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따로 마음 따로]
몇 차례 자다 깨기를 반복한다. 맞춰 둔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 폰 불빛에 분침이 직각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이불 속으로 몸을 다시 밀어 넣는다. 전날은 약속 시각에 겨우 맞춰 도착했다. 서두르다 탈이 날 수 있으니 오늘은 미리 챙긴다. 어둠 속에 빛나는 보석 같은 가로등은 하루의 출발을 즐겁게 만든다.하구에 맞닿은 바닷물은 학 날개에 매달린 깃털 마냥 가볍게 다가온다. 하구 건너 물빛에 여명이 밝아오는 붉은 기운이 맞닿아 있다. 줄지어 늘어선 차량은 신호등에 주춤한 채 출발을 기다린다. 신 새벽에 조별 단체 경기를 위해서 서둘러 나선 것을 보면 그만큼 기대가 큰 모양새다. 대학 평생 교육원에서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운동장으로 다가간다.
어둠이 걷힌 주차장에는 빈 자리가 몇 개만 보인다. 인라인 경기장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선수 복장을 하고 준비 운동을 한다. 이른 시간에 정성이 대단하다. 무슨 일이든 남보다 앞서려면 웬만해서는 어렵지 않은가.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준비 운동에 들어간다. 친선 경기에 나섰다가 몸 어디 한 군데라도 문제가 생기면 겉으로 드러나 상처보다 마음이 더 시리지 않겠는가.
4명씩 조가 나누어지고 첫 번째 홀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연습 경기 후 정식으로 치러지는 설렘을 맞는다. 기록지에 라운드마다 조원들의 타 수를 표시한다. 힘만 잔뜩 들어간 이전과는 다르게 자세와 요령이 동시에 요구된다. 경계 구역 바깥으로만 보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채를 휘두른다. 힘껏 욕심을 내어 단번에 그린에 올리려는 초보의 마음을 내려 놓는다. 건강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다른 조보다 인원이 적어 이동이 순조롭다. 두 번째 홀부터 초심을 잃은 듯 경계선을 넘어선다. 마음만 앞서 타를 줄이려다 번번이 홀을 지나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처음으로 나선 경기장에서 오랜 경험자를 따라 잡으려다 중간도 못 가는 신세다. ‘뱁새가 황새를 쫓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 그대로다.
첫 번째 경기 결과를 정리한다. 세 명 중 꼴찌다. 기준 타 수보다 한창 높다. 기록이 들쭉날쭉 이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면도 발견한다. 코스에 참여하는 경험자의 안내가 타 수를 줄이고 공 치는 재미를 높여간다. 구름에 가린 햇살은 허리에 두른 물병 무게를 줄이는데 보탬이 없다. 잔디 밟는 푹신함에 퍼팅 속도가 빨라지고 정교함이 가세한다. 앞 뒤 라운드 간격이 떨어지거나 밀리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고함이 떨어지고 재촉한다. 경기 흐름에 지장 없이 이어 가는 것도 우리들 몫이다. 타 수 줄이는 일에 집중하는 중에도 주변 풍광을 눈에 담는다. 경전철이 구름 사이에 걸렸다. 한 동안 멈춰선 전동차는 경기를 관람 중인지 아님 무슨 까닭 모른 탈이 났는지 같은 위치에 머물러 있다.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된다. 상위 기록자에게 상품까지 내 걸었으니 참가자 모두 타 수에 신경쓴다. 두 경기 합친 점수로 등위를 가린다. 걸음마 단계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처음으로 접한다. 경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마지막 홀 컵을 눈 앞에 두고 퍼팅을 한다. 이런 일이 있는가. 이글이다. 청량하게 들리는 홀 아웃 금속음이 기분을 들뜨게 한다. 일행들과 손을 마주친다. 달달한 커피를 대접해야 하는 기쁨을 얻었다. 이글이나 알바트로스가 나오는 사람이 커피를 사기로 약속되었다. 호기심 끝에 시작한 파크골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도시 가까운 곳에서 여럿이 어울려 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운동 경기 종목 하나를 더 알아 가는 동시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혀간다.
교육 종료와 함께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첫 시작과 함께 지속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인연을 이어가자고 한다. 처음의 의욕대로 운동을 통해서 건강을 지켜가고 유대 관계가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파크 골프 대중화로 조금만 나서면 곳곳에 경기장 접근이 가능하단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으나 예약이 필수인 경우와 약간의 사용료가 뒤따라야 한다. 필요한 도구도 천차만별이다. 낮은 가격부터 나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고가까지 선택의 폭이 넓으니 다양해서 오히려 어렵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운동과 건강 유지 비결이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고 했다. 40대의 건강은 30대부터 이루어지고 70대는 60대부터란다. 한 살이라도 나이가 젊었을 때 건강을 지키고 유지해야 한다. 맨발 걷기와 더불어 관계를 이어 가는 건강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기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