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자 상담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투자자의 눈높이에 걸맞는 투자 상품을 찾는 일이다. 투자자에게는 아직도 미미하게나마 ‘부동산=대박’이라는 환상의 잔영이 남아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어느 신문의 기사처럼 돈 될 미분양아파트가 있을까? 그리고 재건축의 수혜를 받을 단독주택, 각광받을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편리한 역세권 소형평형 아파트 등 다양한 틈새 상품들이 투자자의 기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비싸진 국제 원유가에 대미 고환율 및 생산업자들의 원자재 사재기, 높은 데도 또 높아질 대출 금리, 일자리는 줄어들고 생활고는 깊어지는 스테그플레이션, 시장 기능을 상실한 부동산 시장, 그리고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멈춰 있는 정부 등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투자 수익의 덜미를 분명 붙잡고 있다.
이러한 지금, 부동산 투자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지난 주 일요일에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검단산을 올랐다. 많은 등산객들이 검단산을 오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힘차게 쪽바로 성큼성큼 오르지만, 또 다른 사람은 천천히 옆으로 돌면서 산을 오르고 있었다.
처음엔 힘차게 쪽바로 오르는 사람이 많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옆으로 돌면서 오른 등산객이 많아지는 반면에, 힘차게 쪽바로 오르는 등산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정상 가까이에서는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쪽바로 오르면 힘이 더 많이 들지만 더 빨리 갈 수 있다. 특히 산 오르기를 시작할 땐 힘이 펄펄하여 쪽바로 빨리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정상에 가까워지면 힘이 다 빠져 쪽바로 오르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럴 때는 천천히 옆을 돌아가면 힘이 덜 들고 숨이 덜 가쁘게 된다. 특히 옆으로 돌면서 오르면 가쁜 숨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투자 역시 산을 오르는 등산객처럼 부동산시장의 국면에 따라 그 형태와 전략이 달라야 할 듯하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일 땐 등산객이 쪽바로 산을 오르듯이 적극적인 투자가 좋은 투자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가라앉아 일부 틈새 상품에서만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 옆으로 돌면서 오르듯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방어적인 투자나 보수적인 투자가 보다 합리적인 투자가 된다.
현재 부동산시장 전반에는 밀고 당기는 상반된 두 힘에 의해 값을 정하는 시장 기능이 상실된 지는 이미 오래고, 아파트든 땅이든 일부 부동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동산이 정책에 의해서만 값이 출렁거리지만 그 기세가 예상 이상으로 크게 꺾이고 있어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 정책만을 쳐다보고 있다.
여기에 빠져드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감안한다면 규제 철폐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잠복 중인 부동산 투기 심리와 늘어나는 시중의 부동자금 등은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규제 철폐는 시기상조인 듯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잘못 끼운 첫 단추’로 국민은 국민대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있고,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으로 ‘정부가 있어도 정부가 없는 무정부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마치 늪에 빠진 야생 황소가 서서히 깊게 빠져 들어가는 아프리카 야생동물 세계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어가고, 그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 내지 리스크 또한 커지고 있다.
또한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수출을 늘린답시고 주물었던 고환율 덕으로 물가가 폭등하여 시중 금리가 내리기 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상황에 놓임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침체의 늪은 더욱 깊고 넓어만 가고 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비 온 뒤 맑은 하늘에 높게 뜬 뭉게구름이 아니라 근방이라도 소낙비가 쏟아질 먹구름으로 덮인 하늘처럼 어둠만이 짙게 깔리고 있다.
게다가 그 먹구름이 언제 거치고, 대신 뭉게구름이 하늘을 언제 수놓을 지 예측할 수 없어 시름과 불확실성만 깊어가고 있다.
이럴 때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비록 느리게 오르지만 덜 힘들고 오르면서도 가쁜 숨을 내쉴 수 있는 ‘옆으로 돌아서 오르는 여유와 지혜’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힘겹게 한푼 두푼 모은 목숨과 같은 돈을 대박의 환상에 젖어 투자한 뒤 만져보지도 못하고 떼이고 날려버리는 사례를 허다하게 듣고 있다. 이들에게서는 앞서가는 사람을 서둘러 따라 가야겠다는 조급함과 불안감에 비롯되어 ‘돌아서 오르는 여유와 지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즉, 그들에게는 대개 서둘러 가야만 한다는 조급함과 앞만 있고 ‘돌아서 갈 줄 아는 여유와 지혜’가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누구나 앞서 가는 사람을 보면 더 내달리고 싶은 경쟁 심리가 있고, 그 심리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며, 그러한 욕구가 없다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실, 즉 내 자신과 주변을 꼭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경쟁 심리를 가지되 현실을 고려하는 ‘돌아서 오르는 여유’와 ‘돌아서 갈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특히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더 커져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돌아서 오르고 돌아갈 줄 아는 여유와 지혜’는 부동산 투자에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