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국
박 용 섭
조합장 되겠다는 꿈
탑돌이 소원 빌 듯
낙엽 지는 삽짝에 새살림 짐 싸면
눈물 바람 골목에 장화홍련 이야기 왁자하다
홱 문 열며 잠신이 들렸나
칼날 목소리 마주하면 움츠려든다
먹고 싶은 것 말할 수 없고 부엌으로 간다
마음만 맞대어놓고
임신 졸음이 와르르 쏟아져도
여섯째가 맏며느리처럼 탕국 끓이는 날 열 번
혹독한 시집살이 매운 솜씨
증조부 기일 날 들통가득 탕국 끓인다.
태산준령 둔내 언덕서 자란 소고기
뭉텅뭉텅 썰며 생각나는 것은
외로운 벌판 길하나 만들어
돌아누울 자리 없어도
목표가 있었기에 배고픈 저녁
소태웃음 지었을 타향, 찬바람 골목에서도
꿈은!
비오면 물이 모이고, 고기구우면 문중이 모인다고
나는 탕국 주먹고기 쏘스에 찍어 먹고
시어 캐러 별보며 출근 한다
아우내외를 존경한다.
개는
박 용 섭
나는 딸기와 수박을 좋아한다.
물고기는 지렁이나 구더기를 잘 먹지
미끼로 낚시 바늘에 꿰어 만찬을 드시게
영업발품 어깨 축 처져
희망하는 것은 구하지 못하고 집으로
내게 도움 되는 일 흥미가 있고
남에게 도움 되는 관심 갖는다면
애기송아지는 입속에 손가락을 넣어주면
빠는 동안 살살 몰아 마구간 쉽게 어미 품으로
가장 능숙하고 노련한 이가 하는 대로 배우면 된다
긍정이 앞선 생각
정이 그리운 사람처럼
쓰다듬어주면 꼬리가 빠지도록 어쩔 줄 모르는 개
그 방면에 스승이다
토익 구백 점 아니어도, 대학가지 않아도
애정, 친절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개는
아침 마다 목욕탕 앞에
수건을 들고 있다
놀고먹어도 밉지 않은 정성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고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