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섬의 대표적인 쇼핑몰인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아르헨티나 작가 하비에르 곤살레스 부르고스의 '거인 소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 들썩 - 홍콩 섬 코즈웨이베이의 타임스퀘어 - 하비에르 곤살레스의 작품으로 장식 - 빅토리아 피크 '부바 검프' 새우요리 맛깔 - 카페 '세라비'서 홍차와 케이크 향긋
오전 10시, 동중국해를 지나온 여객기가 구름을 뚫고 하강하며 기수를 돌리자 일렁이는 바다 뒤로 무채색에 가까운 마천루가 줄지어 선 홍콩 섬과 주룽(九龍)반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침 홍콩을 찾은 날은 빗방울이 가끔 떨어지는 우중충한 날씨. 하지만 홍콩 섬으로 들어서자 낮게 드리운 구름에 아랑곳하지 않는 화려하면서도 활력 넘치는 거리의 모습에 가라앉던 몸이 생기를 되찾는다.
흔히 홍콩을 두고 볼거리가 없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홍콩의 매력은 눈에 보이는 데만 있지는 않다. 동서양이 어우러져 탄생한 먹을거리와 누구라도 지갑을 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쇼핑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있다. 12월의 홍콩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홍콩 전체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빛나는데다 쇼핑몰은 크리스마스 세일에 들어가고 음식점들은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한다. 해마다 한 번은 오는 12월이지만 '맛있고 흥겨운' 연말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홍콩이 제격이다.
■색다른 연말 상품… 쇼핑의 즐거움
하버시티 쇼핑몰 내부의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
연말이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홍콩은 온 도시가 더욱 화려하게 변한다. 쇼핑몰은 물론이고 대형 건물들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형물이나 조명 장식을 한다. 이 가운데 홍콩 섬 코즈웨이베이의 타임스퀘어(Times Square)는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인상적인 장식을 꾸미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임스퀘어의 올해의 선택은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하비에르 곤살레스 부르고스다. 입구 광장에는 거인 소녀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작품이 설치돼 있다. 2층 홀에도 고양이 나나의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 전시돼 오가는 사람들의 사진 모델이 돼주고 있다.
타임스퀘어는 여유로운 동선을 확보해주면서 매장마다 깔끔하고 특색 있는 인테리어로 꾸며놓았다. 이들 매장은 대부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일과 함께 연말 한정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크랩트리&이블린(Crabtree&Evelyn) 매장에서는 부드러운 향의 방향제와 티·쿠키·케이크 등을 함께 넣은 세트 상품 등 크리스마스 선물세트를 내놓았고, 벨기에 초콜릿인 고디바(Godiva)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판매하는 단품과 한정판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빅토리아 하버 옆 하버시티(Harbor City)도 쇼핑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서 빼놓을 수 없다. 하버시티는 게이트웨이 아케이드와 오션 센터, 오션 터미널, 마르코 폴로 홍콩 호텔 아케이드, 스타 아넥스 등 5개 건물, 8개 쇼핑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보석과 시계, 세계적 패션 브랜드, 아동 상품까지 취향에 따라 입맛대로 쇼핑할 수 있다. 하버시티는 워낙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한국어 쇼핑 가이드북은 필수다. 하버시티의 상점들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정판과 선물 세트를 준비해 두고 있다. 또 크리스마스 조명을 설치한 통로는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이국적인 야경, 낯선 듯 익숙한 맛
타임스퀘어 내 고디바 매장의 크리스마스 상품.
홍콩의 아름다움은 밤에 빛을 발한다. 마천루의 야경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홍콩 섬 서쪽의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맞은편 주룽반도 침사추이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빅토리아 피크로 트램을 타고 올라가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색다르다. 상부 종착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더 올라가면 아찔한 전망대에서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다.
침사추이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놓칠 수 없다. 매일 오후 8시면 시작하는 레이저쇼는 침사추이 웨스트 지역이 명당자리다. 레이저쇼 전에는 이스트 지역 영화의 거리에서 유명 홍콩 배우들의 손도장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라면 틀림없이 이소룡의 동상이라고 보면 된다.
야경과 쇼핑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홍콩 여행은 미식 여행이란 말과 동의어가 될 만큼 동서양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전 세계 전통의 맛과 함께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 보편화하고 융합된 맛을 즐길 수 있다.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의 부바 검프(Bubba Gump)는 다양한 새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검프와 그의 친구 부바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선으로 4개월 된 칠면조를 재료로 한 버터볼 요리를 선보인다. 시가지를 조망하는 창가 자리는 예약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하버시티에서도 쇼핑과 함께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곳엔 미셸린 가이드 추천 맛집을 비롯해 50여 개의 음식점이 있다. 슈퍼스타(Superstar)는 다양한 재료로 모양을 낸 딤섬이 특색 있다. 홍콩에 4곳이 있는 슈퍼스타는 별도로 7명의 세프가 팀을 이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 이 가운데 인기를 끄는 것이 동물 모양 딤섬으로 사슴, 사자, 개구리, 펭귄, 코끼리 등을 맛볼 수 있다.
쇼핑에 지쳤다면 차 한 잔과 간식도 빠트릴 수 없다. 하버시티 안 국제금융센터 남측 입구 옆 카페 세라비(C'est la B)는 오후의 홍차 한 잔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곳은 별도의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만큼 다양한 미니 디저트 케이크를 지나칠 수 없다. 단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면서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혀 위에서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