사 꿈을 이루었다해도 만족은 끝나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더욱이 멀어져 간다. 그러면 건강도 챙기고 여유를 가지기 위해 지방에 조그만 24평짜리 전원주택을 가지고 특수작물을 재배하면서 사는 사람은 불행한가? 그런 결심을 아무나 할 수 있나? 누구나 농사를 질수 있나? 애들을 지방에서 키우면 생존 경쟁에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갈등은 결국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자존심을 낮추지 못하는 게 결정적 요인이다.
‘비움’은 결코 남의 눈에 비춰지는 것처럼 부끄러운 것도 슬픈 것도 아니고 자존심 상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작은 것도 만족 하며 살 수 있는 포기가 아니라 ‘체념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
단순 비교로 모든 만족의 척도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아주 거친 음식이라도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한두 가지만 먹어도 행복해 질수 있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면 사먹는 음식, 시간이 없어서 한 끼를 때우는 패스트푸드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더 큰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3번만 먹어보면 모든 것이 조미료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음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된장국도 매일 매일 끓여 보면 다르고 원재료의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보면 ‘요리도 창조이고 도(道)를 추구하는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집은 자신을 보호하며 구조물이 쓰러지지만 않으면 어떤 것이 자신의 마음에 맞는 집인지 정답은 없다. 큰집에 살면 만족도가 무조건 높은 것은 아니다. 큰집에 적은 식구가 살면 사람과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질 않는다. 1인당 약 6평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 편의시설이 무조건 많으면 더 좋은 것은 아니고 개인의 취향이 더 중요하다. 가구재도 한꺼번에 완벽하게 세팅해 놓고 살기 보다는 하나하나 노력으로 구입할 때 더 만족도가 높고 목표를 가지고 가꿔가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질병은 대부분 욕심에서 나온다. 목표를 적당히 낮추고 몸을 혹사시키지 말아야 하는데 자신의 취미생활과 건강관리를 못하고 톱니바퀴처럼 쉬지 못하고 자동차조립라인의 벨트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살아가져야 한다면 더욱이 몸은 자율성을 잃고 이상을 일으키니 결국 일부 공해병을 빼고는 암과 같은 질환도 대부분 ‘생활습관병’인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먹거리를 고민하여 몸이 최대한 정상가동하도록 힘써야 한다. 매일 매일 약간의 땀이 날 정도의 운동과 노동이 있어야 가장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몸이 힘들지 않은 사무직 일만이 몸에 고급스러운 노동이 아니다.
해발 700m에 사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산다고 해서 김일성의 묘향산 별장의 침대 높이를 700m에 맞추었다고 한다. 하지만 700m고지의 뜻은 자동차나 기계가 올라 갈수 없는 오지에서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도 없는 곳이다. 아울러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힘들게 움직여 주어야 몸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몸도 마음도 비우고 낮추는 것이 모든 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새해에는 좀 더 일상에 여유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 갈수 있는 삶의 만족도를 먼저 생각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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