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다시 부각되었던 인종차별 만화 평론
21912501 강민재
지금은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차 완화가 되면서 거리두기도 해제가 되고 병원과 같은 공공기관을 제외한 곳에서는 마스크도 해제가 되어 사람들의 불편함이 줄어들었지만 한때,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하여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을때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이 자주 들려왔었다.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인종차별을 받았다는 동양인에 대한 뉴스다. 서양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과거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원되었다는 세간의 잘못된 인식이 차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2021년 4월에 미국 휴스턴서 한 흑인 여성이 한국계 여성을 구타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아시아인은 장사하면 안된다고 말하며, 상점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며 장난을 치다가 상점 주인인 한인 여성에게 제지당하자 고함을 지르며 폭행을 해 코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있었다. 비록 가해자들이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되긴 했지만,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국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동양인 여성은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알수없는 남성에게 염산 테러를 당하기도 하였고 SNS에는 미국인이 개설한 것으로 보이는 동양인을 혐오 하자는 계정또한 만들기도 했다. 인종차별은 비단 서양권 국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 한국에서도 중국인들의 거주지인 서울 대림동을 위생적이지 못한 곳으로 보도한 기사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유대인 홀로코스트 이후에도 50여건의 대규모 인종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종차별이 현재진행형임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인종차별이 부각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하버드대 사회학과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는 인종차별은 문화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인간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면서 어떤 대상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 평가를 하도록 학습한다. 이 때 누군가를 만나면 자신이 배워온 바에 따라 사람의 인적사항을 긍정적·부정적 영역과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동양인에 대한 차별적 행동은 오랫동안 학습된 동양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대상과 조우하면서 돌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서양인들이 자연스럽게 학습하여 온 대표적인 사고방식은 서양우월주의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지는 우월적 사상 전반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칭하였다. 오리엔탈리즘이 본격적으로 만개한 시기는 유럽에서 식민지를 둘러싼 패권 전쟁이 막을 오른 때이다. 유럽 각 국은 식민지를 통치하고 착취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당성이 필요했는데 식민지를 열등하다고 규정함으로써 그 근거를 찾게 된 것이다. 즉, 오리엔탈리즘은 단순한 이분법으로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하였고 이것은 서양인들에게 동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제공하였다. 제국주의자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동양은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며 수동적이고 나약한 반면에 서양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능동적이고 강한 존재로 이미지화 하였다. 서양의 식민지 관리들은 오리엔탈리즘을 근거로 우월한 서양이 열등한 동양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동양이 발전하는 데에도 유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문화적 측면 외에 정치적 측면도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잠재적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기득권 사이에서 소수자 집단을 자신의 이익을 빼앗는 존재로 여겨 낙인을 찍고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치권은 사회통합을 위해 이러한 분위기를 완화하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추기거나 이용하여 집권에 성공하였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인과 트럼프에게 투표한 미국인에게는 ‘반이민자 정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약한 소수자를 사회로부터 구별 지어 사회 문제의 원인을 그들에게 전가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불만을 돌리는 방법은 역사를 통해 반복되어온 부도덕한 정치세력의 생존전략이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 했을지 모르지만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 사회 속에 대물림되어 자연스럽게 차별의 씨앗으로 남았다.
문화적, 정치적 측면 외에 단순히 잘못된 인과관계에서 인종차별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쉽게 생각해서 중국, 넓게 보면 동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원하였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다. 최근 네이처지는 사설을 통해 낙인 찍기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바이러스성 질병과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이나 구역을 연관 지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제 과학계는 중국이 제일 먼저 WHO에 코로나19를 보고하였지만 이것이 곧 바이러스 발원지가 중국 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유행성 질병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발원지를 추적하는 것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밝혀질 문제이다. 현재 바이러스 발원지를 추적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정설은 없다. WHO는 코로나의 유래와 관련하여 모든 곳이 다 가능성이 있다고 하며 우리가 그 발생한 지역에 관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책을 내세울 지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전염병 전문가 다니엘 루시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 잠복기 등 요인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최초 감염자는 2019년 11월 이전에 이미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기에 어떻게 하면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서로 힘을 합칠 수 있을까? 먼저 개인적 측면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윌리엄스 교수는 스스로 타인을 차별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하였다. ‘나는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미 차별적인 행동을 하기에 최적화가 되었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푸는 순간 더 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고정관념 이미지를 활용하는 점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대체하는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정관념을 가진 대상을 직접 마주하여 좋은 사이를 맺는 것 역시 내재적인 편견을 점차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만화를 보고 평론을 작성하면서, 무엇보다 공동체에 뿌리 박힌 부정적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를 이용해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시도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각국이 과거사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세기를 거치면서 많은 민족과 국가가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인 복잡한 이중적 지위에 처하게 되었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베트남전의 가해자이기도 하고 일본은 한민족에 대한 가해자임과 동시에 원폭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독일 역시 유대인을 청소한 가해자임과 동시에 패전 이후 보복을 받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각 국은 얽혀 있는 복잡한 피해자-가해자 관계를 통합적으로 보기 보다는 먼저 가해를 가한 상대방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바탕으로 화해의 물꼬를 터 나가야 한다. 내부적으로 많은 반대의 목소리에 직면하겠지만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기본 출발점이고, 국제사회도 각 국의 차별적 행위를 억제하는 조치를 강구할 때 전세계적으로 만연한 모든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