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에서 길을 묻다 룸비니에서 비포장 길에 먼지 끝도 없이 생겨나고 가라앉고를 보다 룸비니에서 한국을 꿈꾸는 한국어를 곧잘하는 청년을 만나다 룸비네에서 쓰레기 나뒹구는 거리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가는 많은 사람을 보다 룸비니에서 헐벗은 사람들의 한결같이 맑은 눈망울을 마주하다 룸비니에서 트랙터도 보다 룸비니에서 자전거를 보다 룸비니에서 오토바이 물결을 보다 룸비니에서 과일을 한 보따리 사는 오타바이를 탄 사내를 잠깐 스치우다 룸비니에서 아우디가 볼보가 현대 쌍트로 택시가 스즈키 택시가 비포장 도로에 꽉 참을 보다 룸비니에서 스놀리에를 거쳐 인도 국경을 오가는 대형 트럭도 무수히 보다 룸비니에서 맨발의 짚시를 구경하다 룸비니에서 아미타불을 외고 또 외며 구걸하는 노파를 만나다 룸비니에서 원숭이 끼리끼리의 몸부빔을 한참이나 구경하다 룸비니에서 붇다 탄생지에 드는 입장표를 사다 룸비니에서 신발을 벗고 붇다 탄생지 룸비니에 들어가다 룸비니에서 찰나 찰나의 사진을 찍다 룸비니에서 크고 큰 무우수나무, 돌고 또 돌다 룸비니에서 스님의 독경소리를 훔치다 티벳 승려를 떼로 만나다 룸비니에서 염불소리 귀에 꽉 참을 느끼다 룸비니에서 오래전에 계셨을 붇다를 찾다 룸비니에서 지금도 계실 붇다를 찾다 룸비니에서 미래에도 계실 붇다를 찾다 그렇게 그렇게 룸비니에서 카메라 셧터 하나 비로소 누르다.
걱정이었는데 이곳 네팔 현지인들의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표정에 변함이 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리는 중에 간식을 먹는다거나 심지어 해맑게 웃기까지 하는 등 여유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기다리는 차는 즐비하고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참을 두고 생각해도 모를 일입니다. 마침내 길은 다시 뚫리고 버스는 2차선 비포장 먼지길을 오토바이 물결과 버스와 승용차와 각종 화물차와 뒤엉켜 곡예운전으로 달립니다. 길가에 다닥다닥으로 붙은 집은 과연 사람이 살 수는 있는 집인지 먼지의 더께는 한량으로 두껍고 얼기설기 얽은듯한 좁은 집에서 오가는 차량을 상대로 음료수 등의 먹을거리를 파는 등의 남루한 삶의 현장의 연속입니다. 협곡을 마주하고 차창으로 보이는 바튼 산등에도 헐벗은 농가들 몇 채씩 마을을 이루고 사는 지 길은 과연 거기에도 놓여 있어 세상과 소통은 하고 있는지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아아! 지금은 건기, 먼지의 계절인가요? 길가의 나무 나무도 전부 먼지 뽀얗게 더께로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저 먼지를 뚫고 햇빛은 나무잎사귀에 닿아 광합성을 만드는 책무 다 할 수 있을까요? 그 또한 궁금할 뿐입니다. 이 먼지나는 길을 덜컹거리며 마른 기침 쿨럭이며 오랜 기다림을 인내하며 느리게 느리게 가는 이유는 또 무어인지요? 룸비니에 그렇게 가서 무얼 보아야 하는지요? 룸비니로 가는 길에 대한 화두, 어떻해야 하는지요? 룸비니에서 붇다의 옷자락 한 올의 낌새라도 눈치챌 수 있음인지요? 그렇게 그렇게 포카라에서 룸비니까지 18여km의 길을 무려 10시간여 걸려서 늦은 밤 9시가 넘어 겨우 겨우 도착, 늦은 저녁을 먹고 우리네 옛날 여인숙과도 비견될 샹그리라 간판의 호텔에 몸을 뉘였습니다. 붇다 탄생지의 크고 큰 무우수 나무, 마침내 성도를 이룬 붇다의 말씀을 적어놓은 저 무수한 오색깃발(타르쵸)을 어느 바람결이 읽어 우리 길손을 여기까지 이끌었는지요? 포카라에서 룸비니 가는 도중의 작은 도시의 상가 막 우리가 탄 로칼버스를 타려는 모자를 한 컷합니다. 물병 하나와 아이의 손을 잡은, 젊은 어머니의 웃음의 저 표정이 여기 헐벗은 땅을 밝히는 등불인듯 환합니다. 룸비니의 어린 붇다를 안은 마야부인이 이랬을까요? 내 어릴적의 어머니와 한 때 또한 저랬을까요? 긴 버스여행중의 네팔 현지식으로 점심을 해결합니다. 버스에 함께 한 인연들과 함께 한, 정말 맛있는 성찬이었습니다. 길가에 유채꽃입니다. 도로공사로 인하여 4시간이 넘는 막힌 도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그 풍경을 찰칵합니다. 즐비한 차, 그리고 사람들! 그런데 이리도 여유로운지요? 평안해 보이는지요? 그 기다림중에 해맑은 미소의 눈망울 너무도 깊고 투명한 소녀 하나를 만납니다. 무명을 한 풀 걷기만 해도 이렇듯 고운 꽃숭어리 만나게 되는 건지요? 소녀는 공부도 아주 잘해 우수학교에 다닌다네요. 이 험한 길 아래로는 천길 협곡을 흐르는 강이 있지요. 인도로 가는 대형 화물차입니다. 주 생필품을 인도로부터의 무역을 통해 해결하는데 내륙산악국가인 관계로 오직 육상인 도로가 주요 교통수단이라 합니다. 이 2차선 비포장도로가 그 생명줄인듯 합니다. 이 좁은 길에 승용차, 승합차, 버스, 트럭과 오토바이까지 뒤엉켜 혼잡극심입니다. 그 혼잡으로 하여 먼지 끊임없이 생겨나고 가라앉고를 거듭합니다. 우리 길손도 그 속에 섞여 무슨 찰나의 생과 사를 거듭하는지요? 그 길 중간 중간에 소도시를 만납니다. 그렇게 룸비니에 당도합니다.(1. 16.) 룸비니, 작은 마을의 과일 노점 풍경입니다. 룸비니 동산으로 가는 시내버스에서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건강한 청년 하나 만납니다.(1. 17) 한국행을 꿈꾸며 오늘을 열심히 사는 그에게서 그의 밝은 미래를 예견합니다. 그의 밝은 미래가 무명으로 어두운 길, 분명 환히 밝히리라 예견합니다. 세상 이렇듯 뿌옇고 답답한 중에 어린 붇다 태어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위대한 자아를 선포하는 큰 빛하나 있었다지요. 여기 룸비니동산이 그렇게 부셨다지요. 그걸 마주하러 가는 이 마음 또한 부시고 또 부심이지요. 티베트 승려 일행인듯 합니다. 룸비니동산으로 들기 전 찰칵합니다. 원숭이 일가를 만납니다. 그 단란함을 빛 한 올 부드럽게 쓰담쓰담으로 스치우네요. 룸비니동산 안내도인듯, 네팔어를 몰라도 그냥 절로 알게될듯 편안모드로 봅니다. 낙화한 꽃송이 송이도 여기서는 다 환한건지요? 아아! 잠시 전의 티베트 승려 일행이 비구니이더군요. 그 일행들의 순례길을 따라 걸음 또한 무한 공덕임에 분명합니다.. 재가신도들이 지켜야 할 5계 살생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를 써 놓은 경구입니다. 저 룸비니동산에 들기 전 다시한번 자신을 향한 물음입니다. 저 중에 한가지라도 진실로 지켜 본 적이 있는지 묻고 또 물으란 경책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윽고 저기 룸비니, 붇다의 탄생지를 배경으로 두고 찰칵합니다. 이제 잠시 여태도록의 말은 지우고 다만 침묵으로 룸비니에 들어갑니다. 바람의 고운 결처럼 저 오색 타쵸르를 스치우고 가듯 그렇게 말입니다. 일행이 나도 모르게 삼배 올리는 순간을 찰칵했네요. 아쇼카 대석주 아래 많은 순례객이 조화를 이루네요. 저 오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그 빛이 번쩍하던 때와도 같이 오직 그 마음으로 돌고 돌고 또 돕니다. 저 청아한 염불의 바다에 내가 중심으로 들어가 바람결에 멀리멀리 자유롭기를 사바 어디에 들더라도 평안하기를 서원 하나 보탰습니다. 그렇게 환희심으로 룸비니동산을 순례하고 인도국경과 접한 소도시 스놀리에에 닿습니다. 번다한 거리에 정말 소 한마리 완전 중심으로 한 풍경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모두는 배경이 되고 오로지 저 흰 소 한마리 주인공으로 충분한지요? 무념인듯 저 평화로움은 어디서 오는 건지요?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 수시로의 정전에 대비하는 발전기가 곳곳입니다. 찰칵하는 이 순간도 스놀리에 여기는 정전입니다. 인력거와 자전거 그리고 승용차, 더러움과 청결, 사람과 동물, 무정물과 유정물이 두두물물이 더불어 만드는 풍경 한 컷! 그대 지금 보고 계시는지요? 포카라까지 180km, 어제 10시간 걸려 왔지요. 내일 카투만두까지 279km, 과연 몇 시간이나 걸릴까요? 거짓말처럼 15시간이나 걸렸습니다.(오전 6시 출발, 늦은 밤 9시 도착) 네팔측 국경검문소 인도국경선입니다. 다음 기회로 인도에 들기로 합니다. 이렇게 스놀리에 풍경을 두고 오던 때와 마찬가지로 카투만두에 똑같은 기다림과 함께 15시간 걸려 카투만두로 갑니다.(1. 17) 그 노독에도 불구하고 카투만두 시내구경을 나섭니다.(1.18) 그 첫 번 째로 티벳트 사원(보우드 넛트)입니다. 네팔의 국교인 힌두교와 공존하고 있는 티벳불교(라마교)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티벳트 불교용품을 파는 상점이 보우드 넛트 사원 주위로 빼곡합니다. 그 순례객 틈에 우리 일행 찰칵합니다. 일행 대부분이 이웃종교인 크리스쳔임에도 불구하고 룸비니까지 선뜻 동행하는 등의 이곳 문화와 종교를 충분히 즐김입니다. 이 들의 통 큰 가슴에 빛 한자락 흠뻑 쏟아집니다. 네팔 경찰과 함께 찰칵합니다. 그 친절과 뜻밖에 염주까지 선물받는 이 고마운 인연을 어찌할까요? 무한 가피의 순간입니다. 티벳트 불교 신자들의 법회인듯 합니다. 법회를 주관하는 스님은 어떤 법어로 두두물물 법비를 내리고 계시는지요?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피 충만함을 느낍니다. 저 오체투지의 경건함을 공으로 구경합니다. 불의 속성을 생각합니다. 뜨거움과 열정, 밝음과 타오름, 어둔 사바세계의 무명을 걷히우는 등불로 하여 더욱 단단해지는 얼음장의 차고 투명한 정신의 의지가 그 아닌지요? 저 부처님전을 향한 공양하는 불과도 같이 나의 마음수행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얼음장 차가운 의지, 더? 꼿꼿하기를~~~ 그렇게 서원합니다. 티벳 장례 일행을 만납니다. 힌두교 화장터 구경을 뒤로 하고 티벳트 장례 일행을 따라갑니다. 호하장터에 닿습니다. 저 강가에서는 힌두교식 장례가 이루어진다 합니다. 그 강가에서 화장을 하고 그 재를 강에 뿌린답니다. 티베트 장례문화인 천장은 여기 네팔에서는 하지 못하고 이렇듯 여기 산을 상징하는 이곳에서 화장한다 합니다. 그 의식으로 승려들의 염불은 당연이라 하겠지요. 또 한 군의 장례 일행이 당도합니다. 살아 생전의 아니 몇 수십 생 거듭하는 중에 고인들끼리 무슨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는지요? 여기 화장장에서 사바세계를 떠나 어디 함께 가려는지요? 길손은 무슨 인연이 있어 여기 고인과 마주하고 있음인지요? 다만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 뿐입니다. 이윽고 육신을 떠나 육도 어디로 가시는군요. 부디 극락왕생으로 들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기도합니다. 몽키사원(스와얌부나트 불교 사원) 여기 사원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쯤에서 재가신도(우바이) 하나, 고운 손길로 수를 놓고 있네요. 그의 손길로 하여 장엄되는 환희장 세계! 연꽃 환희심으로 가득할듯 합니다. 그걸 구경하는 맛이란? 어떤 즐거움에 비견될까요? 원숭이가 정말 많습니다. 사원 정상부에서 보는 카투만두 풍경입니다. 여기 몽키사원으로 드는 문지기 경찰입니다. 그런데 그 입장료가 네팔 현지인은 무료 인도, 부탄,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티벳트 등 네팔의 인근 나라 사람은 100루피, 그 외 외국인은 200루피로 차별이 좀 의아입니다. 불두와 염주, 마니차까지 티벳트 불교의 전부가 여기 다 모인듯 합니다. 킹 오브 팔레스, 대통령궁도 잠깐 스치웁니다. 도로 풍경 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힌두교 사원 아주 오래된 사원인듯 합니다. 지진 피해로 아직 그 상처가 그대로 남은듯 합니다. 오토바이, 오토바이 물결입니다. 네팔 술을 파는 상점의 아버지와 딸입니다. 길손을 위하여 그 맑은 표정을 기꺼이 내어 줍니다. 힌두교 사원 지진피해가 아주 심한, 그 복구가 아직도 요원한듯한 쿠마리사원을 배경으로의 한 컷입니다. 우리나라 남대문시장과도 같은 느낌의 아주 번다한 카투만두 오래된 도시의 상가골목입니다. 이렇듯 카투만두 곳곳 지진피해의 상흔이 깊은 채로 널려 있습니다. 이렇듯 이틀(1.8~19)에 걸친 카투만두 시내관광도 마치고 19일 오후 중국 쿤밍으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으로 15일간의 네팔여행을 모두 마칩니다. 열심히 땀 흘린 자여, 떠나라! 몇 년 전 TV 광고로 유명했던 짧은 멘트가 아니더라도 함께 한 우리 장년에게 스스로의 박수를 보냅니다. 참으로 장하고 징한 15일간의 여정! 보람입니다. 이제 그 보랍으로 꽃 피었으면 그 꽃잎 땅에 떨구고 이 세강에 씨앗 하나 떨굴 일만 남았는지요? 그 떨굼을 위하여 하늘 한 번 다시 쳐다 봅니다. |
출처: 대우6층에서의 즐거운 일상 원문보기 글쓴이: 대우6층
첫댓글 대장정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