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 땅의 평신도'를 시작하며… 평화신문은 2014년 평신도 주일을 맞아 새로운 연중 기획 시리즈 '빛과 소금 -20세기 이 땅의 평신도'를 시작합니다. 이 시리즈는 20세기 이 땅에서 살다 간 가톨릭 평신도 가운데 신앙과 삶에서 귀감이 되는 대표적 인물들을 선정,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의 평신도들을 위해 밀도 있게 조명하는 기획입니다. 본지가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권길중)와 공동으로 기획하고 경동제약(회장 류덕희)이 협찬하는 새 연재 기획 시리즈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20세기 이 땅의 평신도'는 어떤 기획인가? 한국 천주교회는 다른 나라 가톨릭 교회와 달리 선교사 없이 자생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특별한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이 땅의 첫 영세자 이승훈(베드로)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와 신앙 공동체를 시작한 1784년 이후 100년 동안 크고 작은 박해 속에 무수한 선조들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인 1984년 우리는 103위 순교 성인을 모시는 기쁨과 영광을 누렸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올해에는 다시 124위 순교 복자를 모시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우리 교회에는 순교자들 외에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묵묵히 자신의 삶으로 녹여낸 수많은 신앙의 증인들이 있다. 이분들은 저마다 자신이 처한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말과 표양으로 신앙을 증언했다는 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귀감이 된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빛과 소금- 20세기 이 땅의 평신도'는 그런 분들을 찾아, 그 삶과 신앙을 조명해 오늘을 살아가는 평신도들의 모범으로 삼고자 하는 기획이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고자 하는 평신도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20세기에 살았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들이라는 것이다. 20세기 이전에 살았던 이들 가운데서 귀감이 되는 훌륭한 평신도들이 적지 않겠지만, 시대적 상황과 사회 문화적 환경이 오늘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 되도록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가까운 시대의 인물이면 좋겠다는 판단에서 20세기 인물로 국한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들은 이른바 박해에 의한 '순교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박해'의 상황을 경험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오히려 일상 속에서 신앙을 치열하게 살아낸 분들이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훨씬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다. 이런 두 가지 공통점을 바탕으로 한국평협은 인물 선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평화신문을 통해 신자들에게 후보자 추천을 공모했다. 특별위원회는 공모 결과를 토대로 우선 10인을 선정하고, 1차년도인 올해(2014~2015)엔 5명을 확정, 발표했다. 그리고 이분들의 이야기를 집필할 필진을 공모했다. 올해 평신도 주일에 시작하는 이 기획은 내년 평신도 주일 전까지 이들 5명에 대한 신앙과 삶을 차례로 소개한 후 내년 평신도 주일부터 1년 동안은 2차년도 인물 5명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평화신문을 통한 소개가 끝나면 5명씩 묶어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1차년도에 소개할 평신도 5인
▲ 서상돈 |
서상돈(아우구스티노, 1850~1913) 대구대목구(교구) 초기의 대표적 평신도. 1866년 병인박해 때 집안에서 삼촌 3명이 순교한 구교우 집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순교 신심이 남달랐다. 보부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조선교구가 분할될 때 대구대목구가 설정되도록 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들여온 차관을 갚을 길이 없어지자 국채 보상 운동을 주도했다. 일생을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그리고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던 때 나라의 재건과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 장면 |
장면(요한, 1899~1966)
국무총리와 부통령을 지낸 정치가이자 교육가, 문필가인 그는 미국 유학 후 1931년부터 동성상업학교(현 동성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48년 제헌국회 의원에 당선된 후 정치가의 길을 걸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제1공화국 국무총리와 부통령, 제2공화국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1961년 5ㆍ16 군사 쿠데타로 실각하는 비운을 겪었다. 프란치스코 재속 3회원으로서 깊은 신심을 지녔을 뿐 아니라 교회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춘천교구장을 지낸 장익 주교의 부친이기도 하다.
▲ 김익진 |
교육가, 사상가, 문필가인 김익진은 목포 출신으로 대전중학교와 서울중앙고보, 일본 와세다대학과 북경대학에서 공부한 수재. 한때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 공산당에 가입하기도 했으나 오기선 신부의 권유와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감화를 받아 1936년 입교한 후 신앙인의 삶을 걸으며 교육자로서 활동했다. 왜관 순심중학교 교장, 김천 성의중학교 교감을 지냈고, 가톨릭시보(현 가톨릭신문) 편집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55년부터는 문필 생활에 전념해 많은 기고문과 번역서를 남겼다. 「동서의 피안」「내심낙원」등이 그의 대표적 번역서들이다.
▲ 김홍섭 |
김홍섭(바오로, 1915~1965)
법관이자 가톨릭 사상가. 변호사와 검사를 거쳐 판사로 대법관 직무대리까지 지낸 그는 언제나 신앙과 양심에 따라 바른 재판을 하려고 노력했다. '인간이 인간을 재판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은 그는 청렴한 생활과 양심적 재판으로 '사도 법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53년 가톨릭으로 개종한 그는 많은 법조인들을 천주교 신앙으로 인도했으며 그의 활동은 가톨릭법조인회의 초석이 됐다. 프란치스코 재속 3회원이기도 한 그는 현대 한국의 법조사ㆍ종교사ㆍ지성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 최정숙 |
최정숙(베아트리체, 1902~1977)
제주가 낳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가인 그는 제주시 삼도리에서 출생해 신성여학교(오늘날 신성여중고)를 1회로 졸업한 제주인이다.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사범과에 다니면서 일본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민족차별의 심각성을 체험한 후 1919년 3ㆍ1운동에 참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으며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에는 교사 생활을 하다가 다시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의원을 열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진료와 함께 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이후 자신이 졸업한 신성여학교 교사와 교감, 교장을 지내면서 평생을 교육에 몸 바쳤다.
'빛과 소금-20세기 평신도' 협찬한 류덕희 회장 "평화신문이 한국평협과 공동으로 마련한 이 기획이 우리보다 조금 앞서 가신 선배 평신도들의 깊은 신앙을 되새기고 아울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과 격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빛과 소금-20세기 이 땅의 평신도' 기획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 류덕희(모세, 77, 서울 도곡동본당) 회장은 평신도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오늘날에 20세기 평신도를 조명하는 이 기획이 보탬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 기획은 류덕희 회장의 제안과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류 회장은 지난해 평신도들을 위한 뜻있는 일이라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평협 관계자들은 오늘을 사는 평신도들에게 귀감이 되는 20세기의 평신도 선배들의 삶을 조명하는 기획을 제안했고, 이를 류 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이 기획이 빛을 보게 됐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목숨을 바쳐가며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이웃 사랑의 위대함을 증언했습니다. 그 결과 103위 순교성인과 124위 순교복자를 모시는 영예를 안고 있습니다. 또 우리에게는 순교는 하지 못했지만 순교자다운 자세로 믿음을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불사른 훌륭한 선배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분들의 삶은 교회 안에서 아직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이분들을 제대로 조명하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평신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0년 가까이 된 중견 기업 경동제약의 창업주인 류 회장은 지난 1996년부터 4년간 서울평협회장과 한국평협회장을 지내면서 평신도 제자리 찾기 운동을 제창한 것을 비롯해 2000년 대희년 맞이 평신도 대회를 개최하고 평신도 선언을 발표하는 등 평신도의 신원과 역할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아왔다. "우리 평신도들이 사회에서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좀더 충실하게 제 역할을 수행할 때 교회도 쇄신되고 사회도 더 밝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앙의 모범이 된 선배 평신도들을 조명하는 이 기획이 작지만 의미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