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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카핑 베토벤 - Copying Beethoven >
- 천재를 연주한 비밀의 여인... 신은 베토벤의
귀를 멀게 했고, 그녀를 선물했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 말테의 수기 > 를
빌려 베토벤을 칭송한 바 있지요.
"잡음이 만드는 혼탁과 허망에 팔리지 않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리만 듣도록 하나님은
그의 청각을 막아 버렸다."
베토벤의 초고를 악보에 옮겨적는 과정을 뜻하는
표제의 시네마 < 카핑 베토벤 >...
영화는 인간의 자유와 열정을 노래한 베토벤이
세상을 뜨기 약 3년 전인 1824년 5월을 전후해,
음악과 영혼의 동반자였던 가상의 여인 ‘안나
홀츠’ 의 눈길로 베토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성 예술가의 존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웠던... 지난 날의 예술사에 대해 재기어린
반문을 던지는 여성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복화술은 매우 의미심장한 울림으로 다가오죠.
18세기 음악의 도시 비엔나.
음악으로 신을 뛰어 넘고자 하는 욕망과는 달리
청각을 잃어가면서 자괴감에 빠져 성격은 날로
괴팍해지며 고독에서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베토벤
(에드 해리스 분)...
그는 종교음악의 최고 걸작 '장엄미사'(Missa
Solemnis) D장조, Op.123 을 완성한데 이어
마지막 교향곡인 9번 교향곡 '합창' 의 초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베토벤은 자신이 그린 악보를 연주용으로
카피하기 위한 유능한 카피스트를 찾던 중,
우연히 음대 우등생인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
분 )를 추천받죠.
베토벤은 처음엔 안나가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그녀와의 만남이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첫 날 자신이 잘못 표기한 음을 적시하며 스스로
'고쳐'(change) 놓은, 아니 '교정'(correct)해 놓은
것을 보고 그녀의 천재성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른바 운명을 바꾼 극적인 만남이 이뤄진 게지요.
"왜 내 곁에 있는 거야?" 라는 베토벤의 물음에
안나는 "왜냐면 음악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라고 화답합니다.
신을 연주한 베토벤과, 그 베토벤을 연주한
단 한 명의 여인 안나 홀츠...
신의 소리를 전하는 천재 음악가의 음악을 그렇게
가슴 깊이 이해하는 안나를 향해 베토벤은 조금씩
마음을 문을 열게 되죠.
이제 둘 사이에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던
음악적 교감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영혼의
대화까지 함께 나누어갑니다.
흥분한 베토벤은 지인에게 얘기하지요.
"내 삶에 새로운 음악의 세계가 열리고 있네!
새로운 형태, 새로운 언어로 말이지. 바로 그때
안나가 왔어. 그 분이 보내주신 걸까..."
9번 교향곡의 작곡 역시 점점 더 활력을 띄며
드디어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고, 초연의 날이
다가옵니다.
그러나 청력 상실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없는 베토벤이 돌연 초연의 지휘봉을 직접
잡겠다고 나서는... 뜻밖의 위기가 찾아오죠.
리허설이 진행되면서 베토벤의 지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매니저 슐레머는,
운명적인 초연 당일 관객으로 연주회장에
찾아 온 안나로 하여금 지휘대에 선 베토벤의
맞은 편에서 실질적인 지휘를 맡도록 합니다.
그녀의 지휘를 베토벤이 보고 따라('카피')하도록
한 것이죠.
더 이상 지휘를 할 수 없다고 푸념하는 베토벤에게
안나는 위로합니다.
"잘 보이는 곳에서 박자를 맞출 수 있도록
도와드릴께요. 걱정하지 마세요!"
'운명의 이중주' 라 할까요...< 유로파 유로파 >,
< 비밀의 화원 > 등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폴란드
출신 여성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자신의 2006년 연출작 < 카핑 베토벤 > 을 통해
표제처럼 베토벤의 악보를 필사하는 안나 홀츠라는
가상의 인물로 거장 베토벤의 말년을 조명하고
있지요.
즉, < 카핑 베토벤 > 은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영웅의 일대기나 기괴한 천재성에 초점을 맞춘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신과 인간의 영혼을 음악으로 연결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베토벤의 마지막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손꼽히는 ‘9번 합창
교향곡’...
그리고 이 곡의 탄생과 초연 뒤에 숨겨진
여성작곡가 지망생 안나 홀츠의 이야기를 온전히
펼쳐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청각 장애에 시달리며, 고독과 가난에
찌든 채 불행한 말년을 보내야 했던 베토벤이
어떻게 세기의 명곡을 작곡했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지요.
제9번 교향곡 초연 당시 베토벤이 우뢰 같은
박수소리를 듣지 못하자 무대에 있던 한 성악가가
그를 관중으로 향하게 했다는 일화를,
홀란드는 '카핑 베토벤' 이란 팩션 형식으로
재구성해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허구인지...
그 흥미진진한 비밀의 스토리를 정치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천재 시인
랭보의 격정적 삶을 강렬한 시선으로 담아낸
< 토탈 이클립스 > 의 홀랜드 감독이 또 한번
천재와의 사랑에 빠졌던 셈이죠.
그는 < 카핑 베토벤 > 에서는 말년의 천재성이
돋보인 베토벤뿐만 아니라, 가상의 여성 카피스트
안나 홀츠의 또 다른 천재성과 여성상을 더욱
부각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안나는 병상에 있는 베토벤을 대신해 그의 곡들을
악보에 옮겨 적으며 사제지간의 사랑을 넘어선
예술과 영혼의 만남, 그 서사를 직조해내고 있죠.
베토벤은 안나에게 음악가의 소명을 정의해
줍니다.
"음악은 신의 언어야.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신의 자식들을 태어나게
하지. 그게 음악가야."
안나는 에둘러 답합니다. " 선생님의 음악은
참 외로운 종교와 같아요."
주체적이며 창조적으로 표현된 안나 홀츠의
캐릭터는, 베토벤의 이상이었던 인간의 잠재력과
자유에 대한 열정을 구현한 듯 활기로 가득 차 있죠.
여성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런 일이던 그 시대에... 그녀가 베토벤을
지휘해 감동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환희를 선사해줍니다.
< 카핑 베토벤 >의 최고 백미는 홀츠와 베토벤의
영적 대화 속에 진중하게 펼쳐지는 교향곡
제9번 d단조, Op.125. '합창' 의 초연 장면이죠.
비록 전곡은 아니지만 영화에선 이 합창 교향곡을
15분 가까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각 악장을 적절히 편집한 다음 합창의 하이라이트인
4악장의 '환희의 송가'(Ode to Joy)와 연결해서
말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역사적인 연주회는
시작됩니다.
포디엄의 베토벤은 혼자 말로 나직하게
속삭이지요. "이제 음악이 영원히 바뀔거야!"
안나와 베토벤은 서로의 몸짓, 손짓,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빛에 집중하지요.
안나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베토벤의
손끝으로 전달되며, 이른바 음악을 통한 정신과
영혼의 합일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베토벤 역의 에드 해리스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영화 속 교향곡의 환희를
드라마틱하게 펼쳐내고 있지요.
- '환희의 송가' 신
https://m.youtube.com/watch?v=Xkj0TeZeZuo&feature=youtu.be#dialog
" 베토벤은 인간의 세속적인 소리를 듣지 말고
오로지 신의 음성만 듣고, 이를 인간에게 전달해야
할 임무를 부여 받았다."
- 로맹 롤랑의 베토벤 전기에서
베토벤의 현악4중주 B플랫 장조, Op. 133
'대푸가'(Grosse Fuga) 는 영화의 오프닝에서
스산한 시골 풍경과 함께 기묘한 신비함으로
흐르며,
안나 홀츠가 불안한 심경 속 자연의 모든 소리를
음표로 받아들이며... 그녀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장면에 펼쳐지죠.
아울러 후반부에서도 인상적인 시퀀스로 등장하는
이 곡은 고전주의의 틀에서 과감히 일탈한
혁명적인 음악입니다.
20세기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조차 '영원히
현대적인 곡' 이라 칭했던... 단일 악장으로
연주시간만 15분이 넘는 길고도 난해한 작품이죠.
결코 아름답지 않게 울리며 오히려 추하게
느껴진다는 안나에게 베토벤은 설명합니다.
"추하지만 아름다워. 미에 대한 도전이야.
추함과 본능으로 음악을 인도하지.
인간의 창자가 신께 가는 길이야. (배를 움켜 잡으며)
신은 바로 여기 살아. 신을 느끼는 건 이 창자
속이야. 천국을 향해 창자가 휘감겨 있는 것이지."
'추한 것도 아름다움의 범주에 들어간다' 는
베토벤의 낭만주의적인 미적 관점과 발상이
올곧게 드러나는... 중의적인 말입니다.
시대를 너무도 앞서 가며 음악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던 이 대푸가는,
실제로도 매우 기묘하고도 복잡한 내용 때문에
당대에는 물론이고 베토벤이 사망한 이후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였죠.
영화에서도 아름답기는 커녕 너무 자극적이며
추하고도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이 곡을
듣던 귀족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주교 또한 마지막으로 자리를 파하며 한마디
던지지요.
"맙소사, 이 정도로 귀가 나빠졌을 줄은 몰랐어!"
안나와 베토벤은 대푸가에 대하여 얘기합니다.
"전 이해가 안돼요, 선생님! 악장이 도대체 어디서
끝나죠?"
"끝은 없어. 흘러가는 거야. 시작과 끝에 대한
생각은 그만둬. 이건 살아있는 거야. 마치 구름이
모양을 바꾸고 조수가 변하듯이..."
"음악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죠?"
"효과는 없어, 자라는 거지. 보라구! 첫 악장이
둘째 악장이 돼. 한 주제가 죽고, 새로운 주제가
태어나지.
자네 작품을 보라고! 너무 형식에만 얽매여 있어.
자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내 귀가
멀기 전까진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못했어.
그렇다고 자네 귀가 멀기를 바라는 건 아니야."
"제 안의 고요함을 찾아야만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래, 그래. 맞아! 그 고요함이 열쇠야. 주제 사이의
고요함!"
죽음을 눈앞에 둔 베토벤 앞에서 비로소 이 곡을
품을 수 있게 된 안나는 고백합니다.
"이젠 선생님의 방식대로 '대푸가' 를 듣게 됐어요."
영화에는 '합창 교향곡' 과 '대푸가' 이외에도
'현악사중주 15번' 등 베토벤의 명곡들을 영화
중간중간 은유적인 영상들과 함께 품어내고
있습니다.
말년에 베토벤은 여러 병마에 시달리며 자주
아팠지요.
그래서 작곡이 자주 중단되곤 했는데요, 베토벤은
이렇게 아파 누워있을 때마다 더 이상 곡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려워 했습니다.
'병에서 회복한 환자가 하느님께 드리는 성스러운
감사의 찬가' 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느린 몰토
아다지오의 3악장이 포함된 '현악사중주 15번
a단조 Op.132' 는,
베토벤이 말그대로 병을 떨쳐내고 다시금 작곡을
할 수 있게 해 준 신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담은
작품이지요.
영화에서는 병석에 누운 베토벤이 안나에게
이 곡을 악보에 적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야. 일이 끝날 때까지
살려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이지.
그 다음엔 목소리야. 희미한 사람의 목소리가
나타나서 소리를 박차고 오르지. 힘겨운 싸움이
계속돼. 표면에서 꿈틀거리면서, 크레센도로...
제1바이올린은 하나님께 애원하고 항변하지.
첼로는 땅에 남고 나머지 바이올린들은 날아 올라.
그리고 하나님께서 대답하셔. 구름이 열리고
사랑의 손길이 아래로 내려와 우리를 천국으로
들어 올려. 바로 그 순간 인간은 영원 속에 살 수
있는 거야.
땅은 존재하지도 않아. 시간도 사라져 버리지.
인간을 들어올린 손길은 얼굴을 어루만져
하나님의 형상을 본뜨는 거야.
그럼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거지.
평화로워지는 거야. 드디어 자유롭게 되는 거지."
영화가 주는 음악적 감동을 배가시키며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단연 베토벤을 연기한 에드 해리스의
열연이지요.
그는 청력을 잃게 되면서 세상과 닮을 쌓은...
극도로 괴팍하고 고집불통인 노년의 베토벤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습니다.
단순한 카피스트를 뛰어넘어서, 악성 베토벤과
교감하며 눈을 반짝이는 여인 안나 홀츠역의
다이앤 크루거.
그녀는 에드 해리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짧은 배우
이력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 영화에선 조금도
뒤처짐 없이 그의 대칭점에 서서,
안나 홀츠와 베토벤의 '영적 교감의 대 서사'
< 카핑 베토벤 > 을 감동의 울림으로 협주해내고
있지요.
악성 베토벤 역의 에드 해리스를 정밀한 호흡으로
리드해 가는 다이앤 크루거의 손길은 원래 그녀의
전공이었던 발레리나의 솔로 공연을 지켜보는 듯
섬세하고 유려합니다.
베토벤은 "아침이구나" 라고 읊조리며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해지지요.
음악의 혁명가로서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우며,
고전주의를 넘어 낭만주의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던 새 시대의 선구자 베토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석양에 물든 너른 들판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안나 홀츠를 뒤로 하며
영화 < 카핑 베토벤 > 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녀의 쓸쓸한 실루엣을 배경으로 베토벤이
인류에게 선사한 자유, 평등, 화합, 평화의
메시지이자,
이후 세대의 모든 사람들이 인종과 민족의 차이를
넘어 공유토록 한 지고지순의 걸작 '환희의 합창' 이
흐르지요.
영화 속 이야기이겠지만... "베토벤의 괴팍한
성격 때문에 이사를 하고 싶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이웃집 할머니는 답합니다.
"이사? 여긴 베토벤의 바로 옆집이야. 누구보다
그의 작품을 먼저 듣지. 초연 전에도 말이야.
비엔나의 모두가 나를 부러워 해! "
바로 그 베토벤 집의 창문에는 "나는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될 것이다. 생이 유한한 어떤 사람도
내 베일을 벗기지 못할 것이다." 라고 적혀져 있지요.
1. < 카핑 베토벤 > 예고 동영상 l.
http://naver.me/x9oC0KUF
2. < 카핑 베토벤 > 예고 동영상 ll.
http://naver.me/FI0Z2jbi
3. 베토벤 교향곡 9번 d 단조, Op.125 '합창'
: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역사적 콘서트'
(Ode to Freedom)
- 레나드 번스타인 지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키로프 극장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니커, 파리 오케스트라 멤버들
: 소프라노 준 앤더슨, 메조 소프라노 새라 워커
테너 클라우스 쾨니히, 베이스 앤 헨드릭 루테링
https://youtu.be/EIZaU70VEGQ
4-1. 베토벤 '대푸가'(Grosse Fuge) B플랫 장조
Op.133 - 클리블랜드 4중주단
https://youtu.be/LJOAdcmTsfc
4-2. 현악 챔버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
- 오토 클렘페러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 런던(1956)
https://youtu.be/4x_qnVllO1o
- 리처드 토그네티 와 호주 챔버 오케스트라
: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실황(2016)
https://youtu.be/96bgojFa0KM
안나가 마차를 타고 베토벤에게 갈 때 대푸가의
선율이 그녀의 머릿속에 연주되는 첫 번째 시퀀스는
안나가 베토벤의 임종을 앞두고 비로소 그 곡을
이해했음을 보여주죠.
대푸가는 극단적으로 어려워서, 심지어 오늘날의
사람들도 그 곡이 베토벤의 광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영화 < 카핑 베토벤 > 의 타이틀롤은 안나와
베토벤이지만... 또 다른 주인공으론 9번 교향곡
'합창' 과 현악4중주 '대푸가' 가 자리하지요.
'대푸가 Op.133' 은 포르티시모(매우 세게)와
피나니시모(매우 여리게)가 빠르게 교차되어
연주자들의 체력을 순식간에 바닥냅니다.
오죽하면 클래식의 헤비메탈로 불리워지기까지
하죠.
니체의 저서 < 이 사람을 보라 > 에는 베토벤의
대푸가에 대한 찬사가 이어집니다.
“… 푸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각 성부가 서로를
모방하면서도 엄격하게 독립되어 서로 동등한
중요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베토벤의 곡은 악기들 간의 동등한 대화가 위대한
인간의 이상을 투영하는 공동체의 장이 됨을
느낀다.
혹자는 이들이 싸우고 있는가 하고 의아해 할
것이고, 혹자는 네 미치광이가 뜻도 통하지 않는
장광설을 내뿜는다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에는 조리에 맞지 않는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어떤 아집이나 위선도 없다.
이들이 이토록 격렬히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비판과 상대와의 충돌이 인간의 위대한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철저한 노력임을 믿는
근본적인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5.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5번 a 단조, Op.132
- 알반 베르그 콰르텟
https://youtu.be/IMIoGw0nKE4
- 아리엘(Ariel) 콰르텟
https://m.youtube.com/watch?v=FUob2dcQTWA&feature=youtu.be
제12번부터 제16번에 이르는, 심오한 경지의
베토벤 후기 현악4중주 다섯 곡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널리 연주되는 것은 단연
제15번 a단조일 겁니다.
어렵지 않은 선율로 편하게 귀에 와 닿고,
서정적인 부분이 많으며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죠.
제12번, 제13번과 함께 러시아의 귀족 갈리친
공작을 위하여 작곡한 작품으로, 1825년 슈판치히
사중주단이 초연하였습니다.
베토벤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곡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 제15번은,
후기의 특징인 환희에 찬 열정을 한껏 품은,
다채로우면서도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내면의 모습들이 오롯이 담겨 있지요.
곡은 모두 5악장으로 2악장까지 완성한 후에
병으로 작업을 중단했던 베토벤이 그 병을 극복한
다음 3악장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착수했습니다.
병에서 회복한 베토벤의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표출된 감동적인 음악이지요.
a단조의 주제가 어느덧 A장조로 바뀌며 장대하게
마무리되는 피날레 5악장 알레그로 아파쇼나토는,
원래 9번 교향곡 '합창' 의 마지막 악장으로
구상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대화의 '3중주', 힘찬 투쟁의 '4중주', 또 쓸쓸한
고독과 내면적 사색의 '5중주' 라고 각 장르별로
차별화된 캐릭터가 형상화됩니다만...
베토벤은 현악4중주 15번에 이 3차원의 특색이
모두 어우러지게 조율했지요.
자기 내성적인 관조가 잘 표현된 이 곡에 대하여
로망 롤랑은 '베토벤 작품 중에서 그의 인간성이
가장 깊이 스며 있는 작품' 으로 평하고
있습니다.
6. <카핑 베토벤 >
- 베토벤 현악사중주 제15번 a 단조 중 3악장
https://youtu.be/mVi5r_eiQQY
3악장 몰토 아다지오는 ' 병에서 회복된 자가
신에게 드리는 리디아 선법에 의한 감사의 노래' 란
부제가 붙어있는 경건하고도 사색적인 악장입니다.
이 느린 악장은 비록 뒤에 추가된 것이긴 하지만
전체 작품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약 2분 후에 시작되는 '회복(재활)' 의 선율은
너무 아름답지요.
두번 째 부분에는 '새로운 힘을 느끼며' 라는 표시에
이어 '가장 깊은 정서를 가지고' 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 P.S. -
아란차 아기레 감독이 < 댄싱 베토벤 > 을 통해
재현한 모리스 베자르 안무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http://fca.kr/ab-1116-257?PB_1451465247=4
1. < 댄싱 베토벤 > 메인 예고편
https://tv.kakao.com/v/vad92AWQawAjjWalQz38w3p@my
2. < 댄싱 베토벤 > 30초 런칭 영상
https://tv.kakao.com/v/v105fdqVZm4DF2CRVFPTVFd@my
3. 모리스 베자르 안무 베토벤 교향곡 9번
('The Ninth Symphony by Maurice Bejart')
https://youtu.be/VGTfjMJK1yA
- 李 忠 植 -
첫댓글 베토벤 교향곡 9번 d 단조, Op.125 '합창'
: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역사적
콘서트'(Ode to Freedom)
- 레나드 번스타인 지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키로프 극장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니커,
파리 오케스트라 멤버들
: 소프라노 준 앤더슨,
메조 소프라노 새라 워커
테너 클라우스 쾨니히,
베이스 앤 헨드릭 루테링
https://youtu.be/EIZaU70VEGQ
PLAY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5번 a 단조, Op.132
- 알반 베르그 콰르텟
https://youtu.be/IMIoGw0nKE4
PLAY
모리스 베자르 안무 베토벤 교향곡 9번
('The Ninth Symphony by Maurice Bejart')
https://youtu.be/VGTfjMJK1yA
PLAY
< 카핑 베토벤 > - 베토벤 현악사중주
제15번 a 단조 중 3악장
https://youtu.be/mVi5r_eiQ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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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싱 베토벤 > 30초 런칭 영상
https://tv.kakao.com/v/v105fdqVZm4DF2CRVFPTVFd@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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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싱 베토벤 > 메인 예고편
https://tv.kakao.com/v/vad92AWQawAjjWalQz38w3p@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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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대푸가'(Grosse Fuge) B플랫 장조
Op.133 : 스트링 챔버 편곡
- 리처드 토그네티 와 호주 챔버 오케스트라
: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실황(2016)
https://youtu.be/96bgojFa0KM
PLAY
베토벤 '대푸가'(Grosse Fuge) B플랫 장조
Op.133 - 클리블랜드 4중주단
https://youtu.be/LJOAdcmTsfc
PLAY
베토벤 '대푸가'(Grosse Fuge) B플랫 장조
Op.133 - 현악 챔버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
:오토 클렘페러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 런던(1956)
https://youtu.be/4x_qnVllO1o
PLAY
< 카핑 베토벤 > 예고편
https://youtu.be/7BFEi_yPmio
PLAY
베토벤의 초고를 악보에 옮겨적는 과정을
뜻하는 제목의 영화 < 카핑 베토벤 > 은,
베토벤 교향곡 중 최고작이자 최후작인
'합창' 이 만들어질 당시, 여류작곡가
지망생이 함께 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외모는 물론 거동 하나하나까지
베토벤의 환생인 듯한 에드 해리스는
물론...
베토벤과 교감하는 총명한 여인
'안나 홀츠' 로 눈을 반짝이는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는 발군이죠.
< 카핑 베토벤 > 속 타이틀 롤 안나 홀츠는
감독 홀랜드가 베토벤에게 헌사하는 일종의
오마주인 셈입니다만...
예술사 전반에 팽배한 남성성에 대한 영화로도
읽혀집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유명한 여성 예술가가 되는 건
(남자에 비해) 항상 어려운 일이었죠.
음악을 비롯해서 여러 예술분야는 아직도
남성들의 세계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안나의 캐릭터는 그녀와
같은 해에 태어난 프랑스 여류작곡가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요.
여성 감독으로서 안나의 캐릭터에 자신의
포부와 의구심, 두려움 등을 모두 담으려
했다는 홀랜드...
베토벤을 향한 안나의 열망은 전세계
위대한 감독들에 대한 홀랜드의 뜨거운
열망으로 치환되고 있습니다.
극중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전체를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불가능했을 터...
홀랜드는 전곡을 들은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영혼과 귀로 이 음악을 처음 듣는 듯한 느낌을
아우를 수 있게끔 카메라의 동선, 빛의 움직임을
활용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4악장 프레스토 외에도 서정적인
아다지오 칸타빌레의 3악장 소절을 베토벤이
숲속을 거니는 장면에서 흐르게 했죠.
영화는 베토벤의 일생 중에서 9번 교향곡
'합창' 의 작곡과 그 초연 시점에서부터
임종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9번 교향곡의 성공 뒤에 죽음을 앞두고 대푸가를
포함한 후기 현악4중주 6곡을 연달아 작곡한
말년의 베토벤...
그는 매우 원초적이고 위험한 어둠의 영역을
탐험한, 최초의 진정한 낭만주의 예술가였던
겁니다.
베토벤은 기행, 공격성, 심지어는 폭력적인
성향으로 유명하고 이에 대한 기록도 많죠.
홀랜드는 그런 표면 속에 감춰진 예술가
베토벤의 '객관적 세계를 뛰어넘는 모호함' 과
내면적인 위대함을 보여주고 싶었던지도
모릅니다.
< 카핑 베토벤 > 은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명성에 짓눌리지 않고 그의 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안나 홀츠를 향한 감독 아그네츠카
홀랜드의 헌정으로 읽혀지죠.
폴란드에서 태어나 체코에서 영화를 공부한
홀랜드는 < 세가지 색 블루 >,
< 세가지 색 화이트 >, < 당통 > 등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안제이 바이다 등의
영화에 각본가로 참가했습니다.
< 카핑 베토벤 > 속 안나와 베토벤의 관계에서
아그네츠카 홀랜드 자신과 안제이 바이다의
애증어린 사제지간이 암시됩니다만...
살기 위해 나치가 된 유대인 소년이 주인공인
< 유로파 유로파 > 로 예술적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 비밀의 화원 > , < 토탈 이클립스 > 등을
만들며 할리우드에 안착할 수 있었죠.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 일본의 도쿄 발레단,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까지...
불가능할 것 같았던 공연으로 탄생하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d단조, Op.125.
아란차 아기레 감독은 이 '합창 교향곡' 을
<댄싱 베토벤 > 을 통해 발레와 음악의
콜라보로 펼쳐냅니다.
아기레는 마리오 카뮈, 페드로 알모도바르,
카를로스 사우라, 바실리오 마틴 파티노,
루이스 가르시아 베를란가 등의 영화 프로덕션
팀에서,
< 발레 >(2008), < 파리의 미국 백조 >(2011),
< 극장의 여인 누리아 에스퍼트 >(2012),
< 중국 여행 (2013), < 솔레르를 위한 한송이
장미 >(2014)와 같은 작품을 제작하였죠.
그 중에서도 < 마음과 용기 >(2009)는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프랑스, 스위스,
일본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영화 < 댄싱 베토벤 > 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을 테마로 전 세계 350명의
아티스트들의 공연 준비 과정을 담은
작품이죠.
현대무용의 신화 모리스 베자르는 인류애와
환희를 표현한 베토벤의 역작 9번 교향곡
'합창' 에 대해 '무용을 위한 최고의 명곡'
이라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아란차 아기레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질 로망의 딸이자 배우인
말리야 로망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죠.
영화는 예술감독 질 로망, 마에스트로
주빈 베타, 평론가 미우라 마사시, 오누키
마사요시, 카테리나 샬키나, 줄리앙 파브로,
오스카 차콘을 비롯한 무용수들이 전하는
공연의 의미 등 무대 뒷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베토벤이 모리스 베자르의 작품을 봤다면
그는 자신의 음악에서 형태를 보았을 것이다"
라는 지휘자 주빈 메타의 말처럼...
영화의 메시지는 1824년 베토벤이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죠.
"모든 인류는 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