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에서 꼭 보아야 할 문화유산 10가지
현진건학교 회원들이 4월 답사를 앞두고 사전 준비 모임을 개최, '팔공산에서 꼭 보아야 할 문화유산 10가지'에 대해 공부했다. 4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를 할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미대동 독립운동 기념비, 관봉 석조여래좌상(속칭 '갓바위'), 동화사 영남치영아문 현판과 통일대불, 부인사 초조대장경 유허와 선덕묘, 송림사 전탑, 군위 '원효' 또는 '제1' 석굴암, 국보 거조암, 가산산성, 그렇게 10가지였다.
이들 10가지 중 시대순으로 가장 앞서는 것은 부인사 선덕묘이다. 선덕묘는 선덕여왕이 부인사를 원당으로 삼아 경주에서 팔공산까지 줄곧 나들이를 한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는 유적이다. 요즘도 부인사에서는 매년 음력 3월 15일 선덕여왕을 기리는 큰 행사를 개최한다.
선덕여왕, 김유신, 원효가 있는 팔공산
그 다음 시기를 대표하는 유적은 '원효' 또는 '제1' 석굴암이다. 원효 또는 제1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우는 것은 흔히 사용되는 '제2 석굴암'이라는 명칭이 옳지 않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팔공산에 있는 이 석굴암은 경주 토함산 것보다 100년 이상 앞서서 원효대사가 조성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만큼 '제2 석굴암'이라는 속칭은 잘못 붙여진 이름이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송림사 전탑, 우리나라 약사 신앙 1번지로 널리 알려진 '갓바위 부처', 국보 거조암 등 팔공산에는 불교 유적이 많다. 그래서 92점이나 되는 지정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팔공산은 '노천 박물관'으로 유명한 경주 남산 이상 가는 보물창고로 점점 유명세를 얻어가고 있다.
▲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기념 심포지엄(환경부, 국립공원공단), 3월 5일, 대구 엑스코
덕분에 팔공산은 2023년 12월 3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1980년 도립공원 지정을 받은 이래 43년 만에 이루어진 승격이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3월 5일 엑스코에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기념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대구의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답사지로는, 해인사 팔만대장경보다 100년 이상 앞서는 초조대장경 보관 장소 부인사를 손꼽지 않을 수 없다.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거의 대부분 불에 타 사라졌지만, 지금 부인사에 남아 뒹굴고 있는 당시 절집들의 석조 부재들은 시대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다.
지정 문화재가 92점이나 있는 팔공산
동화사는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영남 지역 승병들을 훈련시키는 총본부로 사용되었다. 대웅전을 마주보는 봉서루 뒤편에 '영남치영아문'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어 그 역사를 말해준다. '치'는 승복을 의미한다.
▲ 국가 사적 가산산성 ⓒ 정만진
조선 후기 산성 축조술을 말해주는 가산산성도 팔공산이 자랑하는 대표 역사문화유산이다. 이곳은 남문(정문) 앞까지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산성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접근성을 뽐내는 산성이다. 3중 성곽을 보여주는 이 산성은 1950년 전쟁 때의 격전지이기도 해서 답사자들의 마음을 흘러간 과거로 더욱 몰입시켜준다.
독립운동 장소였던 동화사, 통일대불도 있다
요즘은 교통 사정이 좋아져서 실감이 나지 않지만 과거 전통사회의 동화사는 깊고 깊은 산중의 절이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만 해도 산남의진 우재룡 지사가 의병군을 이끌고 주둔하면서 일제와 유격전을 벌였고, 1919년에는 10대 학승들이 대구 시내 덕산정시장 독립만세시위를 심검당에서 기획했다.
팔공산 자락 여봉산에서도 미대동 주민들이 두 차례에 걸쳐 독립만세운동을 펼쳤다. 미대동은 대구 유일의 마을 단위 독립운동 유적지이다. 왕건 유적지인 지묘동에서 고개를 넘으면 미대동 독립만세운동을 기려 세워진 기념탑이 도로 오른쪽에 세워져 있다.
▲ 팔공산의 겨울(왼쪽 비로봉, 오른쪽 동봉) ⓒ 정만진
동화사에는 1992년에 건립된 세계 최대 불상 '통일 대불'이 있다. 예술적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높이가 33m나 될 뿐만 아니라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과제를 이름에 담고 있어서 수많은 답사자들이 찾아온다. 관광적 요인은 예술성과 무관한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으므로 현진건학교는 4월 팔공산 답사 때 통일대불을 찾아 "우리의 소원'을 빌기로 했다.
등산과 거리 등 강도에 맞춰 4차례 나누어 답사
4주에 걸쳐 실시할 답사 여정을 정헤본다.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충분히 지역별로 나눌 만하다. (1)미대동 독립운동 기념탑> 갓바위, (2)동화사 영남치영아문 현판, 통일대불> 부인사 초조대장경 유적, 선덕묘> 군위 '제1(원효)' 석굴암, (3)가산산성> 송림사 전탑, (4)거조암으로 순서를 정했다.
거조암을 답사할 때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남아 있는 은해사도 둘러보고, 김유신이 수련생활을 한 곳으로 알려지는 중암암도 찾아보면 좋다. 돌아오는 길에 불굴사 홍주암에도 가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곳 역시 김유신과 원효대사 관련 유적지이다. 92개 문화유산을 남김없이 감상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표급만은 답사를 해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기대됩니다.정만진교장선생님의 인솔로 답사를 하게 되면 스쳐가는 차창가풍경이 아니라 역사적인 장소로 탈바꿈 되더라고요.사전공부도 잘해서 팔공산에 대해 알아가는 답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