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을 위해 동래역 부근 모텔특실을 잡아 요금을 지불하고 ,방에 짐을 옮기고 난 뒤
우린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금정산 부근 어느 한정식집에 자리를 했다.
종업원인 듯한 여자들이 인덕일 보고 놀라는 표정이다.
여러사람이 있는 넓은 방으로 안내를 했다가 여의치 않았던지
우리 일행만 조용히 앉아 먹을 수있게 방을 따로 잡아 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먼저 도토리묵,파전에 손수 빚은 막걸리로 목을 추기면서 저녁을 기다렸다.
나중에 이집 주인인 듯한 여자가 나타나 이런 영광이 다 있는냐며
후식으로 과일을 정성스레 깎아 들고 온다.
음식맛은 별로인데 써비스는 최상이었다.
내일 아침9시 만나기로하고
인덕은 모텔로 향하고
나는 부근 동생내외가 사는 아파트에서 묵었다.
이튿날 우리일행은 동래 로타리 인근에서 복국으로 아침을 했다.
거기서도 인덕은 여러사람의 시선을 받느라 제대로 식사를 못할 지경이었다.
싸인을 부탁하는 여 종업원의 부탁에 친절하게 대해준다.
그곳을 나선 시각이 10시30분
정득과 부산역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이 오후 1시
우리가 있어도 부산역 부근에 있어야 편할 것 같아 그 곳으로 차를 몰았다.
도중에 인덕이 주유소에 들려 기름을 넣는다.
부산역을 향하는 차창 밖으로 잠시 그 옛날 낯익은 곳이 나타날 때마다 회안에 잠기기도 했다.
특히 우리들이 공부하던 학교자리를 지날 땐 더욱 그러했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11시경
앞으로 두어 시간이 남아있다.
대청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그곳은 영감들의 천지였다.
인생말년에 소일거리를 그곳에서 찾는 듯했다.
플라터너스와 느티나무 그늘아래
삼삼오오 모여 장기,바둑을 둔다든가 표정없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플라터너스 향기가 걸맞지 않게 은은하다.
영도쪽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스럽다.
그늘에 앉아 잠시 상념에 젖는다.
3박4일의 여정이 오늘을 끝으로 서울을 향한다.
너무도 빠르게 지나버렸다.
밀양의 철성 별장에서 첫날밤,
정득의 정성스런 갖은구이,
일영의 회 ,
태무의 여흥
청도 제사참석 길에 밀양에 들려준 종익,
이튿날 새벽장사 나가야 하는데도 와준 오범
심장이 좋지 않다면서도 우리를 즐겁게 웃겨준 상수
이도,병국......
"무슨 생각을 그리하노? 광복동에 할매국수 묵으러 가자"
인덕인 나의 손을 끌었다.
아침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국수는 왠 국수?
광복동으로 차를 몬다.
주차공간이 없다. 유로 주차장도 만원
뙤약볕 아래 인덕의 몸은 연신 땀으로 범벅
왠 사람이 그리 많은지 인덕을 알아 보고 싸인을 부탁하는 사람,
사진을 같이 찍자는 사람, 여기저기서 탤런트 아냐?라며 수근 수근 .....
할매집서 국수를 먹는 둥 마는둥 허겁지겁 우리는 부산역으로 향했다.
주차하느라 너무 시간을 허비 했기 때문이다.
정득이 이 더위에 기다릴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 데.....
거기다 약속 장소와 반대쪽에다 차를 대는 바람에 부산역 광장을 가로 질러 오게 했다.
정득의 손엔 유리병 커피 8개와 스넥이 들려 있다.
건네받은 봉지의 무게가 묵직하다.
처음엔 분명 냉장이 된 걸 가지고 왔을터
이미 냉기가 없어질 만치 30여분을 기다리게 했다.
그의 팔은 끈끈하게 젖은 땀이 질펀하다.
서울 가면 전화 해라고 했던가?
그러나 나는 전화기에 입력해 둔 정득의 번호를 끝내 누르지 못했다.
한 두마디 말로 내속의 것을 표현할 만치
3박4일의 부산여행이 즐거웠다.고맙다로 표현하고 말
단순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