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이제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며 봄이 만연한데 이번 주는 어디로 가시나요?
윤> 바람은 아직 차갑건만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봄기운은 놓칠 수 없습니다.
절기는 춘분 한식을 지나 다음 주면 곡우를 바라보는데, 아직도 봄이 양지 녘에 길게 누운 게으른 고양이의 털끝에 머물고 있어 사람들의 옷차림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주 ‘맛있는 여행’은 봄맛을 찾아 봄 도다리로 쑥국을 끓여 새봄을 숟가락 째 떠먹는 청정해역의 통영으로 찾아 가볼까 합니다.
MC> 통영이면 남해바다로 가시는데 그 곳에 또 어떤 맛 집이 있나요?
윤> 한산도 동백은 이제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시장의 좌판, 양지바른 언덕, 식당 상차림 등 봄은 통영 도처에서 가득합니다.
좌판 빼곡한 통영 서호시장 통은 장어, 도다리, 졸복, 아구, 물메기, 멍게, 해삼, 굴, 파래, 미역…. 바다를 통째로 퍼부은 듯 별별 해물이 다 있고 봄을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됩니다.
방금 위판장에서 나온 팔팔 뛰는 봄의 미각 도다리가 어른 손바닥보다 큰 놈으로 네 마리에 1만 원만 정도하는데, 시장 아주머니의 구수한 입담이 “요마이 에는(이맘때) 꿀(굴)캉(과) 홍합캉 모다(모두) 묵기(먹기) 시작하몬 살이 도톰하게 오르지 예~” 라며 입맛을 부추킵니다.
물고기도 수온이 내려가는 겨울에는 먹이를 잘 먹지 않아 살이 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도다리는 홀쭉합니다. 그래도 이맘때의 도다리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경남 사람들은 바다생선국을 즐겨 먹습니다. 그 국거리는 복어 광어 장어 갈치 등 주로 흰 살 생선입니다.
심지어는 고등어로도 국을 끓여 내는데 신기하게도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통영에서는 도다리도 국으로 끓여 내는데 그것이 요즘 식도락가의 까다로운 입맛을 한 번에 잠재운 ‘도다리쑥국’입니다.
도다리와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쑥은 섬마을 아낙네들이 밭이랑이나 둔덕에서 따는 여린 것으로 청정해역의 맑은 공기 속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자란 그 자체가 자연의 맛입니다.
야들야들한 살로 맛깔스러운 국물을 우려낸 봄 도다리. 그 국에 봄 내음 향긋한 쑥을 넣으니 봄의 미각으로 이만한 게 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대로 도다리쑥국을 37년간 끓여 온 여주인에게 맛의 비결을 물어보았드니 “비결예? 글쎄예, 뭐라카꼬….” 이런저런 이야기로 도다리쑥국을 소개했는데, 도다리는 산 놈만 쓰고 요리는 주문받은 즉석에서 하는데 물에 소금 간을 약간 하고 무를 넣고 끓이다가 생선을 넣는 데 쑥은 먹기 직전에 넣는 것이 비법이랍니다. (유람선 횟집055-646-5859)
MC> 역시 어디를 가나 재래시장 통은 정겹고 먹을게 많은 법인데 통영도 마찬가지군요 그런데 시장통 맛 집은 없나요?
윤> 50년 전통의 서호시장 안에는 ‘시락국’ 식당이 있습니다.
배추나 무의 부산물인 시래기로 끓인 된장국을 경상도에서는 시락국이라고 부르는데, 이 식당에서는 지난가을 수확한 무청을 절인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장어를 13시간 이상 곤 육수로 끓여 곰국처럼 하얀 기름으로 덮인 국물이 끝내주는 장어 시래기 국입니다.
새벽 3시 반에 식당 문이 열리자 위판장을 찾은 어민과 상인들로 홀 안 좌석(15개)은 금방 동이 납니다.
주인은 무쇠 가마솥에서 연방 국을 퍼 나르고 식객들은 테이블 앞에 늘어선 반찬통에서 원하는 반찬을 접시에 담기 바쁩니다. 된장에 박은 고추, 젓갈, 무채, 김치…. 반찬 수는 열다섯 가지 정도로 생선젓갈만 빼고 모두 야채입니다.
그 북새통에도 주인은 처음 온 손님에게는 식사법을 알려 주는데, “국에 제피(산초가루) 좀 치고 정구지(부추)도 듬뿍 넣으소. 다지기(다진 양념)는 여(여기에) 있고….” 비린내 때문에 생선국 하면 이맛살을 찌푸리는 이가 많지만 통영 장아 시래기 국을 맛보면 아마 달라질 겁니다.
살아있는 생선, 담백한 양념, 다듬는 방법 등이 어우러져 비린내 없이 바다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데 장어를 토막 내 콩나물에 고춧가루 풀어 끓이는 통영식 장어국의 비린내를 없애는 요령은 바로 물이 끓을 때 약간 넣는 된장입니다.(원조 시락국 055-646-5973)
그리고 한려수도 바다 생선의 집하장인 통영의 봄맛이 여기에서 그칠 리 없습니다. 겨울 진미 굴이 들어가면 멍게가 그 자리를 이어받습니다. 사철 잡히는 멸치도 이맘때 잡히는 놈은 회 무침으로 오르는 또 다른 봄의 전령입니다.
MC> 통영에 가면 꼭 한 번 맛 봐야 겠군요 그리고 또 다른 맛은?
윤> 식도락을 여행의 화두로 삼은 통영을 찾는다면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더 있습니다.
바로 ‘다찌’라는 독특한 음주 문화를 가진 주점입니다. 마산의 통술집, 전주의 막걸리 집처럼 술값에 안주 값을 포함해 받는 형태인데, 충무교 아래 바닷가의 통영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빌딩 안에 위치한 이 집은, 주문은 ‘술 몇 병’이 전부입니다.
소주는 병당 1만 원, 맥주는 6000원으로 테이블 당 기본 3만 원 정도인데 이렇게 술만 주문하면 안주는 술의 양에 맞춰 계속 나옵니다.
주로 통영 앞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해물이 회, 조림, 구이 등으로 나오는데 통영의 바다 맛을 보자면 이런 다찌 집이 최고입니다. (통영다찌055-649-5051)
MC> 안주가 무한 리필이라 좋은데요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그럼 맛있게 먹고 통영에서는 뭘 보고 와야 하죠?
윤> 통영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통영항에서 카페리로 25분 거리 한산도와 이순신 장군의 삼도수군 본영으로 한산대첩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제승당은 자녀들과 같이 가셨다면 꼭 들려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총13km에 달하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명소로 내려다 보이는 예스러운 섬마을이 인상적입니다.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는 매물도, 해금강, 한산도 행 유람선이 출발 하고 있는데 어디를 가나 봄을 만끽 하실 수 있습니다. 드라마 빠담빠담 촬영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해변에서 중앙시장을 바라보며 찻길 건너 왼쪽 언덕 위에 있는 동피랑 벽화마을도 좋고, 미륵산 전망대에 올라 한국의 나폴리 통영항과 한려수도를 내려다 보는 한려수도조망 케이블카가 장관입니다.
MC> 찾아가는 길도 안내 해 주시죠?
윤>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마산방향으로 가다 칠서분기점에서 진주방향 남해고속도로를 타세요. 진주 조금 지나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나옵니다. 거기서 통영 방향으로 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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