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주도하는 토론식 수업… 스스로의 가능성을 키운다
'Over the MIT' 이 문구는 울산과학기술대(Ulsan National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UNIST·이하 유니스트)의 캐치프레이즈다. 필자가 재학 중인 유니스트는 융합과 창조, 실용이라는 세 가지 모토를 내세워 2009년 개교한 국내 1호 국립 대학법인 학교다. 1기 유니스타로, 필자와 동기들은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머나 먼 항해의 닻을 올렸다.
유니스트는 이공계와 경영학을 특성화한 대학이다. 신입생들은 이공계와 경영학으로 계열만 나눠 무전공으로 수업을 듣게 된다. 1학년 때는 '기초과정부'에 속해 계열별 기초과목과 수학·물리·화학·생물 등 기초학문을 심화한 강좌를 수강한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부터 전공과목을 듣는다.
유니스트에서는 세부 전공과목을 트랙(track)이라고 부른다. 학생이 원할 경우, 얼마든지 다른 전공의 트랙을 이수할 수 있다. 이는 자율과 융합을 중시하는 유니스트의 특징을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트랙 간 전공이수는 다른 학교의 복수전공과 비슷한 제도다. 필자의 경우, 2학년이 되면 에너지 공학과 경영분야의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고 동시에 기초학문을 심도있게 탐구할 수 있는 트랙을 구상 중이다.
대부분의 강의가 토론식 또는 학생들의 발표 수업으로 진행된다.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교수님과 학생들이 쌍방향으로 의사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또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기반으로 한 사이버 교육 e-러닝 수업방식(black board system)을 도입해 학생들이 스스로에게 맞는 학업계획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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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전경. / 울산과학기술대 제공
학기 초, 유니스트의 수업방식과 익숙하지 않은 블랙보드 시스템(학사 전과정은 물론 세부 강의 내용, 과제, 질의 응답 등 수업에 필요한 모든 사항은 블랙보드 시스템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주고받을 수 있다), 조별 과제, 발표, 토론, 영어 강의 등으로 필자뿐 아니라 동기들은 힘들어 했다. 영어 강의를 듣고 수업내용은 완벽히 소화해내기는 더욱 힘들었다. 수업내용을 녹음했고 원서와 수업자료를 병행해 복습했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과제에 새벽 2~3시까지 씨름하고, 밤샘공부는 필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고 함께 과제를 해결하면서 친구들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영어 강의를 수강하느라 힘들지만, 교수님들의 혀를 내두르는 입담으로 수업시간은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특히 외국인 미첼 교수님은 수업내용을 확인할 겸 딱딱한 수업 분위기를 전화시킬 겸, 전라도 사투리로 '알아 먹었어요?'라고 말씀하신다. 교수님의 재치 한 방으로 학생들은 자지러지고 수업 분위기는 밝아진다.
현재 재학생들은 학교 기숙사가 완공되지 않아 임시로 교수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불편하지 않느냐'는 걱정어린 질문을 받지만, 육체적인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유니스트의 커리큘럼과 교육환경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유니스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필자를 비롯한 유니스트의 구성원들은 끊임 없이 노력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앞으로 필자는 유니스트의 커리큘럼을 충분히 활용해 에너지공학이라는 학문적인 바탕 위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결합시켜 그 분야를 상품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선두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오늘도 필자는 최선을 다해 한걸음씩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