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숙의 야생화 이야기-
두잎약난초(난초과)
두잎약난초는 제주의 그늘진 숲속에서 자라는데 약난초와 달리 잎이 두 장이라서 그렇게 불린다.
꽃이 피면 잎이 시들어 버려서 꽃과 잎을 같이 볼 수 없는 두잎약난초는 개체수가 아주 적어서 멸종위기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노란빛을 띤 갈색 꽃은 5∼6월에 줄기에서 비스듬히 나온 꽃자루 끝에 피어 반쯤 벌어진다. 줄기는 길이 25∼40cm이고 줄기 밑에 나 있는 2개의 잎은 칼집 모양이며, 꽃받침은 거꾸로 세운 것 같은 바소꼴이고 꽃잎에는 자주색 반점들로 된 무늬가 있다.
식물의 특성상 특정한 환경에서만 자라고 그러한 환경을 가진 지역 외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식물들이 더러 있다. 특히 제주에서 자라는 것들 가운데 그러한 식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들이 자라는 지역은 람사르습지 보호구역이나 유네스코 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환경지킴이나 국립공원 직원들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허가 없이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식물들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쉽게 가서 볼 수가 없다. 암매를 비롯하여 한란, 죽백란 등이 그러한 식물들의 대표적인 예이다. 두잎약난초도 그런 식물의 한 가지이므로 이것을 보기 위하여 허가를 받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국립공원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두잎약난초가 자라고 있는 오름을 한 차례 다녀왔다.
숲이 우거지고 조릿대가 무성하여 길도 잘 보이지 않는 곳을 1시간 가까이 올랐다. 바로 옆에 있다고 하여도 보이지도 않을 두잎약난초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꽃이 있는 지역을 알고 있는 사람과 함께 하였지만 어두운 숲속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군데군데 무언가를 파낸 흔적이 있어서 자세히 보니 사람이 손을 댄 흔적도 보인다. 몇 포기밖에 없는 두잎약난초를 누군가 도채해 간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어렵게 허가를 받아서 왔는데 못 보고 간다면 큰일이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가 ‘찾았어요’ 하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두잎약난초 한 포기가 꽃을 피우고 서 있다. 큰 나무 옆 풀밭에 자라고 있는지라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아야 겨우 보인다. 이렇게 꼭꼭 숨어서 살고 있는 꽃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눈은 도대체 얼마나 밝은 것일까? 한 포기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요리 보고 조리 보고 꽃 속을 살핀다. 꽃은 노란 날개를 양쪽에 달고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은은한 향도, 꽃잎에 박혀 있는 점도 꽤 매력적이다. 학명에서 종을 가리키는 명칭에는 매의 발톱을 닮았다는 뜻이 있다는데 실제 꽃 모양에서는 그런 날카로움보다는 절제되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상사화처럼 꽃과 잎이 함께 하지 못하면서도 여린 듯 강하게 피어 있는 그 꽃에서 애잔함마저 느껴진다.
더 많이 찾겠다고 다니다 길까지 잃어가며 헤맨 끝에 서너 포기를 더 보고 오긴 했지만 언제 다시 또 이 들을 만나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너무 귀해서인지 꽃말조차 없는 두잎약난초를 다시 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촬영:2018년 5월 25일. 제주도 한라산
글/사진 윤삼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