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마봉으로 가는 능선
만약 지금까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아마 가능한 것
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그러나 지도자이면서-매우 소박한 의미에서-영웅인 자만이
이렇게 불가능한 것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도자도 영웅도 아닌 사람일지라도, 모든
희망의 좌절조차 견디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지금 그래야 합니
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오늘 아직 가능한 것마저도 달성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 막스 베버,「직업으로서의 정치」
▶ 산행일시 : 2010년 8월 7일(토), 흐림, 안개, 오후에는 맑음
▶ 산행인원 : 9명(영희언니, 스틸영, 버들, 드류, 선바위, 상고대, 사계, 메아리, 해마)
▶ 산행시간 : 9시간 16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5.8㎞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2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08 ~ 05 : 28 -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屛內里) 거리개자니, 산행시작
06 : 23 - △1,037.3m봉
07 : 32 - 노인봉 주등로 진입(노인봉 2.4㎞)
08 : 03 - 1,253m봉, 헬기장
08 : 36 - 노인봉(老人峰, △1,338.1m)
08 : 54 - 노인봉대피소
09 : 21 - ├자 갈림길, 오른쪽은 낙영폭포, 소금강 가는 길
10 : 25 - 1,158m봉
11 : 06 ~ 11 : 44 - 백마봉(白馬峰, △1,094m), 점심식사
12 : 09 - 932m봉
13 : 47 - △642.7m봉
14 : 44 -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三山里) 장천(長川)마을, 장천교, 산행종료
15 : 20 - 영진해수욕장
20 : 50 - 동서울 강변역 도착
2. 노인봉 가는 길
▶ 노인봉(老人峰, △1,338.1m)
오늘 산행 후 주문진 음식점에서 일이다. 작년 이맘때(정확히는 7월 25일이다) 노인봉을 들렸다
가 천마봉 가자하고 거리개자니에 온 것이 무박인지 당일인지 다툼이 있었다. 오늘 산행인원 중
8명이나 그날 참석했었는데 초지일관하여 당일이었다고 주장한 이는 영희언니와 선바위 님이
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이들의 기억이 맞다. 그때 큰비가 내렸었다. 속새골로 가기 전 강처럼
잔뜩 불어난 계류를 레테의 강으로 건너서는 노인봉은 잊히고 황병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노인봉 부근은 당일산행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휴가철이 피크라서 새벽부터 차가 밀릴까
봐 미리 출발한다. 한밤중 빗속을 달린다. 횡성휴게소에 들리고 거리개자니에 도착하여 실눈 뜨
고 확인한 차내 전자시계는 03시 08분. 시간 넉넉하여 안심하고 잔다. 개자니는 이곳의 지형이
‘개가 잠을 자는 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안개자니 밖에 있는 마을이어서 외
구숙(外狗宿) 또는 거리개자니로 불린다.
무박산행이 무색하게 04시 50분에 기상하여 간단히 요기하고 나선다. 이곳에는 그리 큰비가 내
리지 않았다. 계류는 얕게 흐른다. 무밭 지나 ‘노인봉민박’ 집 바로 왼쪽 능선 끄트머리 잡는다.
틀림없이 노인봉으로 뻗은 능선이다. 길 좋다. 무덤 연거푸 지나고도 길 좋다. 풀숲이 축축하게
젖은 것은 밤이슬 때문일 것. 스틸영 님이 앞장서서 이슬 털고 거미줄 걷는다.
산죽지대 지난다. 젖었다. 더구나 깊기까지 하여 바지자락이 다 감긴다. 안개 속에 든다. 안개비
내린다. 배낭만 감싼다. 덤불 무성한 공터 한가운데 삼각점이 있다. 연곡 451, 2005 재설.
△1.037.3m봉이다. 그런데 6분 정도 더 올라야 △1.037.3m봉 정상이다. 그 정점인 둥그런 바위
에 오소리(?)가 배설하여 소유권 주장하였다.
등로 주변에는 원추화서 모싯대가 한창이다. 모두 고개 다소곳하여 눈 맞추기 어렵다. 뚜렷한
등로는 진고개휴게소에서 오르는 옛길과 만난다. 이정표에 노인봉 3.0㎞. 일당(8시간 산행)을
채우지 못할까봐 틈만 나면 쉰다. 태업적(怠業的) 산행한다. 곧 진고개에서 오는 주등로에 진입
한다. 노인봉 2.4㎞. 안개 드리운 대로다. 가도 가도 우리 말고는 오가는 등산객이 없다. 혹시 등
산금지구역이 아닌가 의심한다.
대로 활보하자니 심심하다. 1,253m봉 돌아 넘은 안부에서 주등로 벗어나 직등한다. 완만하게
올라 운동장만큼이나 너른 헬기장이 나온다. 배낭 벗어놓고 또 술추렴한다. 하늘 가린 울창한
숲속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서너 평 공터 나오고 노인봉 삼각점이 있다. 연곡 319, 2005 재
설. 노인봉 정상은 30m 정도 더 가야한다.
노인봉. 굵직굵직한 바위들이 모여 있는 암봉이다. 다람쥐가 얼른 반겨 우리 주위 맴돈다. 옛날
심마니의 꿈에 머리가 흰 노인이 나타나 산삼 밭을 알려주었다고 하여 ‘노인봉’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오늘로 네 번째이던가. 다녀온 지 너무 오래되어 아무 기억이 없다. 백두대간을
경계로 영서는 안개에 가렸고 영동은 그런대로 맑다.
3. 모싯대
4. 노인봉 가는 주등로 진입
5. 버섯가족
6. 노인봉 가는 길
▶ 백마봉(白馬峰, 1,094m)
노인봉에서 이 바위 저 바위 올라 백두대간(산은 소황병산만 보인다)과 동해안 자세히 살피고
노인봉대피소로 내린다. 잘 다듬은 돌길이다. 갈림길에서 50m 아래인 노인봉대피소는 비어있
다. 문은 잠그지 않았다. 눅눅한 마루 한편 광주리에는 햇반과 라면 여러 개가 담겨있다. 옛날에
는 노인봉산장이라고 했다. 잠시 머물러 저마다 그때의 산장지기 털보를 추억해 낸다.
백마봉 가는 길. 노인봉 사면을 길게 돈다. 옛날에도 낙영폭포 소금강으로 가는 길을 이렇게 돌
아갔던가 고개 갸웃하며 돈다. 능선에 이르러서 노인봉 바라보며 그리로 직등할 수 있을까 이리
저리 뜯어본다. 금줄만 없다면 아무렴 가능하다는 결론. 노인봉 아래 1,233m봉은 암릉 암봉이
다. 물실호기. 덤비려고 다가가자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팻말이 보인다. 길 따라 돌아간다.
낙영폭포(洛英瀑布) 가는 갈림길 벗어나자 소로로 잡목 우거졌다. 날래게 더킹모션 구사하지만
눈 번쩍이는 잽을 빈번히 허용한다. 더욱 자세 낮추고 뚫는다. 1,233m봉 쭈욱 내린 안부. 초원이
다. 비 살짝 뿌리다 만다. 백마봉까지는 봉우리 4좌를 넘어야한다. 산정이나 안부는 잠깐 초원이
다. 철쭉 숲은 하늘까지 가렸다. 조망할 곳은 없다. 답답하다.
1,158m봉도 암봉이다. 왼쪽 바위 밑자락으로 빙 돌아 넘는다. 능선에 올라도 바람 한 점 없다.
비 올 기미는 전혀 없고 오히려 날 든다. 덥다. 멀리서는 겁나게 높아보이던 1,089m봉을 드디어
돌파. 이제 백마봉 정상까지 450m 남았다. 스퍼트 낸다. 백마봉. 서너 평 공터로 땡볕 가득하다.
누군가 비닐 코팅한 백마봉 표지를 나무에 달아놓았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 연곡 25, 2005 복
구. 그래도 사방 나무숲 둘러있어 조망은 무망.
백마봉 정점 약간 비킨 나무그늘 공터에서 휴식 겸해 점심밥 먹는다. 분분한 날파리 떼는 상고
대 님이 분무파리약으로 쫓아버렸다. 밥 먹는 중에도 장천까지 저렇듯 계속 잡목에 시달릴 일을
생각하니 막막하다. 다만, 낙은 이따 알탕하는 것. 미리 김기사 님에게 연곡천 장천으로 흘러들
구지리계곡 짝바위골 왕자골에서 알맞은 데 골라놓으시라 부탁했다.
7. 노인봉 가기 전 헬기장
8. 헬기장에서
9. 노인봉 정상에서
10. 노인봉 다람쥐
11. 노인봉에서, 오른쪽부터 해마, 상고대, 스틸영
12. 백마봉 능선
▶ 장천마을, 영진해수욕장
백마봉에서 소금강 구룡폭포 쪽으로 내리는 등로가 있다. 노인봉에서부터 수 미터 간격으로 의
기양양해 하던 몇 개 산행표지기는 그리로 갔다. 우리는 직진한다. 등로 분명하여 재미적다. 소
금강 은선계곡이 가깝도록 뚝뚝 내리고 932m봉 오르는 길. 종래의 백두대간 기준한 영동에는
더덕이 없다는 속설이자 사실에 예외를 기어이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그래서 준봉인 932m봉을 수월하게 오른다. 둘러앉아 교대로 더덕향 흡입하여 기운 차리고 다시
잡목과 씨름한다. 862m봉 부근에서다. 줄줄이 진행하다 유독 나만 벌에 쏘인다. 한 방. 무릎이
다. 옷이 소용없다. 후비는 듯 막 쑤시는 통증으로 미루어 땅벌류가 아니다. 말벌일까. 금방 가
래톳이 선다. 아침나절에 목덜미로 쐐기가 떨어져 그 여진이 아직도 따끔따끔한데 벌까지 쏘이
고 나니 더 덥다. 거리개자니 새벽 개꿈일망정 꿈땜한다.
810m봉, 714m봉을 힘들게 넘는다. 마지막 봉우리인 △642.7m봉. 삼각점은 연곡 455, 1986 재
설. 비로소 길이 풀린다. 잡목 숲에서 벗어난다. 잔솔 숲길이다. 무덤 지나고 장천마을이 한층
가깝다. 마루금 유지하느라 길 버리고 거의 절벽인 사면을 무너지듯 내린다. 엄나무 밭으로 떨
어진다. 그 밭두렁 지나 대로에 이르고 장천(長川)을 장천교로 건넌다.
장천은 유원지다. 아닌 게 아니라 계류 주변은 물 묻은 손에 깨가 달라붙듯 행락객으로 붐빈다.
김기사님은 우리 알탕 즐길 곳을 보아두었을까? 아쉽다. 이곳에는 비가 적게 와서 연곡(連谷) 골
골을 찾았지만 계류에 물이 없더란다. 그렇다면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간다. 먼저 눈에 띄는 영진
해변 표지판 따라간다.
큰 해수욕장이다. 모래는 곱고 물은 맑다. 산행복장 그대로 물속에 든다. 경사 완만하고 수온은
미지근하여 놀기 알맞다. 잔잔하지만 이안류(離岸流) 올라 땅 짚고 헤엄친다. 해마(海馬) 님은
과연 물 만났다. 자유형 배영 접영 평영 구사하며 멀리멀리 나간다. 우리는 들러리다. 샤워. 1인
당 2천원이다. 단체(9명) 주장하여 2,000원 깎았다.
13. 짚신나물
14. 지나온 능선, 멀리는 노인봉
15. 장천마을 가는 길
첫댓글 방학기간에도 쉬지 않는 열성들 대단하십니다...땅벌에 쏘였다니 엄청 아팠겠습니다. 가을 땅벌 이젠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근데...해수욕장에서 단체라고 2,000원 깎으셨다니... 역쉬
오지님들이 동해 바다에 들어간 시간에 가족들과 낙산해수욕장에서 잠시 우리님들을 생각했습니다.
오지님들 언제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